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슈가] 제 목표는 건축학과였는데요 유교과왔어요 어떡하죠(내공5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6/22/6638994635765eb27703e746b00c91f5.jpg)
유교과 윤기는 이 짤같았을거야ㅎㅅㅎ
내 친구들은 다 그랬다. 내가 너무 집착이 심하다고. 사람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ㅡ 정말 쓸데없는것들에 대한 집착말이다. 뭐, 좋게말하면 완벽주의자. 나쁘게말하면 괴짜변태새끼.
내 이상한 집착은 초등학교때부터였다. 딱히 큰 흥미가 없던 일상에서, 날 자극시켜준건 한 아의 어머님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고등학교와서 정신차리고 공부를 하던 편이었다. 당연히 초,중학교 시절에는 공부랑은 담 쌓았던 시절이었고, 더군다나 내 성격이 그리 서글서글한 편도 아니고, 외모도 순한편도 아니고, 제법 그때는 키가 컸다. 지금은 작지만 그때는 또래들에 비해 키가 많이 큰 편이라 난 내가 180까지는 클줄알았다. 아, 그게 주제가 아니고. 여튼, 그렇게 체구도 컸으니 조용히 친구들이랑 팽이돌리던 친구들과 어울리지않고 소위 말하는 학교에서 말썽부리는 애들이랑 같이 다니곤 했다. 내가 생각해도 좋은짓은 하지 않았다. 10의 7은 초등학생이, 아니 학생이 하면 안될짓들을 하곤했고. 선생님들도, 주변 친구들도 날 좋게 바라봐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이의 어머님이 날 찾아왔다. 내가 자신의 아이를 왕따시키고 괴롭혔다고.
어찌나 목소리가 크시던지, 교무실 앞에서 그때가 5학년때였는데, 날 붙잡고 소리를 지르시며 내가 왕따를 시켰다고 전교 소리쳤다. 지금생각해도 어이가 없을정도였다. 난 그 아이가 우리학교 학생인지도 몰랐고 알 생각도 없었고 그냥 친구들이랑 놀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머님 뒤에 숨어있던 아이는 내가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아, 몇번 친구들의 싸ㅣ이월드에 있었던 얼굴이긴 했다. 근데 난 정말 그아이를 처음봤다. 실제로.
결국 어머님의 언성높은 꾸중으로 전교에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다. 원체 학교에서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만 억울하게 누명을 쓰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고 이런 오해를 가져야 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초등학생주제 외박도 일삼았고 하지말아야하는 담배라던가, 중학교 형 누나들이 강제로 시키던 본드까지 손댔었으니 가족도 나에대한 신뢰도는 깨질만큼 깨졌다.
이미 학교폭력위원회는 열렸고, 나는 가해자로. 처음보는 아이는 피해자로. 그리고 증인으로는 나랑 같이다니던 몇몇친구들이었다. 저새끼들의 싸이에서 본 아이인데 왜 증인으로 온건지 모르겠다.
대략 위원회의 내용은 그랬다. 민윤기는 박지우를 괴롭혔고, 박지우는 민윤기에게 일방적으로 폭행과 금품갈취를 당했다. 민윤기는 학교끝나고 박지우를 시혁상가에 불러서 때리고 괴롭혔다. 박지우는 민윤기의 친구들에 의해 기가 죽어서 반항도 못하고 맞아야했다. 학교폭력은 수많은 아이들이 가담했지만, 그 학교폭력의 우두머리는 민윤기, 바로 나였다고.
모두 다, 처음듣는 이야기였다. 나는 박지우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시혁상가는 또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이름인가. 아, 내친구들이 자주가는 상가이긴 했다. 결국 나는 부모님도 오시지 못하고 그저 처벌을 받아야했다.
위원회가 끝나고, 홀로 쓸쓸히 방을 나섰는데.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이렇게 낙인찍혀버리면 더이상 설 곳도 없어지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어렸던 민윤기. 12살은, 홀로 누명을 벗기위해 마음을 다시잡았다. 그리고서는 학교수업을 뒤로 하고 아무생각없이 시혁상가로 달려갔다.
"아저씨, 여기 씨씨티비 있어요?"
