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만들어주신 그대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5편 바로 ㄱㄱ싱!
아직까지 인생그래프꼭짓점 안보신분은!!
1편으로 고고싱
인생그래프꼭짓점 05 |
"큰 고모부한테는 좀 기다려보라고 얘기해놨어,일단은."
저녁 식사하던 봉신 씨의 갑작스런 말에 명수와 성규가 봉신씨를 쳐다봤다. 공장으로 처넣어버린다고 으름장을 놓을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갑자기 유들유들해진 봉신 씨의 말투에 명수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물었다.
"무슨 일있어?"
봉신 씨의 말에 감동을 먹은 성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코를 훌쩍인다. 밥그릇을 거의 다 비웠을때쯤, 거실 바닥에 놓여있던 성규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식탁에서 일어나 수저를 든채 거실 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인데. 끊기기바로 직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지, 우현이 딱 한마디 했을 뿐인데 성규의 인상이 팍! 구겨진다.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냈어요? 짜증나게."
컵을 들고 달려온 봉신 씨가 전화기에 귀를 가져다대려고 하자, 팔로 봉신 씨를 밀어낸 성규가 처음으로 우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획부실은 4층입니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지각하는거 혐오하니깐 시간 맞춰오세요.]
그러더니 전화가 뚝 끊긴다. 얼떨떨한 표정의 성규에게 봉신 씨가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출근이라니? 뭐야뭐야 얼른 말해봐!"
얼떨떨한 표정에서 점점 기쁜 표정, 그리고 곧 울듯한 표정이 된 성규가 우아악!소리를 지르며 봉신 씨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볼네드 백화점 취직됐대! 내일부터 출근하래!"
서로 손을 붙잡은채 왔다갔다 앉았다 일어났다 난리도 아니다. 그러다 갑자기 성규가 코를 훌쩍이더니 눈물방울이 그렁그렁맺힌다.
"흐어엉. 이제 백수아니야."
봉신 씨와 명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성규를 보았다. 드디어 내 인생의 꽃 봉우리도 슬슬 만개할 준비를 하는 구나.
"머리 만져줄게."
명수가 왁스통 뚜껑을 닫고 서랍에 도로 집어넣었다. 정장 마이를 걸치고 길쭉한 넥타이까지 능숙하게 맨 성규가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며 윙크를 날렸다. "김성규 출동 준비 완료."
5.
사무실의 가운데쯤 되는 곳에 서있는 우현과 성규. 스무명 정도되는 직원이 날카로운 눈으로 성규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성규의 목울대가 움찔거렸다.
"이름은 김성규씨입니다."
성규가 얼른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성규라고 합니다. 같이 일하게 되서 영광이고 앞으로 잘 부탁,"
아오, 싸가지. 왜 말하는데 끊고 난리야! 성규가 입을 삐죽삐죽거렸다. 일하자는 우현의 말에 성규를 스캔하고있던 직원들이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뻘쭘하고 무안한 성규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얼른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휑한 자리이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다. 실실 웃으며 온전한 자신의 자리를 쓰다듬어보는데 우현이 다가와 사원증을 건넨다.
"점심시간은 1시부터 2시 반까지에요. 쉬는 시간은 쉬고 싶을때 쉬면 됩니다."
그럼 그렇지. 성규가 컴퓨터를 켜고 아크릴으로 된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자꾸 절로 웃음이 나서 혼자 끅끅거리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호원이 먼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다.
"잘 부탁해요. 이호원이에요. 사람들은 호대리라고 부르죠."
호원의 목에 걸린 사원증을 확인한 성규가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네,이호원 대리님. 아니, 호대리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죠…."
그런데 호원이 앉아있는 방석부터 시작해, 모니터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손에 쥐고 있는 볼펜, 책상위에 놓인 볼펜통, 일렬로 서있는 파일,마지막으로 마우스 패드까지 모두 보라색이다.
"보라색 좋아하시나봐요?"
