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국뷔] 블랙킹덤(Black Kingdom) 08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17/41fc6b2e82126f3b1a2958005649f12b.jpg)
국뷔 블랙킹덤 08.
BGM - 류이치 사카모토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영화관 주차장을 미끄러지며 나간 검은 세단이 도로에 나가기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패닉에 빠져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태형은 자신에게도, 정국에게도 낯설었다. 정국은 달리면서 온갖 잡념에 시달렸다. 정국은 예리하고 예민했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정국은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잘 눈치 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형 하는 이름 석자만 알 때와 지금은 감정 자체가 달랐다. 분명 악명높은 스나이퍼와 기억을 잃어버린 순둥이는 동일 인물이었으나 당최 똑같이 보고 대할 수가 없었다. 태형은 충격이 심했던지 계속해서 얼굴을 깊숙히 파묻고 있었다. 이내 흐느끼는 듯한 울음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태형의 울음소리가 틈새 사이를 비집고 나올 때 마다 정국은 엑셀을 밟아댔다. 흔들리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정국이 열심히 밟아댄 덕에 2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10분만에 주파했다. 물리적으로는 시간이 짧아졌으나 정국에게는 그 10분이 1년 같았다. 적막 속에서 훌쩍이는 태형의 소리가 들릴 때면 애써 외면하느라 힘이 들었다. 태형의 집에 도착해서야 태형은 훌쩍거리던 울음을 멈추었다. 정국아, 오늘... 너무 미안하구, 형이 깼으니까, 다음에, 다시 형이 근사하게... 그 와중에도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태형이 미련해 보였다.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거면서, 그만큼 정신이 없으면서 태형은 끝까지 정국을 배려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배인 것 처럼 행동했다. 정국은 한숨을 쉬었다.
"형, 다 괜찮으니까."
"...응?"
"아프지나 마. 내리자. 집에 들어가는거 보고 갈게."
태형에게 아프지 말라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태형에게 말한 것들 중 유일한 진심. 그래 어차피 죽을 거면 덜 아프게 죽는게 낫겠지. 하고 생각 했으나 결국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걸 잘 알았다. 혼자 올라가두 돼... 하고 말을 끄는 태형은 분명히 혼자 올라가는 게 싫어 보였다. 아냐, 같이 가자. 정국의 대답에 태형은 혼자 올라가겠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말을 할 때 진심이 다 내비치는 태형은 안 그래도 마음을 잘 읽어내는 예리한 전정국 앞에서 어린애가 되었다. 터덜터덜 앞장서 가는 태형의 뒷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면서 정국은 12월 30일이 곧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띠로롱 -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태형이 맥 없이 집에 들어섰다. 같이 있어줄까, 묻고 싶었으나 오늘은 주말이었다. 민윤기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위험할 지 몰랐다. 빼꼼 열린 문 사이로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의 태형이 잘가아 정국아 하고 잠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 태형이 형.
정국이 답했다.
Black Kingdom
08
태형의 집에서 나오자 마자 정국은 지민을 생각했다. 요즘 지민이랑 평소에 지내던 것 만큼 시간을 내서 같이 지내지 못했던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김태형에 민윤기에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혼자 두어서는 안 될 지민이를 자주 혼자 두었다. 오늘은 꼭 지민이랑 얘기 하다 자야지. 자기가 지금 피곤에 찌든 얼굴인 줄도 모르고 정국은 지민을 위해 잠을 포기했다. 오늘 하루 어땠어? 지민이 물어오면 힘들었다고 응석을 부려야지. 그럼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묻지 않고도 지민은 위로해 줄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정국이 그랬으므로.
정국이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왔- 어-!!!! 하며 지민이 달려들었다. 금방 들어온 정국을 소파에 넘어트리고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지민이 깔깔거렸다. 그 모습에 정국 역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박지민. 정국의 말에 지민이 방에 달려가 무언가를 등 뒤에 숨긴 채 나왔다. 포장 형태를 보아 정국이 자주가는 백화점의 것 같았다. 이게 모게. 정국에게 줄 선물을 샀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으로 가득찬 얼굴로 지민이 물어왔다. 백화점, 1층, VIP 대접을 받으며, 구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국이 슬며시 웃어 보였지만 짐짓 모른척을 했다.
