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사실 김태형은 색소폰 연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1. 겉으로는 밝아보이지만, 외로움을 잘 타는 김태형은 남몰래 작은 운동장의 그네에서 위로를 받는다.
32. 그네는 두 개가 있다. 한 자리에는 울고 있는 김태형이 앉아 있고, 그 옆자리에는 김태형이 친구랍시고 갖다 놓은 돌멩이가 놓여있다. 바람이 부는 건지 혼잣말을 하는 김태형을 위로하듯 간혹가다 짧게, 그네가 흔들리기도 한다. 김태형은 늙은 그네에서 나는 그 소리를 좋아한다.
33. 끼익끼익.
34. 전정국은 그네에 앉아 울고 있는 김태형과 그 옆에서 그네를 흔드는 박지민을 쳐다본다.
35. 박지민이 꼭 무용실 앞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민윤기가 있는 음악실로 찾아가기도 한다.
35-1. 음악 얘기나 동물 얘기, 어쩔 때는 김태형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다.
35-2. 김태형 그 새끼 존나 시끄러워. 지가 다루는 악기 닮아서 목소리도 색소폰급이라니까.
35-3. 그래도 착한 것 같아요. 물론 색소폰 소리는 조금 크지만...
36. 보통은 늦은 밤에만 찾아간다. 밝은 대낮에 학생들 사이에 있는 민윤기를 찾아갈 용기는 없다.
37. 민윤기는 전정국처럼 제대로 귀신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본인이 보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른다.
38. 어쩌면 박지민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김태형이 아닌 민윤기일지도 모른다.
39. 민윤기와 박지민의 첫만남은 학교에서 키우는 토끼로 시작된다.
40. 사립 방탄예술고등학교의 작은 운동장 구석에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타지 않은 토끼장이 하나 있다. 민윤기는 고2 때 이걸 처음 발견했다. 그 누구도 이런 곳에 토끼장이 있다고 얘기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그날따라 곡이 안 써져서 예민해져 있던 민윤기는 산책이나 할 겸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계속되던 발걸음은 작은 운동장 구석에서 멈추었고, 그 앞에는 작고 하얀 토끼 서너 마리가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40-1. 민윤기는 의외로 귀여운 것들에 약하다. 예를 들면 쿠X몬. 그리고 박지민.
41. ... 어, 혹시 토끼 보러 왔어요?
42. 그날 이후로 민윤기는 생각날 때마다 건초를 사 들고 토끼장을 찾는다.
42-1. 가끔은 토끼풀이나 들꽃도 놓고 간다. 토끼들 먹이용으로 둔 거지만, 박지민이 예쁘다고 좋아해서 요즘은 괜히 이꽃 저꽃 다 뽑는다.
43. 비 오는 날에는 토끼장에 우산을 씌워둔다. 토끼들이 되게 좋아함.
44. A 선생님: 토끼장이요? 그거 버려진 거예요. 이 학교에 오래 계셨던 B 선생님 말씀 들어보니까 20년 전인가, 무용과 남학생 한 명이 거기에 있던 토끼들을 혼자 돌봐줬었다는데 그 학생이 자살한 후로는 아무도 손을 안 대서 토끼들도 다 죽고, 토끼장도 녹슬고, 그랬다네요. 뭐, 안타깝죠. 학생이나, 토끼들이나. 이제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그거 있었다고 기억하는 학생들도, 선생들도 없고. 너무 낡아서 곧 치워버린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45. 박지민은 민윤기에게 기대를 품었다.
46. 전정국과 민윤기는 인사만 하는 사이다.
47. (개싸가지 없게 생겼네) 안녕하세요.
48. (존나 음침하게 생긴 새끼) 어, 그래.
49. 전정국은 박지민의 춤추는 모습으로 가득찬 크로키북을 보고 하루 종일 한숨만 쉬어댔다.
50. 김태형은 그런 전정국 옆에서 색소폰을 불다가 그 옆 옆에 있는 민윤기에게 한 대 맞았다.
51. 박지민은 김태형과 친구를 하고 싶어 한다.
52. 같이 그네 타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53. 박지민의 첫사랑은 회화과의 3학년 선배였다.
54. 데이트는 주로 무용실에서 했다.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하는 박지민을 선배가 배려해 줬기 때문.
55. 가끔은 선배뿐만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까지도 박지민과 함께 남아 놀았다.
56. 박지민의 부모님은 굉장히 바쁘신 분들이었다. 출장 때문에 어렸던 지민을 일주일이나 집에 혼자 둔 적도 있었고, 매년 생일은 물론 크리스마스, 입학, 졸업마저도 혼자였다.
57. 그랬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는 친구, 선배, 무용 그리고 소중한 것을 만들어 준 장소인 무용실뿐이었다.
58. 박지민이 자살한 이유는 별거 없다. 그날따라 운이 안 좋았을 뿐이다. 하필 그날 춤을 추다가 다리를 다쳤고, 하필 그날 첫사랑과 헤어졌고, 하필 그날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졌고, 하필 운이 안 좋았던 그날이 생일이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 중 하나다.
59. '전국 흐리고 비' 오늘(13일)은 전국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중부지방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60. 박지민이 살아서 학교를 다녔을 때까지만 해도 제1 무용실은 굉장히 깨끗하고 좋은 편이었다.
61. 죽고 나서 다시 눈을 떴을 때의 장소는 제1 무용실이었다. 비가 와서 물에 살짝 잠긴.
62. 박지민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첫사랑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63. 다시 눈을 뜬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첫사랑은 학교를 찾아왔었다. 박지민은 첫사랑을 발견하고는 상당히 많이 놀랐다. 기억 속의 학생 때와 같은 모습이 아닌, 조금 더 성장한 어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마음에 교무실, 미술실, 매점, 교실, 음악실, 무용실 등등 학교 안에서 첫사랑이 가는 곳은 전부 쫓아다녔다. 그렇게 뽈뽈 쏘다니던 첫사랑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박지민이 뛰어내렸던 구관의 옥상이었고, 그는 옥상 난간에 그림 한 점을 두고는 자리를 떴다.
63-1. 생일 축하해, 지민아. 늦어서 미안해.
63-2. 그날 지민은 우는 듯이 일그러진 기괴한 표정으로 내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63-3. 산 자와 죽은 자는 눈물을 흘릴 수 있냐, 없냐, 로 구분된다.
64. 사실 박지민은 12시 1분에 뛰어내리려고 했다. 혹시 11시 59분에라도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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