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인터뷰]
Q.백현씨, 아빠라는 말 처음 들었을때 느낌은?
-그냥..도경수 처음 만났을때랑 비슷한 느낌? 아니..똑같진 않죠 당연히. 그건 어떤거랑도 똑같을 수 없는거니까.
Q.그런데 일일엄마는 어디,
-그만하죠.
Q.경수씨, 아이들 처음 봤을 때 느낌은?
-그냥 너무 귀엽고 예쁘다 좋다....그리고....백현이한테 미안하다. 뭐 이런느낌이요.
Q.백현씨한테 왜 미안해요?
-백현이가 생각보다 애들을 예뻐하더라구요. 그래서...백현이랑 제가 계속 만나도 우리는 아이를 가질 수는 없으니까..그게 좀 미안하네요.
그렇게 열정적인 도경수의 '늑대와 미녀' 구연동화가 끝나자 아이들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보챘고 그 후로 경수는 인어의 눈물, 나비 소녀 등을 각색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인어의 눈물을 들려줄때는 숙연한 분위기에서 아이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제 아이들은 졸리기 시작했는지 눈을 느리게 깜빡이더니
잠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낮잠을 재워야겠다고 생각한 백현은 이미 고개가 꺾여있는 루한과 레이를 양팔에 안아들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얘네 좀 눕히고 올게."
"응..근데..."
"있어봐. 얘네 눕히고나서 내가 어떻게 해볼게."
백현이 자리를 뜨자 경수가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바로 옆에 있던 타오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졸려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도 유난히 잠투정이 심한 타오는 계속해서 엄마를
찾으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경수가 달래보려고도 했지만 연신 '엄마 안니야!!'를 외치며 팔을 휘둘러댔다. 그나마 백현이 옆에서 쓰읍-하고 혀를 차면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백
현이 안아주는 것에 만족했다. 경수는 백현이 자리를 비우는 이 찰나가 자신이 없었다.
도경수는 방송국에서도 착하고 속없기로 유명했다. 좋게 말하면 착해빠졌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하달까. 백현의 눈이 닿지 않는곳에서는 가끔 그런 경수를 무시하는 이들도 있
었지만 대부분은 경수를 아끼고 챙기는 이들로 그의 주위는 넘쳤다. 천성이 그런 사람이었다 도경수는. 사랑받고 챙김받고 보살핌을 받는. 누구나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르고 같이 하고싶은. 그랬기에 경수는 미움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더욱.
백현이 자리를 뜨고 거실 소파에 경수와 자신만 남게 되자, 타오는 더욱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경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제는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타오
옆에서 이제는 얹지도 못하고 일어나 안절부절 할 뿐이었다.
"저...타오.."
"왜!!!엄마 어디써!!!타오는 엄마한테 가꺼야!!!"
"저기...형아가 안아주면 안돼..?"
"시러!!!엉아는 엄마 아니쟈나!!!"
저..저....감독은 혀를 찼다. 도경수가 제 한몸 희생해 듣기에도 민망한 구연동화로 열연을 펼칠때는 좋다고 옆에서 봤으면서(심지어 인어의 눈물에서는 물거품이 된다는 대목
에서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던가.) 이제는 또 엄마가 아니라서 싫다니...감독은 똥마려운 개새끼마냥 안절부절하는 도경수가 안쓰러웠다. 어휴, 저거저거 저렇게 맘이
약해서 어디다 써먹나 그래..그는 이미 마음은 경수의 아버지가 된듯이 함께 속을 끓이고 있었다.
"타오야...그러지 말고..형아가 자장가 불러줄까?"
"싯타고해쨔나!!!!"
"아가...타오야....안 졸려?"
"졸려!!!!그래도 엄마가 이케이케 안해주면 안자꺼야!!"
'이케이케'라는 대목에서 손수 자신의 엉덩이를 토닥이는 그 모습이 못내 귀여워 경수를 웃음을 터뜨렸다. 아..사랑스럽다.
"엄마..는 당장 없지만 형아가 타오 이케이케도 해주고 자장가도 불러준다니까?"
"싯타고 해찌!!!!!"
어!!!감독을 포함한 스텝들이 일제히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에게 팔을 벌려 다가오는 경수에게 팔을 휘두르던 타오가 그만 경수의 얼굴을 세게 내려친 것이다. 악-소리
도 내지 못하고 경수가 얼굴을 붙잡고 자리에 주저 앉자 놀란 타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작가가 놀라 경수에게 다가가자 경수는 얼굴을 잡고 있던 두손중에 한손을 힙겹게
들어올여 타오를 가리켰다.