호원이 성규의 손을 덥석 잡고 입을 앙 다문채 신뢰섞인 눈빛을 쏘아댔다.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낸 성규가 마우스를 잡기도 전에 우현이 다가와 한가득 쌓여있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성규의 작은 눈이 커다래졌다.
"이,이게 다…."
성규가 또박또박 끊어말하자 말없이 목차 표를 건넨 우현이 쌩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까 자기소개할때 말 끊은 사람이 예의는 무슨! 근데 당장 급한 서류들이 왜 이렇게 많은걸까.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자, 의자를 질질 끌고 다가온 호원이 서류 정리하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아시겠죠? 맨 위부터 중간까지 하다가 중간부턴 밑에서 뽑아 정리하는게 쉬워요."
마이를 벗어 의자에 걸어둔 성규가 본격적으로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이 빠르시네요."
뭐야,이건 또. 성규가 이상한 개그를 치고 혼자 좋다고 웃는 호원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다시 서류 정리에 집중했다.
*
"아,맞다. 큼큼…. 우리 아들 취직했잖아~"
머리에 하얀 위생 모자를 쓰고 주황색 고무장갑을 낀 봉신 씨가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말에, 같이 일하던 아줌마들이 잘됐다며 어디에 취직했냐고 묻자 별 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저기 뭐였더라~ 볼네드 백화점?"
봉신 씨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버섯들을 정리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하아…."
책상에 볼을 대고 엎드린 성규가 바들바들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열 손가락 지문에 잉크가 잔뜩 묻어 새까맣게 반질거렸다. 서류정리는 아까 전 끝냈지만 복사와 택배,팩스 심부름을 하느라 다리도 아프고 입도 바짝바짝 말라갔다. 가방에서 니베아를 꺼내 음빠음빠거리며 입술에 바르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밥먹으러가요,성규씨."
오후 1시. 점심시간이었다. 그제서야 배고픔을 느낀 성규가 호원을 따라나섰다.
"회사에 사원식당이 있어서 따로 나가서 안 먹어도 되요."
성규가 다시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가 책상위에 올려놨던 사원증을 집어들었다. 다시 나가려는데 우현이 앉아있는 쪽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까지도 일하고 있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저기…팀장님."
아직까지 입에 안 붙는 팀장님소리를 하자 우현이 고개를 슥 들어 성규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에요."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우현이 그제야 점심시간인걸 알고 마이를 걸쳤다. 완전 일벌레네. 우현이 나오든말든 먼저 사무실을 나온 성규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호원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사원들이 먼저 우루루 내려가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우현이 옆에 와 선다. 호원과 반말로 대화를 주고 받는 걸보니 원래부터 알던 사이같은데 그 사이에 껴있자니 여간 뻘쭘한게 아니다.
"그나저나 성규씨는 몇 살이에요?"
네,그렇게 됐네요. 이제는 나이얘기에도 꽤 여유로워졌다.
"손으로 땅바닥 기어다녔어요?"
우현이 성규의 시커먼 손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루종일 복사에 인쇄해봐요. 안 시커멓고 배기나. 어? 엘리베이터왔다. 호대리님 먼저 타세요."
호원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타고 뒤따라 성규가 타려는데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툭 치고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다. 콧구멍으로 후우 하고 뜨거운 숨을 뿜은 성규가 우현을 한번 째려보며 엘리베이터 중간에 섰다. 2층에 위치한 사원식당은 말로만 식당이지, 고급 뷔페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우와."
입구에 있는 세면대에 손을 씻고 호원과 우현이 능숙하게 접시와 수저를 뽑자 성규도 얼른 뒤따라 손을 씻고 마찬가지로 접시와 수저를 뽑았다. 뷔페식으로 되어있는 음식을 보자 성규의 두 눈이 번쩍 트인다.
"완전 레스토랑이네요."
