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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우리의 모든 순간들 03

W. 키링키스

 

 

 

 

 

 

" 으으..."

 

 

눈을 뜨자마자 징어를 반긴 것은 아이보리색 천장과 조심스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가습기였다. 이마부근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징어가 이마를 돌리자

익숙한 정수리가 눈에 가득 들어찼다. 징어가 살짝 뒤척이자 숙여져 있던 고개가 올라가고 찬열이 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더 크게 떴다.

 

 

" 괜찮아? 정신 들어? "

" ..응.. 나 근데 여기 왜 있어? "

" 피구하다가, 김종인이 던진 공에 맞아서 기절했어. "

" ...그랬구나.. "

 

애들 다 수업 째고 보건실에 있으려는거 말리느라 혼났어. 찬열이 징어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 김종인이, 많이. 많이 미안해 했어. "

" ..알아.. "

 

사실, 징어 자신은 이마가 찢어지든 아무래도 좋았다. 단지, 종인이 미안해하는 모습은 보기 싫은 징어였다. 매번 투닥거리고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둘이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각별한 사이였다. 서로 내색은 안하지만, 징어와 종인은 소울메이트 같은 사이였다. 아이들 모두가 각별한 사이지만, 개개인에게 갖는 감정은 모두 달랐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모두에게 징어는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이였다. 언제부터, 딱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아이들의 중심은 늘 징어였다. 누구도 그것에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징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라고 모두 생각하고는 했었으니까. 물론, 징어는 모르지만.

 

" 나, 일어날래. "

" 더 누워있지 그래. "

" 괜찮아. 이정도 쯤은. "

 

그리고, 걱정되기도 하구. 징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찬열은 곧잘 징어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했다. 뽀얀 이마 한구석에 거즈를 붙인 징어의 모습에 찬열은 살짝 마음이 아려왔지만 뻗어오는 징어의 손을 붙잡고 징어를 일으켰다.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일어난 징어가 몸을 기울였다. 기울어지는 징어의 몸을 찬열이 포옥 감싸안았다.

 

 

" 조심해, 머리 맞아서 어지러울 지도 모르니까. "

" 으응, 고마워. "

 

따뜻하다. 중얼거리며 강아지 처럼 품에 얼굴을 부벼오는 징어를 찬열이 조금 더 감싸 안았다.

 

" 열아. "

" 응. "

" .... "

" 왜? "

" 그냥, 그냥. "

 

 

왜 갑자기 루한의 얼굴이 떠올랐는지는 징어도 모를 영문이였다. 그저, 루한의 생각을 떨치려 징어가 더욱 찬열의 품에 파고들었다.

 

 

 

**

 

 

 

" 오징어, 괜찮아? "

 

징어가 2학년 복도에 얼굴을 드러내자 5반 앞에서 뭉쳐있던 경수와 종대, 수지와 수정이 후다닥 달려와 징어의 곁에 붙어 섰다. 어디봐봐, 징어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볼을 주욱 늘어트리기도 했다. 

 

" 아아, 볼은 왜 꼬집어! "

" 모찌모찌한 오징어 볼따구도 정상인가 체크하려고 그랬지. "

 

 

경수가 예의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징어의 머리위에 손을 올렸다. 그나저나,

 

" 깜종은? 어디갔어? "

 

그게.. 아이들의 얼굴에 난처함이 스쳤다. 수정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너, 기절하고 박찬열 등에 업혀가는거 보고는 애가 혼이 빠진거 있지. "

" ...난 괜찮은데에.. "

" 알잖아, 김종인 성격. 너 못괴롭혀서 안달이지만 그만큼 널 아끼는 놈인데 지가 던진 공에 니가 이마에 피를 흘리고 기절했으니, 속상하지 안속상하겠어? "

 

옆에서 종대와 수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 ...루한은? "

 

주변을 둘러보던 징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글쎄올시다. 연애사업이 바쁘신지 도통 얼굴보기가 힘드네. "

 

종대가 대답했다. 징어의 머릿속에 루한과 나은이 마주보며 웃는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갔다.

