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과외를 시작한 지 벌써 2주차를 넘어서 3주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왠지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 좋았던 첫 만남에 비해 하루도 안 빼 먹고 착실하게 제 자리에 앉아 나를 먼저 기다리고 있는 녀석을 마주했다. 이쯤 되니 내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린듯했다 한국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게 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미운 정 말이다. 비록 과외를 하는 3시간 중 태반은 책상 위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건 매우 적응되지 않지만 말이다.
"문제를 봐야지 문제를! 내 얼굴만 보고 있으면 답이 나와?"
"듣고 있잖아"
"그래... 열심히 듣기만 하고 있지..."
"계속해 듣고 있으니까"
이런 식이다. 저는 듣고 있다며 눈은 계속 나를 바라보는데 이러다 내 왼쪽 얼굴이 뚫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사람이 설명을 하고 그러면 문제를 보고 설명하는 걸 들으면서 한 번씩 눈을 맞추고 이런 식으로 교감을 해야 하는데 이건 뭐 일방적인 녀석의 강렬한 눈빛에 오히려 당황해서 멍청하게 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민망해 죽을 것 같은 것도 나였고 그래서 녀석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나는 설명만 늘어놓는다 이래 가지고 무슨 진도가 나가겠냐....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 혼자서 떠드는 것도 입이 아파 녀석에게 문제를 풀어보라고 참고서를 밀어주고 친절하게 손에 샤프도 쥐여주었다. 처음엔 내가 이걸 왜 풀어야 함?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내가 인상을 팍 써버리자 녀석이 드디어 내게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적긴 적는 것 같은데 녀석이 손으로 가리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뭐 이 문제를 완벽히 풀어낼 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시킨 대로 하니 기특한 마음에 그런 녀석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깜박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는 모양이다. '찰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뜨니 핸드폰 카메라로 내 모습을 찍고서는 개구지게 웃고 있었다.
"입 벌리고 자는 게 버릇이야? 잘~ 자네"
야!! 너 이눔시키! 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뭐 하는 거야!! 이리 내~ 빨리 안 지워?"
"그럼 가르치라는 공부는 안 가르치고 졸고 있던 누나는?"
"아씨!! 이건 실수야! 실수! 사람이 살다 보면 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이 씨!! 진짜 핸드폰 이리 안 내놔!!"
내가 녀석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으려 아무리 아등바등 해 봐도 나보다 머리 하나는 넘게 큰 녀석이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핸드폰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데 당해낼 제 간이 없었다. 이게 공부하다 무슨 바보 같은 짓인지 녀석에게서 핸드폰을 뺏어내려 제자리에서 콩콩 뛰기까지 하며 허우적대는 내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까 그냥 원래 그런 녀석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될 것을 후회는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였다.
콩콩 뛰다 그만 삐끗하여 그대로 무게중심이 녀석에게로 쏠리며 꼬구라졌다. 녀석이 나를 받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대로 나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쿵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렀다. 내 무게까지 실린 채 온몸으로 뒤로 넘어진 녀석이 걱정되었다.
"아으..!!"
"괘.. 괜찮아??"
뒤통수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그냥 그 자세가 얼마나 이상한 자세였는지 자각도 못 했다. 그저 녀석이 크게 다치진 않았나 싶어 살피기 바빴지 내가 녀석의 허리 위로 올라탄 자세일 줄이야...
"아.... 지금... 나 덮친 거냐?"
"어? 뭐...?"
"덮.쳤.냐.고"
"어.. 어어? 아!! 미 미안!! 아씨!! 그러길래 왜 네가 내 몸을 받쳐!!"
"내 앞으로 꼬구라지는 걸 그럼 도로 뒤로 밀어버리냐? 아오.. 머리야 지금 누구 때문에 넘어진 건데"
"이 씨.. 괘 괜찮아?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응? 머리 많이 아프니?"
"아.. 머리 울려..."
"순영아.. 막 어지럽고 그래?"
"어 지금 존나 띵하고 여기 아프니까 호 해줘 빨리"
"뭐?"
"호 해달라고 너 때문에 혹 난거 같으니까"
녀석이 내 손을 끌어다 제 뒤통수를 만지게 했다. 진짜 살짝 부어오른 듯 싶기도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호 해달라는 녀석의 애교 아닌 애교에 그냥 웃음이 터졌다. '아 빨리~ 나 지금 존나 진지하거든' 하며 보채기까지 그래서 나도 군말 없이 녀석의 머리를 숙이게 하고 그 위에 호~ 하고 소리까지 내며 입김을 불어주었다.
