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레드벨벳 - Dumb Dumb
"헐."
말도 안 돼. 이건 꿈이야.
볼을 꼬집어 보고 세차게 때려도 봤지만 내 앞에 보이는 이건...
"... 옥탑방?"
지금 내가... 내가 보고 있는 게 옥탑방 맞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만 가만히 보고 있자 주인집 아주머니가 내 어깨를 토닥여주신다.
"학생. 위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여기 보일러는 잘 돼."
네, 전혀 위로 안 되거든요...
왠지 조금 신나 보이는 걸음으로 내려가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이, 아닐 거야. 설마...
'여보세요? 딸?'
"엄마!"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엄마 미안...
'아니, 왜 소리를 질러!'
"엄마. 여기... 여기 진심이야?"
에이... 설마 하나뿐인 딸한테...
'뭐? 집? 그 정도면 됐지.'
진심이 가득 담긴 엄마의 말에 벙 쪄버렸다.
아니, 딸한테 이러는 엄마가 어딨어?
"엄마, 이건 너무하지 않아?"
온통 초록빛인 바닥을 보며 투정하듯 말하니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사납다.
'그러게 공부 좀 열심히 하랬지!'
빽하는 소리와 함께 급히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나뿐인 딸한테 그래도 되는 거야? 오빠는 그래도 멀쩡한 집 구해줬잖아. 나보다 대학 못 갔으면서."
내 말에 딱히 할 말이 없으셨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시던 엄마는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끊긴 전화를 붙잡고 집 한번, 핸드폰 한 번 보다가 집 앞에 쌓인 몇 개 없는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건 옷... 이건 그릇..."
아까 짐 놓을 때 집 안에 넣어달라고 할걸.
괜히 아닐 거라고 단정 지어 가지고는...
이 추운 겨울날에 여자 한 명이 옥탑방에서 혼자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정말 텅 빈 옥상에 집 하나뿐인 게 실감 나 옥상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넓긴 진-짜 넓네. 집은 저렇게 좁으면서."
넓은 초록 바닥에 민망할 정도로 한 쪽으로 치우쳐 위치한 집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빨리 돈 벌어서 이사 가야지.
내복에 니트에 패딩까지 껴입고 있는데도 자꾸 스며드는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이게 뭐야. 옥탑방이라니. 얼어 죽겠네, 얼어 죽겠어."
두 손으로 팔을 마구 비비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땐 몰랐지. 바로 옆집에 망할 미친놈이 산다는걸.
"뭐야. 새로운 이웃인가."
그 사이, 이렇게 추운 한 겨울에도 반팔 한 장에 패딩만 대충 걸쳐 입은 정국이는 방금 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다.
새로운 이웃이 여자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 한 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주머니를 뒤적였다.
"핸드폰... 핸드폰..."
옷에 있는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적여 겨우 핸드폰을 꺼낸 정국이는 몇 개 되지 않는 계단을 올라 집 앞에 도착했고
"다 먹었네."
어느새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문 앞에 대충 던졌다.
"어, 전화 온다."
타이밍 좋게 울리는 전화벨에 갑자기 흥이 오른 정국이는
"덤덤덤덤덤덤"
앞에 있는 창문을 카메라 삼아 춤을 추기 시작했고
"덤덤덤"
이젠 아예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한참 춤을 추다 그제야 전화벨이라는 걸 다시 자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덤덤?"
'... 여보세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덤덤덤-"
'나중에 통화하자.'
결국 끊긴 전화에 아, 춤추고 싶었는데. 라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집 안에 들어선 정국이는
"덤덤덤덤-"
아예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고 온몸으로 남은 흥을 즐기며 창문을 열었다.
"환기 덤덤덤덤- "
... 안 춥니?
나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엄청난 먼지에 기침을 하며 창문을 열었고
"덤덤덤-"
여전히 덤덤을 부르고 있는 이웃 주민과 눈이 마주쳤다.
"... 저기요?"
분명 날 부른 것 같았지만 못 들은 체 뒤를 돌았다.
