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사친을 소개합니다
*박지민 시점*
사람 많은 버스에 낑겨 있으면서도 멍하니 조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데도 잠이 오나... 싶었다.
계속해서 사람이 치이는 탓에 탄소가 잡고있던 봉을 잡아 사람을 막았다.
본의아니게 탄소의 어깨를 감싸안는 모습이 만들어졌지만 멍때리던 탄소는 모르는 듯 했다.
손잡이를 잡고 가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치길래 바라봤다.
"안녕 나 너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좀"
초면에 반말부터 화장 치마... 그리고 진한 향수향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뿌려지며 거절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질척임에 괜히 탄소에게 피해될까 최대한 내 등 뒤에 숨기려 노력했다.
이 바보는 여전히 조느라 정신없었다.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몇차례 실랑이를 벌였을까 결국 탄소가 알아챈 듯 싶었다.
너 딴엔 나를 도와주려 그랬다는걸 알지만 괜히 화가 났다.
그래서 말이 헛나갔다.
상처받은 눈빛이 내게 보였지만 제정신이 아니였다.
이와중에 스치듯 내 코에 닿는 탄소의 샴푸향에 떨리는 내가 싫었다.
넌 왜 이 상황에 떨리고 난리야...
아무생각없이 교실에 먼저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자 탄소가 생각났다.
아차 싶어 급하게 창문 밖을 바라보니 김태형과 함께 들어오고 있는 탄소의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였지만 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였다.
더이상 탄소에게 피해가선 안된다. 내가 마무리해야한다. 라는 생각에 그 사람을 찾아 메신저를 보냈다.
명찰로 이름을 외운 상태였다.
아깐 죄송했습니다
여친이 무례하게 군 점 대신 사과드립니다
뭐라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답장은 금방 왔다.
와... 진짜 많이 아끼나보네
미안했어요 아까
나도 뭐 임자있는 사람 건드릴정도로 쓰레기 짓은 안 해요
예쁜 사랑해요
...끝인가
뭔가 생각보다 되게 허망하긴한데
...잘 풀렸으면 된건가...
방금까지 곱씹던 사람에게 축복을 받은 기분이란 굉장히 이상했다.
거기다 현실이 아닌 상황을 축복 받았기 때문에 더욱 뒤숭숭했다.
아니 그거보다 나 이제 김탄소 얼굴 어떻게 보지...
갑자기 생각난 탄소 생각에 머리를 쥐어 뜯고 싶었다.
내가 미쳤다고 그 짓을 했지...
이랬는데 어떻게 탄소 얼굴을 봐!!!!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직전에 탄소가 반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괜히 덤덤한 척 자리에 엎드렸다.
자려고 했지만 머리가 뒤숭숭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고 한참을 있었을까... 김태형이 내게 다가왔다.
"야 박지민 "
"...오늘 건들지 마라 "
"너 김탄소랑 뭔 일있지 뭔 일인데 말해봐 "
"알아서 뭐하게 "
"닥치고 불어 빨리 김탄소 삐졌어 지금 "
"... 나가서 말해 "
탄소를 힐끔 보고는 김태형을 이끌고 나왔다.
매점에 앉아서 아침에 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마자
"병신 "
"뭐 임마 "
"아주 고백해라 그냥 "
"뭐래 미친놈이 "
"아니 김탄소는 병신이래? 왜 이걸 몰라 "
"닥쳐 임마 "
"아주 김탄소 좋아합니다! 소문을 내고 다니지 그래 "
"여기 매점이라고 즈블 득츠르그... "
내가 이걸 데리고 온게 잘못이지 모든게 내 잘못이오...
"걍 고백해 "
이건 진정 미친놈인가...라는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이거 진짜 미쳤나...?