"내가 너 줄라구 구두 샀다! 완전 신상이래 더럽게 비싸."
"진짜? 니 거나 사지 내건 뭐하러 사."
"우리 청구기 수고가 많다고 선물 준다, 형아가! 받아!"
"지민아 잘 신을게"
포장을 열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 구두가 들어 있었다. 집으로 배송되어 온 카탈로그에서 제일 사고 싶다고 생각한 구두였다. 전화를 할까 말까 하다가 나중에 전화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그 구두를 박지민이 사 왔다. 그것도 나를 주겠다고. 지민은 돈을 잘 쓰는 성정이 못 됐다. 어렸을 때 가난에 찌들어 살아본 자들이 그렇듯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액수를 손에 쥐면서도 지민은 일반인과 다름없이 먹고, 입고, 생활했다. 그나마 구두를 사는 것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국과는 달랐다. 지민에게 큰 소비는 오직 정국과 돈을 나눠 함께 산 고급 주택 뿐이었다. 그런 지민이 700만원이 족히 넘던 구두를 정국의 몫이라며 떡하니 사 왔다. 정국과 지민은 서로 그런 존재였다. 하지 않던 일도 하게 만들고 할 수 없는 일도 하게 만들었다. 정국은 이 구두를 어떻게 신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박지민은 왜 신지 않냐고 성을 내겠지만 아마도 신기 아까워 고작 지민의 앞에서 한 두 번 신는 것이 다일거였다. 그래도 좋았다. 지민의 선물에 정국은 생일날 생일선물을 받은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
태형은 정국을 보내고 나자마자 집 안에 불이란 불은 모두 켰다. 정국의 앞이라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태형은 견딜 수 없이 두려웠다. 기억난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조각들. 단편적인 조각들일 뿐이었다. 허나 그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태형을 박살 낼 수도 있었다. 총을 든 자신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표적을 향해 있던 길다란 장거리 총의 총구가, 빨간 레이저가 표적의 머리에 고정되자마자 한치의 고민없이 당기던 방아쇠가 마치 방금의 일처럼 생생히 느껴졌다. 기억 속에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자신이 두려웠다. 경찰이 지금이라도 자신을 잡아가지 않을까. 잠시 고민 했으나 기억이 비웃었다. 그 누구도, 네가 죽인것을 탓하지 않아. 왜냐면 넌 어둠 속에서 죽였으니까. 태형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때의 김태형이 아니야. 괴로웠다. 태형이 괴로워 할 수록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요동쳤다. 서로 김태형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겠다며 아우성을 쳤다. 괴로워하는 태형의 생각 끝에 떠오른 것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사내. 그 앞에서 서럽게 울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신이, 결국 끝끝내 기억나지 못한 그 사내의 얼굴이었다. 남들은 죽였으면서 죽고 싶지는 않았니, 태형아. 나는 너를, 이해 못 해. 김태형이 김태형을 짓밟았다.
윤기가 태형의 집에 들어오자 마자 보인 것은 불빛들 뿐이었다. 방이란 방에 죄다 불을 켜 두고, 화장실마저 환하게 해 놓은 모습에 윤기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왜 이래? 무언가 불안한 기분에 윤기가 곧바로 태형의 침실로 들어섰다. 태형은 자지도 않고 그렇다고 말똥히 깨있지도 않은 채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혹시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닌가. 윤기가 생각했다. 태형아, 부르는 말에 태형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누가 들어오는 지도 모르는 채 무엇을 그렇게 골몰히 생각하니.
"태형아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었어! 언제 왔어 윤기야? 밥 먹었어? 밥 주까?"
"너 울었지."
예리하게 치고 들어오는 윤기의 말에 태형이 입을 다물었다. 눈이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고 속눈썹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아니이, 자다 일어났는데 악몽을 꿨어. 그래서... 말끝을 흐리는 태형에 윤기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봤으나 이내 의심의 눈빛을 거두었다. 고작 악몽일까. 기억이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부터 미묘하게 자신을 불편해하는 태형이 떠올랐다. 자신과 있으면 두통을 호소하는 태형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더니 이제 꿈으로 나타나기까지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요즘 태형을 혼자 두는 시간이 길었다. 큰 거래가 있었고, 한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태형을 혼자 버려두었다. 태형이 곁에 있을 때 만큼 챙기지 못한 것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허나 아마도 곁에서 독립한 태형을 챙기는것은 앞으로도 힘들 것이었다. 그것을 잘 알았기에 자신에게 의지하라느니 하는 말을 함부로 뱉을 수가 없었다. 태형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 윤기는 미안함을 가졌다.