역시 돈많은 회사는 스케일부터 다르다니깐. 음식을 담은 식판을 들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앉자 자연스럽게 호원이 다가와 앉는다. 호원까진 그러려니 생각한 성규가 한 숟갈 막 뜨려는데 우현이 호원의 옆자리에 식판을 내려놓는다. 아, 부담스럽게 같이 먹어야하는거야?
"할 말 있어요?"
성규가 떫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반찬으로 나온 불고기를 집어먹었다. 와, 맛있다. 한식점에서 전문적으로 파는듯한 불고기의 맛이 난다. 허기가 졌던 성규의 양 볼이 음식으로 빵빵해졌다. 한참 맛나게 먹던 성규가 우현의 식판 모서리에 따로 얹어져있는 당근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근 안 드세요?"
우현이 내가 왜 그걸 말해야하냐는 표정으로 성규를 슥 쳐다보자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우물우물 씹어삼킨 성규가 당근의 효능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당근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요. 팩틴이라는 식물 섬유가 풍부해서 배변활동도 도와주고 몸안에 있는 독소나 세포손상을 예방에 줘서 노화예방에도 아주 좋아요."
이걸 그냥 숟가락으로 대갈통을 한 대 확! 성규가 꾸욱 참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성규에게 당근 효능을 듣고 당근만 골라먹던 호원이 진심어린 말투로 말했다.
"성규씨 되게 유식하시네요? 보라색도 그렇고 이 당근도 그렇고."
호원의 말에 성규와 우현이 서로를 마주봤다. 예, 알죠. 아주 잘 알죠.
"저희 바로 옆집 살아요."
밥을 싹싹 비운 성규가 식판을 반납하고 먼저 식당을 나갔다.
"너 왜 그렇게 틱틱 시비걸어?"
보라색을 예찬해줬다고,보라색을. 나의 보라색…. 호원이 중얼중얼거리며 밥을 입안에 꾸역꾸역밀어넣었다.
"손톱도 시커멓네."
첫 출근은 언제나 힘든 법이지만 간만에 일을 해서 그런지 온 몸 여기저기가 콕콕 쑤셔왔다. 직원들이 모두 다 나가고 마지막으로 마이를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가 동시에 같이 일어난 우현을 보고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첫 출근 수고하셨어요."
대답은 커녕 눈길조차 주지않은 성규가 들으라는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을 나섰다. 또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마주선 성규와 우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앞서있던 직원들이 우루루 몸을 싣는다. 뒤따라 우현과 성규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삐이이 - 하는 경량초과음이 들려온다. 우현과 성규가 서로 내리라는 식으로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결국 우현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풉하고 비웃던 성규가 그래도 경량초과음이 멈추질않자 표정을 굳히며 자신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제서야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층수가 하나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거울같은 엘리베이터의 문으로 우현을 보자 입가에 꼴좋다라는 식으로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성규가 뒤를 홱 돌자 우현이 얼른 입가에 웃음을 거둔다.
"왜 비웃어요?"
성규가 말하는 도중에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우현이 듣기싫다는 표정으로 휙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뒤따라 쿵쾅쿵쾅 성규가 올라타자 우현이 인상을 구긴다.
"엘리베이터 고장나요. 쿵쾅거리지마요."
이거 내가 무겁단 소리아냐?! 성규가 허!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몸무게가 몇인지 팀장님이 소수점자리까지 정확히 아세요?"
1층에 내린 성규와 우현. 성규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고 우현은 주차장으로 가 자신의 벤츠를 끌고나왔다. 사내대장부 걸음으로 걷는 성규의 옆에 우현의 벤츠가 멈춰섰다.
"타요."
싫어요,라고 말하려다가 저번처럼 진짜 지나쳐가버릴까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조수석문을 열고 차에 탔다.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고 우현이 튼 라디오에선 분위기좋은 째즈음악이 흘러나왔다. 기분좋게 듣는 우현과 달리, 성규는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했다.
"무슨 이런 음산한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을 해요? 딴거 틀어도 되죠?"
