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고등학교인 사립 방탄예술고등학교, 이 학교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2. 사실 슬픈 전설이라기보다는 걍 괴담이다.
3. 이 학교에는 4개의 과가 있다. 클래식 작곡과, 현대 무용과, 기악과, 회화과.
4. 사립 방탄예술고등학교 무용실에는 귀신이 있다. 현대 무용과 학생들은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무용실에서 보낸다. 한 반의 정원은 25명. 하지만 가끔 비가 오는 날이나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에는 무용 수업을 듣는 학생의 수가 26명이 된다고 한다.
5. 무용실에서 나타난다는 그 귀신을 처음 본 사람은 현대 무용과 학생이 아닌 기악과의 김태형이다.
6. 비가 세차게 오던 그날, 김태형은 클래식 작곡과의 민윤기에게 빵 심부름을 받아 매점으로 가고 있었다.
6-1. 매점은 구관 건물 1층에 있고 제1 무용실은 그곳 반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낡은 그 무용실은 가끔 물에 잠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현대 무용과 학생들은 신관에 있는 제2 무용실로 실습을 하러 간다.
6-2. 기악과와 클래식 작곡과는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쓴다. 음악실은 두 개지만, 그 두 개가 하필이면 같은 층에 있어서 가끔 과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6-3. 구관은 매우 낡았다. 개교 때부터 있었던 건물이라 분위기도 조금은 으스스하다.
6-4. 제1 무용실의 입구는 밖에 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우산을 들고 가야 한다. 학생들이 매우 귀찮아함.
7. 김태형은 매점에서 초코롤빵을 사고 다시 음악실로 가던 중, 무용실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다른 평범한 학생이라면 이상함을 감지하고 얼른 교실로 뛰어갔을 테지만, 김태형은 안타깝게도 굉장한 눈새이다. 이상한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8. 저기, 1학년이야? 비 오는 날에는 여기 무용실 잠겨서 저쪽 건물에 있는 제2 무용실 쓴다던데...
9. 나는, 여기가 좋아.
10. 김태형이 제2 무용실이 있는 건물을 가리키려 몸을 돌렸고, 그 학생의 목소리를 들은 후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11. 그날 김태형은 본인에게 저주가 든 줄 알고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의미로, 제1 무용실 앞에서 장장 2시간 동안 색소폰만 죽어라 불어댔다. 레퀴엠이라나, 뭐라나.
12. 1995년 10월 13일 오후 10시 경, 서울의 모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8세 남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투신하여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13. 회화과 1학년 전정국은 귀신을 볼 수 있다. 대화도 할 수 있고, 그들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도 있다.
14. 김태형이 제1 무용실 앞에서 죽어라 색소폰을 불어대고 있을 때, 전정국은 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귀신, 그러니까 박지민과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15. 민윤기는 김태형에게 빵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그 하소연을 들어줘야 했다. 물론 그냥 흘려보냈지만.
16. 클래식 작곡과는 일에 미친놈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다.
16-1. 그 미친놈의 예로는 민윤기가 있고, 민윤기는 9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늦으면 12시에 집에 간다. 막차가 끊기면 걍 음악실에서 잔다.
16-2. 생활지도부 선생인 김석진은 그런 민윤기가 굉장히 아니꼽다. 콱 귀신이나 만나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민윤기와 마주칠 때마다 작게 중얼거린다.
17. 민윤기는 매일 박지민과 만나고 있다. 김석진의 말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18. 하지만 민윤기는 박지민이 귀신인 건 모른다. 그냥 가끔 만나는 무용과 2학년 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19. 둘이 만나는 시간은 주로 밤 10시.
20. 하교할 때는 항상 후문을 애용하는 민윤기. 구관은 후문과 가까이 있다.
21. 제2 무용실이 생긴 건 아주 최근.
22. 전정국은 박지민을 처음 마주친 날, 그러니까 김태형이 박지민을 만나고 색소폰을 불던 날, 그날부터 조금씩 무용실 앞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23.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괜히 무용실을 안을 빤히 바라보는 일도 잦아졌다.
24. 무용실 안에서 가까이 보는 게 아니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끔 혼자 춤을 추고 있는 박지민을 보며 전정국은 마치 나비 같다고 생각했다.
25. 민윤기도 가끔은 춤을 추고 있는 박지민과 마주친다. 주로 하교할 때. 밤 10시쯤?
26. 민윤기는 춤을 추는 박지민을 보며 마치 낙엽 같다고 생각했다.
27. 전정국은 박지민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28. 민윤기는 박지민을 보며 곡을 썼다.
29. 박지민은 가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춤을 춘다. 그런 날에는 무용실에서 추는 게 아닌 그 앞에 있는 작은 운동장에서 춤을 추는데 맨발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는 나지 않는다. 턴, 턴, 턴, 립.
29-1. 사립 방탄예술고등학교는 운동장이 두 개다. 큰 운동장, 작은 운동장.
29-2. 작은 운동장이 있던 자리는 원래 같은 재단의 초등학교 건물이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그 계획은 무산됐다.
29-3. 그래서 그런가 작은 운동장에는 시소나 그네, 토끼장, 미끄럼틀 등 고등학교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물들이 있다. 김태형은 그곳의 그네를 무지 좋아한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 무용실 귀신 박지민 썰 1~29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7/19/345f3b812cd28adc47a29242da6c9bdb.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