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며칠을 방에만 박혀 세상과 나를 단절시켰다. 정신을 차린 건 오랜만에 사촌 오빠의 연락이었다. 내가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1년을 사촌 오빠네 집에서 신세를 졌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왜 얼굴도 안 비추냐며 밥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왜 빈손인데? 내 입학 선물은?"
"아... 미안 깜박했다"
아 이 녀석은 김민규라고 사촌 오빠가 아니라 조카이다. 그러니까 사촌 오빠의 아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가 뭐 이렇게 크냐고? 원래 우리 집 족보가 좀 개족보다. 놀라지 마라 나 보다 나이 많은 조카도 여럿 있다. 아무튼 사촌 오빠가 좀 어린 시절에 사고 친 것도 있고 해서 그렇다.
"넌 볼 때마다 키가 더 큰 것 같다."
"누나는 볼 때마다 계속 작아지는 것 같다."
"이게 죽을라고- 호칭 똑바로 안 해 내가 네 고모야 인마 "
"그래서 내가 고모라고 불러서 누나가 득 될 게 뭔데? 늙었다고 인증하는 거밖에 더되?"
"김민규 한마디도 안 지지 진짜"
"아 몰라~ 어렸을 때부터 누나라고 입에 붙었는데 어쩌라고~"
애가 좀 많이 철이 없다. 새언니가 키우느라 참 많이 욕봤을 거 같다. 아무튼 민규가 입학 선물 입학 선물 노래를 부르는 통에 밥을 다 먹고 근처 시내로 탐방 나왔다. 어떻게든 나 벗겨먹을 궁리만 하는 김민규의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다. 왜 때리냐고 그 큰 게 펄쩍거리는 게 꼭 행사장에 휘날리는 풍선 같았다.
"나 이걸로 할래"
민규(개자식)가 20만 원도 넘는 겨자색코트를 집어왔다. 키가 커서 그런가 옷발 하나는 더럽게 잘 받는다. 흰티에 겨자색 코트.....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애써 그 모습을 지우려 노력했다.
"와 표정 썩는 거 봐- 누나 과외해서 돈 많이 벌었다며 이거 하나도 못 사줘?"
"알았어 사줄게-"
"예~"
"교복 입을 일 밖에 없는 놈이 이런데 한눈팔지 말고 공부나 해!"
"거참 사줄 거면 좀 곱게 사주시지~"
투닥거리며 계산대 앞으로 갔다. 점원이 내 손에서 카드를 받으며 웃어 보인다. '남자친구 인가 봐요~' 하는 목소리에 우리 둘 다 표정을 굳혔다.
"제가 더 아깝죠?"
"하하 죄송해요 남자친구가 아니라 웬수에요 웬수 "
"두 분 잘 어울리세요~"
"저기요 언니 저 방금 소름 돋을뻔했어요- 남자친구 아니라 조카에요~"
"어머 이렇게 큰 조카도 있어요?"
"네 어쩌다 보니 이렇게 큰 조카도 다 있네요"
"나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고모 있어서 싫거든요~"
전혀 닮은 구석이 하나 없는데 자꾸만 민규에게서 다른 사람이 겹쳐 보였다. 남자친구냐고 물어오는 동기의 물음에 대충 사촌동생이라고 얼버무리며 카페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너는 아직도 이렇게 내 기억 속에 스며들어 있구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선명하다.
"뭘 그렇게 멍 때려?"
"어? 아 그냥"
"왜 출혈이 너무 커서 그래?"
"아니야- 내가 새언니한테 얻어먹은 밥이 얼만데 그 정도 가지고..."
"근데 표정은 존나 썩었는데? 뭐냐 무슨 일 있냐? 안 그래도 아까 아빠가 누나 어디 아프냐고 물어 보드만"
"아니야... 근데 민규야 진짜 우리 호칭 정리 좀 하자 내가 오빠 보고 오빠라고 하는데 너는 아빠라 하고 근데 또 너는 나한테 누나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다 그지?"
"예~ 알겠습니다 고. 모. 님"
원래 이 나이 또래 고등학생들 말투가 다 이런 건가... 머릿속에 온통 한 사람으로 가득했다. 권순영... 왜 자꾸 민규에게서 순영이의 모습을 찾고 있는 걸까...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뭘 데려다줘~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금방인데"
"저번에도 누나 너... 아니 고모 너 혼자 보내고 왔다고 아빠한테 맞아 죽을뻔했거든 나도 귀찮아요~"
"아.. 오빠가 그랬어? 하긴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워서 그럴 만도 하겠다..."
