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에그- Once Again (With 한소현 Of 3rd Coast)
청춘, 우리의 모든 순간들 04
W. 키링키스
" 징어야. "
" 오징어. "
" 아, 응? "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징어가 화들짝 놀라며 찬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 아...그냥.. "
징어가 찬열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찬열은, 그런 징어가 걱정이 되어 재차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박찬열, 조금만 조금만 참자. 찬열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가끔씩은, 이렇게 세상 모르게 생각에 잠겨있는 징어를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찬열이였다.
" 징어야, 나 오늘 준면이 형이랑 학생회 일이 좀 많아서. 집에는 정수정이랑 가야겠다. "
" 아...그래? "
" 미안. "
항상 함께였던 하교길을 가끔씩은 이렇게 학생회 때문에 거르고 만다. 징어는 금새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 아니, 준면오빠는 왜 자꾸만 너를 부려먹는거야? 응? 열아, 내가 우리 오빠 혼내줄까? "
비장한 표정을 짓고는 주먹을 쥐어보이는 징어를 향해 찬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약간 헝클어진 징어의 머리를 다정스레 넘긴 찬열이 말했다.
" 나도 학생회 간부잖아. 그리고 준면이 형이 얼마나 잘해주시는데. 그러면 못 써. "
잘생긴 외모와 함께 공부도 곧잘 하는 찬열은 앞에서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였다. 주목 받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닌지라 (물론,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명인사이긴 하다.) 학급 간부를 맡지는 않지만,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준면의 권유로 본의 아니게 2학년 학년장을 맡게 되었다. 찬열은 가끔씩, 이렇게 자신이 없이 징어가 하교를 해야할 때마다 준면에게 원망 아닌 원망이 생기곤 했다. 그래도오...너랑 같이 가고 싶은데.. 풀이 죽은 징어의 말에도, 찬열은 그저 싱긋이 웃으며 징어를 달랠 수 밖에 없었다.
" 그래도...난 열이 네가 간부라서 좋아. "
" 왜? "
" 너무 너무 멋있으니까! "
헤헤헤.
엄지손가락을 들며 자신을 치켜세우는 징어를 바라보며 찬열은 마음 한구석에서 부터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
" 오징어, 가자. "
정규 수업이 파하고 수정이 가방을 메고 징어에게로 다가왔다.
" 수정아 잠깐마안..아고고, 왜이렇게 챙길 게 많아. "
" 뭘 이렇게 많이 챙겨? 공부도 안하는게. "
" 야!! 나 집에 가서 공부해!! "
" 으구구, 그랬쩌요? 알겠으니까, 빨리 챙겨. "
" 근데, 깜종은? "
" 오늘 축구부 연습있다고 먼저 가래. 아 맞다, 짜잔! 이거봐라! "
" 어?!! 기프티콘? "
수정이 징어의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스마트폰의 액정 가득히 기프티콘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징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베스킨 라빈스의 기프티콘이.
" 우와아아!!! 뭐야, 뭐야? 어디서?! "
" 김종인이, 오늘 너한테 신세졌잖아. 그것도 그렇고 같이 못가니까 둘이서 맛있는거나 먹으라고? "
" 역시, 깜종 짱짱맨 !! "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잔뜩 들뜬 징어가 닥치는 대로 소지품을 가방에 쑤셔넣은뒤 서둘러 매었다.
" 으이구, 오징어 아이스크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거 봐. 요, 어린애 입맛 언제 고쳐질라나. "
수정의 가벼운 타박에도 징어는 그저 좋다고 웃으며 신발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다 멈칫, 뒷 문 가까이 3분단 맨 뒤 오른쪽 자리에 징어의 시선이 머물렀다.
수정의 옆자리이자 루한의 자리였다. 그저, 멍하게 루한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징어에게로 수정이 다가왔다.