"태형아, 쉴래?"
"응... 오랜만에 왔는데 미안해."
"아니야. 나도 일 있어서. 푹 쉬고,"
"......"
"아프지 마."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과 똑같이 아프지 말라고 하는 말임에도 태형은 다른 기분을 느꼈다. 윤기가 나간 것을 확인 하자마자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윤기에게 자꾸만 거짓을 고하게 된다. 기억이 돌아오면 윤기에게 제일 처음으로 얘기해줘야지! 하고 생각했던 이전의 자신과 다르게 태형은 윤기에게 기억이 났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나와 그렇게 오래 함께였다면서, 왜 얘길 안 해줬을까. 배신감이 들었다. 마지막에 떠오른 잔상, 살려달라고 빌던 기억 속에서 태형이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해 냈다. 바지나 티셔츠는 보이지 않았으나 자켓이 보였다. 검은색 무스탕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제가 입고 있던 그 옷을 태형이 무의식적으로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찾아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기야 미안해. 그런데 이상해... 이 이상한 감정이 해소되면 너에게 다 얘기 해 줄게. 태형이 속으로 윤기에게 수없이 사과하며 옷장을 뒤져나갔다. 옷을 모두 헤집고도 찾지 못한 태형의 눈이 베란다에 놓여있는 상자에 가닿았다.
<이건, 열지 마. 곧 내가 갖다 버릴게.>
<왜? 뭐가 들었어?>
<...그냥. 필요없는 거야.>
윤기를 의심하지 말자 태형아.
마음과는 다르게 태형의 멍한 눈이 상자를 향했다. 발이 움직였다. 한 번만, 열어보면 알겠지. 윤기가 그걸 저기에 숨길 일이 뭐가 있어. 그러니까, 확인만 해 보자. 수없이 자신을 세뇌하며 태형이 상자 앞에 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활짝 연 태형이 입을 다물었다.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그 날 태형이 입었던 옷이 들어 있었다. 윤기가 왜 자꾸 숨길까. 왜 자꾸만... 난 의심하기 싫은데. 태형이 손을 덜덜 떨며 자켓을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켓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던 태형이 손 끝에 닿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얼마나 피를 많이 흘렸었던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종이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아무도 믿지 마 김태형>
지금 썼었더라면 태형아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라고 쓰지 않았을까. 날 선 말투에 자신이 쓴 게 아니지 않을까하고 의심을 했으나 글씨체는 자신의 것이 맞았다. 다른 사람들이 이응을 시계반대방향으로 쓰는 것과 다르게 시계방향으로 쓰는 특이한 이응자는 틀림없이 태형의 것이었다. 그 '아무도'에 윤기도 포함되어 있을까? ...정국이는? 나도 김태형인데 왜 너만 알고 나는 몰라 태형아... 나도 알고 싶다. 태형이 피묻은 쪽지만 두고 자켓을 다시 원래 있던 상자에 그대로 넣어두었다.
*****
안녕하세요 블룸입니다 업로드가 제 예상보다 너무 늦어졌네요 ㅠㅠㅠㅠㅠㅠ 사죄의 의미로 내일 단편이 또 하나 업로드 될 예정이에요 ㅠㅠ !!
물론 신알신 받아보시는 독자님들을 위해서 포인트는 0 입니당 ... 쓰차 이제 절대 당하지 않을테야..ㅠ_ㅠ
이제 점점 태형이랑 정국이의 관계나 이야기가 풀리고 있는 것 같아요 !!
문을 열고 인사하는 태형에게 안녕 태형이 형 이라 답하는 정국이의 말을 강조해 놓은 이유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흐흐
아 쓰다보니까 호석이는 곧 분량이 생길텐데 석진이는 너무 안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미아내ㅠㅅㅠ 내 최애인뎅...
다음 업로드는 일요일~월요일 예상하구 있어요 일단 내일 단편 하나 업로드 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들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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