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김태형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야기.txt
♬ 에릭남 - 천국의 문(english ver.)
집에 돌아오니 거실은 우리가 밖에 있는 동안 집으로 배달 된 김태형 짐으로 잔뜩이었다.
도와주기로 했으니 도와는 줘야겠는데, 저 짐들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한낱 하숙생 주제에 뭘 이렇게 많이 싸온거야ㅡㅡ
"너 이민왔냐?"
"챙기다보니까 이렇게 됐네. 상자 열면 몇 개 안 돼."
"빨리 하자.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거든."
"상자 여는 것만 도와줘. 정리는 내가 할게."
칠칠맞게 손 베지말고, 김태형은 내게 커터칼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미리 열어놓은 첫번째 상자를 김태형이 정리할 동안 나는 나머지 상자들을 개봉했다.
내 눈이 잘못됐나, 열어도 열어도 옷 밖에 안 보이는데. 자기가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괜히 있는지 없는지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다 약간 부피가 작은 상자를 열었는데, 그곳엔 형형색색의 속옷이 들어있었다.
남자 속옷이 저렇게 다양한 색으로 나오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변태냐? 팬티를 뚫어져라 보고있어."
"내가 미쳤다고 니 팬티를 보냐. 드러우니까 내 눈앞에서 당장 치워."
"청결한 내 속옷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김태형은 새침한 표정을 짓고선 내게서 그 상자를 빼앗아갔다. 니 팬티 보래도 안 봐! 더러워서 안 본다!
거실에 널린 모든 상자를 열고 태형의 방으로 들어갔다. 음, 남자치고 정리 하나는 참 잘한단 말이지.
사실 김태형이 쓰게 된 이 방 안쓰는 침대 하나를 빼곤 거의 창고나 다름 없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엄마와 아빠가 이 방을 청소하길래 그냥 창고 정리 하는 줄 알았더니.
김태형이 오기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여기 원래 무슨 방이야?"
"창고라 쓰고 내 아지트라 읽는 곳."
"무슨 집에 아지트를 만들어."
"내 방은 가끔 가위 눌리거든. 그럴 때 여기서 자면 괜찮던데. 이제 너 때문에 꼼짝없이 가위 눌리게 생겼네."
"어쩐지. 여기서 니 냄새 나더라."
"내 냄새가 뭐야."
"몰라. 그냥 있어. 니 냄새."
나한테서 나는 냄새를 내가 알리가 없었다. 특히나 니 냄새, 하고 말하는 김태형의 표정이 그래서 내 냄새가 좋다는건지, 나쁘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혹시 돼지 같아서 돼지고기 냄새 난다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머리를 안 감아서 정수리 냄새가 날 수도 있잖아.
나 혼자서 괜히 내 냄새는 도대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하는데 한창 바쁘게 정리를 하던 김태형이 툭 던지듯 물었다.
"가끔? 다른데선 안 그러는데 내 방만 유독 그래. 귀신 사나봐."
"나 말고 하숙생이 또 있었네."
"그러네. 시발, 생각해보니까 월세도 안내고 얹혀 살아. 지가 뭔데."
"가위 눌리면 여기 와. 방 바꿔줄게."
"됐어. 그냥 눌리고 말아."
"잔말 말고. 여기서 자면 안 그런다며."
뭐, 굳이 바꿔주겠다는데 애써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말은 아무렇지 않은듯 했지만 가위에 눌리는 날엔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면 존나 무서워. 시발. 괜히 생각해서 얼굴 떠올랐음. 존나 징그러워. 미친.
내보내지도, 월세를 받지도 못하는 나쁜 하숙생이 나는 정말 싫다. 귀신이라 죽일 수도 없는게 더 짜증난다.
으으, 소름돋아.
"나머지는 내가 정리할게. 먼저 가서 자."
"나 한거 없는데?"
"거의 다 했어. 너 필요 없음."
"말 참 이쁘게 하네. 태형이."
"필요가 없으니 이만 사라져주시죠^^"
분명 난 도와주려고 했다. 내가 하기 싫다고 나온거 아니다. 다들 봤죠?
나의 도움을 한사코 거절하니 기쁜 마음으로 김태형의 방에서 나와 내 방에 왔다.
그동안 들여다 보지 못한 휴대폰을 집어드니 웬열, 평소보다 많은 카톡이 와 있었다.
[ 헐 드디어 사귀냐 - 눈이 침침 ]
[ 무슨 개잡소리냐 오밤중에 ]
[ 프사 김태형 아님? - 눈이 침침 ]
[ 아ㅋ ]
[ 내기져서 해놓은거임 오해 ㄴㄴ해 ]
[ 아 난 또 - 눈이 침침 ]
[ 둘이 그렇고 그렇게 된 줄 알았는데 - 눈이 침침 ]
[ ㅅㅂ ]
[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
나와 김태형을 모두 알고 있는 박지민의 카톡이 가장 먼저 보였다.
