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11
BGM : 제이레빗 - 내일을 묻는다
chandsj님께서 좋다고 해주신 노래입니당. 좋은 노래, 함께 나눠요!
폭풍전야를 달리는 이번 화에서 잘 어울리는 브금이 되길 바래여. 보컬과 연주가 깔끔해서 너무 예쁜 노래인 것 같아요. 가샤도 정말 예쁘구요.
하트님 / 망고님 / 몽환님 / 데헷님 / 붕어빵님 / 루루님 / 양말님 /소문님 / 캔디님 / 굥슈님 / 몽키매직님 / 윤아얌님 / 밍쉘통통님 / 매미님 / 규수님 / 세시반님 / 니니님 / 오리꽥꽥님 / 챠됴르님 / 여세훈님 / 동글이님 / 핫뚜님 / 유민님 / 한끝님 / 여름님 / 뿌뿌몽구님 / 홈마님 / 야광별님 / 푸우곰님 / 웅이님 / 비밀님 / 둘리님 / 버블티님 / 비타민님 / 져니님 / 변맥현님 / 몽몽구님 / 셜록님 / 맨투맨님 / 판다님 / 단풍님 / 초코하임님 / 휴지님 / 씽씽님 / 짱구짱아님 / 호유님 / 씽씽카님 / 됴꼼지님 / 퐁퐁님 / 홍차님 / 피자님 / 몀님 / 나녀닝님 / 됴됵됴님 / 코코팜님 / 구래서님 / 연님 / 웬디님 / 이유님 / 쀼쀼님 / 쫄보님 / 나그랑님 / 텐더님 / 꽃징어님 / 갈비찜님 / 옌니님 / 블랙펄님 / 팀탐님 / 배고파요님 / 반비님 / 긴가민가님 / 잡초님 / 비타오백님 / 보쌈님 / 망고님 / 모닝님 / 솜님 / 봄빛님 / 우롱차님 / 핑크님 / 딸기스무디님 / 됴됴됴님 / 천상의목소리님 / 치킨마요님 / 구글님 / 헤운님 / 가을님 / 길라잡이님 / 심장님 / 로로님 / 치아부자님 / 단호박님 / 대다나다님 / 좋아해님 / 초록창님 / 물방울님 / 여우비님 / 홍홍님 / 종구몽구님 / 봉봉님 / 절봉이님 / 쪼꼬님 / 베리님 / 둡뚜비님 / 됴르르님 / 아망떼님 / 눈두덩님 / 팅커님 / 우즤아코님 / 또님 / 첸첸님 / 냠냠님 / 컴백님 / 사우똥님 / 몽짱님 / 감자튀김님 / 란느님 / 솜사탕님 / 참외님 / 블루베리님 / 천재교육님 / 열무김치님 / 셜록님 / 미미님 / 슈슈님 / 땅땅님 / 준짱맨님 / 새싹님 / 복숭님 / 칙촉님 / 피글렛님 / 스윙칩님 / chandsj님 / 이든님 / 민트티님 / 소금님 / 아이크림님 / 아쿠아님 / 꼬리님 / 조커님 / 허허허님 / 병아리뿅뿅뿅님 / 씽씽이님 / 로퍼님 / 백설기님 / 러팝님 / 모던님 / 호두님 / 테라피님 / 투님 / 크르렁님 / 빛님 / 순님 / 봄구님 / 현블님 / 망태기 안의 쓰니님 / 블스님 / 모닝빵님 / 헤헹님 / 우울열매님 / 랑홀님 / 빠오즈님 / 폭립님 / royals님 / 라망님 / 오렌지님 / 큥이님 / 필립스님 / 도민님 / 마른당근님 / 위아원님 / 삐약이님 / 보임님 / 븐뜩님 / 봄님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편을 끝으로, 마지막으로 암호닉 정리를 한 번 한 뒤에 더 이상의 암호닉은 받지 않을 예정이에요. 암호닉에 혹시 오타가 있거나, 제가 못본 암호닉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댓글에 남겨주세요. 댓글 알림을 꺼놔서 제 때 못볼 확률이 높아요. 늘 초록글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록글 첫 페이지 두번째 자리까지 올라가더라고요... 제 글이? 나레기가 저지른 글이..?! 정말 감사합니다. 전 늘 10포인트도 아까운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봐주신다니 더 힘이 나요. 수많은 조회수를 볼 때마다 늘 감사해집니다. 몇 번씩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몇백 명에서 천 명 가까이 보는 글인데, 더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제가 이사를 가서 자주 못 올 수도 있겠네요. 죄송합니다.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글에도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게 힘을 주시기 위해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댓글 써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예쁜 댓글을 받을 때마다, 사랑받음을 느껴서 너무 행복해지는 요즘이에요. 