우현이 싫다고 하기도전에 얼른 다른 주파수 채널을 눌렀다. 하필 나오는 노래가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안에서 우린 사랑을 나누지 그 누구도 모르게 음~]
성규가 다시 손을 뻗어 째즈음악이 나오던 채널로 주파수를 바꿨다. 한참 영어로 쏼라쏼라거리는 째즈음악을 들으며 창밖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성규가 갑자기 끼어드는 스포츠카를 보고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우현의 어깨를 팍팍 내려쳤다.
"어어어! 조심해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얘진 우현이 얼른 브레이크를 잡았다. 덕분에 조수석 앞 서랍에 머리를 '쿵'하고 들이박은 성규가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아,아파라. 우이씨,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저 또라이시키!"
반쯤 운전석으로 몸을 들이민 성규가 클락션을 빵빵 거칠게 내려치며 눌러댔다.
"뭐해요! 얼른 출발…."
얼굴이 잔뜩 질려서 숨쉬기가 힘든 듯, 거친 호흡을 뱉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깜짝놀라 우현을 잡아흔들었다.
"괜찮아요? 팀장님!"
핸들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우현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보였다. 도로 한 가운데 멈춰선터라 뒤에 서있던 버스와 차들이 무섭게 클락션을 울려대자 마음이 급해진 성규가 우현의 뺨을 찰싹찰싹 내려쳤다.
"정신 좀 차려봐요,좀! 팀장님! 팀장님! 야! 남우현! 눈 좀 떠보라고, 이 자식아! 에이씨!"
결국 조수석에서 내린 성규가 운전석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벨트를 푼 다음 우현을 끌어내렸다. 뒤에 차들도 우현이 끌려나오는 모습을 보자 예사 상황이 아닌 걸 알았는지 별말없이 다른 차선으로 바꾸어 지나간다. 끙끙거리며 우현을 뒷자석에 태운 성규가 얼른 운전석에 올라탔다. 무슨 소리냐고? 이래뵈도 대학때 운전면허는 따놨걸랑. 근데 차가 없어서 면허만 따놓고 운전해본건 동우 차로 한 두…번 있었나?
"이,일단 벨트를 메고 의,의자 조절."
주행시험 볼때를 떠올리며 의자를 조절한 성규가 운전대를 꽉 잡았다. 차가 벤츠라서 그런지 더 긴장된다. 사고나면 이거 장난아니게 깨질텐데. 심호흡을 한 성규가 엑셀을 살며시 밟자 느릿느릿 차가 움직이기시작한다.
"으허어, 움직인다. 어떡해,어떡해."
동우를 부를 걸 그랬나? 하지만 이미 차는 천천히 속도를 내기시작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벤츠를 다른 차들이 얼른 가라는 식으로 빵빵대자 성규가 창문을 열고 욕을 뱉었다.
"빵은 빵집에서 찾아 이 시키들아! 빵빵 좀 그만해! 진짜 디진다!"
"…여기…어디에요?"
낄낄거리며 웃던 성규가 뒤에서 부스스 일어나는 우현을 보고는 정신이 확 들었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람 놀래키는 것도 적정선이 있지, 갑자기 그렇게 기절을 하면 어떡해요! 내가 운전면허만 없었어봐!"
우현이 아무 말 없이 좌석에 몸을 기대고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어딘가가 불편한 듯 주먹으로 가슴을 쳐대며 기침을 하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짐짓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심장병이라도 있어요?"
당연히 미안해야죠. 장가도 못 가보고 숨질 뻔 했는데. 성규가 투덜거리며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호흡을 가다듬은 우현이 성규를 따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며 주저앉으려던걸 성규가 간신히 붙잡아세웠다.
"어어! 진짜 괜찮은거에요?"
이 와중에 수제비 반죽에 비유하는 성규의 말에 우현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비웃는 것 보니 좀 괜찮은가보네요. 대리운전비 받으려다가 팀장님 상태 메롱한 것 같아서 그냥 스킵해드릴게요. 내일 뵈요."
