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 수업빠지지 말고 응? 항상 출석부보면 네 자리에 체크되어있어서 걱정이다. 종인이 생각해서라도 수업 성실히 듣자. 알았지? 선생님은 백현이 믿는다."
'네' 라고 형식적인 대답으로 교무실을 나서는 백현이다. 교무실의 문을 닫고 나온 백현은 조용한 복도를 터덜터덜걸었다. 나무바닥이라 백현이 한번 움직일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났다. 백현은 고개를 들어 수업중인 교실들을 보더니, 피해가 가지않게 조심조심 걸었지만, 그래도 삐그덕 소리가 나는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백현의 뒤에서도 다른 누군가가 걸어오더니 삐그덕 소리가 백현의 귀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백현의 앞에 우뚝 멈춰서는 찬열이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던 백현은 자신의 앞에 우뚝 멈춰서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위해 고개를 들었고, 그리고 자신이 어쩌다 가지고있었던 명찰의 주인이라는것을 알고는 명찰을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아직 명찰은 아니야"
찬열은 백현의 손을 접어준다음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주먹을 쥔 상태로 백현은 찬열에게 손이 잡혀 불편했지만 이래저래 말하지도 못하고 결국은 그냥 그 상태로 찬열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게되었다. 계단을 오르더니 옥상을 향하는 계단에 도착했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옥상출입을 막기위하여 문앞에 철문을 설치했고 안내문이 써져있었다. 그리고 찬열은 백현의 손을 놓아주며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편하게 앉은 찬열과는 다르게 멀뚱멀뚱 여전히 한 손은 주먹을 쥔 채로 서있었고, 그것을 본 찬열은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 백현은 찬열에게 약간은 먼 곳에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 '푸흣'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찬열은 백현이 있는쪽을 바라보며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쳐보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백현은 2~3초 생각을 하다 '아' 라며 짧은 탄식을 뱉고는 엉덩이를 끌며 찬열의 옆자리에 앉았다. 명찰이 든 손이 아직도 주먹을 쥐고 있다는걸 본 찬열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니 자신이 직접 백현의 손을 펴주었다. 역시 백현은 자신이 이때까지 주먹을 쥐었다는걸 알아차리고는 베시시 웃어보았다.
"어? 웃었네"
자신이 웃은듯 들떠있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뒤이어 찬열은 웃으니깐 이쁘다 라고 했다. 왠지모를 부끄러운 기분에 백현은 고개를 푹 숙여보았다. 그 모습을 본 찬열은 손을 들어 동글동글한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같아 라는 말과함께, 찬열이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나쁘지 않은듯 백현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찬열이 종인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서 너무 기뻤어"
쓰다듬던 손길을 멈춘 찬열은 가지런히 모아진 백현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그리고 백현은 따뜻한 느낌에 찬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 백현을 귀엽다는듯 쳐다보던 찬열은 기뻐,너무 라고 한다.
"사진으로 봤다고..?"
백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찬열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속에 있는 사진 한장을 꺼내 백현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던 백현은 어딘가 익숙한 사진이다 라고 느낌를 받았다. 사진속 자신은 환하게 웃으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백현은 사진 한쪽이 찢어졌다 생각되어 찬열에게 물어보았지만 찬열은 아무 대답없이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종이 치더니 우루르 학생들이 어디론가 달려가는걸 볼수있었다. 점심시간이었다.
*
"배불러..?"
백현은 찬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혼잣말로 찬열은 원래 다 잘먹는다했는데 라고 했다. 백현은 들리지 않았다. 백현의 식판은 비워진게 없었다. 깨작깨작 밥을 몇번 먹고 김치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싶고 국물을 한 두번 떠먹고는 수저를 내려놓는 백현이었다. 백현은 음식물을 버리기위해 일어서려 하지만 같이가야지,기다려 라고 하는 찬열의 말에 자리에 다시 앉는다. 백현은 찬열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빠른 속도로 음식을 와구와구 넣고는 별로 씹지도 않고 넘기는듯 했다. 저러다 채하진않을지 백현은 찬열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물을 떠다주려 하자 찬열은 다시 한번 백현을 잡았지만 물을 가지러 간다고 하자 금새 백현의 팔을 놓아주었다.
