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 있다! 집에도 내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두 명이란 말인가! 방으로 돌아가면 그곳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즈코는 당황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며칠 전부터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 中
밤 12시가 되기 몇 분전,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릴 시간, 돈 벌기 힘들다며 한 잔하고 취해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시간에
느즈막하게 일이 끝나고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집에 가는 사람들을 가로지르며 타닥타닥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한 남자,
그는 지금같은 시대에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다. 흰색 셔츠에 벨벳 제질의 자켓은 한 껏 어울려 깃의 자태를 뽐냈다.
만약 당신이 그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면 눈길이 갔을 것이다.
조금 더 그에 대해 얘기하자면, 곱게 빗질한 앞머리, 하얗고 반반한 얼굴을 한 그는 항상 얇은 미소를 띄고 다닌다.
부잣집 어르신들이나 하고 다닐 법한 금반지를 하고 있는데 손이 가늘고 길어서 그런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어울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특이한 회중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냥 보기에는 조금 오래된 평범한 시계처럼 보이지만 그가 시계를 들여다 볼 때 같이 본다면 아마 '도데체 뭘로 시간을 보는 거야?' 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의 회중 시계는 바늘이 6개나 된다. 누구든 그가 그의 시계를 보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나에게도 알려주길 바란다.
"늦겠어"
그는 회중시계를 자켓 안 주머니에서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급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큰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고양이가 인기척을 피해 깊숙히 어디론가 들어가듯이, 한 번 온걸로는 기억 못하는 그런 길로 들어갔다.
어두워서인지 길이 워낙 복잡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조용한 골목에 그의 구두 소리만 울려나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 골목의 끝자락에 있는 낡은 상점.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다 말고 우편함에 있던 편지를 꺼내 들었다. 누가 보낸건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자 다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열쇠를 집어들었다. 문을 열자 딸랑 거리는 종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는 무언가가 많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익숙하다는듯이 요리조리 다 피해 더 안쪽으로 들어가 딸깍하고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높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에 불이 켜지고 그 빛은 유리창을 통해 밖의 골목을 밝힐 정도였다.
빛을 밝히자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많은 시계들.
한 쪽에 진열된 손목 시계부터 큰 괘중시계 까지, 나무를 깎아 만든 것부터 금을 씌운 것까지, 그것들의 형태는 다양했다.
아마 여기있는 시계를 전부 구경하려고 한다면 그건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
이 집의 주인은 마치 이것들이라는 듯이 시계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건들였다가 줄줄이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뿐이였다.
밖에서는 간판도 없어서 뭘하는 곳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들어오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이 많은 시계들의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모르는 척하겠는가?
그는 다시 한 번 회중시계를 꺼내 들어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3...2...1...땡"
그가 땡이라고 말하는 순간, 상점의 시계들이 전부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울리기 시작했다.
뻐꾸기가 울다가도 종이 울리기도 하고 오르골의 연주가 흘러나오면서 목각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12번 씩이나 많은 시계들이 울리니 시끄러울 법도 한데 그는 개의치 않고 마치 경쾌한 왈츠라도 듣는 듯한 얼굴을 하곤 눈을 감고 그걸 듣고 있었다.
모든 시계들의 종소리가 멈출 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잠에들어 꿈 속을 헤메이고 다닐 때,
그의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반응 연재 합니다*
*이 글을 먼저 보신 분들은 예고편도 보세요!*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 입니다.
빨간글씨에서 좀 옅은 장미색으로 글씨색을 바꿨어요 하하
저번 예고를 쓰고나서 진짜 폭풍감덩ㅠ 사랑해요 여러분
여러분들의 기대에 제대로 보답을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됩니다. 연재를 하게 된다면 느릴수도 있어요 양해부탁드립니다 ㅠㅠ
이 글을 쓰면서 브금을 엄청 찾아다녔습니다. 제 글을 브금이 반을 잡아먹고들어가기 때문에 ㅎㅎ
사진도 뭘 쓸까 고민 많이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제 글의 분위기를 좋아해주시더라구요ㅠㅠ 너무 감사드려요 사실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좋아해주신다니!
항상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