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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모바일로 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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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21204 / 반여주(2021.06.14 02:31)
저기...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나 진석고 2학년 7반 반장이었ㄷ|
저기...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
저기...|



아, 미친. 이게 뭐하는 짓이야. 구구절절 메시지를 쓰던 나는 점점 몰려오는 자괴감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방금까지 적어내려간 글자 옆에는 언제 설정해뒀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 미니미가 방긋 웃고 있다. 머리 위에는 자그마한 하트까지 달고 있는 미니미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너는 남의 흑역사를 허락도 없이 복구 시켜놓고 웃음이 나오냐? 미니미에게 의미 없는 시비까지 거는 나는 지금,



NO.921204 /반여주(2021.06.14 02:31)
네 사진첩에 있는 내 사진들 좀 지워주라...



첫사랑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명록에 흑역사 삭제를 부탁하는 글을 작성하는 중이다.



-



〔 야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호석 〕
〔 싸이월드 복구됐대서 들어가봤는데 김석진 미니홈피에 니 사진 완전 많음 ㅋㅋㅋㅋㅋㅋㅋ / 정호석 〕
〔 (사진) / 정호석 〕
〔 고딩 때 반여주... 나름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 정호석 〕


사실 나는 싸이월드가 복구된 지도 모르고 있었다. 'ㅋ'을 남발하는 정호석의 카톡이 오기 전까지는. 녀석은 정말 친절하게도 김석진의 미니홈피 사진첩 속 내 사진까지 캡처해서 보내줬다. 한 장도 아니고 꽤나 여러 장을. 아무 생각 없이 정호석이 보내준 사진을 훑어보던 나는 김석진의 멘트에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


자면서 침 흘리는 예쁜 반여주
김석찐
2009. 07. 1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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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침 흘려도 예쁘네 ^^;;





-







앞머리 자르고 망했다는 바니
김석찐
2009. 08. 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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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 눈엔 귀엽기만 한데... 나만 그런감 ㅋㅋ





-






내 MP3 훔쳐가고 신났지 아주 ㅡㅡ
김석찐
2009. 10. 0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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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니야 대체 언제 돌려줄래?





-






디카 속 깜찍한 바니 사진
김석찐
2009. 10. 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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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카 가져가더니 바니가 이런 깜찍한 사진을 남겨뒀네
귀엽다 ㅋㅋ
아니다 예쁜 건가?





-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ㅂ... 바니... 얘가 미쳤었네, 진짜..."


깜찍하다고 해야할지, 끔찍하다고 해야할지 모를 ‘바니’라는 별명은 ‘반’이라는 내 성 씨에서 따온 별명이었다. 김석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기에 '바니'라는 별명은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였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소름이 돋는 기분에 괜히 팔을 쓸어 내렸다. 생각해보면 김석진은 유독 그 별명에 집착했었다. 귀엽댔나, 뭐랬나. 열여덟 살의 김석진은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곧잘하는 편이었다. 날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수록 괘씸한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지만, 이미 10년도 훌쩍 지난 일이었다. 괜히 감정소모할 필요도, 그리고 그럴 마음도 없었기에 의미 없는 과거 회상은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고등학생 때의 나와 김석진의 흑역사를 지우는 게 우선이었으므로.



근데... 나랑 김석진의 역사가 흑역사인가?


김석진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구질구질하게 흔적을 남긴 뒤, 문득 그런 의문을 가졌다. 나쁘게 인연이 끊어졌던 건 아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록 김석진과 내가 연애 한 번은 못해봤지만. 오랜만에 김석진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옛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생각의 파도 속에서 헤엄치며, 의미없이 김석진의 미니홈피 방명록을 새로고침하던 나는 아까까지 보지 못했던 방명록의 기록에 행동을 멈췄다.




NO.921205 /ズløㅕ니(2021.06.14 03:21)
잘 지내? 싸이 복구됐다고 해서 와봤는데 그대로네... 오랜만에 보고 싶다.




작성돼서 올라온지 1분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글이었다. 김석진의 첫사랑, 주지연의 글. 방금까지 그렇게 나쁘게 끝난 건 아니니, 뭐니 했던 내가 바보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옛 기억은 추억 보정이 대단하다더니. 나도 그랬나보다. 김석진이라는 존재 자체가 내 인생에서 흑역사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걸 보면.


