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11
(부제:칠봉쌤의 수난시대)
2015년 5월의 어느 금요일.
"칠봉쌤~ 교구 만들러 가요~"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하원한 후,
홀로 텅 빈 원장실에 앉아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지수쌤이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며
같이 교구를 만들러 가자고 말했어.
너는 '네~'하고 밝게 대답하며 노트북을 살며시 닫아 그 자리 위에 올려두고 나왔지.
지수쌤과 같이 사슴반으로 들어가니 이것저것 챙겨서 바닥에 깔아두고 있는 정한쌤과
그 옆에서 이건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잔소리하다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는 승철쌤이 있었어.
승철쌤의 눈웃음과 현란한 손인사에 너도 덩달아 밝게 인사를 건넸지.
"모두 다 온거지?"
"뭘 물어보고 그래. 그래봤자 4명인데."
승철쌤의 말에 정한쌤이 승철쌤을 째려봤어.
아무런 짓도 안 했다는 듯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던 승철쌤은 눈을 이리저리 피했어.
그러자 네 옆에 앉아있던 지수쌤이 먼저 입을 떼었어.
"승철이 형, 그러다 정한이 운다..?"
"누가 운데! 누가!!"
지수쌤의 말에 더 발끈을 하며 눈에서 레이져를 뿜어대던 정한쌤이 갑자기 너를 보더니
"칠봉쌤... 내가 이러고 살아요.." 하며 슬퍼하는 표정을 지었어.
너는 정한쌤의 자주 바뀌는 얼굴 표정에 뭔가 무서워서 멋쩍은 웃음만 내뱉다가
얼른 만들자고 말을 돌리자 세명의 선생님들은 그제야 주섬주섬 재료들을 챙겼어.
코팅해온 아이들 사진을 예쁘게 잘라서 글루건으로 하트모양 부직포에 붙이자
바닥에 놓여져 있던 준휘 사진을 보던 승철쌤이
"와, 준휘 사진 진짜 잘 나왔다. 선생님 닮아서 잘 생겼네-" 하며 너스레를 떨었어.
너는 받아쳐야겠다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 하며 자르던 사진을 마저 자르는데
정한쌤이 '이 형이 오늘 좀 유난스럽네.' 이런 표정으로 승철쌤을 쳐다봤어.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치는 승철쌤이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자꾸 장난이 치고 싶었나봐.
정한쌤이 연두색 부직포를 예쁘게 오리고 있는데 괜히 옆에서 볼을 쿡쿡 찌르면서 시비를 걸다가
정한쌤이 '흥, 흐즈므르.(형, 하지마라.)'하고 어금니를 깨물고 말하면
"나 아무 것도 안 했는데?" 하며 나몰라라 하는 것을 반복했지.
그런 둘을 바라보던 지수쌤이 너에게 오늘 점심 잘못먹었냐며 너에게 물어왔어.
너는 당연히 "그러게요..? 오늘 승철쌤이 유난히 심하신 것 같아요." 하고 소근히 말을 했지.
그러고는 글루건을 들어 아이들 사진 뒤에 쭈욱 짜고 있는데
정한쌤의 앙칼진 목소리때매 고개를 들어 정한쌤을 쳐다보자
"내가 하지말라 그랬지!!!"
"뭐뭐뭐-"
유치한 싸움을 하고 계시는 두 분이 있었지.
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짜고 있던 글루건을 아래로 내려놓으려는데
정한쌤에게서 도망치려던 승철쌤이 옆에 있던 너를 밀쳤고
네 손은 글루건 앞 쪽에 닿고 말았어.
"앗 뜨거!!"
열일곱 유치원에 1년 동안 지내면서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어
다들 하던 동작을 멈추고 너를 2~3초 정도 멍하니 쳐다보다가
"으아아아!!" 하며 지수쌤이 벌떡 일어나 다친 네 손의 손목을 붙잡고 너를 데리고 화장실로 데려갔어.
*
'쏴아아-'
"괜찮아요? 손에 물집 잡히겠다.."
"저 정말 괜찮아요! 놀라서 그런 거에요, 놀라서."
수도꼭지를 열어 차가운 물에 손을 가져다 대니 빨갛게 부어오른 손이 보였어.
