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와서 미안해
기말고사가 끝나고 긴장을 많이 했는지 장염으로 고생했었어.
이번에 말해줄 건 산부인과 실습할 때의 이야기야.
실습할 때 나랑 지수한테 제일 먼저 들어갔던 수술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우리는 c-sec이라고 할 거야.
수술 때 교수님이 가끔씩 한 명은 scrub시키거든(수술을 보조) 나머지 한 명은 그 근처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거고, 근데 c-sec할 때 스크럽을 시킨 거야. 그래서 지수가 먼저 한다고 해서 교수님께서 수술하시는데 옆에서 교수님을 보조하고 있었어.
“김칠봉 학생 수술을 보세요.”
“네 죄송합니다.”
애를 꺼내고 탯줄을 잘라 아기를 옮기는데 지수가 아기를 보고 나를 보더니 씩 웃는 거 있지.
“너 왜 아까 웃었어?”
“어 그게 아기를 보고 너를 보니까 나중에 너와 내가 아기를 가질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응 그런 생각을 왜 벌써부터 해 아직 멀고도 멀었구만.”
“너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난 너 드레스 일찍 입힐건데?”
“일찍 입힌다고?”
“응 최대한 빨리 이번해라도 입히고 싶어. 우리 너봉이 왜 이렇게 얼굴이 붉어졌네. 근데도 예쁘다.”
정상 분만하려고 하는 산모에게 학생들이 참관할 수도 있다는 동의를 받고, 이번에는 내가 보조하는 역할로 들어갔어. 들어갔다가 나오니까 지수가 울고 있는 거야.
“지수야 왜 울고 있어?”
“미안해 아프게 할거 같아서.”
“응?”
“거기 여학생이 여자친구야? 남자친구 잘 두었네. 나중에 좋은 남편 될 거야.”
“네?”
“칠봉아 미리 미안해.”
“지수야 왜? 네가 나를 아프게 하는데? 나 안 아파 괜찮아. 그러니까 뚝.”
“네가 내 아이 낳아줄 거잖아. 그런데 저렇게 아파하면 내 심장 찢어질 거야 그래도 네가 내 아이 가지게 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미리 미안하다고.”
“어 저번 주에도 그러 더만 이번 주에도 아직 멀고도 먼 이야기 아니야. 그리고 나 아직 첫 키스밖에 못해봤는데…… 그 경험할 때도 아프다던데 그리고 나 아직 엄마한테 남자친구 있다고도 말 안 했어.”
“난 다 말씀 드렸는데 너무 예쁘고 내 맘을 가져간 여자친구가 있다고 이 애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야는 안 했어. 지수 삐질 거다.”
“응 이번 주에 집에 가면 예과 때부터 사귀고 있었던 남자친구 있다고 말할게. 미안해 삐지지마.”
“같이 가자. 나 너희 집에 한번 가보고 싶어.”
“나 아직 부모님께 말 안 했는데. 알았어. 가자.”
나중에 그 남편 분께 전해듣기로는 내가 들어가고 나서부터 옆에서 자기보다 더 안절부절하고 걱정하는 게 눈에 보여서 웃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환자분들께서도 우리 둘이 CC인 거 다 알고 회진 따라 돌 때마다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물어…… 아직 결혼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그래도 지수랑이면 좋을 거야.
지수랑 부모님이랑 만남은 다음 번에 쓸게. 엄마 아빠가 나보다 지수를 더 좋아해.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