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 H
넌 왜 내 동생이니, 왜.
-제 3세계 슬럼가
" K !"
슬럼가에서 통신이 단절된 민규를 찾기 위해 순영이 슬럼가로 찾아왔다. 조직 일부와 함께 K를 찾기 위해 시작된 기약없는 발걸음. Z는 K가 살아만 있어주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K 성격에 빈민들을 상대로 총을 마구 남발했을리는 없다. K가 어디로 갔을지부터 찾아보는거다. 사실상 슬럼가 사람들에게 K가 어딨냐고 물어보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최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단독적으로 슬럼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출발하기 전 승관에게 받아놓은 통신기를 손에 들고. 민규의 통신기가 주변에 있다면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통신기가 반응할 것이다. 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슬럼가를 30분 쯤 돌아다녔을까, 막다른길에 다르자 통신기가 세게 반응한다.
" ! "
순영의 시선이 꽂힌건 흙바닥에 내팽겨쳐져있는 통신기 하나. 얼른 달려가 새겨져있는 코드네임을 확인한다.
"...K."
K가, 이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K가, 이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 코로나 아스트레일스, 본부
본부에 비상명령을 내리고, 보스의 부름에 보스의 동생이 있던 병실로 내려간 승관이 심호흡을 세 번 하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최한솔, 이라는 보스의 동생과 그 옆에 앉아있는 보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승철이 잠시 말을 뜸들인다. 대답이 돌아오지않자 그냥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게 된 승관이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한참 말이 없던 세 사람. 그러자 다 갈라진 목소리로 한솔이 입을 연다.
"기억, 지워주실 수 있습니까."
한솔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충격이었다. 기억을 지워달라니, 내가 무슨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승관은 욕이 나올뻔한걸 가까스로 참았다. 잘못 들었습니다, 승관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말하니 한솔이 완강한 말투로 다시 한번 말한다.
"제 기억의 일부분을, 지워주실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승관은 말문이 턱 막힌다. 진심 오늘 아침부터 왜 이런 시련이. 승관이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자칫하다간 기억 전체가 지워질수도 있습니다, 약이 꽤나 독해서요. 정말 자칫하면 기억 전체가 지워질수도 있는 도박이다. 사실상 사람의 기억을 조작한다는것 자체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일테니. 승관이 말하자 형제의 눈이 흔들린다. 승철이 한솔의 손을 잡고 괜찮다고 말한다. 기억, 안 지워도 된다며 한솔을 타이르자 그가 덤덤하게 말한다.
"기억, 지워주세요."
"하아..."
승관은 의무실에서 약을 준비하며 한숨을 만 번은 쉰것 같다. 이젠 하다하다 못해 남의 기억까지 지우고 있다. 메딕이 원래 이런것이던가. 복잡한 일이 쏟아져 정신이 헤까닥할것같은 승관이 한솔에게 말을 걸었다. CB에선 뭐하셨습니까.
"..메딕팀입니다."
"뭐요?"
"뭐요?"
저 개새끼가, 메딕팀이면 지가 알아서 약 꼽으면 될거아냐! 어이가 없을대로 없어진 승관이 퀭한 눈으로 한솔을 바라보니 그게 웃긴 듯 한솔이 웃는다. 그래, 약 하나 못 꼽는걸 보면 약물제조팀이거나 정신과거나 인턴이거나 뭐 그렇겠네. 승관이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자 또 그게 제 눈에 비쳤는지 한솔이 웃으며 말한다.
"치료하는 쪽에 있었고."
"이런 염병할 자식을 봤-"
"네?"
"아, 아니. 약이 잘 안들어가서."
"..."
"이런 염병할 자식을 봤-"
"네?"
"아, 아니. 약이 잘 안들어가서."
"..."
사실 약은 잘 들어갔다. 승관의 욱한 성질이 잘 들어가지 않았을 뿐.
"기억은, 왜 지우려고 하는겁니까?"
"..."
"딱히 말 안해도 되고요. 나도 뭐 남 기억 지우는 판에 이유같은건-"
"CB 팀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습니다."
"..."
"물론, 그들이 나를 슬럼가에서 구출해주었지만."
"..."
"J는 내가 CA 보스의 동생인걸 알고 있었어요."
"...어이고."
"그게, 그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날만 하네."
"이제는, 그 곳이 끔찍하기만 합니다."
"..."
"..."
"딱히 말 안해도 되고요. 나도 뭐 남 기억 지우는 판에 이유같은건-"
"CB 팀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습니다."
"..."
"물론, 그들이 나를 슬럼가에서 구출해주었지만."
"..."
