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속 쓰인 대화들은 영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遊學日記 [유학일기]
부제 : 당신에게, 호그와트는
언젠가는 이런 순간을 예상 못 했던건 아니었다.
그 아이와 내가 다른 길을 걸어가야 될 때, 떨어져야 될 때를.
한 날 한 시에 같이 태어나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모든 것을 공유하며 살아온 우리가 헤어져야 할 때는
최대한 뒤였으면 하고 빌고 또 빌었는데.
그러나 사람 속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내 동생이 벌써부터 날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나 보다.
바보. 누가 누구를 떠나보낸다고.
. . .
["미쳤어. 우리 이번 수업 완전 꽝이야."]
["왜?"]
["초상화 속 스네이프가 강의한단다, 마법약."]
["젠장, 교수진이 그렇게 없데? 미친거 야니야?"]
["망했어... 망했어..."]
"민호야, 이번에 6학년 7학년은 마법약 강좌를 스네이프 교수가 맡았나봐."
"세상에, 종현이형 진짜 불쌍하다. 이번에 NEWT중 하나를 마법약으로 신청했던데? 작년에는 빈스 교수 수업 잘못 걸려서 임원 휴게실에서 울더니 이번에도...? "
"오늘 구경이나 하러 가야겠다. 그나저나 이 학교는 교수진이 참 상상을 뒤엎어. 귀신에다가 초상화에다가..."
"재밌잖아. 세상천지 어떤 학교가 이렇게 독특하겠어."
"그건 동감. 근데 과제가 살인적으로 많아. 교수들이 얄짤이 없다구!"
"수능을 안 치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자. 이화원에 있는 애들은 수능공부까지 같이 해야하잖아."
"오, 그럼 우리가 더 나은 거네?"
"그렇지."
민호와 세나는 개학 첫 날 마지막 교시를 끝내고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손에는 책이 한 아름, 어깨에 맨 크로스백에는 리포트용으로 쓸 양피지와 종이들이 한 뭉텅이어서 매우 몸이 무거운 채로.
호그와트에서 치는 제일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인 O.W.L을 치는 학년, 5학년. 작년보다 과제는 더 늘어났고, 읽을 책들은 산더미처럼 쌓였으며, 익혀야 할 주문들도 몇 배는 더 늘어났다. 한국 머글식으로 치자면 호그와트의 '수능'을 보는 입시생과 비슷한 학년이라서, 5학년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학년과도 같았다.
같은 학년이라도, 전 과목 O(Outstanding : 특출함)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우등생들과, 한 과목이라도 O를 받으면 신나서 춤을 추겠다는 보통 학생들, 그냥 유급만 안 하면 다행이라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부류는 섞여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세가'나 '정가'가 아니라 보통 집안에서 태어난 민호는 영국에서 취업해서 쭉 지낼 생각인 해외파였기 때문에 성적을 잘 받을 필요가 있는 우등생이었고, 세나는 집안에서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신세였기 때문에 성적을 잘 받아 영국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어중간한 위치의 학생이었다. 종대와 수영도 유럽에서 취직을 할 생각이어서 같은 처지였고. 매년 그랬듯이 그리핀도르 탑 휴게실에서 그들이 과제로 머리를 싸매고 앓는 시간은 적지 않았지만 이번 해에는 더욱 더 길어질 것이다. 어쨌거나 넷 다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깐.
"과제 하기 전에 컵라면 하나씩 비우고 할까?"
"안 돼. 나 살찌면 빗자루 속도 느려진단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내일 일어나서 운동장 한 바퀴 돌면 되지. 뭐먹을래? 볶이? 국물 있는거?"
"......볶이..."
" 오케이."
기숙사에 도착한 후 압축 주문을 건 캐리어에서 컵라면 한 개씩을 꺼낸 민호는 물이 든 냄비를 벽난로 위에 올렸다. 그 사이 카펫 위 테이블에 과제들을 꺼내 놓은 세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약초학 책에 붙여준 포스트잇의 개수가 엄청난 것을 보고는 울상이 되어 버렸고.
"이거 언제 다 하고 자지?"
"...많긴 많네. 종대랑 수영이는 자는 건가?"
"걔네들 이미 마법약이랑 역사는 포기했더라구. 그냥 T(Troll : 끔찍함) 받고 말겠데."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다 걸어볼 생각인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학기는 마법부에서 오러들이 나와서 강의한다고 하니 어쩌면 점수를 꽤 좋게 받을지도 몰라. 점수 잘 주잖아."
. . .
"김세나, 자?"
"......"
"세나야?"
"...자네..."
세나는 민호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한동안 과제와 씨름을 하다가 제 풀에 못이겨 책상에 엎드려 꿈나라로 가 버리고야 말았다. 그래도 과제는 다 하고 잘 생각이었는지 잠결에도 깃펜을 놓치지 않고 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민호는 피식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으이그, 졸리면 침대에 가라니깐.'
그녀의 볼을 쿡 쿡 아프지 않게 찔러도 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자 결국에는 번쩍 안아들어 소파로 옮겨 편히 눕혔다. 내일 또 잘못 자서 목이 아프다고 찡찡거리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듣는 것보다 힘 한번 쓰는 게 나으리라. 별로 무겁지도 않은 여자애 한명 못 옮길 허약한 남자는 아니니깐. 절호의 찬스를 외면할 멍청한 남자도 아니었고.
'내가 경고했을 때 진작에 들어갈 것이지.'
잉크로 온통 범벅되어 있는 그녀의 손과 얼굴을 물수건으로 깨끗히 닦아 주고는 담요를 꺼내 왔다. 그리고는 웃음기를 띤 얼굴로 한동안 그녀가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것을 바라보다가,
"내가 경고했지, 여기서 잠들어버리면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른다고."