성규가 대충 목을 숙여 인사를 한 뒤 대문으로 향해 초인종을 눌렀다. 대문이 열리고 집안으로 들어가기전 아직도 차에 기대어 서있는 우현을 힐끗 돌아본 성규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문을 철컹 닫았다.
*
명수가 질투섞인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며 식탁에 앉았다. 까만 손을 씻고 식탁에 앉은 성규가 명수를 향해 메롱을 해보이며 브이를 하자 명수가 봉신 씨 몰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발로 명수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먹는데 뒤늦게 거실 마루 한편에 놓여있는 종이가방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다 뭐래?"
하긴 이모들은 다 잘 사니깐. 성규가 정장들을 챙겨 방안에 넣어두고 다시 식탁에 와 앉았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어때?"
상사라하믄…남우현? 성규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비비드한 옐로우 컬러의 머스타드소스에 훈제오리를 콕 찍어 입안에 넣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사가 우리 옆집살아."
봉신 씨가 명수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무튼 잘됐네,성규야. 친하게 지내. 그래야 회사 생활 조금이라도 편해지지."
잔뜩 긴장한채로 한 시간 동안 운전을 했더니 어깨가 잔뜩 결렸다. 그나저나 아직도 밖에 서있으려나? 성규가 거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지만 대문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잘…들어갔겠지,뭐. 내 알바가 아니니깐.
*
"이거 핏 죽인다."
봉신 씨가 종이가방 두 개를 들고나와 성규에게 건넸다.
"어우,묵직해. 이게 다 뭐야?"
눈물이 날 것 같아 억지로 활짝 웃은 성규가 주먹을 쥐어 화이팅을 해보이곤 씩씩하고 대문을 나섰다. 종이가방이 좀 묵직하긴 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듯이 가벼웠다. 저멀리 정류장이 보일때쯤, 뒤에서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깜짝이야! 아오,놀랬잖아요! 사람 놀래키는게 취미에요?"
돌아보니 우현이다. 아,잘됐다. 나 좀 탈게요. 당당하게 뒷좌석문을 열고 종이가방을 실은 성규가 빙 돌아와 조수석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이상하게 차가 출발을 하지않는다.
"왜 안가요? 동전 넣어야 가요?"
성규가 벨트를 매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 출발한다. 그리고 시작된 무거운 정적.
"……."
생색내는 건 아닌데요, 고맙다는 말은 하면서 삽시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성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제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만약에 저 없었으면 팀장님 어쩔 뻔 했어요?"
8,9년만에 하는 운전실력으로 제 벤츠 몰았잖아요. 사고났으면 어쩔뻔했어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을 꺼낸 내가 등신머저리지.
"…뒤에 저 종이가방은 뭐에요."
궁시렁거리며 몸을 돌려 종이가방에서 주스 한 병을 꺼내 우현에게 건넸다.
"이런 병도 따로 팔아요?"
한숨을 쉰 성규가 뚜껑을 열고 우현에게 건넸다.
"…맛있네요."
회식이란 말에 성규의 귀가 쫑긋거렸다.
"매출 신장에 대한 회식도 할겸 김성규씨 환영식도 그냥 같이하려구요."
다시 창밖을 보려던 성규가 어제 일이 생각나 물었다.
"어젠 왜 그런거에요?"
성규의 질문에 우현이 아무 대답없이 회사 주차장으로 핸들을 돌린다.
"…운전병이에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의 성규가 종이가방과 자신의 서류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직원들이 우현의 차에서 내리는 성규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신경쓰지않고 후다닥 회사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성규씨,좋은 아침."
종이가방을 보며 묻는 호원에게 병 하나를 건넸다.
"주스네요? 직접 산거에요?"
아까 먼저 마셨던 우현을 제외한 사무실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다음, 종이가방안에 남아있는 병을 꺼냈다. 딱 두 병남네. 하나는 내가 먹고 또 하나는….
"팀장님."