"타오...타오나 좀 달래주세요..."
"경수씨!!다친거 아니에요?"
"아니..괜찮으니까...작가님이 여자니까..."
"도경수. 왜이래."
침대에 눕히려하자 이내 잠에서 깨 칭얼거리는 레이때문에 한참을 안아 올려 침대 곁을 서성이고서야 잠든 레이를 루한의 옆에 눕히고 나온 백현이 자리에 주저앉은 경수에게
다가갔다. 뭐야. 무슨일이에요.
"아니..그게..."
"아니야. 별 거 아니야 백현아. 그냥 내가 좀 실수해서."
"무슨 실수. 도경수. 손 떼봐."
"백현아 아니라니까...."
"좋은말로 할때..."
"....."
"손 치워."
"....."
"너한테 이딴식으로 명령하는거 싫으니까 손떼고 나 보라고."
결국 천천히 손을 뗀 경수가 쭈뼛대다 백현의 손에 의해 고개가 들려졌다.
".....왜이래."
"백현아 그게.."
"..쟤가 그랬어?"
"아니야!!아니야 백현아..그게 실수로..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실수든 일부러든 쟤가 그랬냐고 묻잖아."
"...어?...아 그게....응...근데 진짜,"
경수의 하얀 볼에는 길게 손톱으로 그은 듯한 스크래치가 나있었고 주먹에 맞았는지 스크래치가 끝나는 지점인 광대는 빨갛게 부어있었고 서서히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했
다. 안그래도 저번에 마트에서 카메라에 맞아 들었던 멍이 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똑같은 자리에 이제는 길게 그어진 상처까지 더해지자 백현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타오는 여전히 울어대며 작가의 품에 안겨있었고 경수는 그런 타오와 백현을 번갈아 살펴보며 혹여 백현이 타오를 혼내진 않을까 싶어 손만 만지작대고 있었다.
"왜."
"..ㅇ..어?"
"실수로 그랬다며. 어떻게 실수를 해야 그런 상처가 생기는데."
"아니..그게..."
"아니.그게.별거 아니야.몰라. 이 네개 빼고 말해."
".....애가 졸려하길래...자장가 불러주려고..."
"근데."
"이렇게 둥가둥가...해주려고..."
"해주려고 했는데 왜."
"...타오가 싫다그랬는데..내가 괜히..."
"왜 싫다는데."
"......"
"엄마가 아니라서 싫대?"
"백현아..근데 그건 충분히 이해할 일이니까...화내지마."
"그게 어떻게 충분히 이해할 일이냐 씨발."
"욕하지마!!애 들어!"
"내가 지금 그게 눈에 들어와? 야, 그냥 이거 하지말자. 때려치자고."
"백현아!"
심각해지는 분위기에 감독은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도대체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리고 감독은 백현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백현이 얼마나 경수를 사랑하고
아끼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실수로 낸 상처 하나에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백현이 조금은 오버스럽게 느껴지는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미 방송까지 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저렇게 쉽게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내뱉는 백현에 화도 났다.
"백현씨, 지금 화난건 이해하겠는데 말이 좀 심하네."
"......."
"이세상 연애 백현씨 혼자해? 나도 애키우는데 저정도 일은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고 그래. 우리 마누라는 둘째아들이 잠결에 한 발길질때문에 병원에도 실려갔었어.
솔직히 지금 좀 유난인건 알아?"
멀쩡히 집에서 팩하고 있을 사모님얘기는 왜꺼내세요...뒤에서 보조 감독이 조용히 인권유린당한 사모님을 애도하며 중얼거렸다.
그때.
"감독님 마누라는 여자잖아요. 엄마고."
감독의 말을 듣던 백현이 낮게 입을 열었다.
"저도 애가 실수 한 번 했다고 미친개처럼 구는거 아닌데요."
백현은 속이 답답했다.
"우리 연애하는거 찍어가는것도 좋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미션인지 나발인지 시켜대는 것도 다 좋아요."
도경수가 하고 싶어했으니까.
"근데 대체 왜 이런거때문에 도경수가 지가 여자가 아닌걸 미안해해야됩니까."
나는 도경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도경수 자체를 사랑하고 그를 얻고 싶었다.
