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그림 그려주세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6/8/26809d0e5ce53a6f7a6445eb5141a13f.jpg)
공원에 앉아있자면 지루할 틈이 없다. 꽤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경수는 주말마다 이곳에 왔다. 작지만 곧은 손가락의 마디와 손바닥 밑면이 까맣게 물들 때까지 경수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꽤 오랫동안 이곳에 와왔지만 누구 하나 경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다.
소년은 벙어리다.
미술을 처음 시작한 것은 단순 치료 목적 이였지만 이내 경수의 진로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그날도 눈에 담은 형상들을 그대로 종이에 담아내고 있었다. 경수의 시야에 그림을 담은 종이 이외에 낯선 신발이 들어오자 경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콧잔등까지 내려온 안경을 구부린 손가락으로 툭 쳐올리고 경수는 낯선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 그려주실 수 있어요?”
뜬금없는 요구에 경수의 미간에 줄을 세우고 잠잠히 쳐다봤다. 남자의 인상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말해도 될까 싶지만 - 사나웠다. 좋게 말해 사나웠지 인상이 더러운 쪽에 가까웠다.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의 첫인상은 경수에게 단 두 단어로 정리됐다.
까맣다. 사납다.
이 사람은 뭔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 초상화를 부탁하는 거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거절 한건가?
하고 씁쓸하게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리고 뒤를 돌아 떠나려던 남자를 경수가 벤치를 연필로 탁탁치며 멈춰세웠다.
왠지 개 취급을 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려던 찰나 경수가 건네 준 작은 쪽지를 받아 든 남자는 답지 않은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쪽지에는 꽤 시원시원한 필체로 왠 주소와 함께 '내일 9시'라고 적혀있었다.
되게 단호하네.
"김종인."
남자가 쪽지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경수는 또다시 스케치북으로 고개를 숙였다.
남자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나랑 말하는게 싫은건가.
아까는 개취급에 이번에는 투명인간취급 저사람은 필시 예의없는 사람일꺼라 종인은 생각했다.
'도경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종인을 향해 들어올린 스케치북에는 그렇게 써있었다.
그리고 밑에 추가된 한줄을 읽으며 종인은 방금 전 자신의 생각을 바로 잡았다.
'나 벙어리. 말 못해'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뱉은 종인의 눈이 이리저리 굴러가며 다음을 이어갈 말을 찾았다.
그래 너도 당황했겠지. 무슨 말 할지 모르겠지.
해봤자 들려오는 말은 없겠지만.
경수는 씁쓸한 입안에 고이지도 않은 침을 삼켜 목너울이 출렁했다.
손에 쥔 연필을 제자리에 놓고 다용도함의 뚜껑을 닫았다. 스케치북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다용도함의 손잡이를 잡고 먼저 자리를 일어나 종인을 지나쳐갔다. 스쳐가는 경수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공원에 혼자 남아 경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종인은 정말 정나미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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