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래빗 - Wonderful World
북적북적. 시끌시끌. 왁자지껄.
내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을 볼 때면 항상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진짜 이게 꿈은 아니겠지.
줄을 서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바라보며 내 앨범을 두 손으로 꼭 그러쥐고 있었고 내 앞에 쪼르륵 앉아있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나를 촤르륵 소리를 내며 찍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대포 카메라.
나는 카메라를 향해 작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떡해...
나와 눈을 마주친 한 팬이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나를 찍어주었다.
귀여워. 언젠가 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팬들이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거 보면 진짜 귀엽단 말이야.'
그 때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었는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너무나도 귀여웠다.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1
w. 복숭아 향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유독 여자 팬분들이 많았다.
남자가 없다는 건 아니고 정말 유독 여자분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이런 팬싸인회나 음악방송 같은 곳에서는.
사실 별 상관은 없었다. 둘 다 귀여운걸. 나는 내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팬을 마주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학생인 것 같았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교복 치마에 몽실몽실하고 뽀얀 두 볼살. 아. 진짜 귀여웠다.
"이름 뭐에요?"
"어, 어... 정수민이요."
"수민이? 아직 학생인가보네요. 교복 예쁘다."
"언니..."
"네?"
"언니 교복이 더 예뻐요!"
내가 교복을 입고 나왔던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은 내 과사 뿐이었다. 어머나... 내 과거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날도 오는 구나.
나는 허허 웃으며 팬분, 그러니까 수민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수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배시시 웃어보이며 옆으로 물러났다.
또 다른 팬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오늘 고등학교 단체로 일찍 끝나는 날이었나?
나는 팬분을 빤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수민이와 다르게 이 팬은 꽤나 담담한..? 그런 성격인 것 같았다.
조용히 앨범을 내밀고는 나처럼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꾸 보면 나 민망해요."
"언니."
"응? 아니... 네?"
"언니 호석이 오빠랑 친해요?"
"네?"
"오빠가 인터뷰 했어요. 언니랑 친하다고."
"아, 아... 그럼요. 친해요."
"우리 호석이 오빠랑 많이 놀아주세요. 안그래도 만날 연습한다고 연습실에만 가는 그런 오빠라는데 언니랑 같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우... 호석이 진짜 많이 먹어요."
"언니도 좀 많이 먹어요. 안그래도 말랐는데 더 마른 거 같아요."
담담하다고 생각했던 건 실수였나보다.
팬분은 내 두 손을 꼭 붙잡은 채로 구구절절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내 손에 ABC 초콜릿 몇 개를 쥐어주었다.
손 안에 들어온 초콜릿 봉지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에 있는 매니저 몰래 초콜릿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이따 차 안에서 먹어야지.
그나저나 뭐? 인터뷰는 또 뭔소리야... 이따 차 안에서 너가 했다는 그 인터뷰도 좀 읽어보던지 해야지.
-
Q.
친화력이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
H.
글쎄. 친화력이 좋은 편인가? 나는 낯가림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멤버들 중에서 친화력이 가장 좋은 사람은 아무래도 태형이(V)가 아닐까 싶다.
난 그냥 허허실실 웃으면서 다니는 거지.
Q.
멤버들 말고 혹시 친한 연예인이 있는지.
H.
거의 없다. 방송국에서 오다가다 보는 분들은 되게 많은데 막상 친해질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그나마 친한 사람들을 꼽자면 같은 소속사 분들 정도. 그 중에서 동갑인 이름씨와 친분이 좀 있다.
회사 안에서 동갑인 사람이 거의 없는데 같은 직업군에 방송국에서도 회사에서도 얼굴을 자주보다보니 친해진 케이스다.
Q.
숙소 아니면 연습실 두 곳만 왔다갔다한다고 들었다. 혹시 힘들지는 않은지.
H.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이런 패턴 때문에 친구를 잘 못사귀는 것도 없잖아 있다.
그래도 사람이 지내면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연습하는 게 나중에 무대 위에서 드러났을 때 행복 역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고.
Q.
친구를 만났을 때 주로 뭐하고 노는지 궁금하다.
H.
별 거 없다.
아까 말한 이름이 같은 경우는 대부분 대기실에서 뒹굴거리다 만나는 게 전부니까.
그마저도 서로 바빠서 자주 못하지만 말이다. 만나도 글쎄... 길어야 1시간 정도?
나누는 대화도 별 거 없다. 서로 노래나 춤을 모니터링 해주며 이런 건 좋다 저런 건 별로다 이런 이야기가 전부니까.
...
청춘이라는 컨셉으로 화보를 찍었다는 게 이거였나보다.
인터뷰 내용을 보니 내 이야기가 많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오기는 나왔네.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너가 한 인터뷰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혹시나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피해가 가는 그런 내용이 있을까봐. 또 혹시나 기자들이 달려들만한 그런 건덕지가 있을까봐.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연습실에서 놀았다는 이야기는 오다가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봤다는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긴... 나보다도 인터뷰를 더 많이 해본 너였다.
무슨 생각이 있으니까 이렇게 말을 했던 거겠지.
