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Delectatio Morosa
by. 오덜트니니
"우응, 견스야. 그러니까아. 응?"
백현은 아양을 떠는 데에는 이미 도가 터 있었다. 고 높은 콧날에 걸쳐진 안경. 도경수는 안경을 썼어도 잘생겼었다. 라고 백현은 항상 생각했다. 평소 집에서는 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면서, 꼭 학교에서만 금욕적인 척을 하는 도경수가 얄미웠다. 목까지 채운 단추에 넥타이라니. 보기만해도 답답한 모습에 백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경수를 아래 위로 훑어보곤 했었다. 이과 수학 경시대회 1등, 8반 반장. 이 타이틀을 가진 도경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사각거리는 샤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함수를 처음 배운 백현은 이건 내 과목이 아니다! 라며 수학을 놔 버렸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과에 있는 이유는, 바로 도경수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저와 섹스를 한 후에 백현아, 내년에도 너랑 같은 반 하고싶다. 라던 도경수에 말리는 선생님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이과에 들어갔고, 또 도경수와 같은 반이 되었다. 백현은 심지어 불과 12시간 전 침대에서 헉헉거리던 도경수가 지금 이 도경수가 맞나... 하며 혼자 갸우뚱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안 써진 하이얀 연습장에는 경수의 샤프가 지나갈 때마다 자국이 남았다. 수식 하나도 똑바로 적는 경수의 글씨는, 그야말로 단정 그 자체였다. 경수야, 나 네 글씨만 봐도 젖어. 응? 경수의 귀에 아무리 속삭여도 미동도 없는 경수에 백현은 이미 퉁퉁거리며 입술만 내뱉을 뿐이었다.
"백현아, 나 지금 공부하잖아. 어?"
경수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백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미 욕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백현에 경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백현의 결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달래보려고 했지만, 잔뜩 삐친 백현은 그런 경수에 흥! 하며 새침하게 고개를 돌릴뿐이었다. 그런 백현이 귀엽고, 또 지금 교탁에 가서 백현을 눕혀놓고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건 경수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경수의 성적이 떨어진다면 백현과 만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다. 또, 공주마냥 애기마냥 저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백현을 굶길 수는 없지 않은가. 꼭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백현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 주고 싶은 팔불출 경수였다. 토라진 백현을 보며 어쩌지... 라고 생각하던 경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샤프를 내려놨다. 꼭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저를 바라보는 백현에 경수는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경수야, 네 얼굴은 꼭 먹으로 그린 수묵화같아. 지난 밤 백현이 숨을 고르며 제게 속삭였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는 네 얼굴은 꼭 옅게 그린 스케치같아. 무뚝뚝한 제 성격에 결국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제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었다.
샤프를 내려놓고도 미동도 없는 경수에 백현은 결국 경수에게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경수는 제가 말꼬리를 늘리면 참지 못하고 제게 달려들곤 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그것을 익히 알고있던 백현은 경수의 무릎에 앉아 제 엉덩이를 경수의 허벅지에 부비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발동이 걸릴텐데. 3, 2... 차마 1도 세지 못했는데, 경수가 벌떡 일어났다. 인상을 찌푸리며 손목 시계를 확인한 경수는 백현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백현아."
"응?"
"오늘 점심은... 패스해도 되지?"
하ㅏ...저질렀네여 금욕적인 경수와 유혹하는 백현이를 보고 싶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
떡은...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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