"먹어, 그러다가 채하겠다"
백현이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캬- 라고 소리를 내더니 벽에 기대에 배를 한번 두들겨 보는 찬열이다. 아- 배불러 라고 하더니 히죽 웃어버리고는 턱을 괴어 백현를 바라보고는 찬열은 가위바위보 하자며 제안을 했고, 그 뜻을 모르던 백현은 흔쾌히 하자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백현은 '보' 를 찬열은 '주먹' 을 냈다. 그리고 좌절한듯 축 늘어진 찬열은 다시 기운을 내더니 한손에는 다 비워진 자신의 식판을 다른 한 손에는 새로 받은 듯 아직은 많이 채워진 백현의 식판을 들고는 음식물을 버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까 전 자신과 찬열이 했던 가위바위보가 무슨 용건으로 하게 됬는지 알아차린 백현은 베시시 웃어보았다.
"으에 묻어라"
손에 빨간 소스가 묻은 찬열은 쭉 손을 내밀어 백현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나름 묻지 않게 생각하고 손을 뻗었다고 생각했지만 찬열의 손은 백현의 얼굴에 닿았고 백현의 볼에는 도장이 찍힌듯 찬열의 손바닥에 묻은 소스의 모양과 똑같이 묻혀졌다. 그리고 혹시나 찬열은 백현이 기분이 나빠할까봐 눈치를 살폈지만 백현은 이내 활짝 웃었다. 찬열이 가지고 있던 사진 속 백현 처럼.
"내가 할게"
자신의 잘못이라며 수돗가에 백현을 데려와서는 물을 틀어 볼을 씻어주려던 찬열이었지만 백현은 자신이 하겠다며 찬열을 멈추었다. 동작을 멈춘 찬열은 백현이 얼굴을 씻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푸어푸 소리를 내며 세수하는걸 보니 백현이 5살짜리 꼬마아이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식하게도 볼에 묻은 소스부터 씻지도 않고 세수를 해버린 백현의 행동에 피식 웃다가 귀엽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굴을 다 씻었는지 백현은 물기를 대충 손으로 닦고는 눈을 떠 찬열을 바라보았지만 백현의 눈앞에 보이는건 찬열의 어깨였다. 여기다 닦아 라고 찬열은 말했고 백현은 저리가 라며 찬열을 밀쳤다.
"힘쌔네-"
누가봐도 오바액션을 취한 찬열이였다. 다시 백현의 앞에 선 찬열은 물에 젖어 갈라진 백현의 앞머리를 손으로 털어주더니 앞머리를 정돈해주고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여학생이 달려오며 찬열이를 부르고있었다. 백현의 앞머리를 정돈해주는것을 멈추고는 찬열은 뒤를 돌아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그 여학생은 찬열의 뒤에 서있는 백현을 바라보고는 찬열의 팔을 잡아 끌며 여기선 해야 할 이야기는 아니고..잠시만 라고 한다. 찬열은 급해 보이는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보다 백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명찰 잘 가지고 있어, 찾아갈거니깐"
그리고는 뒤를 돌아 여학생에게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하며 걸어가는 찬열이다. 백현은 그런 찬열의 모습을 바라보고있었다. 갑자기 자리에 멈춰선 찬열은 뒤돌아 백현을 바라보았고, 백현은 찬열을 쭉 바라보고 있었다는게 부끄러웠는지 그 순간 뒤돌아 괜한 손만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그런 백현을 바라보고 찬열은 피식 웃어보이더니,
"감기걸려! 앞머리 말려야돼!"
*
"28번"
"변백현 학교안왔어요!"