이 썰은 이제 반을 넘기고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끝까지 열심히 꽉 찬 내용을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 위 내용 쓰고 나서 한 시간 뒤의 베브의 정신 없는 사담. 제가 정말 이번에 진지한 사담만 쓰려구 했거든요?! 그런데 알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지금 체했어욬ㅋㅋㅋㅋ 오늘은 브금 첨부랑 암호닉만 쓰구 자야지.. 하고 쓰고 랄랄라'ㅅ'하면서 씻으러 갔는데 폼클렌저 잡다가 아부지 면도기에 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면도기에 제 새끼 손가락 피부가 걸려있는 거 보고 토할뻔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피 계속 나오고 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손가락 살 빠졌어요 덕분에... 체했는데 손 땄다고 치져 뭐... 아버지한테 엄청 짜증냈는데 배가 아파서 으허.. 이러니까 아빠가 제 말은 귓등으로 듣다가 갑자기 체했냐? 이러면서 저한테 아프면 콜라 마시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_복통의_통치약은_콜라니라. -아빠(52, 콜라족 족장) 그래서 콜라 먹었는데 노트북이 배에만 닿아도 전율이 일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진짜 지금 우울해요... 우울하다... 우울해... 그럼 오늘도 무슨 내용을 쓸지 고민하러 갈게여.. 잠시 바이바이... ++) 위에 사담 쓰고 나서 또 두시간 있다가 온 베브의 겁나 정신없는 이야기. 고마워요 내 님들아 ㅠㅠㅠㅠ!! 초록글 일페이지 첫번째 글이라니 겁나 나레기에겐 몸둘 바를 모를 만큼 높은 자리다..! 코ㅎ맙습니다ㅠㅠㅠ +++) 하루 뒤의 베브 사담. 아부지가 구워주신 군만두 먹으면서 글 쓰고 있어요. 오늘 다래끼나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도 오늘 안에 완성시키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쓰는 중입니당. 정말 감사하구..음... 사랑해요.※ 암호닉 & 작가사담 ('ㅅ') ※
저번 편에 저의 표현 부족으로 인한 여러분의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글 앞에 쓰게 되었습니다. 이건 사담은 아니잖아여?
1. 진리는 천체망원경을 썼나여?
A. 죄송합니다. 제 말뜻은, 진리가 돈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의 27층에서 멀리 있는 엑소 숙소를 찍은 거예요.
1층에서 27층에 있는 핸드폰 찍은거면 투시경 수준입니당...
2. 진리 왜 이렇게 잔인함여? 넹?
A. 진리는 제가 많이 순화시킨 캐릭텁니다. 고등학교 동창에, 진리는 정말 백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백현이에게 해가 가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진리가 마지막에 덧붙인 힘들게 얻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단 말은 또 다른 경고의 의미였어요.
나만 아는 게 아니라, 다른 사생들도 알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우회적으로 섬뜩하게 경고한 겁니당.
3. 여러분이 아셨을 지 모르겠는데, 카페에서 시켜놓은 커피는 #26.을 비유한 모습입니당.
갑자기 튀어나온 커피얘기는 #26.이랑 연결시키려고... 그런거에요. 직원이 물기를 닦는 게, 후에 남은 친구나 가족이 장례나, 남은 재산 분할 등으로 완전히 고인을 정리하고 잊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겁니다. 이해가.. 되시나여?
* 완결까지 몰입을 위해 소설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27.
드넓게 펼쳐진 연두빛의 풀들과 분홍빛 꽃들이 가득한 너른 들판에, 여섯 살 무렵의 모습을 한 내가 있다.
