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연애의 정석
연애의 정석05
백현과의 첫만남 이후 세훈은 종인을 찾아왔다.
" 나 게이인거 같아. "
무덤덤한 표정에서 나오는 세훈의 말은 종인을 패닉에 빠트렸다. 하나뿐인 절친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을 그 누가 충격을 먹지 않고 베길까,
깊은 충격에 빠진 종인을 보고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 세훈은 그런 종인의 모습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했다.
" 미친새끼, 나 좋아하냐? "
" 꺼져 너 아니야. "
그럼 누군데, 종인이 허공에 담배연기를 흩뿌렸다.
" 우리 새아버지 아들. "
' 나보다 한살 많아, 변백현이라고. ' 얼빠진 종인을 보며 세훈이 덧붙였다. 이내 두번째 담배를 꺼내든 종인이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물었다.
" 만나자마자 반한거냐? "
" 응. "
" ......진짜 돌았네. "
진지한 세훈의 반응에 종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의 종인과는 달리 세훈은 그저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 고백하면 나한테 욕하려나. "
" 욕하고도 남지 병신아. "
" 그형은 나한테 욕 안할거 같던데. "
' 근데 너 구라까는건 아니지? ' , ' 아니야. ' 종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씨발. "
종인이 세번째 담배를 꺼내들었다.
*
세훈의 하루는 백현의 아침을 챙겨주는것으로 시작된다.
예전에는 백현이 자신의 아침을 챙겨주었는데 최근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피곤할까봐 백현을 깨우지 않고 세훈이 직접 백현의 아침을 챙겨준다.
밥을 하지 못하는 터라 항상 밖에서 무언갈 사오는 세훈은 이참에 밥하는걸 배워야겠다 생각을 하고 동이 트지않은 새벽부터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새벽부터 깨우고 지랄이야. "
다짜고짜 자신의 옥탑방으로 쳐들어온 세훈을 향해 종인이 말했다.
" 밥하는것좀 알려줘. "
새벽부터 자신을 깨워서 말하는게 고작 밥하는 법을 알려달라니, 종인은 황당했다.
" 인터넷에 쳐봐 새끼야. "
세훈을 뒤로한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지만 도로 자신에게서 이불을 뺏어가는 세훈에 종인이 포기했다는듯 일어났다.
" 미친놈. "
세훈을 향해 욕을 내뱉으며 종인이 마른세수를 했다.
종인이 욕을 하던말던 백현의 아침을 챙겨줄 생각으로 마음이 급한 세훈이 종인을 재촉하자 ' 알았어, 알았다고. ' 옆구리를 긁적이며 부엌으로 향하는 종인이었다.
" 일단 쌀을 씻어. "
" 어떻게? "
" ....하는거 봐 병신아. "
종인이 한숨을 쉬며 쌀을 씻기 시작했다. 세훈은 종인의 하나부터 열까지의 모든 행동이 신기한듯이 바라보았다.
" 쌀은 꼭 씻어야해, 너네 형 더러운밥 먹이기 싫으면. "
" 알았어. "
" 4번정도 씻어주면 돼. "
" 왜그렇게 많이해? "
" 몰라 나도. "
싱크대로 쌀뜨물을 붓던 종인이 밥솥을 갖고왔다. 새벽부터 이게 뭐람, 쌀을 옮기던 종인이 중얼거렸다.
" 그리고 대충... 손등이 잠기게 물을 부으면 돼. "
" 잠깐. "
세훈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 미친놈... ' 종인이 세훈을 향해 말했다.
세훈은 그런 종인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였다. 밥솥뚜껑을 덮고 종인이 취사버튼을 눌렀다.
" 이러면 지가 알아서 소리가 나거든? 그때 열어서 저으면 끝이야. "
' 고마워 ' 세훈이 짧게 대답했다. 그런 세훈의 반응이 종인은 마음에 들지않은듯 얘기했다.
" 수고비라도 줘야하는거 아니야? "
" 얼마. "
" 만원. "
세훈이 순순히 지갑을 꺼내들었다.
