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이 비글인데 11
한참을 박찬열 품에서 응석 부리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안이 벙벙해서 방금 내가 뭘 하다 왔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집엔 아무도 없네
오늘은 그냥 자는 게 좋겠어.
#
오늘은 또 이상한 걸 봤어
이상하란 법도 없지만, 문득 내다 본 창가로 박찬열과 김태연이 보였어
화단 편백나무 잔 가지 사이로 둘 모습을 한참 내려보다, 박찬열이 이 쪽을 올려봤어
내가 급히 시선을 돌리니까 녀석도 시선을 내렸어
바닥에 머무르는 박찬열 시선이 얕은 입김과 섞여 내려 앉는다 태연이가 표정을 구겼어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겠지?
… …그랬으면 좋겠다.
*찬뇨르시점
"…이거…."
"이게 뭔데?"
내가 묻자 김태연이 영화 표 두장을 내민다
"영화 표."
"이걸 왜 나한테 줘?"
김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발음만 굴린다
옆에서 작은 시선이 느껴졌다.
"… …."
내가 잠깐 올려다 본 사이 너는 고갤 돌려 창가 커튼을 쳤다
속눈썹에 낀 햇빛이 참 보기 좋았는데, 너는 내 마음을 모른다. 다시 땅으로 시선을 꽂았다
"주말 영화야."
"…아, 응."
"토요일 저녁 여덟시."
"… …."
김태연은 곧장 교정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네가 날 내려보던 창가로 가닿은 시선엔 여전히 커튼이 배회했다.
… ….
너는 내 마음을 모른다.
매일 야자를 떼우곤 두어 시간을 널 기다리는데에 보냈다
변백현과 언덕 배기에서 나란히 걸음을 맞추는 걸 보면 가슴이 아팠다.
변백현 웃음이 비수로 나를 꿰어찼다.
처음 그걸 목도했을 땐 네 마음이 향한 곳을 기분탓으로 돌렸다.
온전치 못한 내 기분 탓이라고, 공연히 그 것의 탓인 줄 알았다
네가 내 품에 안겨 울었을 땐,
그 이유가 변백현이라 마음이 성치 않았지만 금방 나를 껴안는 너에 눅진히 흘러 또 널 사모하고 있었다
이젠,
이유따윈 필요치 않았다
#
백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정수정은 있는데.
나는 괜히 안도했어. 정수정이 제 자리에 있단 것 만으로도 내게 관대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그 후로 박찬열은 잘 못 봤어.
마음이 많이 복잡할텐데
칠판에 하얗게 늘러붙은 분필 찌꺼기를 하염없이 직시하면서 둘 사이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어
내가 아직도 백현이를 좋아하는건가?
잘 모르겠어….
오늘은 꼭 찬열이를 봐야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야자도 떼고 녀석이 있을 법한 곳은 다 둘러봤는데, 심지어 피시방도.
녀석은 무답이야
결국 혹여, 하는 마음에 우리 집 앞에서 기다렸어
운동화 코를 연거푸 흙모레에 비벼대고 있는데 멀거니, 녀석의 긴 다리가 보인다
내가 찬열아, 하는 말도 못하고 곁으로 뛰어 가니까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날 반겼어
"뭐, 뭐야? 오늘 일찍 마쳤어?"
"아니."
"그럼?…뗐어?"
"…너 찾았어."
가벼웠던 녀석과의 대화가 어느새 무거워 졌네.
삐뚫어진 열병은 그칠 줄 모르고, 발화점을 넘기려는지 발치 아래로 설렌 감정이 아스라져
있잖아 징어야.
"… …."
"흔들리지 말아."
녀석의 단단한 음성에 잔 균열이 난다
"나 곧…"
"… …."
"고백받을 것 같아."
왜이랳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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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라방 실시간으로 요약해주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