해가 질 무렵인지, 햇살이 쏟아지고, 초록색 잔디 위에 누워있는 나는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눈을 감고 있다. 아무래도 자고 있는지, 미동도 않는다.
한창 바닥이 따뜻할 낮부터 와서 낮잠을 즐기던 나는, 해가 지고 땅이 식자 문득 추움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나는 이미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쳐다보다가, 옷을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들에서 내려가 한참을 걷다 보면 우리 집이 있는 동네가 나온다. 나는 해가 완전히 져 버려 어두운 주변 때문에 길을 잃을 뻔한다.
하지만 때마침 켜진 가로등빛 덕분에, 나는 헤매던 길을 바로 찾아 우리 집으로 가는 바른 길로 집으로 향하게 된다.
집에 가서 엄마께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 나는 바로 방으로 달려가서 침대에 풀썩 엎어진다.
그대로 잠에 빠져든 나. 밤 늦게 엄마는 조심스럽게 내 방문을 살짝 열어서 나를 쳐다보고, 나를 바로 눕혀서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덮어주시고 나가신다.
일찍 잔 탓에 일찍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창문을 쳐다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새벽.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많이 춥다. 나는 두 팔뚝을 문지르며 시계를 본다. 다섯시 반.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씻고, 물도 마시고 오니까 천천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거실 창문에 딱 달라붙어 해가 뜨는 걸 지켜보는 나.
언제 나오셨는지, 아빠는 나를 창문에서 떼어내 들어올려 안으시고, 내게 잔잔하게 말씀하신다.
'원래 해 뜨기 전이 제일 추운 법이야. 하지만, 해는 진 사이에 너한테 새로운 아침을 주기 위해서 열심히 씻고 준비를 하고 있단다.'
나는 아빠의 말을 듣고,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아빠께 질문했다.
'아빠. 그럼, 해는 져 있는 동안 어디로 간거야? 없어진거야? 아닌데에…, 아침에 일어나보면 또 있는데? 어디 간거야?'
'해는,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 꼭꼭 숨어있어. 징어도 그렇지? 누가 징어 씻는 거 쳐다보면 부끄럽잖아. 그래서 꼭꼭 숨어있는 거야. 아무한테도 안보여주고, 몰래 준비하려고.'
'우웅…. 그렇구나. 그럼 해는 오늘도 씻고 까꿍? 하고 있는거네?'
'그렇지. 까꿍? 하는거야. 징어야, 까꿍?'
꺄르륵,하고 천진한 웃음소리로 웃는 어린 나와, 그런 내 얼굴에 얼굴을 내밀면서 까꿍놀이를 해주시는 아빠.
해는 어느덧, 어제 내가 누워있던 들판 너머로 얼굴을 반도 넘게 내밀고 있다. 마치 까꿍놀이를 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씻고, 새로운 아침을 선물할 준비를 하고.
꿈은 사람의 무의식에 비쳐지는 현실의 잔상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던 기억이 난다.
#28.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어린 시절의 내가 나오는 꿈에서. 일상적인 그 나이의 아이들이 했을 법한 행동을 하는 내가 나오는 꿈.
사실 나는 한 번도 저렇게 사랑스럽게 애교를 부려본 적이 없다. 전혀 실재하지 않았던 현실을 그려낸 꿈을 꾼 느낌이란 참 오묘했다.
꿈은 사람의 무의식에 비쳐지는 현실의 잔상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던 기억이 난다.
현실의 잔상이라. 나는 어쩌면 꿈 속의 나처럼 어리광 부리고 마구 약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해가 떠오르는 거에도 박수를 짝짝 치며 좋아할 수 있는 아이같은 마음으로, 더 크고 넓은 등에 폴짝 업혀서.
어렸을 적부터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커서, 저렇게 어리광 부린 기억이 전혀 없는 내가 갑작스레 불쌍하게 느껴졌다.
언제나 혼자서 모든 걸 커버하려고만 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고 했던 내 모습은 어쩌면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든 걸 수도 있다.
급하고 빠르게 뻗어나간 생각은 내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망치는 것이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나아갔다. 마음이 축축 늘어지고 무거워졌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담긴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눕는다.
비가 오는 새벽녘, 정말 꿈 속의 내가 느꼈던 것처럼 춥다. 내게도 나를 부담 없이 폭 안아줄 수 있는 아빠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싶은데….
