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의 그 말을 듣고 내 얼굴에선 또 열이 나기 시작했어. 1년 쯤 만났으면 적응 될 법도 한데 항상 백현이가 그럴 때 마다 내 얼굴은 화끈거려서 진정하기가 어려워. 쿵쿵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못한채 대본을 수정 했어. 백현이가 우리 프로 고정이라는거, 좋은거 같아. 아무생각 없이 커피를 마셨더니 벌써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어. 바닥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적은양의 커피를 한 번에 쭉 빨아드리고 얼른 수정한 대본을 들곤 사무실을 나왔어. 시계를 보니 촬영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거야. 그래서 재빠르게 뛰어갔지. 복도에는 내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어. 그 날 따라 복도가 왜이리 조용한지. 요란한 내 발소리가 민망해졌고 왠지 모를 창피함에 더욱 속도를 내 촬영장에 도착 했어. "왜 이렇게 늦게 와. 조금 더 늦었면 감독님 화 날뻔 하셨어." "헐.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얼른 대본 출연자들한테 나눠주고 감독님한테 드리고 와." "옙. 알겠습니다." 선배님 말에 가슴이 철렁했어. 감독님 화나시면 진짜 무섭단 말이야. 그리고 백현이 앞에서 감독님한테 혼나는 꼴을 어떻게 보여줘. 절대 안 돼.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어. 오늘 하루 완전 긴장해야겠다.
슈퍼스타 엑소 백현 × 막내작가 너징02
선배님은 메인작가님께 가셨고 나는 감독님께 대본을 드리러 갔어. 눈으로는 엑소를 좇았고 발은 감독님께 향하고 있었지. 너무 엑소만 본 나머지 발견하지 못한 의자에 정강이를 찧었어. 쿵 소리가 났고 몇몇 스텝들이 나를 쳐다봤어. 창피한 마음에 소리도 못 내고 눈물만 찔끔 고였어. 오늘따라 주목받는 일이 왜이리 많은지. "막내, 괜찮아?" "아 네! 괜찮습니다. 감독님 이거," "조심 좀 해. 응? 대본 아까 받았는데?" "그 수정 필요한 부분이 생겨서요. 수정 해 왔습니다!" "아 그래? 좀 이따 확인하고 김작가님한테 말씀 드릴게." "넵." 감독님께 인사를 꾸벅하고 아픈 정강이를 살살 만지며 엑소에게 다가갔어. 자기들끼리 장난치는 모습도 보이고 메이크업 수정을 받는 모습도 보였어. 예전에 같은 프로 한번 한 적이 있어서 엑소 애들이랑은 조금 알고 있었어.-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뭐 그 프로 덕분에 백현이랑도 사귀게 됐지만. 아마 멤버들은 내가 백현이랑 사귀는거 모르고 있을걸. 아, 정정. 백현이가 여자친구 있는건 아는데 나인줄은 모를거야. 그래도 조금 아는 사이라 그런지 말 붙이기가 수월했어. 내가 오니까 장난치던 멤버들이 다 조용히 해 주더라고. 그 땐 조금 감동이였지. 물론 백현이가 조금 정리를 해 줬지만. 예쁜 내새끼. "야야 조용히. 이제 조용히 하자. 작가님 오셨잖아." "지가 제일 많이 떠들었으면서 무슨. 어? 작가님! 오랜만!" 찬열씨가 나를 보곤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어. 나도 살짝 웃으면서 얘기를 했지. "네 오랜만이네요. 아 대본에 잘 못 나간게 있더라구요. 죄송한데 이 대본으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에이 뭐가 미안해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살풋 웃으면서 대본을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줬어. 찬열씨뿐만 아니라 엑소 멤버들이 눈짓으로 다 괜찮다는 모션을 해 줬어! 그 자리에서 나 오열할 뻔 했잖아. 너무 고마워서. 조금 까다로운 출연자들은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짜증 낸단 말이야. 그 때 마다 내 쿠크는 바스락... 역시 엑소는 착한 애들 이였어!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끝자락에 서 있는 백현이한테 대본을 주는데 대본 잡고 있는 내 손 위로 은근슬쩍 자기 손을 올려놓는거야. 당황해서 백현이 쳐다보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거야. 나 혼자 당황해서 빠르게 손을 빼고 엑소에게 설명을 해 줬어. "꼭 대본대로 안 하셔도 괜찮으니까 애드립 같은거 많이 해 주시면 감사하고 최대한 리얼하게 갈게요! 1화는 좀 프리하게 갈 거고 아마 다음화 부턴 대본 좀 신경 써주셔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프리하게 편하신 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작가님 그럼 오늘은 대본 신경 안 써도 되는거예요?" "네 뭐... 