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채셔
나는 가만히 망개를 훔쳐보았다. 남준을 무슨 동경의 대상이라도 되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망개 뿐만 아니라 윤기 선배도. 도대체 김남준의 위치가 어느 정도이길래 다들 선망의 대상인 마냥 김남준을 바라보는 걸까. 하아,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을 때, 또 나를 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서둘러 고개를 내리자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시야로 흘낏 보인다. 왜. 왜 하필 김남준이지. 나는 절망하며 입술을 꾹 물었다.
망개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 자리에 돌아간 뒤, 노트북을 켜 어제 만들던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팀장님이 내게 인터뷰 자료를 들이밀었다. 의문의 눈길로 바라보자 팀장님은 자비롭게 웃으며, '그 자료는 우연 씨 주고, 여주 씨는 이제부터 인터뷰 준비해요.'라고 말해왔다. 이런 시밤. 이제 거의 다 한 자료를 넘기고, 새 작업을 하라는 거다. 이건 분명히 나를 죽이려는 거야. 암살 시돈가. 순간 욕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애써 웃었다. 네, 그래야죠. 상냥하게 말했지만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게 직장 생활이라는 건가. 게다가 인터뷰라면.
'우리는 랩몬스터 인터뷰하고 홍보 자료 만들어서 배부해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읍시다.'
아, 진짜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이제야 좋은 남자 만나서 알콩달콩하고 있는데, 웬 김남준이 등장하냔 말이다. 그것도 첫사랑과 지금 남자친구가 같이 일을 해? 이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인터뷰 용지들을 받아들고 보니, 예전에 우리 소속 연예인들과 했던 인터뷰 질문들이 가득 있다. 여기서 몇 개를 뽑아서 하라는 건가. 하아,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인터뷰 용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는 직장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첫사랑 김남준이 아니라 직장 동료 김남준이라는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홍보 팀입니다. 남준 씨, 안에 계시나요?"
"네, 들어오세요."
인터뷰 용지들 중 형식적인 질문들과 재밌는 질문들만 모아 용지를 쭉 뽑았다. 만들어 팀장님께 확인을 받고, 김남준이 있다던 방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같은 학생이었는데, 지금 누구는 선망 받는 사람이고, 누구는 죽어라 일만 하는 개미가 됐다. 시밤, 내 인생. 새삼 비참함이 몰려온다. 노크를 한 후, 안의 남준에게 홍보 팀이라고 말하자 남준이 들어오라고 말한다. 예전이랑 목소리도, 말투도 똑같네. 조심히 들어서자 안에 망개랑 윤기 선배, 호석 씨가 들어 앉아 있었다. 망개의 눈이 나를 보고 한 번 반짝! 빛난다.
"아, 안녕하세요."
"아아, 응."
저 새낀 직장 동료인데 반말을 하고…. 떨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레 몸이 긴장된다. 김남준을 만났다는 사실보다 지금 남친과 첫사랑이 함께 있다는 데에.
"인터뷰 진행해야 해서요."
"오, 일하네, 술떠……."
오늘도 놀릴 작정이었던지 술떡이라고 말하려던 윤기 선배가 순간 망개의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망개가 입술을 삐죽이고 있다. 윤기 선배도 같이 입맛을 다시며 '멍충이'라고 별명을 급선회했다. 어째 술떡보다 멍충이가 더 툭툭 찌르는 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터뷰 해야 된다는데 우리 나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런가."
호석 씨가 고개를 내밀며 물어왔고, 윤기 선배가 무심하게 그런가, 하고 대답했다. 제발, 제발 나가줘. 이런 이상한 그림은 싫다. 내 사랑 역사를 보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남준의 앞에 앉자 호석 씨, 윤기 선배, 망개가 쪼르르 일어서서 밖으로 나섰다. 물론 아무도 보지 않는 틈으로 망개가 보여준 사랑표 손가락은 보너스.
"야, 오랜만이다."
"아?"
셋이 나가자마자 입을 연 쪽은 남준의 쪽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준을 보자, 남준이 짐짓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김여주, 너 설마 나 잊어먹은 건 아니지? 그렇게 물어오자 나는 바짝 마르는 입술을 침으로 축이고 '으, 응.'하고 대답했다. 괜히 어색해져서 나는 인터뷰 용지를 꺼내들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남준은 제가 작성해온 인터뷰 용지를 턱 내밀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걸로 보도 자료 작성하면 돼. 남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어때?"
"어?"
"완전 간지나지."
"아, 으, 응…."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준은 푸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넌 어쩜 예전이고 지금이고 표정을 못 숨기냐. 남준의 달달한 말투가 멜로디처럼 귀로 흘러든다. 그래, 저 말투를 좋아했었다. 저 말투에는 무엇이든 달콤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난 꼭 음악으로 성공할 거야!'하고 다소 터무니 없이 들렸던 말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 내 앞에 존재해 있다.
"너 다시 만나서 좋다."
누가 들어도 단내 풍기는 말에 남준을 쳐다보자, 남준의 목이 빨개져있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런…, 그런 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나를 보며 다시 웃은 남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말했다.
"나 전에 회사 왔을 때 너 봤는데."
"아아, 그래?"
"그래서 이 회사 선택한 거야."
이, 이 기류는… 내가 생각하던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침을 꼴깍 삼키는 내게 남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과거를 회상했다. 우리 그땐… 어쩔 수 없었잖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준은 보조개를 드러내보이며 웃었다. 저 웃음도 좋아했었지. 입술 새를 꾹 물고 고개를 숙이던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둘 다 놀라 문 쪽을 바라보자, 망개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 이거라도 드시고 얘기 나누라구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망개의 두 손에 과자 몇 개와 음료수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이내 망개는 어색하게 총총 들어와 과자와 음료수를 올려둔다. 수줍은 듯 행동해놓고선 이번엔 대담하게 내게 윙크를 해주고 유유히 방을 떠났다. 남준은 뚜껑을 돌려 음료수를 열어 내게 건넸다. 나는 음료수를 받아들어 쭉 들이켰다. 진정해야지, 진정.
"다시, 찾고 싶어."
"……."
"내 첫사랑."
그것도 잠시, 곧 들려오는 남준의 떨리는 고백에 나는 머금고 있던 음료수를 뿜어버렸다. 남준의 얼굴에 내 입 안에 있던 음료수가 뿌려진다. ㅇ, 앙대…….
이삐들♥~ㅎ 뽀뽀할과~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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