박지민은 중학교 때 만나 고등학교를 같이 나오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같은 곳에 가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김태형도 김태형이지만 박지민도 존나 박지민이다. 어쩜 이렇게 내 주변엔 신상 친구가 없을까.
[ 왜 김태형 정도면 양호하지 - 눈이 침침 ]
[ 진심 양호실에 몸져 눕고 싶지 않으면 닥쳐줘 ]
[ ㅈㅅ - 눈이 침침 ]
[ 김태형하고 한집라이프는 좀 어때? - 눈이 침침 ]
[ 너도 알고 있었니?^^ ]
[ 나만 왕따네 거지같은 세상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원래 왕딴데 지금 알았니ㅎㅎ? - 눈이 침침 ]
[ ㅗ^0^ㅗ ]
박지민을 오늘부터 내 친구 목록에서 제외한다. 이제 얘는 김태형 친구지, 내 친구가 아니다.
저 뒤로도 박지민에게서 카톡이 날아왔지만 모두 상큼하게 읽고 씹었다. 왜 읽씹하냐는 메세지도 씹어줬다.
하지만 문제는 박지민 뿐만 아니라, 김태형을 모르는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에게 드디어 모쏠을 탈출한거냐며.
김태형과 나를 모두 아는 친구들은 드디어 둘이 사귀는거냐며 자꾸만 헛발을 짚어댔다.
결국 나는 그들의 설레발을 이기지 못하고, 김태형의 사진을 프로필에서 내리고 상태메세지를 바꿨다.
'남친 없음. 개새들아.'
사실 친구가 아닌 사람이나 어른들이 보면 조금 그럴까봐 다시 수정을 했다. '(남친 없음)'으로.
그 와중에 내 프사가 내려진 것과 상메를 확인한 박지민이 'ㅋㅋㅋㅋㅋ'를 미친듯이 보내고 있었다.
김태형보다 이 새끼가 더 짜증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눈이 침침 ]
[ 왜 내렸어 계속 두지 - 눈이 침침 ]
[ 너 같은 년놈들이 많아서 ]
[ 그냥 사겨 이참에ㅎㅎ - 눈이 침침 ]
[ 넌 가능하면 나 만나지마라 ]
[ 왜? - 눈이 침침 ]
[ 그 날이 니 제삿날이니까 ]
-
불행 중 다행으로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나서부터는 나와 김태형의 사이를 의심하는 카톡이 오지 않았다.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게 되어 좋았다. 그러니까 김태형은 왜 그런 내기를 해가지고 나를 난처하게 만드냔 말이다. 나쁜 놈.
매일 나를 어떻게 하면 잘 놀릴 수 있을까 연구라도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머리의 찝찝함을 견디기가 힘들어 아닌 밤중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개운한 상태로 잠에 들기 전 방의 불을 끄지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침대 헤드에 기대어 한창 밀린 페이스북을 구경하는데, 누군가가 내 방 문을 노크도 없이 열고 들어온다.
누구긴 누구야. 나를 곤경에 처하게 한 장본인이지.
"김탄소. 너 바꿔달래."
"누가?"
"엄마가."
"이모!!!"
김태형이 휴대폰을 쥔 손을 뻗고선 말을 하는데, 김태형의 입에서 엄마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그의 휴대폰을 빼앗아들었다.
웃으며 통화를 이어가는 나를 보며 김태형은 아예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침대 아래 쪽에 걸터앉는다.
휴대폰만 주면 김태형 뒷담이라도 하려했더니만 아쉽게 됐다. 그러니 앞담화를 하면 되겠다.
"아, 맞다. 이모, 목도리 감사해요. 예쁘게 잘 쓸게요."
'태형이가 예쁜거 골라줬어? 걔 안목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제가 마음에 드는거 골랐어요, 흫. 근데 김태형이 똑같은거 따라 샀어요."
'정말? 태형이가 탄소랑 같은 목소리 쓰고 싶은가보다.'
그러더니 이모는 예쁜 목소리로 호호, 하고 웃는다. 그러니까, 왜 김태형이 저랑 같은걸 쓰고 싶어하냐구요. 글쎄.
이모, 날 보고있다면 정답을 알려ㅈ...ㅝ...
나의 의도적인 앞담화에 어느 새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던 김태형이 나를 아래서 위로 흘겨본다.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뭐, 하며 바라보니 이번엔 실눈으로 흘겨본다. 왜 저래, 정말.
'태형이가 힘들게 하지는 않지?'
"평소답죠, 뭐...ㅎ."
'다음에 태형이 집에 내려올 때 한 번 같이 와. 이모가 맛있는거 사줄게.'
"헤, 알겠어요. 꼭 갈게요."