김석진의 다정함에 홀라당 넘어갔던 18살의 나는 나와 김석진의 감정은 쌍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다정한 멜로 눈깔을 설명할 재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는 완벽한 내 착각이었다. 김석진과 어릴 적부터 친했던 정호석의 말에 의하면 김석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멜로 눈깔과 다정함을 장착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처럼 그 다정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혼자 삽질하는 여자애들을 여럿 봤었다고.


그래, 내가 그 삽질하는 여자애들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는, 다음 날 들려오는 김석진과 주지연의 연애 소식에 눈물만 퐁퐁 쏟아냈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지금와서 생각하면 뭐하냐...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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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21204 /반여주(2021.06.14 02:31)
네 사진첩에 있는 내 사진들 좀 지워주라...


김석찐 : 미안. 복구된 줄 모르고 있었어. 다 지웠으니까 확인해줘.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바니야. 조만간 호석이랑 한 번 만나자.(2021. 06. 17 20:01)






구질구질하게 남긴 내 글에 김석진의 댓글이 3일 만에 달렸다. 김석진은 사진첩에 있던 내 흔적 뿐만 아니라, 방명록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흔적을 밀어버린 듯했다. 접속하면 들리던 BGM까지도 뚝 끊긴 게, 왠지 삭막한 기분이 들었다. 10년도 더 된 흑역사를 지운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인지... 더이상 복잡한 생각이 들기 전에 김석진의 미니홈피 창을 닫아버렸다.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얜 어쩌자고 아직도 다정하니..."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석진은 내 머리 속을 한참을 휘젓고 다녔다.




-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바니야, 너 주량은 얼마나 돼?"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어? 어... 아, 나 두 병 정도..."



"그렇구나... 너가 술 마시는 거 보니까 뭔가 신기하다."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신기할 것도 많다."



"너야 익숙하겠지만, 난 처음이란 말이야. 내 마지막 기억 속 바니는 교복 입은 모습이었다고."



그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니던 김석진을 일주일 뒤에 보게 될 줄은 몰랐지. 정호석이랑 조만간 보자던 댓글은 으레 하던 인사치레가 아니었던 것인지, 김석진은 정말 약속을 잡았다. 19살 이후로 처음 만나는 것이니, 무려 11년 만의 재회였다. 오랜만에 만난 김석진은 여전히 잘생겼다. 멜로 눈깔과 다정함도 여전했고.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 줄 알았던 세 명의 술자리는 나름대로 유하게 흘러갔다. 잔뜩 굳은 나와 어딘가 어색해하는 김석진 사이에서 정호석이 대화를 주도해준 덕분이었다. 이대로라면 문제 없이 이 술자리를 마무리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 나 집에 갈래."


김석진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운 탓에 정호석이 심각한 알코올 쓰레기라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만난 지 1시간이 겨우 지났지만, 잔뜩 취해버린 정호석의 상태를 보고 집으로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정호석이 없다면 둘 사이에 나눌 대화도 크게 없었으니,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정호석이 술을 마신 것인지, 술이 정호석의 영혼을 먹어버린 것인지. 취해서 멍 때리고 있는 정호석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나와 김석진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 바니야, 버스 탈 거지?"

"으응..."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줄게. 가자."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김석진이었다. 여전히 다정한 김석진의 친절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너는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석진과 발 맞춰 걸었다. 12년 전,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난 무렵이면 언제나 석진과 발 맞추어 집으로 귀가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나란히 걷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에 헛웃음을 흘릴 뻔 했다.



김석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저 시끄러운 사람들의 말소리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던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다달아서야 입을 떼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조심히 들어가고... 그리고, 바니야."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어, 왜?"


"다음엔 둘이서 보자. 연락할게."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어...?"


"버스 왔다. 바니야, 조심히 들어가."


[방탄소년단/김석진] 첫사랑월드 上 | 인스티즈

"어, 어... 나 갈게. 너도 조심히 들어가..."



석진의 배웅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라탄 나는 길게 심호흡 했다. 저 다정함에 두 번은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개월 전
비회원79.72
너무 재밌어요!
•••답글
1개월 전
독자1
28일 전
독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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