아니, 왜 저 사람은 한 겨울에 반팔을 입고 있어.
하필이면 옆집이 저런 사람이라니. 진짜 빨리 이사 가야겠다.
"저기요?"
한 번 더 들리는 목소리에 결국 다시 뒤를 돌자 아까 눈이 마주친 이웃 주민이 보였고
"이웃 덤덤덤덤?"
와, 저 노래 그만 듣고 싶다.
대충 네, 하며 대답하곤 뒤를 돌았는데
"여기 30센티에요."
뜬금없이 30센티라는 말을 꺼내기에 난 다시 뒤를 돌았다.
이러다 여기서 하루 종일 돌기만 하겠네.
"뭐가 30센티인데요?"
내 말에 이웃 주민은 팔을 옆으로 뻗어 뭔가를 찾더니 내 앞으로 쑥 내밀었다.
뭐야! ..... 자?
뜬금없이 줄자를 꺼내와선 내게 잡으라고 하기에 얼떨결에 잡아버렸다.
"재봐요. 거기."
자기 창문 끝에 줄자의 끝을 대고 내게 턱으로 가리키기에 그를 따라 내 창문 끝에 줄자를 댔는데 어라.
"30?"
30이라고 적힌 숫자 한 번, cm라고 적힌 단위 한 번.
여기 창문 사이가 고작... 30센티밖에 안 된다는 말이야?
고개를 들자 그제야 느껴지는 가까운 그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줄자를 던져버렸다.
"아!"
이마에 정통으로 맞아버린 그는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았고 나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며 허공에서 손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떡해. 진짜 어떡해.
"괜찮... 괜찮으세요?"
불러도 답이 없다. 설마, 죽은 거 아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무서워진 나는 겁도 업이 그의 집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저기요? 괜찮으세요?"
괜히 30센티가 아닌 건지 그의 집 안까지 쑥 들어가는 얼굴에 기겁해 다시 얼굴을 빼려다가
"아!"
그의 집 창문에 뒤통수를 박아버렸다.
와, 장난 아니게 아프네.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못 한채 하체는 우리 집에, 상체는 옆집에 둔 상태로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진짜 아파...
"아... 아파..."
그렇게 한참을 아파하고 있는데 내 오른쪽 손이 잡히더니 손바닥에 차가운 게 닿는다.
"달걀?"
"가져가요. 그거 문대고 있으면 혹은 안 날 거예요."
고개를 간신히 올려 그를 보자 날 한심하게 내려다보는 얼굴이 보였고 민망함에 황급히 상체를 우리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차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창문을 닫았고 나는 부끄러움에 탈 듯이 빨개진 얼굴을 느끼며 창문을 닫았다.
아무것도 없는 집 안에 털썩 주저앉아서 그가 준 달걀로 뒤통수를 문지르고 있자니 궁금한 게 생겼다.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그 시각, 정국이 역시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 이마에 문지르며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핸드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덤덤을 들으며 리듬을 타던 정국이는 방금 닫은 창문을 쳐다봤다.
초면에 남의 이마에 줄자를 던지질 않나, 남의 집에 들어오질 않나. 저 여자, 뭐 하는 여자야?
문득 이름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름 하나는 알아둬야 하지 않나, 싶어 정국이는 다시 창문을 열었고
나름 창문을 두드릴 생각으로 손을 가져다 댔던 정국이는 갑자기 발동한 장난기에 들고 있던 계란을 창문에 던졌다.
이름이라도 물어봐야 하지 않나.
나는 그래도 나름 오래 볼 이웃 사이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리도 가까우니까 말하면 들리겠지."
아무 의심 없이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
한 마디도 제대로 내뱉기 전에 내 이마에 뭔가 둔탁한 게 툭, 하고 부딪혔고
"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이마를 붙잡고 다시 주저앉았다.
뭐야, 이거. 무슨 전쟁인가?
흔히들 말하는... 기싸움?
망했다. 엄마, 엄마 딸 여기서 못 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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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