아니다. 그건 지나친 행운이고, 사치다. 그런 걸 바란다는 건 내 스스로 사치스러워지고 싶단 말과 같다. 애써 이런 생각으로 저런 바람들을 덮어본다.
스르르 눈동자를 덮는 내 눈꺼풀처럼, 내 지나친 소망들도 내 의식으로 쉽게 덮였으면 좋겠다.
다시 잠에 들어보려 허리를 한 번 똑바로 피고, 가지런히 몸을 정리한다.
현실의 잔상은, 예쁜 그림으로 살금살금 기어와 나를 지독하게 찔러왔다. 차라리 모든 걸 잊어버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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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의 섬찟하고도 공포스럽고, 또 잔인했던 말은 수정이와 나를 끝없이 괴롭혔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밤을 이루지 못해, 겨우 잠들었는데 또 두 시간만에 바로 깨버렸다.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은 이것이다.
정말, 진리의 말처럼 우리가 힘이 되어주고, 응원을 한다는 핑계로 우리의 욕구만 채우고,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우리에겐 경수와 찬열이가 없으면 안된다. 그 애들은 우리의 전부니까.
하지만, 우리가 경수와 찬열이를 놓아야 할 이유는 많다. 그 애들은 이미 우리와는 다른 존재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애들은 우리 때문에 수 많은 스토커들 사이에서 간당간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 잔인한 말들을 속으로 씹어삼키며. 우리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이제서야 심각성을 파악하고 나서 다시 돌이켜보자 우리가 한 행동들은 그 애들에게 독과 다를 것이 없었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일상. 우리는 우리가 백 번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애들을 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아파할까봐 티도 안내고 오직 우리만을 위해준 건 우리가 아니라 그 애들이었다.
우리의, 행동이, 정말, 맞는걸까.. 징어야, 우리, 정말, 맞는걸까?
어제 밤 수정이가 울면서 뚝뚝 끊기는 단어를 이어서 내게 한 말. 정말, 우리가 맞는걸까?
어제는 마냥 그 동안 사생팬의 심각성만을 안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양심에 속이고 있던 우리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너무나도 잔인했기 때문에, 그대로 잠들면 내가 이런 생각을 꿈으로 꿀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 생각은 내 감은 눈꺼풀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주 슬프고, 잔혹하게.
우리는 깊고 차가운 검은 강물 위, 아슬아슬하게 곧 끊어질 것 같은 헌 밧줄로 연결된 다리 중앙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서있다.
다리의 양 쪽 입구는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고, 두 사람이 함께 지날 수 없다.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의 손을 잡고 다리에 서있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함께일 수 있지만, 다리는 곧 끊어지고 영원히 저 아래에 있는 차가운 검은 강물로 추락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고 반대편으로 도망간다면, 안전하지만 우리의 전부를 걸고 사랑했던, 그 이상의 사람을 영원히 잃게 된다.
이게 바로 딜레마인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딜레마에 빠진 우리는, 대체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 걸까, 경수야?
#29.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수정이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까슬해진 피부와, 깊게 내려온 다크써클. 거기다가 수정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차마 아침밥을 먹을 기운이 없을 것 같았다. 갑작스런 그 대화 한 번에 이렇게 생각이 많아져 사람이 이렇게도 망가질 수 있구나, 싶었다.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건 수정이나 나나 똑같았다. 모든 걸 포기하고 얻은 사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멍하니 앉아있는데, 내 방 침대에 와서 앉은 수정이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난 못그만 두겠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도, 못그만 둬. 그리고 박찬열은 힘들었으면 진작에 말했을 놈이야. 걔가 언제부터 그렇게 배려심이 넘쳤다고.
어제 울다보니까 확실해지더라. 박찬열은 단순해서 어떻게든 나한테 힘들단 티 내려고 안절부절 못했을 걸.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버텼는데,"
수정이는 느릿느릿하게 단어를 골라가며 하나하나 단어를 배열하다가, 눈이 새빨개져서 말을 끊고 얼굴을 하늘로 들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아무래도 또 감정이 복받쳤나보다.
