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은 마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취하며 그럭저럭 끼니만 챙겨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국의 생각이 바뀐것은 어제 지민이 지나가는 소리로 한 말때문이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웃는 지민이 어제 책상으로 위치를 옮긴 제 화분을 타고 올라가더니 정국을 불렀다.
"꾸가! 꾸기야!"
정국은 그때 레포트를 마무리하고있었다.
그래서 건성으로 지민에게 대답해줬다.
"어. 듣고있어."
"히잉, 꾸기야. 이찌. 찜니 궁그만항게 이따! 짐니 온제 꾸기처럼 이따아망끔 커지쑤이쏘?"
"어."
"꾸기야? 꾸가. 찜니 말 드고이써여?"
"어...뭐?"
"...히잉. 안니야, 꾸기 지금 동부! 안니, 겅!부!하는고지? 찜니 꾸기 그고 다 끄나며는 말하께여.짐니 기다리쑤 이쏘!"
눈에 띄게 풀이 죽은 목소리에도 정국은 지민은 곁눈질로 훑기만 할뿐 지민의 말을 들어줄수 없었다.
최근 들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민의 밥을 챙겨주거나, 지민의 옹알이를 들어준다거나.
뭐 따지고보면 지민을 돌보는 일에 너무 몰두한 탓에 내일까지 마감이었던 레포트를 부랴부랴 써야만 했기 때문이다.
겨우 레포트를 다 쓰고 지민이 앉아있던 화분쪽을 쳐다봤을때 지민은 화분위에 누워 도로롱거리며 잠들어있는 상태였다.
오늘 레포트를 무사히 제출하고 나서 정국은 어제 지민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못한게 마음에 걸렸다.
"어제 벌레가 뭐라고 했더라."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리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 잘 가라."
"야! 전정국!!"
호석은 요새 정국이 좀 이상한것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뒤에서 절 부르는 남준에 그런건 금세 다 잊었다.
정국이 집에 돌아왔고 정국이 오는 소리에 가지고 놀던 오리를 내팽겨치고 협탁위에서 방방 뛰었다.
"꾸기야아! 찜니 요기써! 학교 잘 다녀왔슴니다아야?"
"어. 학교 잘 다녀왔어."
"히이. 찜니 꾸기 보구시포쏘! 꾸가, 이찌!"
"벌레야."
"우웅? "
정국이 저를 부르자 놀라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이 땡그래진 지민이 정국을 보며 히이 웃어보인다.
"어제 벌레 니가 그랬잖아."
"웅? 찜니 모라구해쏘?"
찜니가 모라구 해떠라...하며 혼잣말하는 지민에 정국이
별안간 너 나만큼 클수있냐.하고 물었다.
사실 정국은 말하면서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저만큼 큰 지민이라니.
"꾸기야! 짐니 쑥쑥 크고이따! 찜니 기러져써, 그치여?"
"...키컸다는 말이냐."
"우웅, 짐니 꾸기처럼 기러질꺼다아!"
"...벌레 넌 커봤자 거기서 거기일거 같은데."
"...히잉, 안니야! 그고 안냐! 찜니 꾸기처럼 코질꺼야!"
정국의 말에 지민이 볼을 부풀리고선 방방 뛰었다.
정국은 그런 지민을 보며 지민이 저만큼 커지면 좋을것 같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러다 한편으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 큰 지민을 키우는건 아무래도 좀...
그래도 여기서 조금더 크면 지민이 소원하는 '꾸기야, 찜니 꾸기랑 가치 자꼬야!'가 실현되려나.
"벌레야. 마트 갈건데 같이 갈래."
"우웅? 찜니! 찜니도 가치이? 꾸기랑 가치?"
아직 정국과 한번도 밖을 나가본적이 없던 지민은 정국과 함께 나간다는 말에 새싹을 풀썩풀썩거리며 신이 잔뜩 났다.
"꾸가! 짐니 데꾸가! 꾸기랑 짐니 데이투!"
"...데이투 아니고 데이트겠지. 넌 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웅!그고! 데이투!"
"....그래. 가자. 이리와."
정국은 퐁퐁거리며 자신의 손바닥위에 뛰어들어오는 지민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 근데 얘 데이트의 의미는 알고 쓰는건가.
해맑게 웃는 지민에 정국은 곧장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지민이 좋아하니까 저도 좀 좋은거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