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환]당신과 나의 끊임없는 모리스
글쓴이. 심심하다
겨울이지만 유난히 따뜻한 햇살은 형식적이고 무척이나 딱딱한 강당의 창문을 뚫고 들어와 우리도 모르는 새 펄럭이는 먼지들을 반짝반짝 비추었다. 졸업식장이지만 뒤에선 알록달록 신경써서 옷을 입은듯한 학부모들은 서로 아는사람들끼리 수다를 떨기 바빴다. 내용은 거의 자신의 아들, 딸들이 대학을 어디로 갔는가. 누구네 집은 어디를 갔네, 누구네 집은 해외로 나간다더라. 졸업식은 한창 진행중이였고 교장은 자신의 연설이 무척이나 지루한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려가며 A4용지의 맨 마지막 줄까지 읽어 나갔다.
"....다!"
연설이 끝났는지,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박수를 턱턱턱 쳐댔다. 이내 교장이 내려오자 사람들은 언제 끝나냐 난리였다. 2학년 8반줄의 맨 뒤에는 유난히 톡 튀어나온 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검은 교복을 잘 다려 정갈하게 입은 소년은 늠름하게 그 연설을 꿎꿎히 듣고 있었다. 단정하게 옆으로 넘긴 머리에, 앙 다문 입술. 마치 딱 맞춘 듯 일자로 잘 떨어지는 교복바지. 그리고 그윽하면서도 강해 보이는 눈. 그는 이 학교의 선망의 대상이였으며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오르락 내리는 모범적이면서도 적절한 유머를 갖춘 소년이였다.
천장까지 높이 뚫어놓은 투명한 유리밖으로는 푸른 하늘에 뭉개뭉개 핀 구름들이 한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소년은 구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보려고 한 부분만 시선을 고정하고 노려보았다. 1초. 2초. 3초. 구름은 어느새 뭉개뭉개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능글맞게 흘러가고 있었다.
"쑨양 심심한데 노래나 들을래?"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자신의 이어폰 한쪽을 들이밀며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 말도 나누고 형식적인 대화를 했던 아이이지만 이름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쑨양은 싱긋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소년의 그 작은 미소에도 두근거리는 소녀는 민망하게 뻗은 자신의 손을 거두어 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역시 젠틀하다며 대학교때는 저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장학금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호명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맨 앞줄에서 장학금 받으려고 대기타고 있는데 뭐. 쑨양은 심드렁하게 박수를 쳐 댔다. 무언가 기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쑨양은 자신의 남은 1년을 곰곰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은 나쁘게 지내 온건 아니지만 어딘가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는 정말이나 하기 싫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의해 억지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자신의 장래나 미래도 정해두지 않았다. 가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라고 질문할 때 답하기 위한 일종의 임시 직업은 있지만 그건 전혀 진심이 아니였다. 변호사? 선생님? 전혀 자신과는 거리가 먼 그런 직업들. 하지만 남들이 생각 할때는 쑨양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그런 직업들. 자신은 이제 완전히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실은 모르는것을 질문해 오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귀찮았고, 때마다 교무실로 불러내서 칭찬과 먹을것을 잔뜩 주는 선생님들도 귀찮았다. 항상 젠틀하게 웃기도 귀찮았으며 선생님들의 지루한 수업을 자지않고 노트에 꼼꼼히 필기하는것도 귀찮았다. 모든것이 귀찮았다. 하지만 평소 남들이 생각하는 쑨양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쑨양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쑨양이 수업시간에 어쩌다 졸기만 해도 '쑨양이 왜저러냐. 어디 아프냐. 드디어 쑨양이 조는구나' 라며 지들끼리 히히덕 거리며 웃어댔다. 그래서 이젠 빼도박지도 못하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모범생이라고 사람들의 틀에 박혀버린 쑨양은 가끔 가슴이 너무나도 갑갑할 때가 있었다.
이제 1년뒤면 무얼 하지. 또 사람들의 틀에 박혀버린 인형처럼 살아가야 하나? 내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하나? 마치 실험을 하기 위해서 배를 자르려고 판위에 침으로 고정된 흰색 쥐처럼. 날카로운 매스에 찍찍거리지도 못하는 병든 쥐처럼. 쑨양은 남이 듣지 못하게 숨결같은 한숨을 쉬었다.