 

" 근데....깜종이 나은이랑 사이 안좋아? 아까는 왜그런거야? 너희도 이상했어. "

 

울상을 지으며 물어오는 징어에게 종대와 수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징어가 경수의 커다란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경수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 견고한 울타리를 침범하는 불청객 같다더라. "

" 응? "

" 우리들 사이에도 룰은 있잖아. 지킬건 지키고 못지키겠으면 내려놓고. "

 

자꾸만 어렵게 빙빙 둘러 말하는 경수에 징어가 인상을 썼다.

 

" 그리고, 김종인 촉 하나는 좋잖아. 축구부 주장답게 어느 지점에서 태클을 걸어올지 빤히 보인다는 거지. 특히, 그게 더럽고 불순한 의도일 때는 반드시. "

" ...... "

" 어려워? "

" ...쪼금. "

" 그럼, 신경쓰지마. 우리도 네가 복잡한거에 신경쓰고 걱정하는거 싫어. 그런건 우리가 다 할 수 있으니까. 넌, 그냥 그대로만 있으면 되. "

 

 

여전히 복잡미묘한 경수의 말이였지만 결국엔 자신을 위한 걱정이 담긴 말에 징어는 마음이 놓였다. 살포시 수정이 징어의 어깨를 감쌌다.

 

" 김종인한테 가서 다독이고 와줘. 그건, 나도 어려운 거라서. 너만 할 수 있는 거기도 하고. "

" ...축구부 훈련장에 있겠지? "

" 물론. 공이나 뻥뻥 차대고 있겠지? "

 

 

응응. 알겠어. 나 다녀올게. 풀이 죽은 강아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종인을 떠올리며 징어는 걸음을 빨리했다.

 

 

 

**

 

 

시합 준비 기간이 아닌 축구부의 훈련장은 한산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공을 차는 소리만이 반복 될 뿐이였다. 징어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종인의 뒷모습을 지켜 보았다.

공을 주워 올 생각은 안하고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공만 차대는 종인이였다. 징어가 종인의 곁으로 다가갔다.

 

 

" 깜종. "

" .... "

 

종인의 등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 깜종, 뭐해? 응? 나 심심한데. "

 

징어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종인과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했지만, 종인은 자꾸만 얼굴을 돌려 시선을 회피할 뿐이였다.

 

" 깜종, 나 진짜 괜찮아. 보건 선생님도 약 잘 바르면 빨리 낫는댔어! "

 

종인은 묵묵부답이였다.

 

" 깜종...내 얼굴 안볼거야? 응? 왜 자꾸만 피해애..나 괜찮은데 진짜.. "

 

말하지 않아도 종인이 지금 얼마나 미안해 하고 있는지 징어는 느낄 수 있었다. 징어가 답지 않게 한숨을 히유- 쉬고는 종인의 뒤로 다가가 허리에 손을 감고 포옥 안겼다.

종인의 몸이 떨려왔다.

 

" 미안해 하지 않아두되. 게임이였잖아. 집중 안하고 한눈 판 내 잘못이 커. "

 

징어가 종인의 등에 얼굴을 부비적 거렸다. 그제서야 종인이 몸을 돌려 징어와 시선을 마주했다. 징어가 종인과 눈을 마주하고 베시시 웃어보였다. 종인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종인이 징어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았다.

 

" 흉질 것 같아. "

" 아냐, 흉 안져. 마데카솔 듬뿍 듬뿍 바르면 되. "

" ..미안해.. "

" 나두, 미안해. 조심 안해서. 피구하는데 한 눈 팔아서. "

" ..미안해. 난 너 죽는 줄 알았어. "

 

뭐어? 징어가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 아무리 빨빨 거리면서 돌아다니고 나한테 주먹을 쥐어보이는 너지만, 이렇게나 작은 앤데. 내가 잘못했어. "

 

종인이 징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잠긴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알아, 알아. 그리고 그저 알겠다며 종인의 등을 토닥이는 징어였다. 

축구부의 훈련장은 조용했다. 커다란 덩치를 징어에게 기울이며 훌쩍이는 종인과, 그에 파묻혀 그를 위로하는 징어의 모습이 퍽 잘 어울렸다.