" 뭐해, 안가고? "
" 수정아. "
" 응. "
" 루한도 오늘 축구부 연습 한대? "
" 아마도? "
" ..그렇구나..가자. "
뭐야, 싱겁긴. 수정이 말했다.
운동화를 고쳐 신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학교를 빠져 나가는 순간 순간에도 징어는 루한이 떠올랐다.
" 그게, 그래가지고 아까 김종대가 얼마나 웃겼냐면... 오징어 듣고 있어? "
" 응, 듣고있어. "
수정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자꾸만 루한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까, 종인과 소각장에 가던 길에 보았던 장면도 자꾸만 떠올랐다.
도리도리. 징어가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복잡하다. 기분이. 그치만, 왜?
루한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물음표가 가득 들어찼다.
**
" 엄마는 외계인 하프갤런이요. 여기, 기프티콘.. "
수정이 주문을 하고 점원이 커다란 통 가득히 엄마는 외계인을 담았다. 아이스크림 이라곤 엄마는 외계인 밖에 먹질 않는 징어를 위한 수정의 배려였다.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은 통과 함께 조그마한 수저를 챙긴 수정이 징어가 앉아 있는 자리로 걸어왔다.
" 자, 실컷 먹도록! "
" 아, 설레여..잘먹겠습니다! "
조그만 수저를 두손으로 꼬옥 감싸쥔 쬐끄만 징어가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퍼먹기 시작했다. 성인 여럿이 먹기에도 힘든 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을 신기하게도
징어는 항상 혼자서 비워내고는 했다. 그럴때마다 수정은 감탄했다. 도대체, 저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거야?
수정도 수저를 잡고 아이스크림을 퍼내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이 점차 사라지고 수정과 징어의 수다 또한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 아, 수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여자들은 언제 한번 다같이 뭉쳐? "
" 야, 오징어. 됬어 됬어. 배수지 걔는 지금 구름위를 날아 다닐거니까 걱정 마. "
3년 째, 징어의 사촌오빠인 준면을 짝사랑하고 있는 수지는 고교 입학과 동시에 꾸준히 학생회 간부로서 활동을 줄기차게 맡아 했다. 그런 수지에게 오늘같이 학생회 일이
가득한 날은 절호의 찬스가 따로 없었다. 징어는, 준면의 앞에서 수줍수줍 코스프레를 하며 한껏 조신한 척 하고 있을 수지를 떠올리니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수정이 그런 수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했다.
" 푸하하, 너무 웃겨. 수정아 그만해. 나 배아파. "
" 막, 이렇게 몸 베베꼬면서 아나, 배수지 진짜. "
정말, 간만에 찾아온 여유에 수정과 징어 모두 즐거움을 느끼기 바빴다. 징어는 조금 씁쓸해졌다. 예전엔 다들 뭉치면 뭐하고 놀까 궁리하기 바빴는데
지금은 입시에, 학원에. 하루종일 함께 학교에 있다지만 모두 모여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어른이 되면, 더 그렇겠지?
" 수정아. "
" 응? "
" 너는 왜 종인이랑 안사귀어? "
문득 찾아온 물음에 수정이 수저를 삐딱하게 물었다. 징어가 말을 이었다.
" 너희 둘이 서로 좋아하잖아. "
음..글쎄...수정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 너는 우리가 사귀었으면 좋겠어? "
수정이 되물었다. 이번엔 징어가 수저를 앙 물었다.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녹고 있었다.
" 서로 좋아하니까..난 둘 다 응원하니까. 사귀었으면 좋겠어. "
" ..그래..? "
" 근데, 수정아. 너무 너무 아끼는 친구들이 애인이 되거나 애인이 생기면...응원해주고 좋아해주는게 맞는거지? "
보통은 그렇지. 수정의 대답에 징어는 잊고 있었던 루한을 떠올렸다. 그게, 맞는건데...난 왜이래. 정말 못됬나봐.