옆자리에선 친구들이 잔뜩 열의를 띤 채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얘기의 주제는 이번년도에 졸업하는 사람들의 신상정보. 누구는 어떻고 어떤 사람인데 그만 시험을 잘못쳐서 어디어디 갔다더라. 어떤 사람은 공부 진짜 못했는데 막판에 완전 스피드 내서 그나마 조금이나마 높은 대학 갔다더라. 누구는 입학사정관제로 원래는 거기 못들어가는데 거길 들어갔다더라. ~더라. ~하다더라. ~였대.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확신하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이 너무나도 웃겨서 쑨양은 약간의 조소를 담은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전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쑨양은. 왠만한 높은 서울권 대학은 가뿐하게 들어갈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였다. 그런 쑨양의 앞에서 대학얘기를 나누는 자신들.
무언가 무안해져 버린 먼지많은 공기에, 쑨양은 흠흠거리며 앞에서 장학금을 나누어 주는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그때 아까 그 이어폰 여학생이 쑨양의 팔을 잡아 당겼다. 아마도 같이 얘기를 나누자 이뜻이겠지.
"무슨 일인데?'
"그거알아? 옆에 지화고등학교에 게이 있는거?"
"아니.."
"그 게이가 내친구 형의 친구인데, 그사람이 모리스대학교에 장학금 받고 들어간대. 완전 더럽지 않냐?"
"어?..어"
"호원대학교 들어가기 진짜 힘든데. 그사람 게이인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알거등. 지 친구한테 아웃팅 당했대"
"아웃팅?"
"어. 그리고 남은 고3 전부 왕따로 지냈다잖아. 할만한게 공부밖에 없었을꺼야"
쑨양은 그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아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결국 중요한건 그사람이 모리스대학교에 장학금 받고 들어갔다 이거잖아. 그런데 그 사람이 게이이든 뭔상관이냐고.'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사람도 결국 게이라는 틀속에 박혀버렸구나. 자신옆에 그사람은 이미 시침핀으로 꽂혀 온몸이 해부된 뒤였다. 그사람의 얼굴을 보고싶어졌다. 아무 말도 없이 무언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쑨양을 당황스럽게 쳐다보던 여자아이는 어쩌지도 못하다가 어느새 장학금 수여식이 끝났는지 급히 박수를 쳐 댔다.
고3이 된 쑨양은 노는법도 없고 새는 법도 없었다. 고2때처럼 열심히 공부했다. 사람들 시선속에 가시박혀가며. 그러나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은, 무언가 어설프게 결여된 틈 조각이 조금씩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드디어 목표가 하나 생긴 쑨양은 그것을 노려보며 오로직 열심히 걸어갔다. 그 목표는 형태를 바꿔가며 능글맞게 흘러가는 구름과는 전혀 달랐다. 그 목표는 오로직 마음만 바뀌지 않고 걸어나간다면 분명 도착 할 수 있는 마라톤이였다. 모리스대학교. 그곳은 쑨양을 해부하려고 박아놓은 침들과, 해부하려는 사람들이 쑨양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대학교였고, 쑨양 역시 그것을 핑계로 그 게이를 만나보고 싶었다. 쑨양이 그 대학을 들어간다고 했을때 주위 사람들은 무척이나 축하 해 주었고 쑨양도 목표가 생겼기에 흔들리지 않고 뛰어 갈 수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과 자신의 의견이 맞아 떨어진 덕에 쑨양은 아주 무사히. 매우 자연스럽게. 정말이나 당연하게도 마라톤의 도착선에 도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살이 되었고
졸업식을 하고
몸에 박힌 매스와 침들을 뽑아버리고
이제 공부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항상 도덕적인 행동만 하고 예의바르고 스마트한 쑨양의 틀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되었다.
아 그리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 게이처럼.
"저기요... 저기요..저기 아니"
쑨양은 이내 도망가는 여성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학교가 왜이리 높은가? 얼마 만큼의 산을 깎아 내리고 내려서 커다란 대학교를 만들어 낸 것인가. 대강당으로 올라가는 길을 물어보려다가,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쑨양을 꺾어 올려다 보더니 주춤거리며 뛰어간다. 어떤 사람은 잘못된 길을 가르켜 주어, 쑨양은 지금 어디인지 모를 숲속에 빠져 헤메이고 있었다. 나뭇잎에 가려져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둑한 이곳에 엄청난 키를 가진 남성.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위협적인가? 쑨양은 나름 그 도망간 작은 여성을 이해 해 보려고 노력했다.