제법 당돌한 열두살이었다. 박지우가 당당하게 말한 시혁상가는 난 한번도 간적이 없다. 그래서 박지우가 말했던대로, 시혁상가 씨씨티비를 찾아가 내가 들어갔는지 안들어갔는지 입증해 보이려 했다. 아저씨는 꼬맹이는 알필요없다며 날 밀어내셨지만, 난 계속 매달렸다. 제발 보여달라고, 안보여주면 평생 이러고 살아야한다고. 아저씨는 계속 안된다고 하셨지만 계속된 설득에 알겠다며 씨씨티비를 보여주셨고. 정말로, 나는 거기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아닌 증인으로 나왔단 내 친구들. 그리고 내친구들한테 끌려가는 박지우가 나왔다.
아저씨에겐 제발 지우지말라고 당부를 거듭했고, 시혁상가를 나와서 다음에는 내가 괴롭혔다던 박지우의 아파트 엘레베이터 경비실에 들려서 씨씨티비를 또 확인했다. 역시나,내가아닌 박지우만 있었고 그곳에서는 박지우가 벽에 머리를 박는 둥 자해행위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아니란 사실에 너무 기뻤다. 난 나쁜짓 한적 없었다고. 몇시간 내내 씨씨티비 확인하랴 뛰어다녔더니 다리에 힘은 다풀렸지만 최대한 빨리 학교에 가서 알리고 싶었다. 내가 안그랬다고. 내 친구들, 그리고 박지우 혼자의 헤프닝이라고. 달려간 교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그리고 학교에 몇 안남은 친구들은 날 벌레보듯 쳐다봤다.
"범죄자가 왜왔대? 허세만 부리더만, 그럴줄 알았어. 아 뭘 조용히해야. 쟤 차피 전학가는거아냐?"
전학. 그렇다. 나는 전학을 갔어야했다. 위원회가 열린건 금요일.다음날과 그 다음날은 휴일이었다. 너무나 억울했다.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미 다 끝난듯보였다. 열두살에 찾아온 범죄자 타이틀과, 남들의 시선이 너무 두려웠다. 그저 내 처신이 잘못된거겠지. 박지우나 친구라고 부르기도 뭐한 새끼들의 잘못이 아닌, 애초의 내가 문제였다는게 더 화가나고 두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의 시선에 굴복하여 모든 죄책감을 나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때는 어린 민윤기의 최선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학교에 갔을때는 이미 내가 서있을 자리는 없어졌다. 내 물건들은 찢기고 내팽겨쳐졌고, 나랑 같이다니던, 박지우의 진짜 가해자인 놈들은 날 거들떠 본채도 안했다.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강제전학은 아니었다. 그저 전학가라고 학교에서 압박을 주고, 친구들이 압박주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에게 그랬다. 나는 묵묵히 버텼다. 엄마에게도 전학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미 학교선생님들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겠지만 나는 그저 버텼다. 가고싶지도않고, 만약 가게 된다면 내가 가해자라는걸 인정하는 꼴이니까. 물론 학교선생님들께 증거가 있다고 말을 했지만, 모두가 안믿어주셨다. 내가 조작한건지 어떻게 아냐고. 그래서 나는 다시 상가에 들려 보여주려했지만 이미 삭제되고 없는 영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가까운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때도 소문은 있었다. 학교폭력가해자가 입학했다고. 난 정말 그 일 이후로 인간관계는 다끊고 혼자다녔다. 밥도 잘 안먹고 그냥 앉아서 집을 그리거나, 건축관련된 서적을 읽을 뿐이었다.
그때 다가와준건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던 착한 친구들이었고. 나는 혹여나, 혹시나도 내가 나쁜길로 빠질까, 아니면 나쁜일에 얽힐까. 고민하며 길을 걸을때도, 어딘가에 갈때도 최대한 큰길로다니고 모두가 날 볼수있게끔. 내가 누명을 안쓰게끔. 씨씨티비는 있는지 잘 확인하고, 만약 친구들 사이에서 일이벌어진다면 끝을 보는 편까지 성격이 변했다. 사소한 오해라도 다 풀고 지나가야하는 미친 집착. 괴짜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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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슈가] 제 목표는 건축학과였는데요 유교과왔어요 어떡하죠(내공50):2
"뭐라고?"
김태형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날 쳐다봤다. 이새끼 뭐냐는 눈빛으로.
"ㅇㅇ이는, 너 안좋아할거라고."
"니가 어떻게 아는데"
"그야…"
"그야 뭐."