빈 종이가방을 접어 가방안에 잘 집어넣었다. 하는 일이 복사와 서류정리뿐인지라 컴퓨터를 켜지않아도 되지만 뭔가 세련된 분위기를 내보고싶어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한참 밀린 서류정리와 심부름을 하며 일을 하는데 호원이 자기 쪽으로 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네, 호 대리님."
호원이 건넨건 포도맛 사탕이었다. 저 주시는거에요? 성규가 사탕을 받으며 묻자 호원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사탕도 보라색이네요."
저 국어책뺨치는 웃음소리는 뭐람. 입이 좀 텁텁했는데 잘 됐다싶어 얼른 알사탕 껍질을 까 입안에 넣었다.
점심을 먹은 후, 회사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칫솔과 치약으로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던 성규가 핸드폰을 꺼내 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가게 문 열지?"
성규가 온몸을 베베 꼬며 실실 웃었다.
[볼네드 백화점이라했어,방금?]
전화를 끊은 성규가 입안에 가득한 거품을 퉤하고 뱉었다.
"아아아왈와아아…퉤!"
가글을 하고 입을 헹구는데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저기요,하는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입을 헹구던 물을 삼킨 성규가 화들짝 놀라며 칸막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란다.
"누구세요!"
칫솔을 탁탁 털어 물기를 턴 성규가 마지막으로 입을 헹궜다.
"휴지…좀 갖다주실래요."
칸막이안에서 들려오는 우현의 말에 푸흡!하고 거울에 물을 뿜었다.
"휴지 없어요?"
우현이 욕을 중얼거리며 텅텅 빈 휴지걸이를 잡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렸다. 반면 칸막이 밖의 성규는 아주 신이 잔뜩 났다.
"아유, 없으면 전화라도 하시지…."
성규가 입을 틀어막고 키득거렸다. 벌써 변기에 앉아있은지 20분이 지난 우현은 저려오는 다리를 툭툭 두드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잔말말고 휴지나 갖다주세요."
화장실을 나온 성규가 사무실 테이블에 있던 휴지를 들고 우현이 있는 화장실 칸막이 앞으로 향했다.
"휴지가 왔어요~ 보드랍고 깨끗한 휴지가 왔어요~ 문 좀 열어봐요."
칸막이 밑으로 휴지를 넣어준 성규가 키득키득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가방에 칫솔과 치약을 넣고 십분정도남은 점심시간을 즐기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고 손에 물기를 털며 들어오는 우현이 보인다. 성규가 씨익 웃으며 시선을 보내자 우현이 고개를 홱 피하며 자리에 가 앉는다.
"꼴 좋다. 있는 척 다하더니 오늘 제대로 깨졌네."
아유,꼬셔. 쌤통이다. 성규가 흥얼거리며 책상위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한다. 출근한지 이틀밖에 안됐지만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적응이 되었다. 같은 사무실 직원들은 자기 할일에 바빠 성규에게 심부름외에는 별 말을 걸지않았고 그나마 호원이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성규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사실 자기가 한 농담에 자기 혼자 빵터져서 웃는 호원이 귀찮고 개뿔딱지 웃기지도 않았지만, 어쩌랴. 자신은 신입사원이고 호원은 대리인데 억지로 웃어주는수밖에.
"동우가 안 보이네요?"
알바생에게 싱긋 웃어준 성규가 빈 자리에 앉으려는데 우연인지, 아니면 하늘의 고약한 장난인지는 몰라도 하필 호원의 옆자리이자 우현의 바로 앞자리만 비어있다. 편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시큰둥한 표정의 성규가 꾸물꾸물 우현의 앞자리에 앉았다. 호원이 가게를 한번 둘러보더니 감탄을 하며 성규에게 물었다.
"여기가 성규씨 친구네 고깃집이에요?"
