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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ness - Farewell




[ EXO / 도경수 ] 순정




첫사랑.


언제 들어도 설레는 그 단어를 오랜만에 들었다. 땀 냄새로 가득한 남학생들이 가득한 이 남고에서도 근무한지 3년째, 새학기를 맞이한 오늘, 나는 2학년 8반의 담임 선생님으로 배정이 되었다. 다른 날보다는 조금 더 신경 쓴 복장을 한 채로 8반에 발을 들인 순간 들려오는 환호 소리에 조용히 하라며 장난스럽게 소리친 뒤 교탁 뒤에 섰다. 아, 여자쌤이라니. 존나 좋다 등의 여러 비속어가 섞인 말소리가 들렸고 그 말의 대부분은 내가 자신들의 담임이 된 것이 기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괜히 민망해져 큰소리를 내 목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아있는 녀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 너희의 새로운 담임인 OOO이야. 과목은 국어니까 모두 센스 있게 국어 점수는 잘 받자?"



내 말에 모두들 킥킥대며 웃었고 나도 작게 웃음을 지었다. 엄격한 학교 규정 때문에 모두가 일제히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똑같은 머리를 하고 똑같은 낮은 웃음소리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 뭐, 다들 새로운 담임쌤한테 궁금한거 있나? "


" 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



너무도 간단했던 자기소개 이외에 딱히 소개할 것이 없어 녀석들한테 궁금한걸 물어보라니까 역시나 처음으로 들려오는 질문이였다. 첫사랑. 선생님들의 첫사랑에 관해 묻는 것은 모든 학교의 전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큰소리로 내게 질문한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뒤로 동의한다는 듯 우어어어어! 하는 다른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이어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꽤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하니 야유의 목소리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 아, 쌤! "


" 안된다니까? "


" 쌤 그럼 설마 모쏠이여서 그런거에요? "


" 이것들이 진짜. "



주먹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니 뭐가 그리 웃긴지 또 킬킬대며 웃는 녀석들이다. 다른 질문 해 봐, 라고 말하니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한 녀석이 계속해서 끈질기게 첫사랑에 대해 말해달라고 때를 썼다. 역시 그 말을 뒤로 다른 아이들도 함께 목소리를 키운 것은 예상 가능한 상황이였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 내 첫사랑은 말이지…. "









[EXO/도경수] 순정 上 | 인스티즈



…. "



도경수는, 나랑 마주하면 유난히 말이 적어지던 아이였다. 평소에도 말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였지만 이상하게도, 나한테만. 나한테만 그랬다. 그리고 그건 나한테도 해당이 되었다. 나는 활기차고 털털한 수다쟁이였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나는 도경수를 마주하기만 하면 입을 바늘로 꼬맨 것 마냥 입을 닫게 되었다. 18살, 같은 반이 된 그 순간부터 도경수와 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였다.


그리고 그 날도 그랬다.

주번이였던 내가 폐휴지를 버리고 올라오면서 도경수와 계단에서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에도 도경수와 나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고, 몸도 멈췄다. 인형이 된 것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를 쳐다봤다. 어색한 공기가 우리 둘 사이를 채웠고 그 어색함을 뚫고 내가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잘 가. "



입에서 뱉어진 말은 고작 두 글자로 이루어진 한 단어뿐이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데 심장이 왜그리 떨렸는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마주하고 있던 눈을 내리고 굳어있던 몸도 움직였다. 저 깊은 두 눈동자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도경수에게 모든 것을 말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몰래 숨긴 채로 계단을 올라가는 그 순간에 내 귀를 울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 너도. "




도경수의 첫 마디와 함께 나는 내 숨을 빼앗겼다.




2005년 7월 4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점심시간. 그 날따라 배가 고프지 않아 친구에게 괜찮다고 한 뒤 홀로 교실에 있었다. 책상 위에 엎드려 내 옆 분단의 두번째 자리인 도경수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꽤 가까운 거리지만 한번도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말이 안 나오는 걸 어떡해. 괜히 속상해 입술을 삐죽 내밀고 도경수의 자리를 계속해서 노려봤다. 말 걸고 싶은데. 속앓이를 하다 이내 나는 몸을 움직여 도경수의 자리로 향했다. 왜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이유 없는 이끌림이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도경수의 자리에 앉았다. 혹여나 누가 볼까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아이들은 점심을 먹으러 간 건지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거에 기분이 또 좋아져 도경수의 책상에 엎드렸다. 내 자리와 별 다를 건 없었다. 그저 교탁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것 뿐.


앞을 향해있던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내 자리를 바라보았다. 잘 보인다. 내 자리를 바라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도경수가 여기서 날 바라봤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괜히 실실거렸다. 날 바라볼리가 없지, 하고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필통이 있다. 필통마저 도경수스럽다 생각했다. 필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아무도 없는 이 교실에서 도경수의 자리에 엎드려있는 것은 생각보다 더 편안했다. 누가 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움직이기 싫었다. 역시 이유는 모른다.



…졸리다. "



감겨진 눈은 떠지지 않았고 몽롱했던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가기만 했다.







" OOO. "


…. "


" 야, OOO. "



얼마나 긴 잠에 들었을까, 눈을 떠보니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고 3시가 다 되어있었다.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망했다. 여긴 도경수의 자리다. 서둘러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자 바닥에 툭하고 무엇인가 떨어졌다. 뭐지, 하고 그것을 향해 눈을 돌렸다. 남학생용 마이였다. 누가 덮어준건가. 누구꺼지? 의자 옆에 떨어진 남색 마이를 들어올린 뒤 뭍은 먼지를 탁탁 털어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눈에 보인 초록색 명찰이였다.