나는 말없이 조금 수정이 쪽으로 땡겨앉아 수정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걔가 그렇게 힘들게 버텼는데, 갑자기 내가 떠나버리면 걘 어떡해. 걘 나 하나 보고 살았잖아, 지금껏. 나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갑자기 내가 떠나면, 걘 어떡해…"
수정이는 계속해서 울컥 차오르는 감정들을 숨기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와 먹혀 들어가는 부분 부분으로 여실히 드러내며 말을 했다.
토닥토닥, 수정이의 등을 두드려주자 수정이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어제 평생 울 눈물은 다 흘린 것 같았는데, 또 운다.
한 번도 우는 걸 본 적이 없는 수정인데, 박찬열 덕분에 이틀 연속으로 본다. 그만큼 수정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찬열이라는 거. 또 찬열이만 쏙 모르겠지.
수정이는 내 윗배를 끌어안고 계속해서 울었다. 내 하얀 티셔츠가 수정이의 눈물로 축축히 젖었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흘리고 싶은 눈물과 표현을 수정이가 다 해주는 기분이었다.
저번에 경수 앞에서 운 걸 뺀다면, 한 번도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운 적 없던 나였다. 워낙 다른 사람에게 달램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서.
아, 또 수정이가 부러워진다. 수정이는 언제든지 위로 받고 싶을 땐 자기 마음을 툭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수정이가 들어주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말하질 못했다. 아플 거면 혼자 아파야 한단 생각에 혼자 앓기만 했다.
찬열이는 원하는 걸 숨기질 못한다. 얼굴만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래서 수정이는 찬열이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은 힘들겠지. 그렇겠지만, 수정이는 아는거다. 찬열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존재란 걸.
하지만 경수는 아니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따뜻한 초코브라운 색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읽을 수 없었다.
워낙에 감정을 잘 숨기고 나처럼 혼자 앓는 타입의 경수인지라, 참 어려웠다.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 같은 간단한 것은 눈치만 적당히 있다면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한 문제는 도통 알 길이 없다.
그토록 가수를 간절히 바래고, 소중하게 하나하나 음을 담아 노래하던 아이였는데. 내가 더 중요할까? 자신의 모든 것 그 이상의 가치보다, 내가 더?
…사실 경수는 핑계에 불과했다. 경수는 분명 내가 더 소중할 것이다. 그건 경수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였다. 나의 신뢰의 문제였다.
나는 경수를 믿는다. 고로, 경수는 날 어떤 것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하지만, 난 경수가 나로 인해 망가지는 걸 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경수의 앞에서 대신 뛰어들어 다치고, 경수에게 큰 아픔을 안겨줄 수도 있다.
내가 늘 추구하던 사랑은 기다림과 배려가 전제로 깔린 사랑이지만, 가끔씩 이런 사랑은 서로를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지금처럼.
문득 시리게 아파오는 가슴에 눈이 저릿해왔다. 어지러워지는 시야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내 볼 위로 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하루만에 완전히 무너져내린 나와 수정이의 마음은 하루만에 산산조각난 유리와 같았다. 가까이 가면 날카로운 조각에 베여 피가 흐르는.
그런데 우리를 지금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도 서로를 놓을 수 없다는 거다. 그게 제일 슬프고 아프다.
시리게 찢어진 가슴엔 찬 바람만이 휙휙 들어와 모든 것들을 세차게 얼려버렸다.
얼어버린 모든 걸 녹여줄 따뜻한 햇살이 내 가슴에 내리길 간절히 바래며 눈을 더 세게 꾹 감았다.
* * * * * * * *
베브입니다.
부족한 글솜씨 죄송합니다. 어수선한 글 분위기는 어수선한 마음인 징어의 시점에서 썼기 때문이에요... (애써 변명한다.)
※ 암호닉 신청 마지막으로 받습니다.
다음 편이 올라오기 전까지 신청된 암호닉을 마지막으로, 받지 않을 계획입니다.
한 번 더 자기 암호닉이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ex. [베브] 이런 식으로 [] 괄호 안에 신청하실 암호닉을 넣어주세요.
혹시 겹치는 암호닉이 없는지 위에서 신청하시기 전에 한 번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맞춤법 지적 / 문법 오류 지적 /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다음 편에서 봐요. 안녕.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