바로 이런 점이 무서운 미운 정인 건가 처음엔 그저 맞먹으려 하는 행동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상한 추파를 던질 땐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딱 그 나이 또래 개구쟁이 느낌도 나고 그냥 녀석이 귀엽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와 처음으로 정답 맞혔네 그래도 내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오구 장해라 오구오구~"
"아씨 또 애 취급 죽을래?"
"오구 귀엽네~ 우리 순영이~ 화내는 것도 이렇게 귀여워요~ 우쭈쭈~"
하루도 못 버틸 것만 같았던 과외도 한 달이 다 돼간다. 나도 이제 녀석을 다루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하였다. 어르고 달래고 살살 구슬리면 녀석도 마지못해 내가 내는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런 애들은 채찍을 치면 칠수록 더 엇나가려고 드는 법 온몸으로 애 취급 하지 말라고 거부하지만 난 보았다 내가 귀엽다고 볼을 꼬집어대니 붉어지는 귀를
"야 삐돌이 삐졌냐? 응 삐졌어~ 또 애 취급 해서 삐졌어요~"
"아 그만해라 진짜!"
"오구 우리 순영이~ 너도 별수 없는 애구나~"
과유불급이라고 정도껏 했어야 했다. 그냥 녀석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워 더 괴롭혀 주고 싶었다. 그냥 이제까지 내가 당했던 게 좀 억울했던 것도 있고...
"아!! 진짜 하지 말라 했다!!"
"컥- 아... 야.. 장난인데 왜 그래... 진짜 화났어?"
"하지 말라고..."
"아! 순영아 미안해.. 응? 아 아파~"
생각보다 더 말랑한 녀석의 볼을 콕콕 찌르며 내가 계속 장난을 치자 정말 화가 난 건지 녀석이 그런 내 손목을 부서져라 쥐어잡았다. 표정이 마치 한 달 전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살벌해졌다. 놀라서 사레까지 들뻔했으니... 녀석의 손에 힘없이 붙잡힌 손목이 아려왔다. 내가 손목을 빼 내려고 손을 비틀어대자 녀석이 그대로 나를 잡아당겼다
'촉-'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소리는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으며 나는 소리였다. 내 손목을 잡아당긴 녀석이 순간 저에게 기울어지는 내 입술에 제 입술을 콕 하고 찍어내고는 떨어진 거다 난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멍하니 있을 뿐 오히려 버럭 성질을 내는 건 권순영이었다.
"그러길래!! 내가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얼굴 전체가 붉게 물든 녀석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동안에도 난 그저 멍하니 비어진 의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나보다 4살이나 어린 이 고딩한테... 곱게 지켜온 내 첫 키스를 빼앗겼다...
뻥치지 말라고? 난 정말 진지하다... 공부에 치여 남자친구 한번 제대로 못 사귀어본 모쏠인생 22년 진짜 내 첫 키스... 아니 입맞춤.. 아... 암튼 그걸 했다... 아니 당했다... 손을 들어 아직도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은 입술을 매만졌다. 생각보다 부드러웟...
"우왁!! 미쳤다!! 어 너 진짜 미쳤구나!! 정신 차려 상대는 새파란 고딩이야!!"
자꾸만 이상하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떨림에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내 스스로 뺨을 내리쳤다.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고... 반쯤 나가있던 정신이 그제야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나가버린 권순영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인 머리를 감싸 쥐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아니 정확히 내 입술만 보였다. 아직도 여기가 불에 덴 듯 찌릿한 것 같은데.... 오늘 밤 잠은 다 잔 것 같구나....
내가호시♥
출근 하기전에 급하게 한편 더 올려놓고 총총총~
엄훠나 너봉이랑~ 수녕이랑~ 뽀뽀했데요~
제가 그랬자나여ㅎㅎ 급전개가 있을거라고^^
아침에 상콤하게 bgm은 20으로 시작해야죠ㅋㅋㅋ
뭔가 오늘 글 분위기랑 잘 맞지 않나요??ㅋㅋㅋㅋ
그럼 전 출근준비가 바빠서ㅠㅠ 주저리는 이만할게요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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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