"걱정 마 고모는 얼굴이 무기야"
"썩을....."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함께 걷고 있는 이 길도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순영이와 함께였다. 민규랑 투닥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 놀이터까지 다다랐다. 순영이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 몇 바퀴나 돌고 또 돌았던 놀이터를 막 지나려는데 어둠 속에서 익숙한 인영이 나타났다.
"씨발...."
".........."
"뭐야 누구야?"
"너 뭐냐?"
"나? 지금 나 말하는 거임?"
"너 뭔데 내 자리에 있냐고!!!"
찰나의 순간이었다. 순영이가 그대로 민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앞뒤 분간 못하고 눈이 뒤집혀서 쓰러진 민규에게 더 달려들려는 순영이 앞을 겨우 막아섰다.
"비켜!! 저 새끼 죽일 거야 내가"
"네가 무슨 권리로!!"
"씨발... 이거였냐? 이래서 하.. 씨발.. 존나 비참하다"
"권순영 너 정말 최악이야-"
"........... 하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주먹부터 날리는 거 이게 네 본모습인 거니??"
"이제 알았어? 씨발 그럼 넌!!! 네 맘대로 헤어지자고 말하고 잠수타는 넌!!! 재미없다며!! 사랑놀이 재미없다면서 이 새끼는 뭔데!!!"
"아.. 존나 더럽게 아프네..."
"민규야 괜찮아?"
"저새끼 뭔데? 아는 놈이야?"
"아니... 몰라... 모르는 애야..."
"하.. 씨발 존나 이 상황 뭐냐 좆같다 진짜"
"민규야... 일어날 수 있지? 그만 가자..."
"씨발!!!!! 김너봉!!!!!!"
순영이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아무 상관도 없는 제삼자인 민규가 피해를 봤다. 이게 현실이었다. 우리가 사랑하면 할수록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그래서 난 더 모질게 너를 끊어내야만 한다. 차라리 오해를 하고 나를 욕했으면 좋겠다. 악에 받쳐 소리치는 순영이를 지나쳐 민규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있어봐- 소독약이랑 연고 찾아서 올게"
"누나가 저 꼴통 새끼 어떻게 알아?"
"..........."
"사랑놀음은 또 뭔데?"
"..........."
"설마 저 새끼랑 연애하고 뭐 그런 건 아니지?"
"아니야 그런 거..."
"진짜 아냐?"
"어.... 그냥 과외해주던 애였어...."
"............"
"그러면 넌 어떻게 아는데..."
"저렇게 머리 요란하게 물 들이고 양아치 짓 하고 다닐 놈이 이 동네에서 권순영 말고 더 있겠어?"
"............."
"진짜 아니지?"
"응.. 아냐..."
"어울리지 마 누나만 상처받을 거야"
민규야 너무 잘 아니까 그만 얘기하자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민규의 눈을 바라보았다. 민규도 말없이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속을 꿰뚫는듯한 근 눈빛을 내가 먼저 피해버리고 구급함을 찾기 위해 등을 돌렸다. 소독약과 연고를 찾아왔다. 찢어져서 피가나는 입가에 소독약을 묻힌 솜으로 닦아내자 민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뺏다.
"아!!! 아퍼~ 살살해!!"
"너도 이제 그만 정신차리고 오빠랑 새언니 속좀 그만썩여"
"아 뭐래~ 나는 그래도 양반이거든~"
"양반인 녀석이 강제전학을 두번이나 당하냐!"
"아씨.. 그 얘긴 왜 꺼내? 나 이제 정신 차렸다니까!!"
"진짜야?"
"아 진짜라니까!!"
"알았어 임마- 성질은..."
민규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돌려보냈다. 또 쌈박질하고 들어왔다며 발가벗겨서 내쫓을까 봐 사촌 오빠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순영이가 때렸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나랑 장난치다가 넘어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넘어지면 입술이 터지는 거냐는 사촌 오빠의 물음에 뜨끔했지만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얼버무리며 넘겼다. 사촌 오빠가 왜 자꾸 볼 때마다 말라가냐며 밥 좀 잘 챙겨 먹으라고 나를 걱정해주었다. 괜히 울컥하고 터지려는 울음을 참으며 겨우 통화를 끝냈다.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던 그 카톡을 마지막으로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그 놀이터에 있었던 것일까 눈앞에 순영이의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상할 때로 상해 수척해진 그 얼굴 상처로 얼룩져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그 표정... 마음이 약해지고 헛된 미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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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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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나 내 이러고 있을 줄 알았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가만히 누워서 흘러가는 시계만 쳐다보고 있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그날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제대로 연락도 하지 않는 내가 걱정이 된 모양인지 친구가 찾아왔다. 죽집 상표가 붙어있는 종이 백을 열어 테이블 위에 세팅하더니 내 손에 숟가락을 쥐여주었다.