근데 전체적인 틀은 대본대로 진행할거니까 대충 숙지 하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럼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해요?" 내가 백현이한테 대본을 주고 가운데로 가서 엑소를 바라보고 있었단 말이야. 최대한 백현이를 안 보려고 노력했지. 백현이도 눈치 챘는지 자꾸 나한테 질문을 해 왔어. 원체 이해력이 빨라서 질문같은거 잘 안 하는 애가. 자꾸만 자기 옆으로 오라는 모션을 하는거야. 무시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우리 프로그램 출연진이니까 어쩔수 없이 옆으로 가서 백현이가 가리키는 부분을 보고 설명을 해 줬어. "아 여기는 그냥 대본 무시하셔도 괜찮아요. 그냥 완전 프리하게." 나름 진지하게 설명중인데 대본은 안 보고 자꾸 나만 보는거야. 그래서 눈짓으로 대본 보라는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입모양만 뻥긋 하는거야. 뭔가 싶어서 계속 보니까 '다리 괜찮아?' 아까 나 부딪히는거 봤나봐. 아까 일이 생각나서 얼굴이 또 화끈 거렸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분주한 촬영장 속으로 도망갔어. 대충 열을 식히고 출연진들 물이랑 촬영 소품 옮기고 오니 촬영을 하고 있었어. 눈으로 빠르게 작가들 있는곳 찾아서 선배님 있는곳으로 갔어. 역시 일하는 남자가 멋있다고 백현이가 얘기하는데 진짜 멋있더라. 그런데 너무 집중했나봐. 옆에서 선배님이 말씀하는것도 못 듣고 멍하니 보다가 겨우 정신이 깼어. "막내야!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아주 빨려 들어가겠네. 가서 종이 좀 더 갖고 와. 모자르겠다." 아 더 보고 싶은데... 하지만 난 힘없는 막내니까 또 소품 있는데 가서 종이 챙기고 왔어. 오니까 쉬는시간인가봐. 아 일하는 백현이 더 보고 싶었는데. 재빠르게 종이 갖다 놓고 슬금슬금 엑소가 있는곳으로 갔어. 그런데 감독님이 백현이만 부르시는거야. 하하. 정신 차려보니 난 어느새 카메라 앞에 와 있었고 물 마시고 있었던 세훈씨를 기점으로 나머지 엑소 멤버 하나 둘 씩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나 무슨 정신으로 여기 온거지. 다행히 손에 종이 몇 장이 있더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테이블 위에 종이를 올려 놨어. "하하.." 왜 다들 나를 쳐다보는 거지? 나를 힐끔 보곤 자기들끼리 쑥덕 대는데 뭐야 내 욕 하나? 나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변백현은 왜 안 와. 울상으로 백현이가 있는 쪽을 보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감독님하고 얘기 중이더라고. 감독님은 왜 백현이만 불러낸거야. 빛보다 빠르게 사라지려고 했으나 준면씨가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사라지지 못 했어. "작가님!" "아, 네! 안녕하세요. 전 이걸 갖다 놓으려고 온겁니다. 하하, 전 바빠서 이만.." "이거 드시고 하세요. 아까 작가님만 없으셔서 못 드렸어요." 어느순간 내 손엔 예쁘게 포장된 샌드위치가 들려졌어. 뭐지 이게..? 벙쪄 있는 나한테 예쁘게 웃으면서 다시 말을 하는데 심장 어레스트! "저희 팬들이 스텝분들한테 돌렸어요! 되게 예쁘지 않아요?" "아 정말요? 근데 이거 준면씨꺼 같은데 저 주셔도 괜찮아요?" "네. 전 또 있어서. 맛있게 드시고 저희 팬들 예쁘게 봐 주세요!" "네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근데 보통은 팬들이 잘 부탁드린다고 하지 않나? 암튼 포장지에 엑소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고 살짝 웃음이 났어. 자기 아내 자랑하는 남편 같은 느낌이라서. 다시 분주한 스텝들 사이로 들어가려는데 누가 내 팔을 확 잡는거야. 깜짝 놀라서 뒤 돌아 보니까 백현이였어. "작가님 맛있게 꼭꼭 씹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나한테 물 건네주면서 꼭꼭 씹어 먹으라고 강조 하더라. 또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백현이를 올려다 보니까 심기불편하단 표정으로 말을 했어. "나 없을 때 저기 가지 마요." 이 말 하고 방긋 웃으면서 멤버들 있는 곳으로 가더라. 뭔소린가 싶어서 가만히 있다가 그 말 뜻을 알아차리고 빵 터졌어. 그러니까 지금 저거, 질투하는거 맞지? 나도 기분 좋게 스텝들 사이로 들어갔어. 왠지 재밌는 촬영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