" 사실은..기다리고 있어. "
" 응? "
" 우리 둘다, 너희도 마찬가지지만 일,이년 알아온 사이도 아니고 십 년이 넘었잖아. "
" 응. "
" 좋아하는 마음은 오래 됬어도..그냥, 조금 그런 것 같아. 친구랑 애인은 또 다르니까. "
" 응? "
" 그냥, 둘 다 겁쟁이라서.. 혹시라도, 사귀었다가 헤어지면 친구 사이도 못 될까봐. 그게 걸리는 거지. 물론, 나는 이제 겁 안나. 그런데 김종인이 워낙 겁이 많잖아? "
수정이 놀리 듯 말했다. 그건, 그래. 징어가 웃으며 맞장구 쳤다.
" 그래서, 김종인이 겁을 그만 내고 용기를 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
아아.
징어가 얕게 탄식했다. 징어는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늘 자신을 감싸 안아주던 친구들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고 있구나. 감정을 중시했던 징어와는 달리, 종인과
수정은 더 멀리 더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징어가 맞은편에 앉은 수정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수정이, 왜에- 웃었다. 그냐앙- 징어도 웃었다.
조금씩, 더 멋있어지고 더 커가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친한 친구의 연애에 대하여 축하해주지는 못할 망정 하루 종일 뾰루퉁한 기분을 갖고 있었던 자신이 어리고,부끄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게 조종하거나 움직일 수가 없는 지라 징어는 속이 상했다. 나도, 축하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걸 어떻게 해..
늘, 의지하고 기대었던 루한에게 자신이 더이상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질투심? 저 혼자만 연애를 시작해버린 친구에 대한 미움?
아니야, 아니야. 항상 의지하고 기대었던건 수정이도, 종인이도, 다른 친구들 모두 똑같은 걸.
자꾸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이 징어의 마음속에 휘몰아쳤다.
**
" 아아, 배불러. "
" 그렇게 먹고 배안부르면 진짜 큰일 나. "
" 헤헤, 그런가? "
" 아직 여름이 아니라 그런가, 해가 좀 빨리 지네? "
" 그러게.. "
가로등이 하나 둘씩 빛을 발하는 주택가를 징어와 수정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가까이, 찬열의 집이 보였다.
" 열이, 아직 학교에 있나봐. 방에 불 꺼져있어. "
" 고생 하겠네. "
찬열의 집을 지나 가까운 거리에 징어의 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징어가 자꾸만 뒤돌아서 불이 꺼진 찬열의 방을 쳐다보았다.
" 오징어, 너희 집 다왔ㅇ..어? "
수정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의문을 남겼다.
" 응? 왜 그래? "
" 루한인데? "
응? 징어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징어의 집 대문 앞, 가로등 밑에 루한이 서 있었다.
" 루한이랑 뭐 할 얘기 있어? "
징어의 집이 가까워지면서 수정이 작게 속삭였다. 어어..몰라.. 징어가 어벙벙한 체 대답했다.
뭐, 볼일 있나보지. 나 그럼 간다? 수정이 먼저 징어의 집을 지나쳐 걸어갔다. 물론, 루한의 어깨를 툭 치고서는.
수정이 가버리고, 징어와 루한이 마주 섰다. 내려다보는 루한의 시선을 징어가 물끄러미 마주했다.
" 어쩐 일이야? "
루한은 대답이 없었다. 징어가 발 끝을 세워 운동화 코를 톡톡 바닥에 쳤다.
" 얘기 좀..할래? "
길지 않은 정적 끝에 루한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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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로 4편을 달려왔습니다. 태풍이 온다던데..다들 조심하세요! :)
저번 댓글에 종인이와 여주가 잘어울린다는 글을 보았어요..그 독자분께는 정말 송구스러운 전개네요 ㅠㅎㅎ 종인이와 수정이는 이미 아주 오 ~래 정부터 썸인 관계였어요. 종인이와 여주는 소울메이트 처럼 정말 친한 사이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느리게 걸어주세요. 오늘도 독자분들의 소소한 댓글에 힘이 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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