그래도 말하면 말한다고 나한테 말이라도 해주지. 갑자기 팬싸인회에서 네 이름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솔직히 너와 내 이야기인데 팬들을 통해서 들었다는 것도 조금 서운하고.
이런 걸로 서운해하면 안되는데.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받은 초콜릿이 바스락거렸다. 운전을 하고 있는 매니저 오빠 몰래 하나를 꺼내서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천천히 입 안에 스며들어왔다. 기분 좋다. 이래서 기분 나쁠 때는 초콜릿을 먹나보다. 나빴던 기분도 한 순간에 다시 좋아지곤 하니까.
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너는 앞으로 일주일동안 휴가라고 나에게 말했었다.
그 일주일 동안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들도 보고 다니던 댄스 학원도 갈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었지.
간간히 여기가 내가 다니던 학교고 학원이라며 사진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서 그런 걸까.
고된 스케줄을 하나하나 버티고 있을 때 보다 네 표정은 훨씬 밝아보였다. 다행이네. 말은 안했지만 날이 갈수록 묘하게 어두워지는 네 낯빛이 걱정되었던 나였으니까.
오늘은 그런 네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 올라온다고 했었나. 나는 주머니 안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따 녹음실 가는 길에 잠깐 연습실 들려봐야지. 너 없으면 오랜만에 다른 방탄 멤버들을 보는 거고.
나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은 채로 눈을 살며시 감았다.
오늘도 밤 새 연습을 하려면 어느정도 잠은 자둬야 했으니까. 춤 연습 없다고 좋아했던 게 엇그제 같은데 없어진 춤연습은 고대로 보컬 연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래도 어떡해. 연습은 해야지.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아직 30분 정도는 남아있었다.
-
의외로 연습실에는 전정국 그리고 김석진 이렇게 둘만 있었다.
나는 슬쩍 문을 열고 고개만 들이밀었다. 두 사람은 딱히 연습을 하고 있다가보다는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나름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아직 연습실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
발목을 빙글빙글 돌려대던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전정국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김석진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알고 지낸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전정국은 아직도 나를 보면 멤버들 뒤로 몸을 숨기곤 했다.
왜 저러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었다. 그걸 본 민윤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렇게 말을 했었지.
'존나 저거 컨셉질이야.'
그래서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나였다. 본인 성격인지 아니면 나름 내숭을 떠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떡해.
자기가 그러고 싶다는데.
김석진은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얼굴 가득 반갑다 라는 글자를 새겨둔 채로.
"오면 온다고 말 하지!"
"오빠 보러 온 거 아니거든요."
"우리 사이에 존댓말은 무슨."
"이게 편해요."
"지난번에 술 마시고..."
"그만."
이 쪽이나 저 쪽이나 왜 이렇게 내 흑역사를 많이 아는건지.
나는 얼른 김석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전정국은 김석진의 뒤에서 키득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저러다가 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김석진 툭툭 건드리겠지.
김태형이나 박지민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단체 연습은 아닌 것 같았다.
연습실로 온다고 말했으면서 아직까지 안오는 건 뭐야. 나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있다가 바로 보컬 연습하러 가야하는데...
"홉이 기다려?"
"네."
"아까 동생이랑 같이 온다고 하던데."
"동생이요?"
"응. 오랜만에 동생이랑 같이 서울 올라왔대. 낮에 올라왔던데?"
"그런 말 없었는데..."
"오자마자 숙소에서 뻗었거든. 일주일동안 쉬다 온 게 아니라 신나게 놀다가 오셨단다."
하긴.
노는 게 피곤하긴 하지.
나는 푸스스 웃으며 연습실 바닥에 엎드렸다. 그럼 잔다고 카톡이라도 보내주지.
또 내가 뭐라고 할까봐 안보냈을 게 뻔했다. 체력이 좋지 않아 만날 잠만 자는 나와 다르게 너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참 좋아했으니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잔소리를 좀 하긴 했지.
그러다가 골병난다고.
이런 말 할 때마다 그저 허허 웃기만 하고 넘기는 줄 알았는데 알게모르게 스트레스였나보다.
그러게. 작작 뛰어다니고 좀 쉬라니까. 꼭 이상한 곳에서만 고집을 피우는 너였다. 그런 모습이 가끔은 미련해보이면서도 귀엽긴 했지만.
"바로 보컬 연습?"
"한 시간 있다가 바로요."
"너도 고생이 많다."
"일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아요."
"그렇긴 하지."
"연습이에요?"
"아니. 오늘 원래 연습 없는 날이거든? 내가 오늘 오랜만에 고기 먹으려고 상추랑 고기랑 다 사왔었단 말이야. 근데 그거 다 먹고 거울 보니까 진짜 얼굴이 팅팅 부어있는 거 있지. 근데 또 헬스장은 가기 싫은 거야. 땀은 빼야할 거 같은데 헬스장 가면 뭔가 내가 운동해야할 거 같잖아. 그냥 숙소에만 있는 것도 좀 심심하고."
"지민이 형 코..."