"우리끼리 잘 살고 있었는데 내체 왜 도경수가 오늘 처음 본 애때문에 지가 여자가 아니라고 나한테 미안해하고 자책해야 되는지 물었습니다."
감독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남자가 제연인을 얼만큼이나 사랑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빠..."
타오는 이제 작가의 품에서 빠져나봐 백현의 바잣자락을 붙잡았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맑고 예뻤다.
"아빠...타어 안아주셰여...녜?"
말없이 타오를 내려다보던 백현이 아이를 들어올렸다.
"...나도 너네 아빠하고싶다."
"아빠 마짜나여..."
"아니야. 저 형아가 너네 엄마가 아니면 나는 너네 아빠 못해."
"......."
"일단 재워줄게. 들어가자."
그대로 타오를 안아든채 루한과 레이가 잠든 방안으로 향한 백현의 뒷모습을 보던 경수는 눈믈이 날 것 같은 마음을 참았다. 항상 백현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갖고 살던 경수는 이번 일을 통해서 제가 여자가 아님이 백현에게 또다시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근데 그런 마음 자체가 백현에게 상처가 되는 것 같아 경수는
쉴 틈 없이 다시 미안했지만...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안심이 되고 기쁜 마음이 드는 것도 같았다.
"일주일은 힘들겠습니다."
"백현씨."
"보셔서 아시겠지만 싫다는 애한테 강요할 수도 없고 저도 더이상 도경수 상처받고 이러는거 못보겠는데요."
"이미 계획된 일이고...또 루한이도 레이도 잘따르니까..."
"그래도 안되겠습니다."
완강히 거절의사를 표하는 백현때문에 감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난감했다. 경수는 여전히 백현의 옆에서 말없이 앉아 백현이 약을 발라주는대로 앉아있었다.
"그래도 이미 예고편도 육아일기 형식으로 나갔고..."
"할게요."
"...도경수."
"일주일 다 채울게요 감독님."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악을 바르던 경수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아까 슬픔에 젖어 어쩔 줄 모르던 똥개의 눈빛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 도경수."
"왜!!!하자. 하자니까?"
"이번엔 또 어딜 죽빵맞아서 멍드려고 그러냐."
"죽빵 안맞아!!!!"
"하...고집 좀 부리지마."
"할거라니까??할거야!!"
"나 내일부터 스케쥴 꽉 차있어. 너도 녹음이잖아. 어차피 안되겠네."
"내가 데리고 다니면 되지!!녹음 끝나고 방송국에서 너 기다리면 되잖아!!"
"거기까지 애새끼들을 끌고 오겠다고 셋을?"
"엉..가서 너 유뷰남인것도 도장찍고 그러면 좋지 뭐..헤...."
헤...는 얼어죽을 놈의 헤...냐!! 감독은 소리치고 싶었지만 기쁜마음으로 삼켰다. 어차피 변백현은 도경수가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 커플의 촬영만 끝나면 감독은 설렁탕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김첨지와 버금가는 그의 행동때문에.
변첨지.
감독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백현의 이름이었다.
아..그러고보니 어제 걸어보니까 번호 바꼈던데...하....
"도경수."
"엉."
"..왜 계속 애들 맡는거 하자 그랬냐."
"...응?"
"너 애들 예뻐하는거 아는데...그래도 엄마 찾으니까 겁먹었잖아. 근데 왜."
"그야..."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왜 굳이 하려그래."
"너 거짓말인거 아니까."
"뭐?"
"너 사실은 애기 좋아하고 게속 보고싶어하는거 나는 아니까."
"......"
"그리고 니가 그랬잖아."
"뭐가."
"옛날에 나 너랑 스캔들 터지고 악플 막 달릴때 니가 술먹고 나 찾아와서 했던 말. 기억 안나?"
"...내가 너한테 한두마디 했냐?"
"씨발."
"뭐?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씨발..좆까라 그래."
".....야."
"씨발...좆까라 그래. 이세상에서 도경수 싫어하는 인간이 어딨어."
"......."
"다 도경수한테 빠지게 돼있어. 나처럼."
"........"
"니가 그랬잖아."
"........"
"그러니까...조금만 지나면 타오도 나 좋아할거야."
"...도경수."
"변백현이 한 말 중에 틀린말은 없으니까."
"........."
"난 원래 게이도 아니었는데..니가 너도 나 좋아하게 될거다. 이래서 널 이렇게 사랑하게 된것처럼."
그런것처럼...결국엔 날 엄마로 인정해 줄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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