글루건이 뜨겁긴 정말 뜨겁구나를 느낀 너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지.
지수쌤이 자신이 다친 것 마냥 잘 챙겨주셔서 고맙다고 느낄 때 쯤,
"이제 손 닦고 연고 바르러 가요."
하며 수건을 펼쳐 너에게 들이밀었어.
수건을 받아들어 닦으려고 하자 수건을 아래로 내리더니
"그냥 손 내밀어요. 물기 내가 닦아줄게요." 하며 눈짓으로 손을 달라 말했어.
너는 계속 수건을 주지 않는 지수쌤 때매 어쩔 수 없이 수건 위에 손을 올렸어.
지수쌤이 데인 부분을 아프지않게 물기를 잘 닦아준 후
너를 데리고 원장실로 가서 화상연고를 발라주고 큰 반창고를 붙여줬어.
너는 지수쌤에게 계속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같이 사슴반으로 돌아오자
예쁘게 무릎을 꿇고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로 가위질을 깨작깨작 하고 있는 승철쌤이 보였고
서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초조하게 너를 기다리고 있던 정한쌤이 보였어.
"괜찮아요?
칠봉쌤, 미안해요.. 우리끼리 장난친다는 게, 칠봉쌤 다치게 할 줄.."
"어, 아니에요! 저 정말 괜찮아요.
정한쌤과 얘기를 하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추욱- 쳐진 채로 꼼지락거리고 있는 승철쌤이 보였어.
너는 괜스레 웃음이 나서 승철쌤 옆으로 다가가 거기에 앉아서
"저 괜찮아요, 정말로!"
하고 말했고, 그제야 승철쌤이 고개를 들었어.
"정말로 미안해요.... 내가 오늘 기분이 되게 좋아서 장난을 좀 치고 싶어서..
내가 어떻게 할까요, 내 손도 글루건으로-"
"아아!! 안 돼요!! 큰일 날 소리!!!"
너에게 미안해하던 승철쌤이 글루건을 들어 자기 손으로 가져가려 하자
넌 절대 안 된다며 글루건을 뺏어들고 저지를 했지.
십년감수한 네가 글루건 전원을 꺼서 내려놓고 세 선생님들을 보며 생각을 하다가
넷끼리 한 번도 회식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아 승철쌤에게 말했어.
"승철쌤이 오늘, 회식비 쏘세요!"
갑작스런 너의 말에 'ㅇ..에..?'하며 당황하던 승철쌤의 표정에
너는 너무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해봤다고 말 하려 하자
지수쌤과 정한쌤은 '콜!'을 외치며 서로 같이 말했다고 찌찌뽕을 하고 난리가 났어.
결국엔 승철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오늘 내가 회식비 낼게!'하며 웃음을 지었어.
집중해서 얼른 만들고 가자는 너의 말에 세 선생님들은 한 마디도 안 꺼내고 집중한 채 교구를 만들었어.
*
"이모님, 여기 삼겹살 5인분 주세요-"
너와 세 선생님은 유치원 근처에 있는 삼겹살 집으로 왔어.
드럼통 위에 동그란 모양의 철 테이블이 여러 개가 놓여있는 고깃집이었지.
역시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고기가 익는 소리가 들려왔어.
오늘은 승철쌤이 사는 거니까 고기는 네가 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리 가져다주신 집게를 네 앞에 가져다 놓았어.
이모님께서 고기를 가져다주시고,
너는 왕년에 고기굽던 솜씨를 발휘해볼까 생각하며 집게를 들자
옆에 앉아있던 정한쌤이 네 손에 있던 집게를 가져가며,
"손도 다친 사람이 뭘 하려고 그래요.
내가 할게요. 나 고기 진짜 잘 구워."
라고 말하는 정한쌤 덕에 너는 눈만 꿈뻑이다 애꿎은 반창고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어.
네 오른쪽에 앉아 있던 지수쌤이 반창고를 누르는 손을 살짝 건드리며
"씁- 흉져요." 하고 말 하며 내 손을 떼어냈어.
멋쩍은 표정으로 불판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마주 앉아 있던 승철쌤이 너에게 말을 걸어왔어.