"아. 맞아. 지민이가 또 코는 엄청 고는 거 있지. 태형이도 못참고 지민이 코에다가 휴지 쑤셔박았는데 그걸 뚫고 코를 골더라. 진짜 대단해."
오랜만에 본 김석진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역시나 뒤에서 김석진을 툭툭 건드리며 말하는 전정국 역시 변한 게 없었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연습실 거울에 등을 기대고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호석아. 빨리와. 나 점점 머리 아파올라 그런다.
늘 느끼는 거지만 김석진은 참 시끄러웠다. 방탄소년단 멤버 5명 중에서도 유독.
-
홉홉
언제와? -
나 보컬연습하러 가야하는데 -
온다며 -
ㅡㅡ -
- 가고 있어
- 거의 도착
- 좀만 기다려요
- 맛있는 거 들고간다
동생이랑 같이 온다며 -
석진오빠가 말하던데 -
- 같이 오는데
- 신경 안써도 괜찮아
- 어차피 밑에 카페에 있는다고 했으니까
알았어 -
조심해서 와 -
원래 동생은 오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사무실 아래 카페에 있는 아이스초코 그거 먹으려고 따라오는 거란다.
귀엽네. 나는 작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연습이 시작된건지 전정국과 김석진은 음악을 틀어놓고 본격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누워서 뒹굴거리던 거는 뭐였는지. 그래도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는 두 사람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친해진 이후로 가장 놀랬던 건 바로 이런 연습량이었다. 우리는 어땠더라.
쩝...
할 말이 없지. 나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가끔 보컬 연습을 마치고 내려와서 이렇게 춤연습 구경하는 재미는 꽤나 쏠쏠했다.
나는 몸치라서 춤을 잘 못추지만 뭐랄까... 여러 사람이서 동작 하나를 맞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공들이는 모습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볼 때만 항상 생각하는 건 하나였다.
춤 안춰서 진짜 다행이다.
끼익 소리와 함께 연습실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네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조심조심 들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커다란 봉지를 들고 언젠가 나와 함께 샀던 컨버스 하이를 신은 채로. 그렇게 너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왁!"
"왔어?"
"아, 뭐에요..."
나름 놀래키려고 했었나보다.
김석진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네 손목에 있는 봉지를 얼른 낚아채갔다.
뭐 사왔어? 과자? 아이스크림? 아니면 음료수?
방금 전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 부었다던 사람은 어디갔느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를 향해 손짓을 했다. 너는 내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부슬부슬거리는 네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잘도 잤나보다. 이렇게까지 부스스한 걸 보면.
"낮에 올라왔다며."
"응. 숙소에서 좀 잤어."
"지민이 코 엄청 골았다던데. 잘 잤어?"
"우리 숙소에서 귀마개는 필수야."
너는 내 무릎을 베고 누워 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올려보았다.
그래도 잘 쉬고 왔나보다. 네 두 볼은 그새 몽글몽글하게 그리고 뽀얗게 살이 올라있었다.
아이돌은 말라야 한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법칙 비스무리한 게 있다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살이 올라있는 게 더 보기는 좋으니까.
그러고보니까 아까 팬싸인회에서도 너 맛있는 것 좀 먹이라고 팬분이 그랬었지.
아무래도 그 팬분은 나도 좋아하지만 나보다는 너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둘 다 좋아하는 거 일수도 있었고.
다음에 만날 때는 맛있는 것 좀 먹으러 가자고 해야하나. 근데 배달 음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텐데...
"인터뷰 한 거 봤어."
"아. 화보 나왔어? 어때? 잘나왔지?"
"내 이야기는 왜 했어. 거기서."
"그냥. 이제 다음에는 같이 밥 먹으러 나갈 수 있겠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봐도 괜찮지. 친구라고 미리 말 해놨잖아."
머리 좋은 놈.
나는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럼 미리 말을 하고 인터뷰를 하던가.
너는 그저 허허 웃으며 내 손가락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이럴 때는 잘했다고 하는 거야.
라는 시덥지 않은 말을 중얼거리며.
옆에서 김석진과 전정국은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서로 자기가 먹을 거라고 한바탕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만날 저렇게 지내면 절대 살 안찔 거 같아. 새삼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둘을 바라보고 있는데.
쾅!
"오빠! 여기 아이스초코 맛 변..."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연습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너는 내 무릎을 벤 채로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았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몸을 숨기고 뭐하고 할 여유도 없었다. 저 애는 누구야? 근데 낮이 익은데...
"정수민. 카페에 있는다며..."
"... 언니? 이름 언니?"
세상에. 지금 손으로 아이스 초코가 흘러내리는 지도 모르고 나를 멍하니 보고 있는 저 소녀는 방금 전 내가 팬싸인회에서 봤던 바로 그 아이.
나한테 내 교복이 더 예쁘다고 소리를 쳤던 바로 그 아이였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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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독자 84번으로 자몽에이드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
자몽에이드로 신청하신 다른 분이 계세요. 다른 암호닉으로 다시 신청해주세요ㅠㅠ
유명 아이돌은 암호닉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신청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