의외로 쉽게 지갑을 뽑아든 세훈의 모습에 잔뜩 기대한 종인이 벌써부터 손을 내밀고 있었으나 종인의 손에 올라오는건 천원 한장이었다.
연애의 정석
" 아~ 진짜, 이놈의 학교는 허구헌날 고등어 조림만 해줘 짜증나게. "
궁시렁궁시렁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마구 헤집는 종대에 ' 그럼 나줘. ' 찬열이 고기를 집어들었다.
" 박찬열 너 다먹어. "
" 떡도 줘. "
" 꺼져. "
" 시발. "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는 종대와 찬열을 향해 백현이 물었다.
" 고등어 조림 싫어해? "
" 응, 내 앞에서 고등어 조림의 고자도 꺼내지 말아줘 거북하거든. "
" 왜?? "
" 찐따라서. "
묵묵히 밥을 먹으며 날린 경수의 말 한마디에 종대를 제외한 주위가 초토화되었다.
" 도경수 저거 진짜....... "
" 뭐. "
" 맛있게 먹으라구~~ "
부득부득 이를 갈다가 금새 천사같은 표정을 짓는 종대를 보며 백현이 웃었다. 그런 백현의 식판위로 떡 하나가 올라왔다.
" 먹어. "
" 너는 안먹게? "
" 떡 싫어해. "
진짜? 고마워-, 백현이 젓가락을 야무지게 쥐었다.
" 콩고물 묻혀먹는거 좋아하잖아. "
순간 젓가락질이 멈췄다. ' 어-.. 어떻게 알았어?? ' 백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 백똥 콩고물 좋아해? 그거 텁텁해서 못먹겠던데. "
" 그래? 난 좋아해! 떡 찍어서 먹으면 맛있거든. "
신이난 백현의 쫑알거림에 경수가 조용히 미소를 띄었다.
*
종대가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을때에 생긴 일이였다.
" 자기야~ 아- "
여느 고등학생 커플처럼 다정히 점심을 먹고있던 종대와 여자친구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체 애정을 보이고 있었다.
" 자기! 생선 가시는 위험하니까 내가 발라줄게요-? "
반찬으로 나온 고등어조림을 해부하던 종대가 제일 통통하고 큰 생선살을 집어들었다.
여자친구의 입속으로 생선을 넣어준 종대가 다른 생선을 집어드는 순간 여자친구가 목을 움켜쥐었다.
" 자... 자기야, 왜그래!? "
켁켁 거리며 목을 거머쥐던 종대의 여자친구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렇게 종대는 그 이후로 다신 그녀를 볼 수 없었다.
--
" 그래서 고등어 조림을... "
" 그렇지, 그렇지. "
찬열이 위아래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 하... 좋던 시절이였지 ' 창밖을 바라보는 종대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비켜. 경수의 한마디에 종대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 분위기좀 잡아보려 했건만. "
종대가 중얼거리며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누울 태세를 갖춘 경수를 찬열이 저지했다.
" 야!! 우리 말뚝박기하자. "
" 유치하게 무슨. "
경수가 찬열의 손길을 거절했다. ' 아 왜애- 심심하잖아! ' 찬열이 경수를 일으켰다.
찬열과 경수를 번갈아보던 백현이 물었다.
" 말뚝박기가 뭐야? "
백현을 제외한 세사람의 시선이 백현에게로 쏠렸다.
" 백똥아.. 너 말뚝박기 몰라?? "
" 에이- 종대야 백현이가 그걸 모르겠냐, 딱 봐도 장난치는거지. "
그게 뭔데? 정말 모르겠다는 백현의 깨끗한 눈망울에 찬열이 얼굴을 굳혔다.
" 얘 진짜 모른다는 표정인데? "
" ...나도 몰라. "
뭐-!?, 찬열이 경수의 어깨를 흔들었다.
" 도경수!!! 뻥까지마!! "
" 진짜야. "
" 너 우리랑 말뚝박기 하다가 허리다쳐서 그때 이후로 키가-.. "
" 시끄러. "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찬열의 손을 쳐낸 경수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악을 금치못하던 종대가 백현을 향해 물었다.
