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야 올해 첫눈이 내리고 있어. 작년처럼 온 세상이 하얗고, 작년처럼 기분이 우울하다 모든게 작년과 똑같은것 같은데 '여주야 첫눈와!! 트리보러가자' 작년처럼 너에게 연락이 오지않네 너는 첫눈 오는 날마다 트리를 보러 가자고 나를 불렀어 시청 앞의 트리는 참 예뻤는데. 그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우울했던 그날 역시 너는 나를 불렀고, 아마 그날 우리 사이가 이렇게 돼버린것 같아 첫눈오는날 트리 보러 가기. 나름 우리사이의 규칙이었기에 어쩔수없이 시청 앞으로 나갔지만 너의 들뜬 기분까지는 맞춰주지 못했어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야 네가 유독 신나보였던 이유를 깨달았어 그때는 내기분도 생각 못해주는것 같은 네가 그냥 밉기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는 나한테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었을 뿐이였잖아 생각해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 크리스마스때에는 뭘할까 고민하며 기대하던 너에게 나는 무작정 헤어지자고 했어 영문도 모르고 이별 통보를 받은 너는 나에게 이유를 물어봤지 나는 대답을 안했던것 같아 아니, 안한게 아니라 못한거지 그날따라 기분이 우울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자신이 있었나봐. 네가 날 잡을줄 알았어 그래. 그럴줄알았는데 너는 알았다며 나를 놓아줬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어.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자초한 일인데도 바보같은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보고싶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해 1년전 내가 조금만 더 너를 생각했더라면 지금 우린 달라져 있을까 꼭 민규 너를 만나러 갈것처럼 아끼던 비싼 옷도 입고 평소에는 귀찮아서 자주 안뿌리는 향수도 뿌리며 한껏 멋을 냈어 아마 신발도 뭐신을까- 한참을 고민한 것 같아 웃기지? 진짜 너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시청으로 가는 길에서도, 트리앞에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잡고. 다들 행복해 보인다 저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였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첫눈 오는 날이라 그런지 커플들이 많네.. 으 춥다-" 괜시리 더 추워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코트를 꼭 부여잡았어 옆에 네가 있었으면 따뜻하게 안아줬겠지? 매년 겨울엔 항상 따뜻한 네가 곁에 있어줘서, 잠깐 잊고 지냈나봐 겨울이 이렇게 추웠구나 민규 너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혼자 쓸쓸히 바닥을 보며 걷는 내내 발끝에서 니얼굴이 맴돌아서 눈물이 나올뻔했어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안녕" 넋이 나간채 거리를 걷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것은 다름아닌 니 목소리였지 "여기서 혼자 뭐해" 그렇게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눈은 그쳐있었고 더욱더 멋있어진 너의 얼굴이 있더라 그러는 넌 왜 여기있는건데 목까지 넘어온 이 한마디가 눈물로 차올랐어 오랜만에 보는 네앞에서 울기 싫어 꾹 참았지만. "..." 바보같이 널 쳐다만 보고있었어 입을 열면 눈물도 쏟아질것 같아서. "나왔네. 나 너 안올까봐 얼마나 떨렸는데. 기다렸어" "왜..?" "할말이 있었어. 나 너 되게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번 겨울도 너랑 보내고 싶었거든.
우리, 첫눈 올때 끝났으니까 첫눈올때 다시 시작하자" 너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고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