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아팠다. 총에 맞은 후 창문틈사이로 나를 보고 있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새벽부터 간호를 한 턱에 피곤했다. 남자는 총에 맞은건지 허리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구석에서 꺼낸 낡은 천들로 감싸 응급치료를 하고 피를 닦아주었다. 몇시간의 간호 끝에, 그 남자는 깨어날 수 있었다. “.....으“ “어....? 일어났어요? 어어! 아직 일어나지 말아요 보니까 많이 다쳤던데,“ “...“ “많이아파요? 잠시만 기다려요 천 다시 가져와야겠어요.“ 깨어난 그를 살펴보다가, 상처위에 덧댄 천이 피로 온통 물든 것을 보고 새 천을 가져오려고 일어서던 참에, 텁, 마르고 차가운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마요. 내옆에있어요“ 단호하고 어찌보면 명령하는 어조였지만 그 남자의 작은 미소는 시리도록 맑았고, 또 슬펐다. 마치 어두컴컴하고 피비린내나는 지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빛을 잃어가는 천사처럼, --- “도경수, 경수에요“ 눈이 크고 또렷한 남자가 내 허리에 천을 덧대어 주면서 말했다. “예뻐요“ 아무생각없이 나온 말이었다. 내 허리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는 도경수라는 남자를 보고는 아무생각없이 튀어나온 말, 도경수는 예뻤다. 하늘에서 내게 내려준 햇님처럼. “네..?“ “예쁘다구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다. 까맣고 큰 두 눈과 마주했을 때부터, 도경수는 예뻤고,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 뒤부터는 정적이 흘렀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경수씨, 손좀 줘봐요.“ “네? 손이요?“ “네. 얼른요.“ 그는 당황한 듯 손을 살짝 내밀었다. 그는 역시 손도 예뻤다. 하얀 손 가운데에 자리해 있는 상처만 빼면, “손 왜 다쳤어요.“ “아 그게...“ “다치지 마요.“ 허리에 가지런히 감겨있던 붕대 한귀퉁이를 찢어 경수의 손에 감아주었다. “김종인이에요 내이름,“ 그냥 끌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속에서 서로를 마주했을 땐 우린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두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부터, 손이 맏닿았을 때부터, 왠지 끌렸다. 복잡했다. 이유모를 복잡함이 머릿속에서 일었다. 우린 이겨내야 했다. 앞으로도 이겨내야 한다. 서로를 위해서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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