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감성. 열여덟, 고등학생이었던 네가 그토록 좋아했던 말이었다. 영양가 없는 얘기들과 시덥잖은 농이 오가던 날이면, 바람 빠지는 소릴 내며 웃었던 내게 발갛게 오른 귀끝을 하고선 새벽 핑계를 대던 너. 볕 한 번 안 드는 반지하에서, 우리는 밤을 마음껏 즐겼다. 청춘, 제 청춘의 모두를 네게 선사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리도 까만 밤이 무엇이 좋다고, 눈 반짝이며 네 얘길 들었었다. 꼭 밤에 별을 박아넣는 것마냥, 나는 그랬다. 손에 쥐던 것이 연필이 아니라 돈이 될 즈음에, 낮은 차츰 아득해져 멀어지곤 한다. 나는 스물셋, 우리의 대화를 지워낼 수가 없다. 차마. 순영아, 권순영. 괜찮지. 괜찮을 거야. 짧은 몇 마디에 오갔던 우리의 감정. 초저녁부터 느껴졌던 네 빈자리. 그날따라 얼굴 가득히 쏟아지는 햇살, 너만 없던 눈이 부신 아침. 석민아. 나는 이렇게 또 밤을 그린다. 품에 담은 밤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 보아 재생한다. 그렇게 또, 또. 하룻밤의 테이프가 다 늘어지면, 다른 것을 또 꺼낸다. 너로 가득했던 날이 좋아서. 보고 싶지는 않더라도, 그리워서. 우리가 우리였던 밤이 예뻐서. 그 별이, 그 공기가. 그 온전함이 두려울 만큼, 잔혹할 만큼 생생해서. 나는 오늘도 이상하리만치 따스한 밤의 한가운데서 눈을 감는다. 늘 너만, 너만 빛나지. 석민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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