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뷔 블랙킹덤 04.
호석은 지금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어쩌다 제가 제 3 부두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호석이 갔던 곳은 제 3 부두였고 거래가 아무것도 없을 거라던 제 3 부두에서는 밀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일한 목격자는 자신이었다. 호석은 아까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던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마치 맹수같아 보였던 두 남자, 호석에게 다가오려던 한 사람을 눈빛이 좀 더 서늘하던 남자가 막아서던 모습. 그들은 호석을 놓친 것이 아니라, 놓아 준 것이었다. 아마 눈빛이 서늘한 남자가 오른쪽 남자를 내버려 두었더라면 호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한 구의 시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호석은 올 때 와는 다르게 어둠 속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작업이 한창인 제 2부두로 향했다. 아마도 그들은 갔을 것이나 반장님과 팀원들을 불러와야 했다. 작업이 한창인 환한 부두와 수송선을 향해 호석이 소리를 질렀다.
"반장님 !!! 반장님 !!! 저기, 3부두로, 빨리!"
"똥 싸러 갔다온 놈이 왠 소란이야? 미쳤어? 아직 작업 덜 끝났어 임마!"
"그게 아니라! 아 제발요! 여긴 미끼고 3부두에서 거래 끝났어요, 내가 마주쳤다고요!"
진지하게 외치는 호석의 말에 반장님이 팀원들을 즉각 철수시켰다. 1팀 2팀 전원 제 3부두로 빨리 가 !! 수송선 위에서 외쳐지는 반장님의 말에 팀원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호송차를 타고 제 3부두로 달리는 팀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호석은 반장님의 손에 이끌려 수송선에서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만난 그 남자들은 여태껏 봐 왔던 마약쟁이들과는 한 눈에도 틀렸다. 수법이라던지, 거래량이라던지, 일반적으로 들여오는 그런 자잘한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눈빛, 야생에서 길들여 진 맹수가 가지고 있을 법한 그 기백. 몸은 호리호리하고 근육질도 아니었으나 그들은 분명히 어둠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호석의 감으로는 일반 조직원들도 아닐 것이었다. 최소한 거물급. 그러니까 보스나 행동대장일 것이 분명했다. 호석은 전율이 일었다.
"...너, 그 자식들을 본 거야?"
"네."
"용케 다치지도 않고 살아 나왔네. 그런 일 있던 팀원들은 그동안 다 죽었어 임마. 운도 좋지"
"......."
"어떻게 생겼는지는 확인 했냐."
"... 아뇨, 어둠 속이라 얼굴은 잘 못 봤습니다."
그리고 호석은 반장님께 거짓말을 고했다.
Black Kingdom
04
제자리에서 주춤거리더니 다시 왔던 길로 내달려 간 남자를 남준이 쫒아가려 하자 윤기가 한 번 더 남준을 말렸다. 아마 저 남자가 몇분이라도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높은 곳에 총을 가지고 숨어 있던 조직원들에 의해 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운이 좋게도 거래가 끝나고 조직원들이 물건을 가지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온 터라 목숨은 잃지 않았다. 윤기는 딱히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윤기를 보던 남준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우리 얼굴을 봤어! 죽여야 하는게 당연하잖아."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 들어왔는진 모르겠지만 팀도 없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걸로 봐서 우리의 거래 사실을 알고 들어온 건 아냐. 그리고 우리 얼굴 본 게 뭐? 우리도 쟤 얼굴 봤어. 어디 소속인지도 얘기해줄까? 마약특별전담수사대 소속이고 아직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것으로 봐선 입사한지 얼마 안 됐어. 5년 이내. 유리했음 우리가 더 유리해. 그냥 버리고 가."
"형. 일은 정확하게 처리 하자며."
"김남준. 내가 알아서 하니까 더 이상 말대꾸 하지 마. 쟤 보니까 팀원들 끌고 올 모양이던데 여기 서서 붙잡히고 싶냐? 그렇게 죽이고 싶거든 너 혼자 여기 남아서 마약수사팀 다 죽이고 오던가. 형사들 총 들고 다니는 건 알지?"
자꾸만 대꾸아닌 대꾸를 하는 남준에게 윤기가 목소리를 낮추고 차갑게 응수했다. 좀처럼 남준에게 차갑게 굴지 않는 윤기이지만 가끔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남준은 늘 보는 얼굴이지만 윤기가 서늘해 보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 ! 윤기의 손에 죽어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죽어가며 외쳤던 말이었다. 윤기는 그 말 앞에 처연했다. 남준은 갑자기 그 말이 확 와닿았다. 윤기가 자신에게 너무 편하고 따뜻해져 버려 그의 본질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말을 덧붙였다가는 윤기의 심기만 거스를 뿐이라는 것을 잘 아는 남준이 입을 꾹 다물고 윤기의 뒤를 따랐다. 탕- 까만 어둠이 지배한 제 3부두를 벗어나던 윤기가 총을 꺼내어 구명정을 정리하던 조그만 중국인을 쏘았다. 총탄은 한치의 오차 없이 남성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이제 수사대가 와도 단서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윤기와 남준이 탄 차가 출발했다.
