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며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동물이 다시 가길 원치 않았던 우주로, 인간들은 끊임없이 되돌아가요.
우주에 다녀온 뒤 다음 비행을 포기한 비행사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죠.
그건 인간만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기 때문일 거에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인생이죠.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이 무엇 하나 동물보다 나은 것이 있겠어요?
엄마, 저는 그 모든 순간을 즐겼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이걸 위해서 희생했던 것들, 제가 저지른 실수와 오류들 말이에요.
사는 게 선택의 문제라면 저는 제 손에 있는 것만 바라보고 싶거든요.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으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돼요.
그때가 되면 더 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지구와 달을 오가는 우체부는 없으니까요.
만약에 그런 날이 오더라도 엄마,
제가 있는 곳을 회색빛의 우울한 모래더미
어디쯤으로 떠올리진 말아주세요.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으로,
아, 그래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 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 달의 바다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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