" 백현아, 너 중학교때 친구들이랑 이런거 안했어? "
" 어-... "
" 김종대 시끄러우니까 니 자리로 가. "
" 경수씨! 또 왜!!! "
동동 발을 굴리며 싫다는 종대에게 경수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 찬열아, 우리 둘이 말뚝박기 하면서 놀까? ' , ' 그래! 그게 좋겠어! ' 찬열과 종대가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눈엣 가시같던 그들이 사라지자 경수가 백현을 바라보았다.
" 백현아. "
" 응? "
" 너 무술같은거 좋아하지. "
" 응! 근데 어떻게 알았어?! "
그런게 있어, 경수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백현이었다.
" 오늘 학교 끝나고 나랑 어디가자. "
연애의 정석06
" 우와...... "
방과후 한 건물안으로 경수와 백현이 들어섰다. 자신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봉, 검, 쌍절곤으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에 백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1때 취미로 잠깐 무술학원을 다녔던 백현에겐 이곳은 마치 천국과도 같았다.
" 경수! "
마침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과는 달리 귀여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다가왔다.
" 옆에 누구야? "
" 친구, 인사해 타오. "
안녕하세요-, 타오가 백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백현이 얼떨결에 같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이름이 뭐야? "
" 내 이름은 변백현이야. "
" 나는 중국에서온 쿵푸판다 AB스타일 타오야. "
타오가 손을 들어 백현의 손을 잡았다. ' 경수친구는 내 친구야. ' 백현을 향해 타오가 웃었다.
*
" 저거 무술 배우라고 데려왔더니... "
서로 장난을 치며 웃는 타오와 백현을 보던 경수는 심기가 불편해져왔다. 그런 경수를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그저 타오와 장난을 치기 바빴다.
야 변백현. 자신을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체 백현은 이리저리 봉을 휘두르며 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하고 있었다.
" 공주는 어딨냐 이 악당아! "
" 공주? ..공주 저깄다! "
타오의 손가락이 경수를 가리켰다. 타오가 경수에게 다가왔다.
" 경수, 공주 역할 해줘. "
타오의 말에 경수가 기다렸단듯이 툭툭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 안돼 이제 갈 시간이야. 가자 백혀- "
갈 채비를 하던 경수의 옆에서 백현을 꽉 안고 놔주지 않는 타오를 본 경수는 말문이 턱 막혔다.
" 안돼, 백현 가지마. "
" 타.. 타오야? "
자신보다 한참큰 타오의 품에 쏙 안긴 백현이 경수를 향해 구조를 요청하는듯한 눈빛을 보냈다. 경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타오에게 다가갔다.
" 우리 이제 가야해. "
" 싫어, 조금만 더 놀다가. "
이게 진짜,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타오와 그런 타오에 화가난 경수를 보던 백현이 간신히 입을 뗐다.
" 타오야, 우리 내일 다시 올게. 그땐 더 많이 놀면되잖아. 그치? "
백현이 조심스레 자신을 감싸고있던 타오의 손을 풀렀다. 백현의 나긋나긋한 말에 타오는 섭섭한 감정을 숨길수 없었지만 얌전히 백현의 행동에 따랐다.
" 내일 꼭 다시와야해 백현, 타오랑 약속해. "
" 당연하지~ 꼭 올게. "
타오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고나서야 백현과 경수가 밖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제서야 백현은 주머니에 손을 쿡 찌른체 말없이 앞서 걸어가는 경수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 경수야 내일 우리 여기 또 오자! "
" 싫어. "
단호한 경수의 대답에 백현이 당황했다. 또 다시 말이없는 경수가 우직하게 걷기시작했다. 백현은 고개를 푹 숙인체 경수의 뒤에서 천천히 경수를 쫓았다.
" 아야!-.. "
경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멈춰선 경수의 등에 부딪힌 백현이 시큰해져 오는 코를 문질렀다. 금새 빨개진 코를 문지르며 백현이 간신히 눈을뜨자 어느새 경수가 백현을 바라보고있었다.
" 타오가 좋아, 내가 좋아. "
" .....응? "
" 그 판다놈이 좋아, 내가 좋아. "
경수의 뜬금없는 질문에 백현이 코를 문지르던 손을 멈춰 경수를 바라보았다.
