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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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채셔
눈을 천천히 깜빡이던 망개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난다. 곧 하얗게 질려 눈을 또르륵 굴리는 망개의 손을 잡았다. 빠르게 호흡하던 망개가 순간 안정된 호흡을 내뱉는다. 천천히 망개의 손에 깍지를 꼈다. 내 행동에, 망개가 가만히 손을 내려다본다. 아마 저렇게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은 엄청 복잡할 거다. 눈을 내리깔아도 눈이 커서 그런 건지, 방황하는 눈동자가 다 보인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려 망개를 바라보았다. 떨리는 눈동자를 쫓으니, 한순간 망개가 나를 바라본다. 이 수줍은 남자를 어떡하지.
"좋아요."
"……."
"연애해요, 우리."
내 입에서 연애하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망개가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제 몸에서 힘을 확 풀어버렸다. 하아, 하고 길게 숨을 내뱉은 망개는 나를 꼭 안았다. 맞붙은 몸에서 망개의 빠른 심장 박동이 여실히 느껴진다. 나는 어색하게 망개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 엄청 긴장했어요. 말 없길래 까이는 줄 알았다, 진짜. 으으. 곧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기에 손을 옮겨 망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아내 망개는 내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대곤 다시 길게 호흡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차 느리게, 느리게 뛸 때쯤에 망개는 고개를 들었다.
"고마워요."
진정한 망개의 입에서 제일 처음 흘러나온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다. 나는 살풋 웃었다. 고맙다고 말하는 이 남자의 연애 상대가 나라서. 어쩌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셨던 것도, 계단에서 주정을 부린 것도, 오지랖 넓은 망개를 만난 것도, 망개가 내 주정의 대상이 된 것도,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된 것도. 조금 빠르지만, 이 운명같은 사람을 놓치기 싫었다. 망개 말마따나 사귀면서 알아가도 좋은 거니까. 몇 마디를 했다고 진이 빠져버린 망개는 다시 내 어깨에다 얼굴을 묻었다.
"내가 술떡 찜꽁했어요."
천천히 말하던 망개는 갑작스레 고개를 들어 내 입술에 빠르게 뽀뽀를 두어 번 했다. 도장도 찍었어. 이제 못 물러요. 비장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망개는 다시 내 어깨에 얼굴을 얹었다. 그나저나 커튼을 닫아놓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묘하다. 괜히 사람 설레게 만드는 그런 온도. 게다가 망개의 따뜻한 체온.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서히 고개를 든 망개는 내 허리에 제 두 손을 감았다. 한참 눈을 굴리다 나도 망개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언젠가 망개의 배를 만졌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손에 단단한 느낌이 아직 남아있다. 나는 다시 침을 꾸울꺽 삼켰다.
"이제 술떡이라고 안 부를 거에오."
"…응?"
"…쟈기. 쟈기라고 부를래."
으앙, 나 쥬금. 어깨에 눌린 볼 때문인지 망개의 발음이 조금씩 샌다. 어쩜 사람 자체가 이렇게 씹덕 터질까. 왜요? 하고 묻자 망개는 '술떡은 너무 상용화됐어요.'하고 뜬금없는 말을 한다. 내가 '으응?'하고 되묻자 망개가 주먹을 꽉 쥔다. 아니이, 윤기 형이 내 카톡 훔쳐보고 술떡 보고 술떡이라고 하잖아요. 술떡은 내 건데. 입술을 쭉 내민 망개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망개의 등을 토닥였다. 알았어요, 난 망개가 뭐라고 불러주든 좋아요.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해주자 망개는 다시 나를 꼬옥 안는다. 포근한 체온에 취해 나는 전보다 조금 대담히 망개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이런 자그마한 스킨십에 떨릴 때가 언제였더라.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만큼 떨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말 금지에요."
"응?"
"나 자꾸 심쿵한단 말야."
우리를 둘러싼 달달한 공기에 질식사할 것만 같다. 곧 내 품에서 벗어나 천천히 내 얼굴로 다가오는 망개의 입술을 보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내 얼굴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오는 손길이 좋다. 그리고 두 입술 사이의 5cm도. 망개의 달콤한 키스를 기다리는데, 그리고 바로 앞에서 망개의 숨결을 느꼈는데.