"걔가 그랬거든. 시끄러운애는 딱 질색이라고"
김태형은 나의 말이 끝나자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정말 친한가보네, 라며 날 훑어보더니 다시 밥먹기를 시작했다. 그런 김태형의 훑어보기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간만에 듣는 친구의 이름에 고등학교때 느꼈던 설렘을 잠깐 생각해보았다. 인간관계에 데인 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보이는게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친구가 뭐라 느끼던 친구들이 장난스레 ㅇㅇㅇ를 좋아하냐는 말에 좋아한다고 말을 했는데, 그게 혹여나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고등학교때 과톡에 초대해주겠다는 말 이후로 한마디도 나눠본적 없다. 그 아이도 내게 말 걸 생각도 없어보였으니 뭐. 딱히 섭섭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너 ㅇㅇㅇ이랑 같이다니잖아."
"내가?"
"어."
내 말이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태형이다. 분명 무리에 ㅇㅇ이도 있었던것 같은데. 나의 말에 김태형은 잠시 생각하더니, 같이 안다닌다고 했다. 그럼 왜 같은 무리에 있는거지. 속으로 질문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김태형은 마음 속 질문을 들은건지 웃으며 대답했다.
"나, 쟤네랑 같이안다녀. 나도 혼자다니는데"
그런 김태형의 말이 기가차서 먹다가 사레까지 들렸다. 김태형은 물을 내 앞쪽을 밀어주며 기분나쁜 웃음을 또 내지었다. 알고싶지도 않고, 알아가기도 싫은놈이다.
"혼자다니는건 나고"
"나도 혼자다녀, 너 임지영이랑 친하잖아."
지영이는 나 불쌍해서 데리고 다니는거고. 말하려다 삼켰다. 딱히 말해봤자 영양가없는 말이기도 했고, 더 이상 대화를 잇고 싶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인 뒤 먹던 밥을 남긴 채로 일어섰다. 어딜가냐는 김태형의 말에 과방에서 과제한다고 말한뒤 학식관을 나갔다.
홀로 걷는 대학교 교정은 굉장히 볼거리가 많았다. 여학우들의 하이톤의 웃음소리, 선 머슴같은 남자들의 내기하자며 언성높히는 소리, 커플들의 깨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나처럼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몇몇 사람들. 아직은 초봄이라 따뜻하지는 않지만 그냥저냥한 날씨에 입었던 가디건을 여미며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그렇게 교육학부 건물에 다다랐을때쯤, 누군가가 날 불러세웠다.
"민윤기!"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단 세글자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목소리.
"야속하다 진짜. 어떻게 한번을 아는 척 안해"
돌아봤을때,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김태형과 한창 대화주제였던 그 아이가 있었다. 열심히 뛰어온건지 숨을 고르며 날 노려보는데, 고등학교때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기분이 약간 붕 떴다. 아이는 내게 걸어오며 핸드폰을 내밀었고 번호를 찍으라며 내게 눈치를 줬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번호를 눌러줬고 딱히 할말이 생각이 안나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말 없는건 여전하네, 너 고딩때 내가 단톡초대한다 했을 때 왜 다른번호 줬냐? 싫었으면 말을 하지."
아, 어쩐지. 난 과톡에 초대받지 못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오티날 지영이의 제안에 들어갔었던것 같다. 내가 노여운지 색색 숨쉬며 날 쳐다보는 아이의 얼굴에 미안한 감정도 미안했지만 스쳐지나가는 아이의 말에 내가 오해를 하나 더 만들었구나 싶어 속이 조금은 뒤틀렸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인지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안좋던 간은 심기불편함을 온 신경을 통해 내보였다. 나는 미안하다며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가벼운 웃음을 내지으며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하며 먼저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서자 크게 심호흡부터했다. 메스꺼운 속을 뒤로한 채 과방에 있던 지영이가 생각나 급하게 학관 아래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 들어가 평소에 좋아했던 빵과 이것저것을 샀다. 아, 지영이조원들도 안먹었을텐데.. 싶어 몇개 더 사서 과방으로 올라갔다. 올라간 과방에는 역시나 지영이와 지영이 조원들이 답답한지 성질내며 교구를 만들고 있었고 어떻게 이걸 전해줘야 하나 싶어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그렇게 몇여분을 서있었는지. 지영이 조원 중 한명이 신경쓰인다며 내게 앉으라 했고 나는 그제서야 지영이에게 빵과 음료가 담긴 봉지를 쥐어주며 밥대신 끼니라도 채우라 말했다.