김태형이라는 존재 자체가 저에겐 힘이 듭니다, 다시 데려가주실 순 없나요?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전화가 끊어지고 천장을 향해 팔을 뻗어 손장난을 치는 김태형의 배 위에 휴대폰을 척, 하고 내려놨다.
제 휴대폰을 집어들어 그대로 나갈 줄 알았드만, 영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야, 이제 나가."
"나가라고오."
역시 곱게 말로해서는 도통 말을 들어 쳐먹지를 않는다. 이불 속에 넣어둔 발로 김태형을 밀어보지만 밀리지도 않는다.
과연 존재자체로 나를 충분히 빡치게한다.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듯.
"와, 이제 쓸모없다 이거지?"
"그럼. 이모는 나의 에브리띵, 넌 낫띵."
"...야."
작정하고 깝치라고 하면 더 깝칠 수는 있었을 것을 갑작스런 김태형의 정색에 그러지 못했다.
얘는 하루에 정색을 몇 번이나 하는거야. 괜히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마냥 심장 쫄리게.
왜, 뭐. 하고 대답하니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꽤나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있다. 그리고선 하는 말이.
"너 프사 왜 내렸냐."
란다.
시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되나. 이걸.
그러니까 박지민 그 병아리똥만한게 너와 나 사이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오해를 하는데다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길래 변명하기가 지쳐서 내렸다고?
아니, 아무리 내기라지만 내가 겨우 내 프사 내린거 가지고 쫄아야 할 이유는 또 뭐야?
"내 맴."
"올려, 빨리."
"싫어."
"올려."
"싫어."
"왜."
그러니까!! 왜냐면!! 박지민이!! 이러쿵저러쿵해서!!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내렸다니까!!! 됐냐!!!
서러웠다. 내가 내 프로필 사진 내린다는게 그렇게 정색하고 따질 일이야ㅠ?
그 와중에 이제야 내 상태메세지를 확인한건지 남친없음? 하고 그대로 읽는다. 그러더니 이번엔 아, 하고 무언가 알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져서 다행ㅇ.
"그래도 올려."
"이런 개새끼가."
"뭐??"
"아니."
어멋, 머릿 속으로 욕한다는게 그만ㅎ.
상태메세지를 읽고 모든 상태를 이해한게 아니었나. 김태형은 그 정도의 이해력도 없는 바보였던 것인가.
그래도 김태형이 정색하면 조금 무섭긴 하단 말이지.
"그럼 다시 올릴테니까, 상태메세지는 놔두는걸로."
"그러던지."
"맨날 나한테만 뭐래..."
"뭐라고 궁시렁 대는거야ㅋㅋㅋ."
"아냐..."
결국 다시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상태 메세지도 새롭게 썼다. '남친 아님ㅡㅡ' 뭐, 그게 그거같지만.
어느샌가 정색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사진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 김태형이 뿌듯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중인격자 아냐? 진짜 때리고싶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건 다 말도 안되는 소리같다.
음, 지금 보니 뱉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내리기만 해봐라."
"일주일 뒤로 타임워프되면 좋겠다."
"그렇게 싫어? 내 사진이?"
"아니, 너무 좋아서 좋아 죽을까봐 그렇지ㅎ. 그러니까 얼른 나가줄래?ㅎ"
또 정색할까봐 무슨 말을 못하겠다.
내가 원래 이렇게 나약한 이미지가 아닌데. 김태형이 우리 집에 온지 단 하루도 안지났는데 벌써 전세가 역전된 것 같다.
ㅠㅠ다 나만 미워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김태형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여전히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나더러 빨리 자리에 누우란다.
어차피 잘 생각이었지만 왜 그러냐 물으니 빨리 눕기나 하란다.
그래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턱 끝까지 이불을 올렸다.
"됐냐."
"응. 잘 자."
왜 자꾸 누우라고 하나 싶더니 불을 끄고 나간다. 학교가 코 앞인데 자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하루가 일 년 같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건가 싶기도 하고. 적어도 김태형이 군대를 가려면 1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
깜깜한 천장을 바라보며 심란한 마음으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두 개의 카톡이 동시에 울린다.
[ 프사 다시 올렸네? - 눈이 침침 ]
[ 올ㅋ 재결합? - 눈이 침침 ]
[ 폰 보지말고 빨리 자라 - 김찐찌버거 ]
[ 내일 생필품 장보러갈때 너 데려갈거니까 - 김찐찌버거 ]
"... ..."
Aㅏ... 그냥 죽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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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꾸비입니다
원래 내일 쯤 올릴까 생각중이었는데 기다리실까봐 짧게나마 올려요 하핳
오늘 날씨 엄청 춥던데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는걸 추천드려요
바람이 아니라 칼이 불어서 귀랑 코 잘리는 기분을 느낄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고흐의 고통을 대신 경험했어요 오늘..
감기 조심하세요 여러분들!!!!!!!!!
여러분의 댓글이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신알신/암호닉/추천/댓글/구독 전부 감사합니다!!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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