"뭐야, 집이 왜 이렇게 어두……."
"……!"
"꺄악!"
불청객이 등장했다. 파를 망개에게 던지는 태태 씨가. 좋다 말았네. 나는 입맛을 다지며 눈을 떴다. 예상과 같이 한층 밝아진 집의 분위기. 그리고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손틈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태태 씨.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굳은 망개. 눈을 깜빡이자, 태태 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우리를 자세히 본다.
"아, 뭐야. 19금인 줄 알았네."
태태 씨는 이내 실망했다는 듯이 파를 주섬주섬 주워 봉지에 대충 집어 넣고는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그치만, 그치만… 우리의 분위기는…. 태태 씨, 너무해. 엉엉.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이 쿵 닫히자마자 망개가 입술 도장을 쿵쿵쿵쿵 찍어왔다. 놀라서 망개를 쳐다보자, 망개가 씨익 웃으며 다시 쪽, 하고 입술을 맞췄다.
술떡 마시써오.
예쁘게 웃어오며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달콤하게 뽀뽀를 해오는 망개 때문에 오늘 잠은 다 잔 것 같다. 난 전생에 이순신 장군 옆에서 보좌하는 장군이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달달한 남자라니. 헤헤, 하고 웃는 나를 따라 망개도 눈이 휘어지도록 웃어준다. 그럼 오늘부터 1일이에요. 이내 망개는 내 새끼손가락에 제 새끼손가락을 걸며 단 목소리로 일러주었다.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6. 첫번째, 데이트
나는 옷을 예쁘게 차려 입고 집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혹시나 눈 화장이 번졌을까 확인도 해보고, 립이 말라서 색이 조금이라도 빠졌을까 괜히 립스틱을 덧발라보기도 하고. 오늘이 우리의 첫번째 공식적인 데이트다. 어제 그렇게 사귀자고 하고 나서 첫 데이트. 나는 어제가 토요일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더 오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거다. 기다린지 얼마 되지 않아 초인종이 띵똥 울리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문 앞에 다가섰다. 누구세요.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고 묻자, 밖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기, 문 열어주세요."
"……."
"남자친구예요."
어째 술떡이라고 할 때보다 자기라고 할 때가 더 섹시한 것 같다. 나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잔뜩 휘어진 눈과 입 꼬리를 하고 웃고 있는 망개가 집 앞에 서 있다. 아아, 뭐예요. 왜 이렇게…. 문을 닫고 선 내게 망개는 작게 말을 건네왔다. 예뻐. 작게 들려오는 단어에 나는 결국 '꺄아.'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가렸다. 망개도 부끄러운지 발장난을 치며 몸을 배배 꼰다. 태태 씨가 우릴 봤으면 '지롤.'하고 혀를 내둘렀을 거다. 어제도 그렇게 쫓겨났다. 망개는 내 두 손을 제 손으로 끌어내리며 내 얼굴을 다시금 확인하고 웃었다.
"자기 내가 가고 싶은 곳 정해왔는데 같이 갈래요?"
"응, 어딘데요?"
"비밀."
망개는 내게 제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베시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며 손을 그 위에 얹었다. 따뜻한 망개의 손이 내 손을 감싼다. 곧 깍지를 껴 고쳐 잡은 망개는 '가요.'하고 나를 이끌었다. 이렇게 데이트를 하려니까 되게, 그러니까 되게… 연인 같다. 손을 꼭 잡은 망개도 꽤나 남자다운 것 같고. 오늘 망개의 패션도 딱 남친룩이다. 확실히 전의 망개와 느낌이 다르다. 연인 망개는. 아니, 연인 박지민 씨는. 더 달고, 더 듬직하고, 더 설렌다.
"가요, 지민 씨."
"………."
그리고 제 이름을 부르자마자 우뚝 서서 제 심장을 부여잡는 모습도. 예전보다 더 귀엽고, 더욱 사랑스럽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관적이었던 내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이 남자만 따라가면 어디든 아주 설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봄이 갑작스럽더라도 나는 봄의 바다에 빠져 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나는 망개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당연스레 망개도 헐겁던 손에 힘을 주어 꽉 잡아준다. 그래, 이 남자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