[세븐틴] 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00
2014년 2월.
"딸아,딸아, 개딸아. 너 언제까지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만 있을거야-
이모한테 말 해뒀으니까 내일부터 당장 출근해."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소파에 드러누워 꼬깔콘을 와그작- 씹어먹으며
티비에 나오는 음악방송을 보여 넋을 놓고 있는데
난데없이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아악! 완전 아파!!
아니 근데, 어딜 출근해?"
"너네 이모네. 유치원하는 너네 이모."
토르가 머리를 망치로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참을 멍때리다
몸을 일으켜세워 앉아 엄마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엄마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아무래도 또 한 대 얻어맞지 않을까 싶어 폭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꼬깔콘 봉지를 집어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폰을 집어들고 이모에게 전화하자 이모는 이미 통화중이었다.
분명히 엄마랑 통화중이겠지..?
그건 그렇고..
이모네 유치원에는 남자 선생님이 많다고 그랬는데,
설마 여자 선생님이 나 하나뿐이겠어?
드디어 나도 첫 직장이 생기는구나!! (격한 기쁨)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 눈앞에는 이모와 남자 선생님 세 명.
열일곱 유치원의 선생님은 이게 다였다.
여선생님들과 함께 부직포를 자르면서 수다를 떨 생각에 드라마까지 다 복습해왔건만...!
미묘한 표정이 오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이모 바로 옆에 서 있던 선생님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사슴반 선생님, 윤정한이라고 합니다.
열일곱 유치원 오신 거 환영해요!"
세상에... 사실 이 분은 처음보고 여자인줄 알고 안심했다가 이모의 소개로 남자인 것을 자각했다.
미모가 완전 열심히 일 하시네.. 여자인 나보다 훨씬 더 예쁘게 생겼다.
나도 살짝 웃으며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하자 옆에 서 계셨던 다른 선생님께서도 말을 걸어오셨다.
"백호반 최승철입니다. 반갑습니다."
너무 자기소개의 정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승철쌤에 나도 모르게 90도로 인사를 해 버렸다.
범죄와의 전쟁 찍는 줄 알았네. 후- 쫄지마, 쫄지마.
와, 혼혈같이 생기셨다. 잘 생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역시 이래서 내 맘 때리는 최승철이라고...)
그렇게 심장이 쫄깃해질 때 쯤 마지막 남은 선생님께서 나를 보면서 인사를 건네셨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일 어린 토끼반 담당 홍지수입니다!
한국말이 조금 서툴 수도 있으니까 이해 부탁드려요~"
눈웃음이 매력적인 이 선생님은 자신과 잘 어울리는 반을 맡은 것 같았다.
토끼반이라니. 우리 이모 작명센스 좀 봐- (찡긋)
근데 한국말이 서툰거면 유학파? 세상에나...
난 영어 잘 못하는데 어쩌지. (동공지진)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뒤엉켜있는데 내 소개는 안 하냐는 이모의 말에 '아, 맞다.'하고 선생님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소개를 하기위해 입을 열자마자
"선새니!!! 쑤녕이가 저 때려여!!!!"
복도 맨 끝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곳 까지 아이들이 우다다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 나는 자기소개도 못 했는데!!!
*
<등장인물>
최승철 (28)
열일곱 유치원 백호반 선생님.
남자만 가득하던 열일곱 유치원에 원장선생님을 제외한 유일한 여자선생님인 너에게 설레는 행동을 자주 한다고 하여
정한이 '승철쌤의 행동은 설렌다.'라고 말했고, 그 이후로 '승행설'이라는 별명 탄★생
한 달에 한 번, 다같이 모여서 하는 생일파티에서는 폭죽을 절대로 잡지 않으며
행여나 옆 사람이 폭죽을 터트리면 놀라서 자빠질 정도의 새가슴을 가지고 있다.
든든해보이는 것 모습과 다르게 민규와 원우 뺨치는 소녀소녀함의 소유자.
윤정한 (27)
열일곱 유치원 사슴반 선생님.
예쁘장한 외모에 기르고 있는 머리로 인해 아이들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는 장본인.
칠봉 보다 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아이들까지 외모로 디스를 한다.
성격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착해빠졌다. 생일까지 1004. 말 다했네.
천사인 윤 선생님은 이름과 다르게 영어를 잘 못한다.
놀이시간에 원생들을 데리고 옥상에 있는 조그만 놀이터로 가면 아이들보다 더 신나 제일 열심히 논다.