"떠먹여 줘야 될 정도로 아픈 건 아니지?"
"응... 고마워..."
"다 죽어가네- 이럴 거면 왜 헤어지자고 했냐?"
"하아.. 그러게..."
친구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제대로 청소도 하지 않아 엉망진창인 집안을 둘러보며 친구가 팔을 걷어 붙었다.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라도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와~ 이거 대체 얼마나 된 거냐 곰팡이 다 폈다 가스나야 "
싱크대 위에 올려둔 선물상자를 열어보며 친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상자의 주인은 원래 순영이었다. 발렌타인데이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초콜릿 노래를 부르던 순영이를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결국 전해주지 못하였다.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저렇게 덩그러니 싱크대 위에서 먼지만 쌓이고 썩어 문드러졌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듯.... 제대로 버리지도 못할 거면서 이별을 말했다.
결국 또 친구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친구의 품에 지친 몸을 기대어 한참을 울었다. 겨우 울음이 진정되고 나니 머리가 아팠다.
"몸 좀 챙겨"
"고마워..."
"진짜 김너봉 좀 돌아와라 보는 내가 더 답답하다"
"미안..."
"어휴... 그런 소리 나 듣자고 온 거 아닌데.."
"........"
"이거는 내가 버려줄게- 쉬어라 나 간다~"
친구가 갔다. 적막속에 혼자가 되었다. 반도 먹지 못한 죽은 식어만 가고 있었다. 친구가 버려주겠다며 가져간 상자가 눈에 밟혔다. 아니 그 상자의 주인이 눈에 밟혔다고 하는게 더 맞는 표현이었다. 결국 미련이 나를 움직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내 두 발을 놀이터로 향하게 하였다.
"하아... 나 진짜 멍청이다."
뭘 기대한 것일까 꽃샘추위에 놀이터는 뛰어노는 아이들조차도 없었다. 혼자서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를 바라보았다. 헤어지기 싫어서 놀이터를 돌고 돌다 다리가 아파 저 그네에 앉았었다. 사귀게 된지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닭살 돋아서 몸을 부르르 떨며 그만 좀 쳐다보라며 핀잔을 주었더니 더 얼굴을 가까이하며 나에게 눈을 맞추려던 순영이.... 그때 더 열심히 봐 둘걸 그랬다. 그러면 좀 덜 그리웠을려나...
그네에 앉아 몸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였다. 옆을 돌아보면 꼭 순영이가 있을 것만 같아서 말없이 땅만 쳐다보았다. 발끝에 채이는 모래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그네에 앉아있었다. 그때 내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들 수 없었다. 혹시나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면 어쩌나.... 겁이 났다.
내가호시♥
여러분~ 다들 티켓팅은 잘 하셨나요??ㅠㅠ
저는... 제 자리가 있긴 있더군요...
근데... 2층 9열.... 하아...
광탈 아닌 게 어디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번에 펖콘때 1열을 잡았었는데...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봐요ㅠㅠㅠ
더군다나 저는 지방이라서... 차비까지 합치면...
꾀나 거금을 들여서 가는 콘서트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좋은 자리에서 보고싶은 욕심이...하아...ㅠㅠ
그래도 진짜 애들이랑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요^^
그리고 핸드볼 생각보다 잘 보인데요.... ᅲᅲᅲ
근데 9열이 잘 보일지.... 맨 뒤에서 두번째인데...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편ㅋㅋ 참 엎친 데 덮친 격이죠?ㅋㅋㅋ 제가 많이 꼬여였나봐여ㅋㅋㅋ
왜 자꾸 순영이를 괴롭히게 되는건지ㅋㅋㅋㅋㅋㅋ
순영아ㅠㅠㅠ 민규는 그냥 조카일뿐이야ㅠㅠㅠ 그런 사이 아니라고ㅠㅠ
그나저나 밍구 급등장ㅋㅋ 거기에다 조카라니ㅋㅋ
밍구의 조카 설정은 저의 현실 반영입니다.
실제로 저희 집이 좀 개족보라서ㅋㅋ
저희 아버지랑 연배가 비슷한데 촌수 따지면 오빠라고 불러야 되고
사촌오빠인데 저희 어머니랑 동갑이고 막 그래여ㅋㅋㅋ
그래서 그냥 한번 무리수 둬 봤어요ㅋㅋ
밍구 같은 조카 있으면 참 행복할듯ㅎㅎ
항상 피드백 남겨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_♥
아 그리고 갑자기 또 추워져서 걱정이네요ㅠ 모두 건강 잘 챙기시구 감기 조심하세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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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