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최근 김태형은 그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66. 전정국은 크로키북 세 권을 전부 박지민으로 꽉꽉 채웠다.
67. 둘은 가끔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67-1. 저게 나야? 내가 저렇게 날씬해?
67-2. 아뇨. 빠르게 그려야 하는 거라서 디테일은 없어요.
67-3. 그럼 나중에 나 제대로 그려 줘. 기왕이면 날씬하게, 꽃이랑 토끼랑 같이.
68. 야, 김태형. 요즘은 어째 네 우는 모습 한번을 못 봤다. 전에는 좀만 힘들어도 질질 짰었는데.
69. 2015년 10월 14일 오후 11시 경, 서울의 모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8세 남학생이 하교 중, 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70. 그리고 그 다음 날 김태형은 정말로 울지 못하게 되었다.
71. 사립방탄예술고등학교 작은 운동장에는 귀신이 있다. 해 질 녘이 되면 그곳에 있는 작은 그네 두 개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흔들린다고 한다. 최근 구관과 그 앞에 있는 작은 운동장에서 기이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자, 학생들은 그곳으로 가기를 꺼렸고, 무산됐던 초등학교 건물 신설 계획은 다시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72. 사랑하는 사립 방탄예술고등학교 학생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현재 돌고 있는 초등학교 건물 증축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구관과 작은 운동장은 철거를 진행하고 그 자리에 신관을 세울 예정입니다. 매점은 당분간 학교 앞 편의점을 이용해 주시고 현대 무용과 학생분들은 제1 무용실 대신 제2 무용실에서 실습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73. 태태야, 나 그네 진짜 오랜만에 타보는 것 같아. 이거 바람 시원하다.
74. 짐나, 나 저기에 토끼 있는 거 첨 알았다. 어째 통통한 게 울 짐니를 쏙 빼닮았네.
75. 김태형이 일부러 차도에 뛰어든 건 아니다. 전적으로 차주인의 실수가 맞지만, 죽는 그 순간에 삶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딱히 죽어도 상관이 없었던 것.
76. 전정국은 김태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작은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77. 그네에 앉아서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둘을 발견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노을이 예뻤지만 둘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77-1. 정국아, 김태형이라는 애 나쁜애 아니지?
77-2. 예, 뭐. 그냥 바보 같은 형이에요. 둘이 친해지면 볼 만하겠네요. 바보끼리.
78. 전 이렇게 친해지기를 바란 게 아니었어요.
79. 민윤기는 김태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토끼에게 밥을 주러 가지 못했다. 후문으로 하교하지도 않았다.
80. 박지민도 한동안 민윤기를 찾아가지 않았다. 김태형이 계속 춤춰달라고 졸라서.
81. 민윤기는 구관과 작은 운동장의 출입이 금지될 때쯤 박지민이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차렸다.
82. 알아차린 이유는 토끼 때문.
83. 건초를 사 들고 간 게 꽤 오래 전인데다가 구관 철거 소식에 토끼들이 걱정됐던 민윤기는 주변 친구들에게 작은 운동장에 있는 토끼장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물어봤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순간 머리속에서는 박지민의 얼굴이 스쳤고, 같은 학년 현대 무용과인 정호석에게 박지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2학년 애가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역시 정호석은 금시초문이라는 답변.
84. 이상함을 느낀 민윤기는 박지민이 있을 만한 곳은 전부 뒤졌다.
85.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토끼장.
86. 민윤기는 박지민과 하얀 토끼들 그리고 옆에 있는 김태형을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87. 박지민은 민윤기의 헛웃음을 보고 화가 난 줄 알았다.
88. 다음 날 민윤기와 전정국은 들꽃을 잔뜩 꺾어왔다. 토끼들도 좋아했지만, 박지민이 제일 좋아했다.
88-1. 전정국은 그날 그림을 잔뜩 그렸다. 꽃, 토끼랑 같이 웃고 있는 박지민. 그리고 모퉁이에 민윤기와 김태형.
89. 아이처럼 좋아하는 박지민을 보며 김태형은 학교 화단에 있던 꽃들을 모조리 뽑아서 선물했다.
90. 생활지도부 선생인 김석진은 텅 빈 화단을 보며 주먹 울음을 지었다.
91. 박지민은 구관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92. 전정국과 민윤기는 박지민을 걱정했다.
92-1. 구관 허물면 어디로 갈 거냐.
92-2. 태태 데리고 여행이나 가려고요. 그동안 가 보고 싶었던 곳 다 가 보고, 때가 된 것 같으면 다시 잘 거예요.
93. 구관 철거 작업은 겨울방학의 시작인 12월 27일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늘부터 관계자 외 출입을 완전히 금합니다.
94. 민윤기는 겨울방학식 날까지도 내가 관계자가 아니면 누가 관계자냐며 당당하게 드나들었다. 전정국도 그 뒤를 따랐다.
95. 그날 박지민과 김태형은 억지로 그 둘을 내쫓았다. 공사가 시작되면 파편 때문에 위험할뿐더러 더는 살아 있는 사람이 올 곳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
96. 개학한 날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곧 졸업식이었다.
97. 그해 졸업식은 유난히 조용했다. 민윤기는 꽃다발을 품에 안았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98. 졸업식이 끝난 후에도 민윤기는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전정국과 같이 아무도 없는 강당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말없이 있었다.
99. 슬슬 다리가 저릴 때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각자 악보와 그림을 챙겼다. 박지민과 김태형에게 줄 선물이었다. 구관과 작은 운동장의 기물들은 이미 먼지가 되어 없어지고 둘도 여행을 떠났지만, 언젠가 다시 온다면 가져가라고 둘 것들이었다.
100. 웃기게도 민윤기와 전정국은 그곳에서 기적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자리에 예전처럼 구관과 작은 운동장 그리고 토끼장과 그네가 있었다. 박지민은 전처럼 춤을 추고 있었고 김태형은 박지민을 처음 마주쳤던 날 레퀴엠이라 했던 그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겨웠다. 둘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운동장의 모래알들이 반짝거렸다. 어느 곳이 진짜 밤하늘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結
굉장히 불친절한 글이었기 때문에 질문이 많이많이 날아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최대한 열심히 답변해드릴 테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구 저는 글을 꾸준히 못 쓰고 한 번에 몰아서 쓰는 타입이라 (...) 암호닉은 못 받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ㅜㅜ
최대한 빨리 좋은 글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다음에 글을 언제 올릴 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서... 암호닉을 무작정 받아버리면 제대로 기억도 못 하고 그럴 것 같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글 봐 주셔서 고맙고 사랑해요!
+ 회지 수량조사와 자세한 구성에 관한 글은 곧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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