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또 왔어!
별거 아닌 글인데 설레다고 덧글 달아주고! 신알신도 해줘서 너무 고마워!
누군지 몰라서 이름은 다 못불러 주겠지만 정말 고마워! 다들 짱짱걸!
하지만 아직 우린 그냥 친구사이 일뿐.. 고백하게 되는 날이 오긴 오는걸까?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 학기초 체육대회때 있었던 일이야.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종대나 찬열이, 종인이랑은 막 친해지기 전이어서
그냥 넷이 얘기하는걸 가만히 듣거나 그럴때가 많았는데
종대는 그런 내가 내심 마음에 쓰였는지 가끔 나에게 말을 걸곤 했어.
'OO아, 점심 누구랑 먹어?'
'OO아, 너 축구 관심 없지. 다른 얘기 할까?'
이런 식으로. 다행히 밥은 같은 학교 출신이었던 애들이랑 먹고 있었는데,
막상 반 애들이랑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거야.
기껏해야 반 단체로 무슨 이야기 할 때 몇마디 해보는거?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거..그래 맞아. 나 친구 없어....
체육대회를 한다니까, 반티 고르는거나 플랜카드 만드는 것 같이 해야할 일이 많은거야.
어쩌다보니까 애들이 다 하기 싫대서 성적순으로 밀리다보니 내가 학예부장? 같은 걸 맡게됐는데
체육부장인 애는 경기준비해야된다고 하고, 총무부장은 돈만 걷는다고 하고. 결국 내가 일을 떠맡게 됐지..ㅠㅠ
반티는 아이들이 축구복으로 하자고 해서 축구복으로 하게 됐는데
축구복은 뒤에 이름 같은 걸 쓰잖아.
남자애들은 자기 이름 이니셜을 쓰거나 여자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아니면 남친이름같은 걸 쓰는데
찬열이가 장난처럼 종인이껄 쪼꼴릿 이렇게 써낸거야.
종인이는 장난처럼 종대이름을 댄싱머신이라고 쓰고 (종대가 언젠가 장기자랑으로 춤을 췄는데..하하.)
종대는 백현이한테 비글ㅋ이라고 썼어.
그러니까 애들 시선이 다 나와 백현이한테 향했지.
백현이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스윽 글씨를 써냈지.
나는 백현이가 무슨 글씨를 썼는지 궁금했지만 백현이가 안알려줬어.
찬열이가 백현이 옆에 붙어서 막 뭐냐고 물어도 백현이는 그냥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지.
체육대회 전날엔 플랜카드를 만들었어.
몇명은 체육대회 연습하러가고,
몇명은 플랜카드를 만들다가 결국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빠졌어.
나는 크게 우리반을 응원하는 플랜카드를 만들고 나서 뭐할까 고민하는데 종대가 다가오더니
자기껄 만들어달래. 그래서 김종대화이팅하고 좀 꾸몄지.
종대는 또 금방 가서 애들한테 그걸 보여준거야.
한 구석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찬열이가 그걸 보고는 또 나한테 와서 자기 것도 만들어 달라고
칠반 훈남 박찬열로 해달라고 해서 나는 그대로 해줬지 뭐.
종인이는 그런 거에는 관심 없는지 찬열이 휴대폰 뺏어서 게임을 하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서 결국에 나는 반 애들껄 다 만들기로 했어.
사실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맙다라거나 이제보니 손재주가 좋구나, 하는 말도
나한테는 고마운 말이었거든.
할일이 다 끝나버린 아이들은 돌아가고 딱히 종대나 찬열이, 종인이가 도와줄 것 같지도 않아서
보내니까 교실은 텅 비어버렸어.
문득 운동장을 내다보니까 축구 연습을 하고있는 백현이가 눈에 들어오더라.
찰랑찰랑 흔들리는 머릿결은 정말 좋아보이고, 하얀 피부나 귀염성있는 얼굴도, 땀이 흐르는 턱선도 어쩜 다 멋져보이던지.
백현이 구경을 하다가, 다시 플랜카드를 만들다가 하고 있는데 교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고개를 드니까 막 세수를 하고 왔는지 얼굴에 물기가 묻어있는 백현이가 서있었어.
-어? OO아, 너 왜 혼자있어?
백현이가 물어서 나는 말없이 플랜카드를 내려다보았어. 백현이는 내 앞에 쌓여있는 하드보드지를 보더니 조금 얼굴을 찌푸렸어.
-이거 다같이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애들이 다 바쁘니까….
백현이는 성큼성큼 다가오다가 갑자기 멈춰섰어. 내가 백현일 바라보니까 백현이가 조금 멋쩍게 웃어.
-땀냄새 날까봐.
근데 그게 그렇게 귀여워보이는 거 있지! (멋있어 보이는 건 당연하고.)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몇개만 자기한테 줘보래.
그래서 내가 몇개 건네주니까 가위를 들고는 만들기 시작해.
서툰 가위질을 하면서 끙끙거리더니 하나를 만들고 완성, 하고 웃어.
괜히 그 웃음에 설레서 나는 고개를 돌리고
다시 만들기 시작해.
나는 벌써 내가 할 거 다하고 백현이껄 덜어서 또 하고있는데 백현이가 갑자기 말을 걸었어.
-OO아.
-응?
-넌 너무….
-…?
-착해.
백현이는 여전히 가위질을 하며 말을 이었어. 나는 네가 너무 착해서, 그래서 다칠까봐 걱정이야.
-….
사실 백현이가 이런 말 하는게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좀 어벙하게, 그리고 좀 당황한 채로 백현이의 말을 들었어.
-그러니까, 이런 거 만들어 주지 말라고.
백현이가 좀 긴장한 것 같은 날 보고 씩 웃더니 플랜카드 중 하나를 들어올렸어. '칠반 훈남 박찬열.'
-…아.
내가 탄성어를 내니까 백현이가 웃으면서 다했다, 고 말했어.
그리고 다음날 나는 학교에 좀 일찍 도착했어.
택배가 늦게 도착해서 애들 반티가 다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했거든,
하나씩 확인하다가 문득 백현이가 내껄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내 번호를 찾았어.
그리고 포장을 벗기는데 세글자가 보였어. '순둥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까 그거 뜻이 '순한 사람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더라.
나 어쩐지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애들 오기전에 먼저 축구복 입어봤다..?ㅎㅎㅎ
아, 체육대회 당일 이야기도 써야되는데
아빠가 밥먹자고 부르네..
근데 나 고백하는 날이 올까?
다음에 체육대회 얘기도 쓸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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