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street Boys
wright. 일개 팬
당신은 무언가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는가? 겪고 있는가? 또는 그런 사람을 알고 지내는가. 나는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는지. 내가 그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는지. 나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책임 질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설령 그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 일지라도.
B. 박제된 시간
비를 맞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강아지를 주웠던 적이 있다.
‘ ... 너 우리 집에서 살래? ’
강아지는 내가 저의 마지막 동앗줄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질 않았다. 먹이가 눈 앞에 있어도, 내 품에서 떨어질까봐 제대로 먹지 못했다.
‘ ... 아. ’
결국 그 작은 생명은 죽었다. 나의 손길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건 아닐까? 쓰다듬고 품어주지 말고, 애정을 주지 않으면서 돌봐주었더라면 조금은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나도 물론 이게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무섭다. 내가 호의로 내민 손을 붙잡고 갈구하느라 망가지면 어떡할까 하고. 어떻게 보면, 이것은 나의 트라우마다. 내 품에 안긴 차가운 강아지.
B. 10 : 10
“ 야, 일어나. ”
아침부터 달달한 초콜릿의 냄새를 맡으며 저 새끼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언제 다시 한번 – 이번엔 정상적으로 – 물어볼 것이다. 왜 이 곳에서는 초콜릿 냄새가 나는지. 물론 가게 컨셉인 건 알겠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 문 열어. ”
“ 나 여잔데. ”
“ 좆같은 소리 하네. ”
“ 나 여자라고. ”
“ 그게 문이랑 무슨 상관인데. ”
“ 나 아직 안입었어. ”
“ ...언제 다 입는데. ”
“ 뭘 아직 안입었냐고 안 물어봐? ”
“ 내가 미쳤냐? ”
“ 나 아직 양말 안신었어. ”
“ 씨발년. ”
재밌다. 소년의 기도는 외모와 다르게 한국말을 굉장히 잘했다. 가끔 외국 손님들이 와서 대화 하는 것 보면 영어도 꽤 잘하는 듯 했다. 하긴, 저렇게 혼혈처럼 생겼는데 영어 못하면 진짜 깰 것 같다. 우선 깨부실 이미지조차 소년의 기도에겐 없지만. 얼떨결에 총명이 되고, 화홍은 오늘은 일단 거리에 적응부터 해야할 듯 하다며 오전의 거리를 구경할 것을 권유했다. 오전의 거리는 일반적인 길거리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고, 혹여나 있다고 해도 스스로 차차 적응해야 할 문제이니 소년의 기도는 빼고 나 혼자만. 대신 오후 7시 이후로는 무조건 소년의 기도와 손 붙잡고 – 이 대목에서 소년의 기도와 나 둘 다 손사레를 치며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화홍은 오히려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더 흥미를 느낀 듯 했다. - 다니라고.
“ 씨발, 양말 만들어서 신어? ”
“ 미안, 양말은 신었는데 다른 걸 깜빡했네. ”
“ 빨리 안나오면 뒈져. ”
“ 미안, ”
나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더불어서 정말 날 죽이려는 것마냥 살짝 겨누고 있는 그 총구도.
생각보다 이런 폭력적인 분위기에 적응이 참 빨랐다.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 내가 징크스를 좀 맹신하는데, 오늘 빨간 속옷을 안입어서 갈아 입느라. ”
“ ...아, 씨발. ”
소년의 기도의 귓불이 빨갰다.
*
“ 오전엔 내가 일일이 수발 못들어주니까 좀 나대지말고 다녀. 알겠어? ”
“ 오빠 노릇 즐. ”
“ 씨발, 화홍은 이런게 뭐가 맘에 든다고. ”
이거나 받아. 남자가 건넨 것은 휴대폰이었다. 굉장히 옛날 버전같아 보이는, 폴더폰.
“ 존나 구려. ”
“ 대포폰이야, 거기 내 번호랑 오프 초콜릿 직통 번호 저장되어 있으니까 뭔 일 나면 전화해. ”
“ 뭔 일? ”
“ 사소한 걸로 전화하지 말고.