"칠봉쌤, 혹시 소주 마시나-?"
"네? 아, 저 마실 줄은 알죠.."
"그럼, 이모님! 여기 소주 두 병 주세요!
과일 그 거, 순한 거로 주세요!"
갑자기 소주를 시키는 승철쌤때문에 고기를 굽던 정한쌤도,
너의 팔목을 아직도 잡고 있던 지수쌤도 놀랐어.
물론 너도 놀랐지. 소주 마실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거든.
뭐라 말 하려 지수쌤이 입을 떼려 하자, 승철쌤은 이모님께 소주병을 받았고 이미 흔들어서 병을 열었어.
"청년들, 지금 사람이 많아서 소줏잔이 없네..
맥주잔에다가 먹어도 되지~?"
"네, 괜찮습니다! 주세요!
자, 이번 주도 다들 수고 많았고 가볍게 반 병씩만 먹고 가요. 그러자?"
너는 맥주잔을 들어 승철쌤이 따라주는 소주를 들고 다른 쌤들이 받을 때 까지 기다렸어.
그리고 승철쌤이 건배사를 주절주절 내뱉었고
'짠-'하는 소리를 낸 후 너는 고개를 돌려 마셨지.
식도가 타들어갈 것 같아서 '크아-'하는 소리를 작게 내고 얼른 계란찜을 떠 먹었어.
정한쌤이 고기가 다 익었다며 얼른 먹으라는 말을 하며 네 앞접시 위에 고기를 많이 놓아줬어.
너는 쌈을 싸서 선생님들 한 명, 한 명에게 다 준 후 그제야 네 쌈을 쌌어.
상추에 고기를 올리려 하자, 지수쌤이 너에게 쌈을 들이밀었어.
"이거 먹어요. 고기 두~개 넣었어요."
저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너에게 쌈을 먹을 것을 권유하셨지.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 너는 고맙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고 쌈을 받아들어 입에 넣었어.
좀 큰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꾸역꾸역 넣어서 먹고 있는데 자꾸 코가 찡한 느낌이 들었어.
지수쌤과 눈이 마주쳤는데 널 보며 웃고 있는 모습에 왜 자꾸 웃는걸까 생각하던 중에
'아삭-' 소리가 나면서 캡사이신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어.
"푸하하! 칠봉쌤 바보래요~"
지수쌤이 매워하는 너를 보고 박수까지 치면서 크게 웃었어.
그러자 다른 선생님들도 조금씩 웃기 시작했지.
너는 혓바닥이 따가워서 눈물이 눈에 맺혔고, 이내 또르르- 흘렀어.
선생님들은 네가 화가 나서 우는 줄 알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당황했어.
지수쌤이 놀라서 휴지를 여러 장 뽑아 눈물을 닦아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시작했어.
괜찮다고 말 하고 물을 벌컥 들이켜 겨우 혓바닥을 진정시켰어.
*
선생님들이 한 두잔씩 알코올이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몽롱해지는지
속 안에 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말 하기 시작했어.
석민이가 너무 시끄러워서 혼내고 싶은데 예쁜짓도 많이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정한쌤과
승관이의 주체넘치는 끼를 본인이 더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지수쌤.
그리고 자신이 입고있던 져지의 지퍼를 턱 밑까지 올린 채로 널 보며 웃는 승철쌤이 보였어.
너는 괜히 눈을 피하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기를 한 점 먹으려는데,
"으흐흐- 칠봉쌤이랑 마셔야지이-"
어디서 가져온 건지 새 소줏병을 들고 와 앉더니
짱구가 훌라춤을 추듯 왼쪽, 오른쪽 공평하게 흔들고는 병을 열었어.
네 잔에 쪼로록- 부워주고는 네 손에 잔을 쥐어주고
자기 잔이랑 짠- 하더니 혼자 벌컥거리면서 마시기 시작했지.
옆에서는 지수쌤이 자기는 왜 안주나며 병 뚜껑을 닫더니
"아까 마늘쌈 미안하니까아 칠봉쌤 잔에 내가 따라줄ㄱ...
어? 잔에 물이 있네. 이건 내가 마실게요-"
정한쌤이 따라준 소주를 지수쌤이 마시고는 병을 다시 흔들고 잔에 따라줬어.