"와, 잘키운 민윤기 하나 열 동기 안부럽다. 이것들아, 윤기가 너네까지 생각해서 먹을거 사왔다"
"됐어, 얼른 먹어. 뭐 도와줄거 있어?"
지영이의 조원들은 의외라며 고맙게 먹겠다고 내게 말했다. 민망해져서 대충 고개만 끄덕인 뒤 아이들이 하고있었던 교구만들기를 대충 훑어보다 옆에서 가위를 들고 자르기 시작했다.
"이야, 우리 과 수석님이 교구과제도 도와주신다. 우리 A받는거 아니냐"
빵이 대체 뭐길래 동기들은 갑자기 태세라도 변환한듯 살갑게 나에게 농담도 걸어왔다. 단순한건지 아니면 내가 몰랐던건지. 그렇게 나에대한 호평과 농담이 이어지면서 과방은 예상과는 다르게 약간 시끌벅적했다. 물론 나는 한마디도 안하고 그냥 가위질만 했다. 여동기들은 몰랐는데 친절하녜부터 지영이의 아들자랑하듯 날 자랑하는것까지. 당사자가 코 앞에 있는데도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어찌나 잘 뱉던지. 나만 그 자리에서 민망함을 느꼈던것 같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과방에서 삼십분 정도 가위질과 풀칠을 연속하더니, 식사와 디저트까지 다 끝낸 아이들이 하나둘 과방으로 들어왔다. 다음시간이 2학년 교양 필수과목이라고 유명한 수업이라 다들 과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수업에 들어갈 듯 보였다.사람이 많아졌으니 더 시끄러워진 과방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교구를 만드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조용히 집에서 만드는것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사람이 많아봤자 조원들 앞, 또는 지영이네 자취방에서 둘이 있었던게 끝이었다. 내가 만드는 모습이 신기한지 많은 시선에 민망한건 내 몫이다.
그렇게 모든 과 학생들의 시선을 한껏 받고서는 교구만들기를 돕던 중 이었다. 갑작스레 과방 문이 열리며 손성득교수님 강의듣는 애들을 찾으며 소리치는 선배가 보였다.
"당장 다음주까지, 교정바닥에 떨어진 풀잎들로 교구 만들어오래! 오염되지 않은걸로! 혹여나 뜯는걸 목격하면 바로 신고하랜다. 재수강도 못하게 씨뿌리시겠다고."
이곳저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미친거아니냐부터 한강물에 떨어질거라며 뛰쳐나가는 애들, 한순간에 과방 분위기는 지옥과 맞먹을 정도로 다운되었다. 손성득교수님의 강의는 우리학번아이들의 전공과목중 학점따기 힘들다는 과목이어서 더욱 더 신경쓰는 수업인데 이제 막 새싹이 트는 봄에 낙엽교구라니. 겨울에 잘 익은 무등산수박을 가져오라는 말과 거의 같았다.
다들 어떻게 할거냐는 아이들부터 이참에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가서 받아오자는 애들부터. 과방은 더 시끄러워졌고, 설상가상으로 2학년 교양수업이 곧 시작할 시간이라 다들 바쁘게 이동할 채비를 하고있었다. 물론 나도 수업을 들어야했기에 여자들 마냥 작은 파우치에 가위를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먼저 가 있을게"
"야 진짜미안. 옆자리에 가방 놔둬 내가 갈게"
"괜찮은데, 조애들이랑 앉아도 돼"
지영이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옆에 자리 비워두라고 말하고선 다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진짜 혼자 앉아도 괜찮은데.
먼저 간 강의실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개강한지 얼마 안된지라 다들 의욕있게 들어온듯 했다. 꽤 오랫동안 자리를 둘러보다 가까스로 두자리 남은곳을 찾아 앉았다. 그리고는 친구의 자리를 위해 가방을 놓으려고 했다.
"어, 여기 자리있어?"
또, 그 아이다. 내 옆자리 말고도 빈자리 꽤 있는데. 아 물론 다 한칸짜리 자리긴 했다. 자기 딴에는 그나마 안면있는 내옆자리를 선택한것 같은데, 일단 이 자리는 친구의 자리다. 나는 그저 멀뚱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ㅡ 멋쩍은 듯 ㅇㅇㅇ은 놓으려던 가방을 다시 들고선 자리를 떠났다.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돌아가 혼자가서 앉는 아이에 눈길이 갔다. 눈치를 챈건지 내쪽으로 돌아보는 ㅇㅇ에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돌린곳에 두어진 내 시선은, 김태형과 마주치게 되었다. 김태형은 또 그 기분나쁜 웃음을 내지으며 내 옆자리로 와서는 책가방을 치우고 자기가 턱 앉았다.