종인의 감정이 잦아들고 징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깜종. "

" 응... "

" 나한테 많이 많이 미안하지? "

" ..응.. "

 

분위기도 전환할 겸. 징어가 종인과 시선을 마주한 체 미소를 지었다.

 

" 나한테 미안하면, 나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거 좀 도와주라. "

 

헤헤헤-

종인의 표정이 한층 가벼워졌다. 요게, 틈만 나면 부려먹으려고 들어. 종인이 아프지 않게 징어의 머리에 딱밤을 주었다.

징어는 딱밤도, 능글거리는 종인도 아무래도 좋았다. 축 처진 강아지 같은 깜종만 아니라면.

 

 

 

**

 

 

 

 

" 뭐가 이렇게 많아? "

" 쓰읍- 너, 불평 안하기로 했잖아. "

 

작정을 했구만. 종인이 징어의 귀에 들리지 않게 투덜거렸다.

 

" 실은, 아까 담임 선생님 시간에 지적 받아가지구...오늘 하루 벌이래. "

" 뭘 했길래? "

" ...음..생각! "

 

 

깜종, 종인아. 자꾸만 자꾸만 루한 생각이 나. 나은이랑 같이 있는 루한 생각이 자꾸만 나. 나 왜이러지?

징어가 털어 놓지 못하는 고민을 속으로만 되삼켰다.

 

 

" 너, 그거 똑바로 들어 자꾸 흘리잖ㅇ...어? "

 

 

소각장을 향해 걸어가던 징어의 실내화가 멈추어 섰다. 왜 그래? 징어를 뒤따라 오던 종인이 멈추어선 징어의 시선의 끝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벚꽃나무 앞에 루한이 등을 지고 서 있었다. 맞은 편에 서 있던 나은이 까치발을 들어 루한에게 입을 맞추었다.

 

 

" 오징어, 뭐해. "

"...으,응? "

" 가자. "

 

종인이 무뚝뚝하게 징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처,천천히 가아! 종인에게 손목이 붙잡힌 체 징어는 끌려갈 뿐이였다. 종인이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다가오는 인기척에 루한이 몸을 돌렸다. 루한과 눈이 마주친 징어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종인이 나은을 한번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루한에게 말을 뱉었다.

 

 

" 루한. 솔직해 지지 그래. "

" ..... "

" 나는 봐줄 수 있는데. 솔직히, 좀 비겁해 보여. "

" ..... "

" 겁쟁이 같다고. "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이 다시 징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소각장으로 가는 동안 징어는 자꾸만 아까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입 맞춤. 루한과 나은의 입 맞춤. 기분이 자꾸만 이상해지는 징어였다. 울컥, 눈물을 터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징어는 자신을 다독였다. 단지, 단지 친한 친구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이정도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속이 좁은 것이라고.

종인은 쓰레기를 버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징어 또한 말을 할 기분이 아니였다.

 

 

루한, 루한.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징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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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모토는  그 아이들의 불완전함과 미성숙함을 담자! 입니다.

그러니까 독자분들도 조금만, 조금만 느리게 가요!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걸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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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늘 키링키스님의 글에 감탄하고 갑니다~ 아이들이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 기대할게요~!!
10년 전
독자2
역시 루한이랑 여주 러브라인 이네요 아직 서투른 주이공들인데 이제 점점 ..ㅎㅎㅎㅎㅎㅎ
10년 전
독자3
브금 누가 부른건가요...??ㅠㅡㅠ 원곡이랑 다른데 달달하네염.....
10년 전
키링키스
M.Y.M.P 가 불렀답니다!!
10년 전
독자3
ㅇ..이런 루한이 도대체 왜!!저러는거조?!!!
10년 전
독자4
ㅜㅜ차녀리나종이니랑 잘됬음좋겟다는 저의 주관적인생각☆★☆
10년 전
독자5
으아다음편이궁금해지네요
10년 전
독자6
으앙ㅠㅜㅠㅠ진짜대박이에욤!!!짱짱!!!
10년 전
독자6
금손이구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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