당장 배때기에 칼이 들어올 것 같다거나, 납치당해서 순결을 잃을 것 같다거나, 돈많은 놈들한테 팔려갈 것 같다거나 할 때. 아, 그런데 너 아직 처녀맞냐? ”
“ 아, 진짜 씨발새끼. ”
“ 맞나보네. ”
“ 좆같은 놈. ”
“ 얼른 꺼지기나 해, 너 때문에 장사를 못하고 있어 씨발년아. ”
진짜 좆같다. 당신들 중에 분명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못믿고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안다. 그런 사람한테 소년의 기도를 권해주고 싶다. 진짜 딱 저 말투다. 얼굴이 기가 막히게 잘생긴 건 맞는데, 욕을 한번 들어보면 내 이야기가 안 믿길수가 없다니까. 나는 당신들앞에선 늘 솔직하다. 왜냐면 결국 당신들은 뒷골목이 아닌 평범한 거리를 걷다가 나와 마주치게 되더라도 그냥 고개를 갸웃, 하며 지나갈테니까.
소년의 기도 놀리기를 그만하고 – 나도 데미지를 입었다. 와장창. - 오프 초콜릿의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안쪽에서 나를 미심쩍은 듯 지켜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모른 척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지, 참.
“ 지금이 몇시야. ”
내가 이걸 받자마자 사용하게 될 줄이야. 나 말고도 이미 여러번 거쳐간 사람이 있는 듯 휴대폰은 기스투성이였다. 10시 6분, 곧 10시 10분인데 호시나 만나러 가야겠다고 계획했다. 열시 십분에 오면 특별 할인이랬으니까.
*
“ 호시 없어요? ”
뭐야, 열시 십분에 특가라며. 구원은 오픈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사실상 이 거리는 지금이 밤이다. 사람들은 거의 다니지 않고 그나마 꾸준히 보이는 사람들은 죄다 오프 초콜릿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오전에도 하는 가게인가. 구원은 오프 초콜릿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빨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혹시 호시가 있을까 싶어 문을 슬쩍 밀며 불러보았다. 호시, 거기 있어요?
“ 너는 누구야? ”
“ 호시? ”
문을 똑똑 두드리며 호시를 부르던 나는, 내 어깨를 톡톡 건드는 손길에 굳고 말았다.
“ 호시? 그게 누군데? ”
“ 당신이 호시 아니에요?... ”
“ 권순호. ”
“ ...... ”
“ 나는 권순호인데? 호시가 누군데? ”
어제와 다른 옷차림, 어제와 다른 눈빛, 어제와 다른 말투. 분명 내 앞에 있는 사람은 파란머리의 괴짜가 맞는데,
이 괴짜는 자신이 호시가 아니라 권순호라고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당황했다.
“ 호시 본명이 권순호였어요? ”
“ 아니, 호시가 누구냐니까. ”
“ 호시가 열시 십분에 오라 그래서, 그래서 왔는데... ”
“ 감당할 수 있어? ”
“ 네? ”
“ 권순영을, 감당할 수 있어? ”
책임질 수 있는거야? 감히 네가?
호시는 파란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나른하게 내게 물어왔다.
그 순간에는 자신을 권순호라고 주장하는 호시가 호시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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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왔슴니다 저 원래 이렇게 성실한 사람아니에요..다 도짜님들 덕분...
반응 없을 줄 알고 비축분 1도 안써놨어요... 그래서 그런지 매일 글이 만족스럽지가 못하네요..(속상)
박제된 시간은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열시 십분을 뜻합니다! 왜 박제된 시간인지는 곧 알게 되실거에요..ㅎㅎ
초콜릿의 자살보다는 더 편수가 길 것 같아요 쓰다보니 길어져서..앞으로 두 편 정도 더?... 세 편?...
아직은 머릿털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 구상중 베스트를 차지하는 지훈이랑 승철이 에피도 얼른 쓰고 시퍼여...넘 진도가 느려...
제가 글구 비지엠 넣는 법을 몰라요... 딱히 정해놓고 듣고 쓰는건 아니지만 가끔 첨부해드리고 시픈데...방법을 몰라..연구해올게요..
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요...맨날..24시간..내내.. 사담이 길었는데 이야기 분위기를 해칠까봐 무섭네여 안녕히계세요!
+ 오늘 글은 석민이와 한솔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