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한다는 말, 이러지 말자는 말, 사랑한다는 말, 사랑했다는 말,
그런 거짓말을 할수록 사무치던 사람
한 번 속으면 하루가 갔고, 한번 속이면 또 하루가 갔네
날이 저물고 밥을 먹고 , 날이 밝고 밥을 먹고
서랍 속에 개켜 있던 남자와 여자의 나란한 속옷,
서로를 반쯤 삼키는데 한 달이면 족했고
다아 삼키는 데에 일년이면 족했네
서로의 뱃속에 들어앉아 푸우욱,
이 거주창스런 육신 모두 삭히는데에는 일생이 걸린다지
원앙금침 원앙금침, 마음의 방목 마음의 쇠락, 내버려진 흉가,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쑥부쟁이, 아카시아
그 향기가 무모하게 범람해서
나, 그 향기 안 맡고 마네
너무 멀리 가지 말자는 말, 다 알 수 있는 곳에 있자는 말,
이해한다는, 사랑한다는, 잘 살자, 잘 살아보자,
그런 말에도 멍이 들던 사람, 두 사람이 있었네
- 불귀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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