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street Boys
wright. 일개 팬
호시의 파란 머리칼은 헤라클라스의 머리카락처럼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홀려버리는.
그래서 나 또한 잠시 ‘홀렸던’ 경험이 있다.
B. 박제된 시간 +
“ ......”
“ 역시 너도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
그렇지? 낯선 호시는 나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호시에게 홀린 듯.
“ 너는 처음보는 애인데.”
“ ...... ”
“ 순영이가 이젠 이렇게 어린 여자애까지 만나네. ”
“ ...... ”
“ 예전부터 오빠노릇 하길 좋아했지, 걔가. ”
“ 당신은 호시의 쌍둥이 형제인가요? ”
아냐, 분명 호시인데. 호시가 맞는데... 눈이 지끈거렸다. 눈을 감고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이 거리는 정말 이상해.
“ 아까 말했을텐데... 나는 권순호라고. ”
“ ..그럼 권순영은 누구죠? ”
“ 아마도 네가 만난 첫 번째 사람? ”
“ ..호시요? ”
“ 정말 말이 안통하는 애네. ”
권순호라고 자신을 칭하는 호시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뒤섞더니 짜증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거야? 당신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는지 묻고 싶다. 내가 어제 만났던 사람은 호시였다. 호시는 열시 십분에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했고, 나는 다음 날 오전 열시 십분에 호시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내가 호시라고 인식한 사람은 자신을 권순호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쌍둥이 형제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권순호는 호시를 모르고 권순영이라는 사람만 알고 있다. (여기서 눈치를 좀 발휘해보자면 호시가 권순영인 것 같다.) 그런데 권순호는 호시가 권순영이 아니라고 한다. 씨발, 장난해? 존나 모순적이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잠시나마 정상적으로 이해 해보려고 노력했던 내가 멍청했다. 호시든 권순호든 권순영이든, 어차피 다 같은 뒷골목 주민들인데 다 좆같을 게 분명하다.
“ 좀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어요? ”
“ 나는 권순호야. 그리고 동시에 권순영이기도 해. ”
“ 무슨 말도 안되는... ”
“ 권순영은 호시라는 이름 뒤에 숨어 살고 있지. 그리고 난 권순영의,”
*
나는 지금 권순호의 개인 공간에 들어와있다.
권순호가 (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해준 삼각관계는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결국 권순호는 호시가 누구인지 알고 있던 것 아닌가.
권순영이 호시라는 이름 뒤에 숨어 살든, 말든 권순호는 호시가 누군지 알고 있었잖아.
뒷골목을 호기심으로 경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혹시 당신들 가운데 있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충고하겠다. 뒷골목에선 내가 겪은 이런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난다. 오히려, 내가 겪은 것은 새발의 피도 안될 수도. 나는 나름대로 행운의 여신의 편에서 살아온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나처럼 엄청 운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 아니면 웬만하면 뒷골목에 발도 들이지 마라.
“ 차 마실래? ”
“ 호시 이미지가 이런 이미지가 아니였는데. ”
“ 난 호시가 아니니까. 홍차? ”
“ 안 마셔요, 소년의 기도가 아무것도 믿지 말랬어요. ”
사실 소년의 기도는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새끼 아니다.그냥 먹기 싫었다. 내게 ‘차’ 라는 것은 너무나 고고한 귀족들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내게 왜인지 불쾌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 소년의 기도가? ”
“ 당신도 알아요? ”
“ 응, 그 좆같은 새끼. ”
“ 역시나 소년의 기도는 어딜가나 좆같네요. ”
“ 아무렴. ”
잠시동안 권순호와 나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정적 상태였다, 이 말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서 질문을 차근차근 정리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권순호도 권순호 나름대로 더 설명을 해주려고 정리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권순호라면 아무 생각없이 말을 안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지만.
“ 그래서, 순영이랑은 무슨 관계? 지금보니 순영이가 아니라 소년의 기도랑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 당신이 말하는 권순영이란 사람이 호시가 맞다면, 그냥 인사만 한번 했던 사람이에요. 열시 십분에 오면 특가라고 찾아오랬는데. 그리고 그런 말 어디가서 하면 씨발, 뺨 맞아요.”
“ 열시 십분? 순영이가 그랬을 리가 없는데. ”
“ ...왜요? ”
“ 순영이한테 열시 십분은, 아주 중요한 시간이니까. ”
“ 왜 중요한데요.”
“ 내가 죽은 시간이니까. ”
뭐요? 미쳤어요? 나는 입으로 가져가 씹기까지 했던 화과자를 뱉었다.
“ 내가 아침 열시 십분에 죽었거든. ”
“ 권순영 때문에. ”
*
아마 너한테 말한 시간은 밤 열시 십분일거야, 걘 뼛속부터 이 거리 사람이니까 설마 네가 아침에 찾아와서 나를 만날거라곤 상상도 못했겠지.
재밌겠다, 날 만난 너를 걔가 보면.
- 어떻게 되는데요?
죽일걸.
- ......
내 이야기에 혼란스러워 하는 당신들 모습이 뻔히 보이니 내가 친절하게 설명 해주겠다. 일단, 호시는 권순영이고 또한 권순호다.
권순호가 호시를 모르는 척 했던 건 순전한 심술이고 호시라는 이름에 권순영이 숨어있다는 건 씨발, 나도 정확힌 모르겠다. 그냥 호시가 권순영이 아닌 호시로 살고 싶어한다는 소리 아니였을까. 아무튼 계속 설명을 해보자면, 권순영과 권순호는 친형제였다. 권순호는 권순영의 형. 권순영은 권순호의 동생. 그런데 (온전히 권순호의 주장대로 말하자면) 권순영 – 즉 내가 먼저 만난 호시. - 이 아침 열시 십분에 권순호를 죽였다. (아니, 죽였다고 주장하는데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권순호의 성격이 더 더러워서 죽였다면 권순호가 권순영을 죽여도 백번은 먼저 죽였을 것 같다.물론 권순영을 만나고나면 확실해지겠지 누가 누구를 죽였든간에.) 자의든, 자의가 아니든. 그리고 권순영은 미쳐서 그 충격으로 자신을 다시 되살렸다. 권순영의 몸에 깃든 권순호로.