" 빨리 대답해. "
" 갑자기.... "
백현이 데구르르 눈을 굴렸다. ' 갑자기 무슨 말이지.. '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는 경수에 머리를 굴리던 백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난 너가 더 좋지! "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백현을 보던 경수가 몇번 눈을 꿈뻑이다가 다시 뒤로 돌아섰다.
" 화 풀린거야? "
다시 발걸음을 떼는 경수를 백현이 뜀걸음으로 쫓아가며 물었다. 경수는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경수의 화가 풀렸단건 알아첸 백현은 경수를 향해 활짝 웃었다.
경수의 볼이 빨개졌다.
연애의 정석
" 형, 왜 이제와. "
경수와 헤어지고 난후 집으로 돌아온 백현에게 세훈이 말했다.
" 방금 아버지 왔다 가셨어. "
" 아빠가? "
" 전화는 왜 안받아. "
이제서야 생각난듯 바쁘게 가방을 열어 가방안에 처박아둔 핸드폰을 확인하는 백현을 보며 세훈이 한숨을 쉬었다.
" 누구랑 있다 온거야. "
" 그게-... "
백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 도경수랑 있다 온거지. "
' 경수라니, 너보다 형이야- ' 세훈의 어깨를 살짝 치는 백현이었다. 세훈은 그런 백현의 행동에 화가났다.
" 형네 담임이 아버지한테 형 요즘 수업태도 안좋다고 전화했대. "
" 아-... "
" 도경수인가 뭔가 그새끼랑 노느라 그렇다던데. "
세훈의 말에 백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많이 화나신거 같길레 일단 잘 말해둬서 보냈어. "
세훈이 백현의 손에 힘없이 매달려있는 가방을 들어 방에 들어갔다.
" 도경수랑은 좀 떨어져서 지내는게 좋을 것 같아, 안그래 형? "
세훈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
" 타오, 너 죽을래. "
백현과 헤어진 후 경수는 다시 타오를 찾아갔다.
" 왜 백현이한테 찝적대. "
" 백현이 너무 귀여워. "
" 너보다 형이야. "
' 그래도 귀여워. ' 타오가 쌍절곤으로 손장난을 쳤다.
" 경수 좋아해? "
" 뭐. "
" 백현이 좋아해? "
" 응. "
얼레리 꼴레리-, 타오가 경수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몸집에 비해 영락없이 아이같은 행동의 타오를 보며 경수가 피식 웃었다.
" 그럼 사겨? "
" 백현이는 몰라. "
" 무슨 말이야? "
" 나는 사귀는거 아는데, 백현이는 몰라. "
"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
경수가 타오의 이마를 살짝 밀었다. ' 아파. ' 타오가 이마를 문질렀다.
" 이제 3년 됐나. "
경수가 작게 읊조렸다.
" 삼계탕? "
" ..한국어 공부나 더해라. "
*
" 백현이는? "
" 아직요. "
" 그래... 지내는데 뭐 불편한건 없고? "
" 네. "
백현이 경수와 있는 동안, 백현의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오셨다. 짧은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둘 사이는 정적으로 가득해져왔다.
" 자, 받아라. "
세훈의 앞에 두툼한 봉투가 내밀어졌다. 세훈이 말없이 봉투를 받았다.
" 다음달까지 엄마아빠가 해외로 나가게 됐다, 혹시몰라서 카드에 돈 넣어놨으니 그렇게 알고. "
세훈이 봉투안을 들여다봤다. 딱 봐도 많아보이는 양의 돈이 들어있었다. 백현의 아버지가 들어온지 얼마 안돼 다시 나갈 채비를 하셨다.
" 세훈이... 아직 마음이 변하진 않았고? "
" 네, 영원히 안바껴요. "
" ...그래. "
문고리를 잡은 백현의 아버지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 백현이에겐... 왔다고 얘기하지 말거라. "
" 안녕히가세요. "
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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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정석은 15~20화 안에 끝날 예정입니당!!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이런 허접한 글에 구독료를 붙이는건 아닌것 같아서 구독료는 없앴어용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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