낮잠시간에 보육일지를 쓰다가 꾸벅꾸벅 조는 사슴반 원생. 선생님.
홍지수(27)
열일곱 유치원 토끼반 선생님.
열일곱 유치원에서 제일 어린 아이들인 5세를 가르치고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다가 한국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해 들어온 열일곱 유치원의 유일한 해외파로
가끔 아이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 때 너를 찾을 때가 많다.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아침시간에 있는 연극을 준비할 때면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보다 더 동심이 살아있는 조슈아 홍 선생님.
젠틀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
김칠봉(25)
열일곱 유치원 원장의 조카.
24살 때부터 일을 하기 시작해 올해로 1년차가 되는 신입 of the 신입.
유일한 홍일점 선생님으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일하는 '응답하라 1988의 혜리' 저리가라 할 만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남자선생님이 많아서 그런지 남자원생의 수가 배로 많은 이 유치원에서 최대 수혜자는 바로 너봉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름 곱상하게 생긴 외모지만 성격은 상남자다.
소녀스러운 승철선생님 보다 더 남자답다는 소리를 들으며 일한다.
1일 n사건이 터지는 열일곱 유치원의 총괄 선생님을 맡아 이 반 저 반을 돌아다니며 선생님을 도와준다.
모든 일에 열정적인 노력파 선생님.
*****
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01
(부제: 오늘의 승행설)
2014년 3월 초.
2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고 적응하느라 바빴었어.
이모는 너에게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주며 매치해보라고도 하고,
보육일지를 보며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보라고도 하셨어.
낙하산이라는 말 나오지 않게 힘든 내색 하나않고 아이들의 이름도 외우고 이모를 도와 사무적인 일까지 척척해냈지.
그렇게 열심히 일 하다 보니 유치원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작지만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로 가득한 열일곱 유치원에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 다가왔어.
(봄이 왔는데 왜 안 따뜻하냐고요? 여러분.. 3월 신학기가 되면 꽃샘추위로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거, 다들 아실텐데-?)
그렇게 두꺼운 패딩에 빨간 목도리까지 장착하고 밖으로 나가니
미친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었어.
바람을 뚫고 유치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너를 반기는 것은 아직 치우지 않은 크리스마스 트리였어.
손을 비비고 들어가 신발장에 신발을 넣으니 어쩐 일인지 신발장이 가득 차 있었어.
일, 이주일정도 다닌 결과 항상 너보다 늦게 오는 사람들이었거든.
오늘 무슨 날인가 생각하며 원장실 근처로 지나가다가
문에 붙어있는 유리를 통해 세 명의 선생님이 보여 너는 가던 길을 멈추고 몰래 지켜봐.
셋의 표정은 꽤나 심각해보였고 백호반 승철쌤은 무서워보이는 인상에서 더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해.
"뭐야.. 셋이서 무슨 얘기를 저렇게 심각하게 해..?"
밖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사슴반 정한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괜히 네가 더 놀라서 눈을 다른 곳으로 피하고 뒤늦게서야 원장실 옆 사물함있는 방으로 들어가.
아무리 사교성이 좋은 너라도 아직 유치원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도 있고,
너만 성별이 여자라서 그런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짐을 개인 사물함에 넣고 귀여운 동물 앞치마를 두르니
진정한 유치원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하고 있다가.
앞에 놓인 거울을 보면서 리본을 끙끙거리며 묶고 있자
언제 나타났는지 '가만히 있어봐요-' 하며 백호반 승철쌤이 리본을 묶어줘.
"칠봉씨. 리본 묶을 때 불러요. 내가 묶어줄테니까."
승철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의자를 꺼내어 앉아 잠시 멍을 때렸어.
리본 하나 묶어주는데 이게 그렇게 설렐 일이냐고.
하지만 너, 김칠봉이는 설레서 멍을 때리는 게 아니였어.
백조에서 탈출한 지 얼마 안되니까 몸이 아직 적응을 덜 해서 졸려서 그런거였지.
그러다 잠깐 눈을 감았는지 너는 단잠에 빠져.
그래, 맨날 12시까지 자던 애가 8시 전에 와서 애들 맞이할 준비하는데 졸리지 않을리가 없지.
그렇게 꿀잠을 자나 싶었는데 이모의 등짝 스매싱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
"김칠봉!! 이 지지배야!! 회의할 거라고 몇 번을 말하냐!"
세상에. 세기와 각도까지 엄마랑 똑같아.
순간 너는 엄마를 소환한 줄 알고 소름이 돋은 팔을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아.