테이블이 꽉 찬 건 물론이고, 미리 예약을 하지않고 찾아온 손님들은 자리가 없어 야외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
인간은 다섯가지의 즐거움이 있어요. 성규가 손가락 다섯개를 쫙 펴보이며 말하자, 우현과 호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쳐다봤다.
"첫번째. 먹을때의 즐거움. 두번째. 잠을 잘때의 즐거움. 세번째. 사랑을 할때의 즐거움. 네번째. 살아있음의 즐거움."
배변의 즐거움. 이 말을 들은 우현은 헛기침을 하며 물을 들이켰고 호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죠. 배변도 즐거움에 속하죠'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현이 날카로운 눈으로 성규를 흘기자 성규 역시 지지않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현을 쳐다본다. 밑반찬이 놓여질때쯤 저 멀리 하얀 남방에서 보라색 후드티로 갈아 입은 동우가 고깃집안으로 들어온다.
"어,동우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가 동우에게 다가가자 자연스럽게 호원과 우현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한다.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성규와 동우에게서 눈을 뗀 우현이 자신의 빈잔을 호원에게 들이밀었다.
"야,호원아. 나 물 좀."
우현이 두 번 씩이나 말했는데도 호원의 눈은 보라색 후드티를 입고 있는 동우에게로 향해있었다.
"우현아."
더도말고 딱 2초면 돼.
"얘 대충 얼마나 마셨어요?"
추욱 늘어진채 푸르르 푸르르 입술만 풀고있는 성규를 우현이 번쩍 일으켜세웠다.
"김성규씨. 정신 좀 차려봐요."
빗속의 악몽이 떠오른 우현이 뒷자석 문을 열고 성규를 태운뒤 고깃집안에서 꺼내온 검은 비닐봉지를 성규의 입에 마스크처럼 매달았다. 직원들이 하나 둘씩 고깃집을 빠져나가자 동우가 소지품을 놓고가지않았을까하는 마음에 직원들이 앉았던 자리를 살폈다.
"……."
테이블 곁에 서서 두 손에 박하사탕을 가득 쥔 채 서있던 호원이 동우의 물음에 입술을 우물쭈물거리다가 곧 '그 옷, 되게 잘 어울려요'하고 말하더니 후다닥 고깃집을 뛰쳐나간다.
"…옷?"
동우가 자신의 차림을 살폈다. 브랜드도 없는 이만원짜리 싸구려 후드티인데….
*
인생그래프꼭짓점
"아부지!"
성규가 깜짝 놀라며 가스레인지앞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아버지에게 쪼르르 다가갔다.
"아부지 뭐해,여기서!"
놀라지마.꿈이다. 아버지가 계란을 라면 냄비에 넣으며 하는 말에 성규가 얼빵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꿈이라고?"
라면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은 아버지가 성규 몫의 젓가락도 꺼내왔다.
"엄마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의 성규가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 입안에 넣었다. 아무 맛도 나질 않았다.
"진짜 꿈이네…."
푸스스 웃던 성규가 문득 자신의 옆 침대에 있는 명수에 대해 물었다.
"명수한테는 갔다온거야?"
많은 뜻이 함축된 말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부지."
아직 철들려면 멀었네. 아버지가 조용히 웃으며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나 손이 닿는 느낌은 나지않았다.
"성규야."
고개를 숙인 성규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아빠가 부르면 대답해야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성규가 고개를 들었다.
"좋은 일이 오기전엔 위험이 먼저 오는 법이거든.널 테스트 해보려고."
성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사내자식이 울긴 왜 울어."
성규의 질문에 아버지가 잠시 시간을 보더니 식탁에서 일어났다.
"아빠 가봐야겠다."
명수가 널 깨우려고 안간힘을 쓰잖냐.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현관에 있던 구두를 신고는 마당으로 나갔다. 눈물을 훔치고 뒤늦게 일어난 성규가 아버지를 따라나가려던 순간,
"아주 가지가지한다."
명수의 찰진 손바닥이 성규의 엉덩이를 내려쳤다.
"웃다가 울다가. 꿈에서 시트콤찍냐?"