아마 몇 번째 입술도장인지 모를 입맞춤을 오늘도 몰래 가져가 버렸다. 수영도, 종대도 이 자리에 없는 것에 감사하면서.
. . .
["야, 너 대체 뭘 또 시킨거야?"]
["나 아무것도 안 시켰는데? 님부스는 이미 온 거 알잖아."]
["그럼 뭐야? 내가 그냥 뜯는다?"]
["어."]
아침 식사 시간에 세나 자리 앞으로 온 커다란 소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소포를 대신 풀어 헤친 있는 톰과 메튜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시스콤 자식... 이번에는 안장이냐..."]
["헐... 이거 뭐야... 발판도 따로 있는데?"]
["이거 다 구하기 힘든 금속이잖아."]
["...김기범 이 망할자식. 꼭 부자인걸 티를 내야 되나봐."]
소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먹던 계란후라이를 뱉어버릴 뻔 한 그녀는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자신에게 찡긋 윙크를 날리는 기범에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신장에 맞춰 안장을 보낸 것인지도 금시초문이지만, 딱 봐도 '나 비싸요' 라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안장과 발 거치대는 경기에 하고 나가기 매우 튀어 보였다. 그렇다고 사용을 안 하기도 곤란 한 건, 제작년에 기범이 해 준 선물을 그냥 창고에 처박아 두었다가 두 달은 기범이 학교에서 자신과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한 기억이 떠올라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망했다. 발판을 빗자루에 달게 되면 안정감도 더해지고 달기 전 보다는 더 안전해지게 되니 민호는 무조건 사용하라고 할 것이다. 저 번쩍번쩍한 것들을 달고 스피드가 생명인 경기를 뛰라니, 차라리 안 뛰는 게 낫지. 세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민호에게 말을 걸었다.
"민호야."
"응?"
"나 이거 안 차고 경기 뛰..."
"무조건 달아."
"......"
"빗자루에 무조건 안장 얹고 발판 달아. 아니다. 내가 해 줄게."
"......힝......"
"얼른 먹고 리포트 마무리하러 가자. 너 어제 자느라 마무리 못했잖아."
"......"
"대답."
"......응......"
그래... 난 뭐 맨날 최민호 손바닥 안이지 뭐... 그래... 이게 내 인생이지...
그녀는 플레이트 위의 애꿎은 베이컨 조각들을 찌르며 속으로 몰래 한숨을 쉬었다.
. . .
["오, 보바통이랑 친선경기? 그럼 어느 기숙사 팀이랑 붙는거야?"]
["몰라. 아마 따로 뽑거나 작년 퀴디치컵 우승팀인 레번클로나 그리핀도르?"]
["오, 예선전 가는건가요."]
["이태민 그 녀석의 그 막강한 파괴신이 강림한 손이 아니었더라면 공동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나오지도 않았을듯."]
["퀴디치를 반만 쪼개서 잡는 녀석이 어딨냐? 낄낄. 후치 부인과 우드 교수의 그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난 아직도 기억난다."]
["분명 잡았는데 유타가 반을 쥐고 있고 그 녀석이 반을 쥐고 있었잖아. 대체 어떻게 해야 스니치를 잡다가 반만 잡을 수 있는건지."]
연회장에서 교장인 멕고나걸의 말에 전교생이 쑥덕였다. 프랑스에 있는 학교인 보바통과의 친선경기. 호그와트는 이번에 홈 그라운드 경기인 만큼 이겨야 체면이 설 듯 했는데, 몇 년연속으로 뛰어난 퀴디치 선수들을 배출해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서라도 이 경기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전설의 킵퍼(라고 쓰고 악마의 코치)라고 불리는 올리버 우드가 교수로 있는 만큼 지는 순간 아마 어느 기숙사 팀이던간에 지옥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 멕고나걸의 말을 들은 세나와 민호, 그리고 매튜와 톰은 이 경기에 어마어마한 기숙사 점수가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경기에 안 나가고 싶었다. 자신이 몸 담았던 그리핀도르 기숙사 팀 담당인 교수 올리버 우드가 경기에 나가기 전에도 어마어마한 훈련량으로 자신들을 고생시키는 게 눈에 선히 보여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건 덤이고.
["이건 지던 이기던 최대한 슬리데린이나 레번클로 쪽으로 경기를 줘야 해"]
["아무리 우리가 퀴디치에 미쳐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우드 교수의 눈빛을 봐. 벌써 의욕에 불타고 있잖아. 우리 이러다가 죽는다고!"]
["우리 5학년이잖아, 공부해야 되잖아. 아마 사정을 말 하면 이해 해 주실거야... 그럴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린 안 하면 되는거지. 근데... 어쨰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러간다?"]
["야,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어"]
["뭐"]
["멕고나걸도 그리핀도르야."]
["젠장..."]
["갓..."]
["내가 이번 해에 주장을 다는 게 아니었어... 왜 하필 5년마다 돌아오는 친선경기가 이번 해냐고!!!"]
멕고나걸의 기대감 가득 찬 눈빛과 목소리를 받고 있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의 5학년 넷은 지금 잔뜩 겁에 질려있는 초식동물 같았다.
“이번 학기도 망했어..”
. . .
ㅇ응... ㅁ망한ㄱ거 같구나.... 내가 잘못했쪄 애들아.... 날 매우 치렴.....
그리고 독자님들 이번 회차도 망한 거 같습니다...ㅎ...(필력의 한계를 느낌)
다음 화는 다이내믹 할 거에요....... 보바통 선수들ㅇ은 매우 잘생겼답니다...(원작을 따라 보바통은 남녀공학.....ㅎ.......)
그나저나 오늘은 샤이니 풍년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