정신을 차리고 앉아있으니 너를 왕따시킨 세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좁지 않다고 생각한 원장실이 좁아짐을 느껴.
처음으로 해보는 회의 내용은 별 거 없었어.
오늘 첫 등원하는 친구들 이름 잘 외우고,
앞에 있는 트리를 빠른 시일 내에 치워달라는 말씀을 하셨어.
큰 목소리로 답한 너와 세 명의 선생님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어.
나도 따라 나가려는데 이모, 아니 원장선생님이 날 붙잡으시며
'정식으로 선생님이 되는 건데 기분이 어때..? 한 번 열심히 해 보자, 칠봉아.'하시며 응원을 해 주셨어.
유아교육과를 나온 보람이 있다고 느껴 원장선생님의 응원에 힘을 입어 밖으로 나갔어.
칠봉 정한
승철 지수
유치원 문 밖에 이렇게 서서 아이들을 맞이했어.
유난히 더위와 추위를 둘 다 타는 너는 손이 시려웠는지 두 손을 모아 호호 불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기도했지만 소용없었지.
그때 볼에 따뜻한 게 느껴져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승철이 핫팩을 볼에 갖다댄 거였어.
정한쌤과 지수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어.
그러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속닥이기 바빴어.
아니 뭐 여고생들인가. 이러다 네 명사이에서 사귄다는 소문도 돌게 생겼네- 라 생각하던 너에게
승철쌤은 '볼이 너무 빨갛길래. 가지고 있어요.' 하고 핫팩을 건네줬어.
너는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해주는 승철쌤을 다시봤어.
첫인상은 딱딱하고 각진 사람이었는데
하나, 하나 챙겨주는 모습이 반전매력이었지.
핫팩을 쥐고 있어도 추위가 가시지않아 얼어 죽을 것 같을 때 쯤,드디어 첫 아이가 등원을 했어.
계단을 잘 올라오다 엄마의 손을 놓고 우다다- 달려오는 아이였어.
선생님들이 손을 흔들며 아이를 반겨주었고, 나도 손을 흔들어주면서
저 아이가 누구일까 생각하고 있었어.
"지훈아, 안녕~"
다른 선생님들의 인사를 받으며 웃던 아이가 내 인사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어.
나도 덩달아 당황하다 다시 웃으며 "안녕!"하고 인사하자
받아줄까 말까 고민하더니 내게 꾸벅 인사만하고 안으로 들어가버렸어.
"칠봉쌤, 대단하시다- 나 이름 외우는 거 엄~청 오래 걸렸는데."
지훈이가 혹시라도 이름을 틀려서 그런 건가 조마조마했던 엄지를 들어올리는 지수쌤덕에 싹 사라졌어.
같이 미소를 띄우며 웃으니 옆에서 너를 쳐다보며 웃는 승철쌤이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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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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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2015년 3월 초, 칠봉쌤이 오지 않은 유치원.
세 사람이 일찍 모여앉아 첫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백호형. 칠봉씨한테 인사할 때 너무 딱딱하게 한 거 아니에요..?"
"그러게.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지. 그때 칠봉씨가 형한테 90도로 인사한 거 알지. 완전 귀엽더라."
지수가 사온 에그타르트를 오물오물 먹다가 정한이 지수에게 한 말을 곱씹으며
"그렇게 딱딱했어..? 내가 여자한테는 낯을 좀 가리네..
아- 나 너무 나쁘게봤으면 어쩌지..?"
유리문으로 보고 있는 칠봉쌤을 본 정한이 '어, 눈 마주쳤, 숨어버렸어.' 하자
괜히 동공이 흔들리는 승철.
"형, 그러지말고 설레는 행동 해보는 건 어때요?
여자들은 뒤에서 챙겨주는 거 되게 좋아한다던데."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승행설.
*
아낌져가 아! 낌! 져! |
[고양이의 보은] [지유] [짐잼쿠] |
00편을 쓰자마자 바로 써서 기승전결이 1도 없네요..ㅎㅎ..
승행설이라 써놓고 망글이라 읽는 아낌져의 열일곱 유치원 잘 보셨나요!?
이 정도 분량이면 적당한가요.. 잘 모르겠네.
비루한 저의 글에 암호닉까지 신청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ㅠㅠㅠㅠㅠ
아 참. 짤을 열심히 구하긴 하는데 혹시 유치원교사와 어울리는 사진 있으신 분들 도와주세요..(엉엉)
그럼 저는 얼른 2편 쓰러가야겠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쩌렁쩌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