*****
수색 팀원 전체가 제 2부두를 버려두고 달려온 제 3부두에는 남아 있는 것이라곤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호석의 말은 허투루 한 말이 아니었는지 제 3부두의 정박지에는 정말 조그만한 구명정 한 대가 띄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한 남성이 머리를 관통당한 채 죽어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호석은 이미 한 발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제 기억대로라면 이 남자는 구명정 앞에 서 있던 키 작은 남자였다. 아마 수색대가 올 것을 예견한 두 남자중 하나가 아예 정보를 캐낼 방법을 봉쇄시키려고 남자를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2부두로 큰 배가 들어 온다고 다들 눈이 멀어 있을 때, 중간에 조그만 구명정을 내려 물건을 다 빼돌렸을 모습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그들은 철저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 한다. 하지만, 대체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는지 호석은 의문이 들었다.
다들 라이트 켜고, 바닥에 떨어진 가루같은거 다 봉투에 담도록. 막내! 넌 형사과에 전화해서 시체처리반 오라고 해. 그리고 너, 그래 너 임마. 너는 국과수에 이거 보내서 총알 종류랑 규격 알아 내게 해. 팀원들이 반장님의 지시에 바쁘게 움직일 때 호석은 파도에 미세히 흔들리고 있는 구명정에 발을 내딛었다. 구명정의 바닥에 라이트를 비추자 미립의 백색 가루가 눈에 띄었다. 바닥에 극소량 떨어져 있는 백색 가루를 끌어담던 호석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발견했다. 호석은 물이 묻어 바닥과 완전 밀착된 종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 紅緣 >
홍, 연... 어릴때 배웠던 한자를 어렴풋이 기억해내 더듬더듬 읽던 호석의 눈이 음을 해독함과 동시에 커졌다. 아마 지금 옆에 총에 맞은 채 죽어 있는 남자가 거래를 하는 곳의 이름을 아무 생각 없이 적어놓았을 그 종이는 누구도 존재 여부를 몰랐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을 남자 역시도. 홍연회는 무영회의 라이벌 세력이었고 무영회는 호연을 죽음으로 이끈 그 새끼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호석은 누구에게도 그 종이의 여부를 알리지 않은 채 주머니에 곱게 집어 넣었다.
*****
지민은 밤 늦게 돌아와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 정국을 위해 밥을 차려 놓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일이 없어 집에서 백수처럼 놀고 있는 터라 안 그래도 몸이 근질거렸는데 마침 석진의 호출이 있었다. 일이 쌓여 있을 때라면 석진에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부렸을 지민이나 오늘은 전화를 받자 마자 알겠다며 바로 승낙을 하고는 준비를 시작했다. 전정구욱- 나 회장한테 갈건데 같이 갈래!!? 하고 한 번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으나 이내 정국이 요새 하고 있는 임무로 바쁠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닫았다. 원래 같았으면 지민이나 정국이나 둘 중 하나만 불려도 같이 회사로 향했을 텐데 요샌 같이 뭘 하는 일이 부쩍 줄었다. 지민은 정국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다 걷어 차고 자는 정국에게 이불을 똑바로 덮어 주고 나와 집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 탔다. 무영회로 향하는 창 밖을 바라보며 지민은 돈을 받으면 오랜만에 정국에게 줄 선물을 사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너 요새 사격 연습 해 안해."
"안 하는데요?"
"야, 미친 거 아니야?"
자리에 앉자마자 사격연습 여부를 물어오는 석진에게 지민이 아무 느끼는 점도 없다는 듯이 태연히 대답했다. 이 미친놈이. 항상 웃는 석진이지만 이렇게 답도 없이 구는 지민을 보면 열불이 났다. 전정국은 시간만 나면 사격장에 와서 연습을 한다는데 박지민은 통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석진이 짜증난다는 듯이 눈을 흘기자 지민이 웃기 시작했다. 석진과 지민은 묘하게 편한 관계였다. 정국과 석진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나오지 않는데 붙임성이 좋은 지민 때문인지 석진은 지민 앞에서 회장으로서의 근엄함을 잠시 내려놓곤 했다. 아무리 근엄하게 굴려고 해도 지민은 속마음을 다 읽어냈다. 유순하게 생겨가지고 하는 짓은 독사와 다름이 없었다. 지민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한바탕 웃어대던 지민이 웃음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했다.
"에이 뭐 내 실력이 연습 안 한다고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니고. 왜요?"
"정치인 하나 없애야 하는데, 전정국은 바쁘잖아. 노는 거 너 뿐이야."
"아 그런 거라면. 제가 할게요! 대신 돈은 선불"
자신 있다는 듯한 표정의 지민 앞으로 석진이 서류철 하나를 내밀고 그 위에 하얀 봉투를 얹었다. 천 만 원 이라고 적힌 봉투를 자켓 안주머니 넣은 지민이 서류철을 들고 일어났다. 그럼 먼저 갈게요 하며 지민이 회장실을 나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석진이 소파에 기대 사색에 빠졌다. 이번 일들이 다 잘만 끝나면 홍연회와의 인연도 이제 끝일 것이다. 눈을 감은 석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민윤기. 너를.
*****
이번화는 늦었는지 빨랐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훅훅 가서....ㅠㅠㅠㅠ 오늘 마무리 안 했음 낼이나 모레쯤 올라올 뻔 했어요
이야기 끌어가기가 생각보다 되게 힘든 일이었네요 ㅠㅠ 완결은 20화 정도로 예상 중이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당근님 뽀숭아잼님 슙긩님 뷔뷤밥님 시렉님 슈가민천재님 밍융깅님 제이홉라떼님 뭉뭉님 귤님 극브스릉흐님 윤님 동룡님 매혹님 감사합니다
정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덕에 힘내서 연재 합니당 ㅠㅠㅠㅠ 감사해요 사랑해요 ♡
+) 혹시 궁금하신 점, 질문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따로 질문방 만들도록 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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