"J는 내가 CA 보스의 동생인걸 알고 있었어요."
"...어이고."
"그게, 그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날만 하네."
"이제는, 그 곳이 끔찍하기만 합니다."
"..."
승관이 말 없이 약물을 들어 주사기에 넣었다. 그래, 그러면 기억 지울만 하지. 팔 걷어보세요. 주사기에 붉은 약물을 투여한 승관이 한솔의 흰 팔목을 잡았다. 혈관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만져보던 승관이 무언가 딱딱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을 본 한솔이 반대쪽 팔목을 내준다.
"뭡니까?"
"CB 좌표 칩입니다. CB 요원들 팔목에 하나씩 박혀있죠."
"예?!"
"아마 제 위치도 지금 발각되었을겁니다. 이건 어디가서 빼면 되죠?"
"...해커한테 가서 물어보심이.."
"어디 계신가요?"
"지금 CB에 갔는데요."
"..네?"
"CB 좌표 칩입니다. CB 요원들 팔목에 하나씩 박혀있죠."
"예?!"
"아마 제 위치도 지금 발각되었을겁니다. 이건 어디가서 빼면 되죠?"
"...해커한테 가서 물어보심이.."
"어디 계신가요?"
"지금 CB에 갔는데요."
"..네?"
- 코로나 보리얼리스, 약품 창고
"보스, 약만 바꿔치면 되는겁니까?"
- 약 바꿔치고, 약품 창고에 어떤것들 있는지 좀 알아와줘.
"...죽으면 보스가 책임지십쇼."
- 죽지 마.
지훈이 끊어진 통신을 붙잡고 입맛을 다셨다. 쩝, 빨리 일이나 끝내고 자야지. 방금 CB 소속 여자가 열은 서랍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전원우, 저기에도 전원우. 스나이퍼 이름이 전원우인가 보지? 지훈이 약봉지를 이리저리 훑어본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붉은 색을 띄는 약을 꺼낸다.
"음, 이건 들켰지."
"보스, 약 바꿔치기 한거 들켰는데 어떻게 하죠?"
- 그럼 약은 그냥 놔둬. 어쩌다 들켰어?
"모르겠어요, 갑자기 어떤 여자가 오더니 욕하고 가던데?"
- ... 알겠어, 그럼 약만 적고 나와. 거기 CCTV 분명히 있을거야.
"옙."
지훈이 통신을 끊고 약품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건 치료제, 이건 독. 하여간 CB, 무서운 것들만 잔뜩 꿍쳐놓고. 우리 순영이 허리에 꽂은 독은 또 뭐였을라나. 지훈이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더 많은 약품 상자들이 지훈을 위협적으로 압도한다. 그와 동시에 코를 찌르는 독한 약냄새에 지훈이 인상을 찌푸린다.
"진짜 약냄새 뭐같다."
발걸음을 죽여 상자를 열은 지훈의 눈이 동그래진다. 탄약? 보스, 여기 탄약상자도 있는데요. 여긴 분명 약품 창고인데 탄약상자가 있다. 그렇다면-
- 무기 창고도 찾은셈이네.
"와, 대박."
- 들킨다. 빨리 나와.
"아, 좀만 더 찾고. 이거 완전 횡재잖아요."
- 횡재 찾다가 죽을래? 얼른 나와.
지훈이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창고를 둘러보다, 작은 소형 카메라와 눈이 마주친다. 그와 동시에 터진 플래쉬.
"에?"
"보스, CCTV 찾았어요."
- ..뭐?
"이게 CCTV인가본데-"
지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약품창고에서 크게 비상벨이 울린다. 빠르게 상황파악을 한 H.
"보스."
- ...
"저 죽으면, 알아서 잘…."
- 살아나와라.
"아, 당연하죠."
- 제 3세계 슬럼가
순영이 한참을 K의 통신기가 떨어진 지점 주변을 돌고 돌았다. 다 죽어가는 숨소리라도 들리면 좋으련만, 어떻게 된게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가 않는다. 점점 순영이 지쳐갈때쯤, 순영의 통신기에 통신이 들어온다.
"예, 권순영입니다."
- Z, K 위치 발견되었습니다.
"뭐? 어딘데."
- 슬럼가 동쪽 건물, 지하입니다.
"..."
지하라면-
민규의 통신기를 들고 있는 순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슬럼가 지하라면 답은 딱 하나. K가 인질로 잡혀있다는 것.
" 코드네임 Z, 본부 지원 요청 바랍니다."
- 현장 브리핑 바람.
" 코드네임 K, 현재 제 3세계 슬럼가 인질로 잡혀있는 듯 합니다. 빠른 지원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