아침이다. 성규가 와이셔츠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팔짱을 한 채 자신을 보고 있는 명수의 두 눈엔 한심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어제 기억이나 나냐? 이젠 형은 회사는 짤린거나 마찬가지야. 얼레리 꼴레리~ 짤렸대요~ 짤렸대요."
"아아,속쓰려…."
성규가 콩나물 해장국을 호호 불며 웃었다.
"진짜 취직하니까 대우가 달라지는구나. 해장국도 만들어주고."
잔뜩 까치집을 지은 머리를 헤집으며 어제 기억을 떠올렸다. 동우네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내가 뭐 실수했어?"
그 말에 밥상을 차리던 봉신 씨와 방에서 나오던 명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왜왜! 무슨일인데?
"설마 술김에 쥐어패기라도 했어? 그럼 다행인데."
성규의 손에 들려있던 숟가락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방바닥에 떨어졌다.
"…에이씨,난 몰라잉."
성규가 잔뜩 울상을 짓더니 발을 동동 굴렀다. 가서 뭐라하지. 아아,난 몰라. 머리를 쥐어때리기도 하고 돌멩이를 걷어차기도 하며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고급스런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등골이 순간 서늘해졌다. 오랫동안 기름칠을 안 한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목을 돌리자 역시 보이는 건 우현의 하얀 벤츠였다. 성규의 옆으로 다가온 벤츠의 창문이 다른 날과는 달리, 오싹한 소리를 내며 내려갔다.
"아,안녕하세요.팀장님."
얼른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다. 좌불안석으로 손장난만 치던 성규가 입을 열지않고 운전만 하는 우현을 힐끗힐끗 보다가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젠 정말정말 진심으로 죄송해요."
오늘 하루는 절대 깝치지말아야겠다.
*
순재가 아침 설거지를 하고 할 일을 하는 동안, 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성열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동그란 조명의 형태가 점점 바뀌더니 짠!하고 명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성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장에 나타난 명수의 얼굴을 마주했다. 볼이 붉어지기시작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것도 잠시 눈을 살짝 비비자 금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성열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명수."
성열이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보다 작은 목소리로 명수의 이름을 되뇌여봤다. 부끄럽다. 이상하게 입이 간질간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름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까만 눈, 하얀 피부, 커다란 눈, 그리고…벌게진 볼. 성열이 두 손으로 분홍빛 뺨을 감쌌다. 예상대로 뜨끈뜨끈거렸다. 며칠 전부터 이러더니 피아노 연주를 보고 온 뒤부터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명수만 생각하면 얼굴에 열이 나고 어지럽고 가슴엔 다람쥐가 생긴다. 그리고 계속 생각을 하다보면 보고싶어졌다. 책상으로 다가간 성열이 맨 아래 서랍을 열어 자신의 갈색 지갑을 꺼냈다. 주민등록증,현금 카드,도서관 대출증,네잎클로버를 처음 찾았을때 코팅한 것까지 모두 그대로다.
"……."
신사임당이 그려져있는 오만원도 그대로인걸 확인한 성열이 잠시 무언갈 고민하며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러더니 곧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소파위에 있는 쿠션을 정리하던 순재가 고개를 돌려 성열을 한번 보고 다시 쿠션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성열이 너 꽃밭에 물줬어."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잡지책을 정리하려던 순재가 잠시 멈칫했다.
"…어. 성열아,왜?"
자신없이는 몇 년 간 한번도 외출을 안하던 성열의 말에,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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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면 진짜 연재할때 큰 힘이되요.!
댓글 할말 없어서 안 쓰신다는 분들!
"잘봤어요~"라고만 써줘도 감사드려요ㅠ
직접 해봤더니 5초도 안걸려여ㅠ
그리고 스토리진행이 조금 빨라질수도있어요!
이 부분 전개부분이라 지루할수도 있거든요 ㅎㅎㅎㅎㅎ
이번주 토요일,일요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