그나마 정신이 멀쩡해서 다행이라 생각한 너는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 생각해서
대충 '잘 먹을게요~'하고 웃은 뒤 안 먹고 가만히 내버려뒀어.
선생님들이 얘기하는 걸 가만히 듣다가 승철쌤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직도 웃고 계셨어.
너는 눈을 양쪽으로 굴리다가 다시 쳐다봤는데도 똑같은 포즈였지.
"헤..흐흫...."
"그래숴, 아까 승처리 형아가 장난을 취눈뒈...
....형아, 내 말 듣고 있쒀....?"
"헤헿..."
"승춰리형...? 최승처리 형...?"
아까 유치원에서 장난친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았었는지
정한쌤이 그거에 대한 말을 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너만 보고 웃는 승철쌤 때매 정한쌤의 말이 무시당하고 있었어.
설상가상으로 옆에 있던 지수쌤이 네 손을 붙잡은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영어를 막 해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눈을 꿈뻑거리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찰나에-
"아이쒸!!! 내 말 들으라고!!!"
정한쌤이 소리를 빡! 질렀고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쳐다보기 시작했어.
너는 지수쌤에게 잡힌 손을 빼내어 일어나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여러 군데에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또 소리지르려는 정한쌤의 입을 틀어막았어.
정한쌤은 그 상태로 눈을 돌려 너를 쳐다보다가 온 몸에 힘을 빼고 눈을 스르르 감아버렸고
너는 졸지에 정한쌤에게 어깨를 내 주었지.
일단은 네가 계산을 하고 이 (술주정ㅂ..) 세 사람을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아주머니께 (눈물을 머금고) 너의 카드를 드리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계산을 부탁드렸지.
친절하신 아주머니께서 계산이 된 카드와 영수증을 주시며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씀을 하셨어.
한 손으로는 가방을 챙기고 한 손으로는 정한쌤을 부축해서 일으켰어.
네가 일어나자 펑펑 울던 지수쌤이 고개를 들어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너를 보며,
"킁, 어디가요...?"했고, 너는 "우리 얼른 집에 가요."하고 대답했어.
그러자 맞은 편에 있던 승철쌤이 벌떡 일어나며
"내가, 계!산! 해야 돼.." 하고 져지 주머니를 더듬거리며 지갑을 찾고 있었어.
너는 네가 했다고 말 하고는 일단 나가자고 말했어.
그제야 네 말을 순순히 따라주던 두 선생님+잠자는 유치원의 사슴반 선생님이 고깃집 밖으로 나섰어.
택시를 태워 보내기 위해 도로로 가던 도중에 승철쌤이 열심히 뒤따라 오다가 손가락으로 너를 톡톡- 건드렸어.
정한쌤을 부축하고 있던 네가 뒤를 돌아보자 승철쌤은 너에게
"오늘, 정말 미안해요." 하며 너를 쳐다보고 있었어.
승철쌤이 술이 깬 건지, 취해서 말 한 건지는 모르겠어서 일단 괜찮다고 대답했지.
그러고는 왼쪽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옆을 돌아보니
정한쌤 옆으로 와서 같이 부축을 해 주는 승철쌤이었어.
그렇게 겨우 도로가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아 세 선생님들을 태워보내고
너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지.
너는 나중에 꼭 복수를 해야겠다 생각했어.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에 뻗어서 잠 들었다는 건 비밀.
*
아낌져가 아! 낌! 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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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낌져에요!
너무 오랜만이라 잘 모르시려나ㅠㅠㅠㅠㅠ
시험기간인데 여러분들 보고싶어서 왔어요!
그리고 곧 세봉이들 컴백...♡
오늘도 마무리가 참 똥망이네요...★
오늘 주제는 여러분들이 신청해주신 주제 2개를 믹스시켜봤어요!
급하게 쓴다고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슬슬 제 병맛끼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이 글의 에필로그는 댓글 수가 많으면 그 때 꼭 써드릴게요~헤헤헤..(관심종자)
학생이신 분들은 시험 잘 치루세요ㅠㅠㅠ
댓글쓰고 포인트 받아가세용~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