' 도경수 '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였다.



" 야 너 모르고 도경수 자리에 잤지? "


…. "


" 내가 너 깨우려하니까 도경수가 깨우지 말라하더니 자기 필통 챙겨서 너 자리로 가더라. "


…. "


" 도경수한테 미안하다고 말해. 쟤 눈도 안 좋은데 맨뒷자리에서 수업 들었대. "



친구의 말에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내 자리를 돌아보면 내 책상에 엎드려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도경수를 나는 봤다.

두 번째로 도경수에게서 숨을 빼앗겼다.



2005년 11월 15일






도경수 전학 간대.


유난히도 햇살이 밝던 날이였다. 살랑거리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 웃으면서 등교를 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반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소식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도경수가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다는 것이였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라도 쪽으로 내려가게 됐다고 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고작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결정됐던 이사인만큼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도 짧았다.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서러워서.


내가 뭐라고. 도경수와 친한 것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울어. 그 생각에 나는 눈 끝에 맺힌 눈물을 거친 손길로 닦아낸 뒤 내 자리로 향했다. 앉자마자 보이는 건 오직 도경수의 뒷모습 뿐. 다른 남자아이들보다는 조금 작은 체격이였지만 다부진 등이였다. 아무 미동 없이 앉아만 있는 도경수의 뒷모습을 보다 괜히 또 눈물이 맺혔다. 아직 좋아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이럴거면 일찍 말할 걸 그랬어. 후회를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도경수를 더이상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그 날 하루종일 빨개진 눈가로 지루한 수업을 들었다.



" 도경수, 가서도 꼭 연락해라. "


" 응. "


" 가끔 놀러오고. "


" 알았어. "



도경수를 바라보며 제 나름대로의 아쉬움을 표현하는 아이들이였다. 도경수는 작은 웃음으로 그 아이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나는 여전히 맨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인사를 하지 못했다. 여전히 도경수를 보면 입술이 떨어지지가 않는데, 도경수가 멀리 간다. 고개를 숙여 내 두 손으로 괜히 장난을 쳤다. 울지 않으려 하는 나의 애처로운 행동이였다. 아이들이 모두 인사를 끝냈는지 손을 흔든다. 그리고 도경수도 그 자그마한 손을 흔든다. 내 손은 여전히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이였다. 

그 때,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이제 정말 안녕이다. 수업 중간에 가족을 만나 전라도로 떠나야했던 도경수는 아이들에게 교실에 들어가라며 손짓했고 아이들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머뭇거리다 이내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 "


…. "



그리고 마주했다. 또 다시.


여전히 말은 없었다. 하지만 저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욱더 깊어진 눈동자의 깊이에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 도경수. "



…. "



무슨 자신감이였는지 나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잘 가. "



…. "



처음 도경수가 내 숨을 빼았던 그 때와 같았다. 내 입에서 뱉어진 한 단어는 그 때보다는 더욱더 깊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도경수도 그걸 알아챘다. 나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울지 않기 위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우는걸 보고 바보같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는 그 순간까지도 도경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도경수는 그런 나를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서있을 뿐이였다.



…아프지, 말고. "


…. "


" 잘 지내. "



결국 울음을 삼키지 못한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그와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 바보같다. 내가 뭐라고. 재빨리 눈을 비볐다. 도경수에게 끝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다. 그리고 눈을 비비는 사이 내 눈에 보이는 단정한 운동화였다. 숙였던 고개를 드니 내 코앞까지 와있는 도경수였다. 표정은 덤덤했다. 내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있었던 반면에 도경수는 여전히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창피한 마음에 발을 뒤로 빼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손에 쥐어진 꽃 한 송이였다.





[EXO/도경수] 순정 上 | 인스티즈



코스모스였다. 하얀 코스모스.


이게 뭐야, 라는 질문을 담은 표정으로 도경수를 올려다봤다. 여전히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도경수는 그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바심이 난 나는 직접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고 그런 나를 예상했던 건지 도경수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 너도. "


…. "


" 잘 지내. "




그리고 그와 함께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여준 도경수였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경수에게 숨을 빼앗겼다.



[EXO/도경수] 순정 上 | 인스티즈



2005년 11월 28일





코스모스 꽃말 : 순정, 애정






***

上 편입니다!

上 편은 경수와 여주의 옛 기억(2005년)을 회상하는거고 下 편은 지금 현재(2016년)을 이어서 쓸 예정이에요!

사실 좀 더 길고 자세하게 쓰려했는데 지금 넘나 졸린 것,,,

여주는 현재 남고 국어 교사이고 경수랑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경수는 현재 무엇을 하는지 안 나와있답니다'ㅅ'


혹시나 이해가 안되시는 부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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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분위기도 좋고 너무 아련해서 설레네요ㅠㅠ하편 기다릴게요 추천하고가요!
8년 전
비회원166.206
꺄...진짜 완전 아련아련....다음편을 기대할께요!!!완전 잘 읽고가요!!!
8년 전
독자2
ㅠㅠㅠㅠ이런소재 넘 좋아요 작가님 글 다읽어보았던것같은데 작가님 완전 제 취향저격....살앙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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