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채비를 하는 종인의 몸짓이 분주했다.
'…오늘도… , 못 보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얀 피부. 큰 눈과 조금 작은 키. 한눈에 보기에도 아까운 그녀를 두고 전쟁터 같은 그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 밖에서는 동료 박찬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쪽으로 흘깃 눈길을 준 종인이 흑갈빛의 서랍에서 엎어두었던 사진을 꺼내들었다. 항상 까칠하게 대하고 모진 말만 골라서 내뱉은 종인이엿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괜시리 그녀의 혀를 비쭉이는 모습이 생각나서 짜증을 삼켰다.
"카이. 에델슨파가 지난밤 루이제를 급습했어."
"뭐?"
종인의 무리의 소속 카페 루이제가 급습당했다는 소식에 종인이 얼른 그녀의 사진액자를 집어넣었다. 당장 그 쪽으로 출발하도록 하지.
***
"어때."
찬열의 차를 타고 도착한 루이제는 흩어진 종이뭉치들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한 쪽에는 다리를 오므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담과 아가씨들이 보였다. 종인은 수년간 노력해서 성장해온 루이제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곧이어 밀려오는 상실감과 분노는 말할 수가 없었다.
"안녕, 김종인."
종이뭉치를 든 손이 덜덜 떨려왔다. 애써 침착하려고 했으나 떨리는 어깨가 그러질 못하였다. 에덴슬 두목의 오른 손, 변백현이였다.
"네 년이 미쳤구나?"
"어머, 말본새가 너무 상스러운거 아니야?"
손을 입가로 가져간 백현이 룸아가씨들 흉내를 내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한 아가씨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벌떡 일어섰다. 이 시발새끼야! 용기있는 그 아가씨의 고함에 백현이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잡아댕겼다.
"쟤처럼 되기 싫으면 다들 그만둬."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그 아가씨의 모습을 보고 다가선 다른 아가씨들이 굳어섰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게야."
“간호사더군.”
"........"
백현의 입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종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그녀가 백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줄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 순간이 올줄 몰랐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찬열에 물음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그 때가 되면 침착하게 모르는 척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전혀 빗나가고야 말았다.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그녀는. 또 나는. 이미 종인의 표정은 무너지고 손은 덜덜 떨렸다. 입에서는 무슨 말이 새어 나오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들이지마."
"글쎄...."
종인이 키득거리는 백현을 벽으로 몰아세웠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면 곤란한데?"
"니가 고작 해봐야 크리스 밑에서 앙앙대는 년인거 다 알아. 그 여자는 네 더러운 입에 올릴 사람 아니다."
백현의 표정이 망연자실로 물들어져갔다.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수년간 너만 바라보던 나는? 그 물음은 끝내 전해지지 못했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참으로도 원망스러웠다.
"그래. 나 몸팔아서 여기 까지 올라왔어. 근데 니가 뭔 상관이야?"
"......"
"막말로, 내가 그 여자 죽인다고 너하고 뭔 상관인데?"
"......"
"사랑해?"
사랑하냐고 묻는 백현의 눈동자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좌우로 빠르게 흔들렸다. 제발. 제발 대답하지마 김종인.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찬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가씨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마지막 아가씨까지 모두 나가고 그 공간에는 종인과 백현만이 남았다.
"사랑해."
끝까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종인의 입이 열리고 백현이 주저앉았다. 김종인, 너는 끝까지 잔인하구나. 백현이 울상이였다. 그런 백현을 종인이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백현이 그녀를 생각했다. 얼마 전에 부상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만난 그녀는 아름다웠다. 순백색의 병원유니폼을 입고 회진을 돌던 그녀의 배경화면에는 당당하게 종인의 사진이 담겨져 있었다. 아침 회진을 온 그녀가 종인과 통화를 하는 듯 했다. 남자친구예요? 백현의 물음에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였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백현이 천장을 향해 한 발 쏘았다.
"진짜 사랑해?"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는 종인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백현이 수차례 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 한 발 남았어. 이 총알 너한테 쏠꺼야. 그래도.. 사랑해?"
한참의 침묵이 오가고 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종인을 쳐다보았다. 종인의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확고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사랑해. 아아, 정말 사랑하는 구나. 백현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나는 널 사랑하는데. 너는 날 사랑하질 못할까.. 총구가 종인을 향했다. 방아쇠에 끼여져 있던 백현의 작은 엄지손가락이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탕! 총알 소리가 루이제를 흔들었다. 내 미친사랑의 결말은.. 백현의 웃음이 아려왔다. 니가 날 사랑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종인아. 다음생에서는, 우리 곡 사랑하자.
"백현아..미안하다."
피투성이가 되어 쿨럭거리는 종인에게 백현이 다가갔다. 백현이 무릎을 꿇고 오열을 했다. 종인아! 날카로운 쇳소리가 종인의 귀에 들려왔다. 백현아.. 미안하다. 사과만 연거푸 하는 종인이 미웠다. 그러면서도 종인에게만 반응하는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다. 뱃속에 잠긴 울음이 소화될 때 까지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나, 가슴이 아파."
"......."
"아프면 안되는데, 가슴이 아프다."
".... 종인아.."
"백현아.."
"....응..."
"예쁜 간호사를 불러줘."
-
는 내가 진짜 가슴이 아파서 약빨고 쓴 글..
그나저나 ㄱㅁㅎ 기자님이 좋은 분은 아니라는 게 트루? 헹..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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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