나는 길고 어려운 권순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냥 한 단어로 설명이 끝날 수 있는 것 같은데? 이중 인격, 으로. 그래서 질문했다.
그니까, 당신은 권순영이로군요. 호시.
“ 씨팔, 뒤지고 싶어? ”
“ 맞잖아요. ”
“ 나는 권순호라고, 권순호. 좆같은 권순영에 날 갖다대지 마. ”
“ 결국 당신은 권순영 아닌가요? 권순호 인 척 하는 권순영. 말이 너무 심했나요 내가? 그런데 나는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당신이란 사람, 아니 인격을 배려해줄 배려심도 없어서.”
“ ... 좆같네, 너. ”
“ 당신이 더 이상해요. ”
“ 왜 널 만나는지 알 것 같아. ”
“ 안 만난다고 했잖아요. ”
“ 그래서, 책임 질 수 있다고 생각해? ”
“ 뭘요. ”
“ 호시를, 권순영을 책임질 수 있느냔 말이야. ”
이상했다. 그 질문을 할 때면, 호시는 호시 그 자체로 보였다.
권순호 , 인 척하는 권순영이 아닌. 호시, 인 척 하는 권순영 또한 아닌.
그냥 권순영 그 자체인 호시로.
*
“ 야, 너 왜 진이 다 빠져서 오냐. ”
“ 웬 참견. ”
“ 화홍이 너한테 흥미 떨어지면 넌 내가 죽여. ”
“ 그 전에 화홍이 너한테 흥미 떨어지면 넌 내가 죽여 드릴게. ”
“ 한 마딜 안져, 씨발년이. ”
“ 외국 비주얼이 한국 욕은 되게 잘하네. ”
“ 저, 씨발... ”
“ 그래도 너는 단순해서 좋아. 생각이란 걸 안하고 사는 것 같아서. 아무런 사연도 없는 것 같고.”
복잡해서 죽을 것 같던 오늘, 드디어 저녁 7시를 맞이해 소년의 기도를 만나니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저녁 7시에 온다고 하더니 시곗바늘이 10시를 향하도록 퇴근하지 않았었다. 나는 무료하게 방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소년의 기도를 기다렸다.) 물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하고 굉장히 후회를 했으나 생각과 말은 무를 수 없었다.
“...씨발, 그거 욕이지. ”
“ 반응도 느려. 단세포로 이루어졌나봐. ”
“ 진짜, 죽인다 너. ”
소년의 기도는 역시나 총을 꺼내 들었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오늘 너무 피곤 하기도 했고, 저번에 호시한테 – 아, 호시가 다시 생각났다, 씨발. 권순영. 그리고 권순호인 척 하는 권순영. - 총을 쏴댔던 게 다시금 생각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아까 권순호 인 척 하는 권순영 – 호시 – 의 한쪽 귀에 밴드가 덕지 덕지 붙어 있던데, 총을 아무리 스쳐지나가게끔 맞았다고 해도 밴드만 붙이고 땡 한 건 참.
“ 우리 어디가? ”
“ 우리래, 좆같다 진짜. ”
“ 할 수 있는 욕이 그거밖에 없나본데, 질려 이제. ”
“ 미안, 너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욕이 이거라서. ”
“ 아, 어디가냐고. ”
“ 호시 만나러. ”
“ 씨발. ”
아침엔 권순호 인 척 하는 권순영을 만났고, 이젠 호시 인 척 하는 권순영을 만날 차례였다.
내가 권순호를 만난 걸 알면 날 죽이려 들거라고 권순호 인척 하는 권순영이 조언해줬는데, 상관 없다. 당신들에게 한번 더 강조하는데, 이 거리에선 누가 당신을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거다. 그래서 나는 그 날 열시 십분, 또 다시 호시 – 인 척 하는 권순영 –을 찾아갔다. 나를 마치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반갑게 눈꼬리를 휘며 파란 머리칼을 살랑거리는 그 사람을.
" 총명아! "
X
흐엑 권순호(인척하는 권순영)이 제 기를 빨아갔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못봤는데 알림보니까 새벽에 잠깐 초록글까지 올랐던 것 같더라구요... 하트...
이렇게 큰 관심도 주시고... 진짜 제가 이렇게 맨날 글쓰는 성실이가 아닌데 여러분들덕에 성실해져봄니다
여럿 독자님들이 박제된 시간이랑 호시 킬미힐미설 등을 궁예해주시던데 ㅎ 넘 귀엽습니다... ! 이제 답이 보이기 시작하져?
아 저는 너무나 쉽게 짠 캐릭터인데 역시 글로 풀어쓰려니까 너무 어렵네요ㅋㅋㅋㅋㅋ아직 진짜 수녕이 나오지두 않았서...8ㅅ8
다음편 정도면 일단 순영이 에피소드는 끝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순영이 안나와! 없어! 이런건 아니에요 ㅎㅎ
아 스포하고 싶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이미..어느정도의 결말을 짰어요...ㅎ 헷
+ 혹시 텍스트 파일로 만들면 받으실 분들 있으신가요?
총명 + 멤버들 에피 이렇게 쓰고 시즌 1을 마무리하고 기념으로 텍스트파일로 묶으려고 하는데... 물론 아직은 멉니다 갈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