"여기 자리있는ㄷ"
"임지영은 너 혼자앉는게 싫은거야. 내가 옆에 앉아있는거 보면 좋아할껄"
… 말하기도 귀찮아져 그저 뻔뻔한 김태형의 태도에 고개를 내저으며 책을 펴고선 아무 반응도 없는 핸드폰을 툭툭 건들이기만 했다. 얄팍한 인간관계 덕분인지, 난 그냥 매달 6만원짜리 시계를 들고다닌다.
"나랑 대화하기는 싫고, 할일은 없고. 자존심은 더럽게 세우고. 따분하게 산다 너."
"뭐?"
"아니 그냥. 인생의 재미를 못느끼는 사람같아서"
흐흥, 나를 한방먹여 기분이 좋은건지 김태형은 콧소리도 내며 빙그레 웃었다. 오늘 처음 대화한 사람이라지만, 이렇게 별로라고 느낀 사람은 김태형이 처음이다. 나를 다 안다는듯 말하는 모습이 없던 정을 거부감으로 만드는데 뭐 있는듯 보였다. 수업이 시작되고 카톡이 하나 와있길래 보니 김태형과 언제 친해졌냐며 잘 지내라고 웃음이모티콘을 날리는 임지영의 문자였다. 안친한데,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데.
수업내내 김태형은 날 힐끔보다 샐쭉웃고, 그러다가 다시 졸고. 무한 반복이었다. 나는 중학교때부터 들인 버릇이라 수업시간에 졸아본적이 없었다. 강박증인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잠이 안온다. 그런 내 모습이 또 신기한지 이리 둘러보고, 저리둘러보는 김태형에 정신이 산만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흘러보낸 뒤 가방을 챙길때였다. 김태형은 또 날 보다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 신경쓰이게 굴었고 나는 그 상황을 참을 부처가 안됐다.
"할말 있으면 하던가, 옆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나?"
"한심해"
"내가?"
"됐다"
대화의 가치를 못느끼게하는데 뭐 있는듯 했다. 먼저 강의실을 나섰는데도 옆에서 쫄래쫄래 따라오는 김태형이 너무 싫었다.
"내가 한심해?"
"응 존나"
"너한테 그런말 들으니까 기분 이상하다"
걸음을 멈추고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김태형은 원래 내지으던 개구쟁이같은 웃음은 사라진 얼굴을 하고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기분이 이상한데"
김태형은 내 말에 기가 차다는듯 내려보았다. 무시당하는 기분에 답답한 기분이 울컥 올라왔다.
"같잖잖아. 지 감정 하나 숨기지 못하는 새끼한테 한심하다는 소리 듣는게 무슨기분인데"
"…"
"병신인가. 아님 나한테 기가 죽어서? 혹은 질투?"
"…"
"티를 못내겠으면, 그냥 마음을 접어. 아니면 옆에서 임지영 저울질 계속하던가"
"야"
"미안, 임지영은 말하려던 애가 아니었는데 막 튀어나왔네. 너 고3때 기억의 ㅇㅇ이는 과거야. 다 아는듯이 말하지 마. 넌 걔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는 알아? 딱 보니까 고딩 내내 사내새끼들이랑만 놀게 생겼는데.너 같은 새끼들이 제일 착각 많이 하는게 뭔지 알아? 한 순간의 친절가지고 여자애가 나한테 호감이 있다고 여기는거야 "
"…말하고싶은게 뭔데"
"지랄도 정도껏 하라고, 어차피 다가가지도 못할거 견제는 왜하냐? 자존심은 더럽게 세가지곤"
난 내 감정을 드러낸적도 없었고 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혹여나 내가 ㅇㅇ이를 좋아한다고 쳐도, 김태형한테 이런 말을 들어야 했나 싶었고. 김태형은 정말 못봐주겠다는 듯이, 멸시의 표정을 하고 나에게 말했다. 불과 몇시간 만에 나는 열등감에 찌든새끼가 되었고 불필요한 감정싸움에 끼어들은 미친놈이 되었다. 혹은 착각병자.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김태형은 날 스치고 지나쳤다. 이윽고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범람했고 나는 학생들이 지나치는 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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