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할까?
그래, 하자 이혼.
누군가의 하나뿐인 아내이자, 여자가 된다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여행의 끝은 꽤나 쉽게 찾아오고야 말았다. 내 인생에 있어서 시작은 아니더라도, 머나먼 마지막까지 약속해 줄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내 남자의 잔인한 이별 통보는, 나의 가슴에 따가운 가시가 되어 아주 깊숙히 박혀버렸다. 이럴거면 우리 결혼 왜했니? 너, 나 사랑하긴 했어? 난 대체 너한테 뭐였니. …그래도 애 없는게 다행이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나머지, 밖으로 흘러 나오려 하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앞에 놓여진 커피를 들이 마셨다. 아, 쓰다 써.
“ …이빙산 ”
“ …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익숙한 목소리. 내 어깨에 조심스럽게 올려진, 온기 가득한 큰 손.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마주쳐 본 적이 없었던 뜬금없는 김종현의 등장에 나는 그만 들고 있던 커피잔을 그대로 떨어뜨릴 뻔 했다.
“ 여기서 뭐해? 커피 마시러 왔어? ”
“ 어, 어…. ”
“ 되게 신기하네. 너 쓴거 싫어 하잖아 ”
조금 뜸을 들이다가, 곧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 김종현의 모습에, 나는 단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평소에는 잘 못 느꼈던건데. 막상 보니까, 너무 반갑고…내가 널 많이 그리워했고, 보고싶어했다는게 이제서야 실감이 나서.
“ 남편은 어디다 두고, 왜 너 혼자야 ”
“ …그러게, 어쩌다 이렇게 됬나 ”
“ 뭐야, 그 대답 ”
커피를 한모금 마시던, 김종현이 미간을 좁히며 내게 물었다. 남편이 너한테 못 해줘?
“ … ”
“ 왜 대답이 없어 ”
“ … ”
“ …나 좀 화나려 하네 ”
아까까지만 해도 꾹 삼킬 수 있었던 눈물들이, 다시 스물스물 나오려 하기 시작했다. 주책맞다. 너무 추해.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정면만을 바라보는 날,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하던 김종현이, 이내 커피를 다시 한모금 마시며 깊은 한숨을 내 뱉었다. …종현아, 우리가 만약, 아주 만약에. 우리 둘이 결혼을 했었다면…이렇게 외롭게 홀로 커피를 마시는 일도 없었겠지?
“ 넌, 결혼했어? ”
“ …아니 ”
“ 왜? ”
“ 너 때문에 ”
애써 웃으며 김종현을 바라보았다. 그게 왜 나 때문이야.
“ 아직 너만큼 좋아한 여자를 못 만났으니까 ”
“ …너 지금 나 죄책감 가지라고 이러는거지 ”
“ 그런거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
커피만큼이나 쓴 웃음을 머금은 김종현을 바라보았다. 나, 이렇게 살아. 그래도 넌 행복해야지, 왜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 나를 마치 혼내는 것마냥 귀여운 잔소리를 해대는 김종현 떄문에 결국 바람빠진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우린, 어쩜 운명이었는지도 몰라.
“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에서 내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이 ”
“ … ”
“ 아직도 너라고 확신하면 ”
“ … ”
“ 지금이라도 ”
“ … ”
“ 니가 내게 와 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