28번, 변백현. 오늘도 체크되었다. 지난주 동안은 착실하게 수업도 듣고 별 탈없이 잘 지내왔지만, 백현이 학교에 오지 않은 날은 4일이 지났다. 백현의 담임선생님은 백현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가 아니라고 안내음만 나왔고, 4일이 지나고 연락은 커녕 모습이 보이지 않는 백현을 모두 죽었다 라고 생각했다. 단짝이었던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다 죽은것이다 라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찬열은 애꿏은 손톱만 톡톡 물어 뜯었다. 백현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질않았다. 정말 소문처럼 백현을 영영 볼 수 없는건 아닌지 하며 초조했다. 그시간 백현은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 중이였다. 종인과 같이 지냈던 하숙집에선 돈을 내지 못하고 결국 쫒겨났다. 백현의 사정을 모르는 아주머니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음달 까지 밀린 방갚을 내라며 백현을 꾸짖었다. 학교에 가까운 편의점에 알바를 시작하긴 했지만, 정작 학교는 가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엔 호프집 서빙 알바, 오전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백현은 잠도 못자고 돈 벌기에 바빴다. 어쩌다 백현의 처지를 알게 된 편의점 점장님은 대신 일을 봐줄테니 한숨 자 라고 해서 백현은 겨우 몇시간 새우잠을 잘 수 있었다. 간혹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마주칠때면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고 소문이 나고있는걸 보고는 피식 입가를 올려 웃었던 백현이다. 살아있는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죽은사람이 되었다는게 꽤 묘한 기분이었다. 그냥 차라리 학교를 그만 둘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다. 백현은 너무 바빳다.
딸랑-
오전 10시, 가게에 사람이 오지 않는 시간대였다. 왠일인지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의아함에 고개를 들어 들어오는 손님을 쳐다보는 백현이였다.
"너.."
찬열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백현의 생각에 도저히 공부도 되지않고 머리가 지끈거려 결국은 조퇴를 하고 마실거라도 사서 머리 좀 식히려 편의점을 들렸고, 그자리엔 백현이 앉아있었다. 백현 역시 찬열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 그리고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진열대를 정리했다. 찬열은 백현에게 다가갔다.
"왜 안나오는거야?"
백현은 뒤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백현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 찬열은 충동적으로 백현을 뒤에서 안아버렸다. 자신의 품에 쏙 안겨있는 백현을 내려다 보고는 백현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어보는 찬열이다. 찬열의 숨결이 백현의 어깨에 그대로 닿아 백현은 간지럽기도 부끄럽기도 하였다.
"왜 학교 안오는거야"
"시간이 없어서 그래"
"명찰 찾으러 갔다가 없길래 내 명찰 가지고 튄 줄알았자나"
백현은 찬열의 명찰이 생각났는지 찬열의 품에서 나와 쪼르르 가방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더니 지퍼를 열고는 찬열의 명찰을 꺼내어 다시 찬열의 앞에 와서는 명찰을 내밀었다. 명찰을 내민 백현의 손은 고왔다. 어떠한 여자보다 손이 이뻤다. 그 손을 멍 하니 바라보던 찬열은 여기 라고 하는 백현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서 명찰을 자신의 교복에 달았다. 그리고 백현을 지나쳐 오렌지 주스와 포도 주스를 들고와 계산대 앞에 섰고, 백현은 얼른 계산대로 걸어가더니 찬열에게 1300원 이라고 말하였고, 찬열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두장을 꺼내어 계산했다.
"뭐 먹을래? 나는 포도 주스 좋아해"
그리고는 백현의 대답은 상관 없다는듯 오렌지 주스를 백현에게 내밀었다. 멀뚱멀뚱 오렌지 주스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팔아파, 민망하게.. 얼른 받아 라고 하는 찬열의 목소리에 얼른 주스를 받아 자신의 가방에 쏙 넣어두었다. 그리고선 찬열은 가방에서 자신의 가디건을 꺼내어 백현에게 내밀었다.
"날씨가 쌀쌀해, 이거 입고 다녀"
얼른, 이라고 하는 찬열의 목소리에 어쩔수 없이 가디건을 받은 백현이다. 너 옷 얇게 입었자나 그리고 돌아서서 걸어가는 찬열이다. 가디건 찾으러 올게 여기에 계속 있어야해 라고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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