"아니 등신아 언제까지 질질 끌건데? 그러다가 진짜 딴 놈이 채간다니까? 걔 생각보다 인기 많다. "
"아니 알지 알아 아는데 그랬다가 망하면 니가 책임질래? 어? 나라고 안 하고 싶겠냐고 "
"등신... 그므시라꼬 남자는 용기! 용기있는 자가 탄소를 채간다! 도와줄게 임마 "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고 좀 니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말라고 "
"... 들키뿟네 하핳 밑져야 본전이다 "
"헛소리 하지마라 김탄소 나 친구로 밖에 생각 안 한다... "
"뭐래... 야 헛소리 할꺼면 하지마 안 도와줘 "
"...아니 그건 아니고... "
"야 할거야 말거야 딱 말해 "
"...할게 "
"야 그러면 김탄소가 받고싶다 했던거 없냐? "
"저번에 파란 미니 안개꽃 받고 싶다고 언급한거 본 적은 있다 "
"석식시간에 나가자 "
어쩌다보니 김태형한테 말려들어서 고백작전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맙지만 자칫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으... 생각도 하기 싫다.
생각해보면 김태형 진짜 무모해
점심시간에도 차마 탄소 옆이 앉을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얼굴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고역이였다.
재빨리 먹고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서운해하는 탄소 모습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석식 시간 역시 탄소만 두고 나가기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해보자며 열정을 불태웠던거 같다.
똑같은 안개꽃을 들고 이게 이쁘니 저게 이쁘니 하며 난리란 난리는 다 쳤었다.
이렇게까지 어색한 하교길은 처음이였다.
태형이가 있을 때는 그래도 좀 덜 어색했는데 가자마자 어색해서 미칠뻔했다.
사실 말 한 마디 꺼내기가 조심스러웠고 긴장되었다.
혹시 거절하면 어떡할까 생각 중 다행이 허락해주었다.
말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우는 탄소를 보곤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안았는데 또 다시 내 코 끝을 스치는 샴푸 냄새에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시 울먹거리는 너를 보며 급하게 꽃을 꺼냈다.
그리고는 질렀다.
"그리고 해줄 말이 있어 대신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아무 대답도 해선 안돼 알겠지?"
"...어?"
"대답"
"...어"
"좋아해"
"...야?"
"대답하지 말라니까? 일단 들어 좋아해 우리가 7살때 여기서 처음 만나서 놀았을때도 니가 좋았고 같이 학교다니는 지금도 니가 좋아"
"..."
"많이 당황스러울꺼 알아 그런데 이것만 알아줘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심이야 그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오늘 아침에 나도 모르게 화를 낸건 미안해 하지만 니가 이 일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랬어 니가 괜히 다른 애들한테 욕 먹고 다치는게 싫었어 그걸 내가 잘못 표현한거야"
"..."
"오늘 내가 너 많이 피해다녀서 서운했지 자꾸 널 볼때마다 미칠꺼같아서 그런거였어 나 정말 너 좋아해 다른 애들보다 너한테 정말 잘할 자신 있고 서로 안지 오래 된 만큼 너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어 그래서 그런데..."
"..."
"우리... 사귈까?"
그리고 내려앉은 우리사이의 정적에 불안했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건가 그럼 이제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걸까 모르는 사이가 되는걸까
그 짧은 순간내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불안할 때면 나오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나오려는 순간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
"...아"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며 괜한 짓을 했구나 우리는 이제 멀어지겠구나 내일 아침부터는 집에 찾아가서는 안되겠지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야하지?
수많은 생각이 다시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때 쯤 너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그게 그러니까 오늘 미안했다고..."
"..."
"그러니까 어... 알지도 못 하면서 니 일에 막 끼어든거 미안하고 그냥 다 미안..."
"...그렇구나"
"아 그리고 나도 할말있어"
"...?"
"...좋아해"
"...어?"
"사실 나도 그게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 어느 날 정신차려보니 널 좋아하고 있었어 아으으으으으 너는 이런 말 어떻게 했냐 오글거려서 못 하겠다 으으으으으으"
"나 좀 대단하냐?"
마지막 대답을 예상하게 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는 웃음이 번져가고 있었다.
그에 나도 평소처럼 농담이 나왔다.
그리고 능글맞아졌다.
"어 엄청 어쨌든 그러니까... 음..."
"나랑 사겨준다고?"
"...어"
"아 진짜 고마워"
그 순간 너가 정말 천사로 보였다.
너가 너무 예뻐서 그냥 안아버렸다.
내 품에 쏙 들어오는 너가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도 너무 좋았고 그냥 너의 존재가 좋았다.
