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학식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 비록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짝사랑이었지만
꽃보다 권순영 prologue
세봉 고등학교 1학년엔 자타공인 꽃반이 있었다. 복도를 걷고있는 아이들 중 아무나 잡고 '세봉 고등학교의 꽃반. 그러니까 미인이 많은 반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니?' 라고 물어봐라. 아마 백이면 백 전부 '11반으로 찾아가세요!'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니까. 오죽하면 수능때문에 바쁠 3학년 언니, 오빠들마저 얼굴을 보러 내려왔을 지경이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내가 이렇게 우리 학교의 꽃반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 내 짝사랑의 대상이 11반 학생이기 때문이다. 11반에는 얼굴로 알려진 애들이 꽤 많은편인데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나는 남자애들 이름만 몇명 알고있다. 김민규, 전원우, 이석민, 권순영. 그 중 내 짝사랑의 대상은 권순영이다. 입학식날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연설을 듣던 중 우연히 떠들고있는 권순영 무리를 봤었다. 사실 말이 우연이지 그정도 비주얼과 피지컬을 갖고있으면 못 알아보는게 이상한일이었다. 아마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권순영의 웃는 모습에 한눈에 반한것같다. 솔직히 권순영보다는 김민규가 좀 더 내 상상속의 이상형과 가까운 외모였었는데 왜 하필 권순영에게 반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었다. 입학식날 멀었었던 나와 권순영의 거리만큼 우리의 반 또한 아주 멀었다. 총 12반 중 11반인 권순영과 3반이였던 우리반은 2층이나 차이가 나는 상태였다. 차라리 내가 11반이고 권순영이 3반이었다면 교실로 올라가면서 슬쩍 보기라도 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학기 초반 살짝 들었었지만 오히려 그랬다면 짝사랑을 잊기가 더 힘들었을거라 생각하니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들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보이지 않으니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쉬웠다. 남이 봤을 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친 상황이더라도 나름 짝사랑도 경험해보고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며 끝을 냈다. 짝사랑만큼 힘든게 없다던데 비교적 간단하게 끊어냈다고 생각하니까 뭐 한번쯤은 이런 경험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싶기도하고 그리고 나에겐 다행스럽게도 권순영은 1년동안 여자친구를 사귄적도 없으니 마음 고생 할 일도 없었다. 권순영의 소식이 들려올때의 설렘이나 '몇반에 누구누구가 고백했는데 권순영이 거절했다더라' 라는 통쾌한 이야기들을 들었을때의 기쁨. 마음 고생이라면 딱 하나 얼굴을 못보는 것 뿐이었는데 오히려 그 덕에 금방 잊을 수 있었으니 단물만 쏙 빼먹은 기분마저 들 지경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입학식을 제외하고 권순영을 본건 딱 2번 그것도 학기초에 갔었던 수련회에서만 두번 그 외에는 단 한번도 단 하루도 마주친적이없었다. 학교따위 대충 다니고 지각을 밥먹듯이 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다르게 권순영은 제 할일은 똑부러지게 해내는 스타일이었고 나는 항상 아슬아슬하게 지각하지않는 그런 학생이었다. 들려오는 얘기로 추정해봤을때 권순영은 내가 학교에 도착하기 20분 정도 전에 등교한다는 것 같으니 등교시간에 마주칠 수 있을리가 없지. 그렇게 얼굴도 보지 못한채로 1년이 지나고나니 권순영을 향한 내 마음은 차츰 식어갔다.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는 상태인지라 아예 잊고 산건 아니지만 적어도 2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 권순영의 소식을 들었을때 어떠한 동요나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으니까 아마 완전히 잊은거겠지--------------------------------------------------------------------------
고1 생활 따위는 대충 이정도로 생략하고 고2로 넘어갑니다. 고딩 생활의 꽃은 2학년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꽃보다 남자처럼 유치하고 달달한 글을 써보고싶었습니다. 김민규 전원우 이석민 권순영 4명이서 S4라고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 그건 심한 것 같아서 뺐어요... 사실 이 글을 올리기 전 2년전에 올린 다른 글들을 찾아봤는데 왠지 그때가 문체가 더 좋은 것 같기도하고...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