수업을 듣다가 벤치에 앉아 도시락이라도 까 먹으라는 듯 만든 이 숲속은, 전혀 대학교의 로맨스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빛이 잘 통하지 않아서 괜시리 추운 느낌도 들고, 공기는 기분나쁠 정도로 선명해서 온 몸의 촉각을 돋구었다. 방금 남은 그 여성까지도 도망가서 이 한적한 숲속엔 쑨양 뿐이였다. 발바닥이 너덜해진 기분에 쑨양은 그 선자리, 그자리에 털푸덕 하며 주저 앉았다. 조금 이른 오전이라 땅바닥은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쑨양은 크게 한숨을 쉬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 40분. 10시에 시작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늦는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기에 그냥 가지 말고 튀껴버릴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것 하나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흔한 말로 '아싸'가 되어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자리에 그냥 누워버려 눈을 감고 고민하던 쑨양은 뜬금없게도 이 상황이 좋아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공기 좋은 이 숲속에, 머리에 뭐 묻을까 걱정하지도 않고 이렇게 누워서 눈을 감아 볼까? 정말이나 이상한 생각에 자신도 이상하던 쑨양은 눈을 감은채로 피식거리며 웃었다. 남은 고3을 미친듯이 공부해서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1년 전에 했다면은 이상하다며 눈초리를 받을 행동들. 이제는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쑨양은 쿡쿡거리며 피식거리다, 나중엔 흐흐거리며 웃어댔다.
그동안 받아왔던 시선들
그동안 참아왔던 내자신
그동안 막아두던 사람들
이젠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
"저기요. 괜찮으세요?"
"..."
그러나 아무리 대학교라도. 아무 사람도 없는 차가운 숲속 땅에 누워서, 흐흐거리며 눈을 감고 웃는 남자는 영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 그러셨구나.."
"네.. 그러니까.. 어저는.. 정신..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요.."
쑨양은 그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의 텅빈 머릿속을 지나가는 문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스스로 내가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지? 쑨양은 하던 말을 멈추고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머리 한통만큼 작은 남자는 그래도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니였다. 검은색이지만 햇빛에 비추면 갈색을 띌것같은 가지런한 머리칼에, 하얀 피부와 동그란 눈에 약간 쳐져 있는 쌍커풀은 여자들을 껌벅 죽일만큼 적절한 조화였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의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에 쑨양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 할 수 있을까..
"..아니요.. 그냥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하러.. 대강당에 가야하는데.. 지리를 몰라서요.."
"아! 이번 신입생이세요?"
"..네"
"반가워요. 우리 언제 또 만나겠네요"
"아, 네"
신입생이라는 말에 남자는 해사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그나마 괜찮아진 분위기에 쑨양은 어두운 숲속, 나무들 사이로 내려오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에 안심이 들었다.
"대강당은요, 여기서 좀 멀긴 한데.."
남자는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갈색 가죽 가방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내더니, 펜으로 잠시 끄적거리다 그 한장을 찢어서 쑨양에게 넘겨주었다. 간략히 그려진 약도였다. 현재위치. 화살표. 두갈래길. 오르막길. 대강당. 쑨양은 이제서야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어 정말 너무나도 그 남자가 고마웠다. 어서 늦기전에 찾아갈 생각으로 쑨양은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남자가 다시 생각나서 뒤를 돌아봤을 때쯤. 남자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멍하니 남자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쑨양은, 방금 약도를 그리던 그 남자의 손이 정말 희고 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언제 또 마주 칠 수 있으려나. 이름도 못 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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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건해여.....여러붕.........................피건피건.....
내일 이리ㅃㅉㄱ 알어나야 하ㅏ는대..
어피건..............슈스캐 잼밋어요..
아우 피건,,,,,,,,,,,,
ㅇ오늘은 글이 조금 지겨우셨으려나..........
에고 ㅍ기넌........
저번에 써 놨던글 오늘 다시 불러내서 이어쓰려는데
글내용이 엉망이어서 다지우고 다시 시작했어요
근데도 마음에 안드네여
아이고 피건..
내일은 보고 됀다면 꼭 올릴께요.............
평일에 못올리는 만큼 주말에 분발해야져! ㅎㅎㅎㅎㅎㅎ
여러분 아리가떠 아리가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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