"...내가 잘할께 정말로"
"나도 잘할께 용기 내줘서 고마워"
너의 이쁜 대답에 너무 감사해졌다.
"나 오늘 되게 많이 고민했다?"
"어쩐지 오늘 하루종일 김태형이랑만 이야기한다 했어 그 얘기 중이였던거야?"
"...큼 그렇게 됐네 어쩌다보니..."
"김태형한테 고마워해야되나..."
"김태형이 오늘 많이 도와줬어"
"나중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줘야겠다 그지"
"그래야지 아 진짜 좋다"
"...나도"
마침 걸려온 장모님 전화에 모든걸 밝히고 탄소에게도 밝혔다.
그리고 목이 잘릴 뻔했다...
이 김탄소 위험한 여자야...
이야기하며 길을 걷다가 내 손을 잡아오는 너에 가슴이 터질뻔 했다.
먼저 잡아넣고 부끄러운듯 앞만 보고 걷는 모습이 귀여워 바라만 보고있었다.
내 시선을 느낀건지 나를 바라보더니 급하게 다시 앞을 보는 모습에 심장에 무리가 가려했다.
"아 진짜 이런거 어디서 배워오냐 귀여워죽겠다 "
"내가 넌 줄 아냐 "
여전히 부끄러워 앞을 보고 있으면서도 대답할꺼 다 대답하는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항상 작아보였지만 이렇게 맞잡은 손은 내 생각보다 더 작았다.
"근데 손 진짜 작다 너 "
"너 만큼 작을까봐? "
...이 여편네가 못하는 말이 없어
괜히 얄미워 손등을 살짝 때렸다.
그러자 발끈하는 너의 모습이 또 귀여웠다.
"아 왜! 너 손 작은건 다 아는 사실이야 "
"한대 더 맞고싶지?"
"너만 손 있냐? 나도 손 있거든!! "
"적어도 너보다 크면 됐지 뭐 얼마나 더 커야되는데? "
"한... 김태형 정도는 되야지 아 김태형이랑 손 맞대면 진짜 설레는데... "
...?
야 김태형 그런 소린 없었잖아?
이새끼가?
"야 김태형이랑 손도 맞대냐? "
"어 맞대는데? 나랑 손크기 이만큼 차이난다? 완전 설레! "
와... 이 여편네 봐
지 옆에 떡하니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 언급하면서 설렌대
와 김태형한테 미안하지만 얄미워서라도 널 좀 때려야겠어
그 와중에 내 머리를 쓰다듬는 너가 얄미운데 좋았다.
중증이야 중증...
집 들어가는거 까지 보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안 들어갈꺼 같아서 먼저 내려갔다.
얼른 씻고 누워서 톡해야지
내 생각만 해
김태형 손 크기 생각하면 안된다
잘자
내일 일찍 갈께
언제 보나 화면만 바라보기를 몇 분
금방 1이 사라졌다.
그건 생각 좀 해볼께
잘자고
내일 일찍 오지마
너의 대답에 웃음이 났다.
아 왜
일찍 갈꺼야
오지마
나도 준비할 시간은 줘야지
나 그거보려고
일찍 가는건데?
진짜 때리는 수가 있어
일찍 오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귀여운데...
뭐래
정신차려
잠이나 자
알겠어
잘자
너도
폰을 내려놓고 자려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홀더를 눌렀다.
나와 너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우린 오늘부터 1일이다.
♥애정하는 암호닉분들 ♥ |
0103, 구가구가, 뱁새, 민윤기, 0613, 유만이 |
*
작가 생일이자 반배정 잘되서 자축의 의미로 지민이 번외 썼습니다!
사실 다 핑계고 지민이 번외 하나 쓰려고 했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끝내버리다니 뭔가 허무하시죠...ㅎ...
사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올린 글인데 신알신과 암호닉을 신청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런 글에 신알신과 암호닉이라니여...
이런 천사드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렸고 암호닉 분들 감사했습니다.
고작 4화 연재하면서 말이 너무 긴가여...ㅎㅎ...
혹시... 원하시면 메일링... 크흠...
너무 욕심인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혹시 필요하시다면 밑에 댓글 남겨주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_@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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