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禽獸)아파트_901호
(짐승 금, 짐승 수)
# 프롤로그
참 평범한 인생이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서 연애했다 헤어지고, 시험기간에 몇 번 밤도 새서 공부해 보고,
그리고 무난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에 적당히 괜찮은 회사에 입사했고,
6개월 전 6개월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솔로인 인생.
“잠깐 만날래?”
심지어 친한 친구들도 제각기 찢어져서 이젠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응. 바쁘겠다. 응응. 괜찮아~ 끊어~”
지겨워!!
수년간의 무료함에도 거뜬하던 내 정신은, 이젠 점점 지겹다고 외치고 있다.
회사 생활 2년차에 접어들며 더욱더 심해 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날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로또를 샀던 것 같다.
그냥 단지 너무 무료해서.
“... 말도 안 돼.”
그날 별 생각 없이 고른 숫자들이 덜컥 당첨된 건, 아마 평범한 내 인생 최고의 파격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일은 벌써 2달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00아~ 이번에 괜찮은 종목 하나 알았는데, 투자 안 할래? 돈만 있으면 내가 했다 진짜!]
[최첨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고 2019년까지 바로 5분, 아니! 1분 거리에 지하철 입구도 만들어져요! 저기..!]
후우-
밀려드는 전화와 문자에 휴대폰 번호를 2번 바꿨었고,
직접 집으로, 직장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모든 것이 파탄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예전에 우리 엄마의 친한 친구였다며 연락했던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그런 사적인 관계 말고도, 어떻게 알았는지, 온갖 증권사, 투자처에서 전화가 쏟아졌다.
결국 지금 나는 세 번째로 번호를 바꾸고 오는 길이다.
[지잉-]
그래 이럴 줄 알았지.
어떻게 바꾸자마자 번호를 안 거지?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액정을 바라보니 901.
119도 아니고 참. 그 방법과 수단도 가지가지구나.
“차단..”
차단을 찍- 그어서 전화를 끊고 아예 무음모드로 바꿨다.
직장도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했으므로 집에서 뒹굴거려도 됐지만 집에 있어봤자 자꾸만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올게 뻔했다.
결국 이사까지 가야 하겠지...?
그렇게 정처 없이 거닐다 마침 정류장 앞에 버스가 정차 했길래 생각 없이 올라탔다.
901번. 처음 타 보는 버슨데 하남 쪽으로 이어지는 버스였다.
“날씨 참 좋네.”
그렇게 버스의 커다란 창으로 스미는 햇빛을 만끽하며 한 시간 정도를 달리자
빌딩들은 점점 사라지고 낮은 건물들과, 가끔은 멀리서 산이 보일 정도로 ‘서울’ 스럽지 않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삐-
완전히 시골은 아니었지만 빌딩이 쭉쭉 뻗은 곳을 보고 자란 나에겐
이 곳에 온 것만으로도 한적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했던 것도 같다.
이런 곳에 살면 좋겠지. 라고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멀지 않은 곳에 부동산이 있었다.
[금수 부동산]
이름도 참 촌스러워 마음에 든다. 알고 보니 이곳 명칭이 금수동이라나.
“안녕하세요. 집 좀 보려구요.”
“어머. 아가씨 혼자 살게? 어떤 거? 원룸? 오피스텔?”
“경치 좋은 곳이요. 앞에 산이나 물이 보이면 더 좋고요.”
중개인 아줌마의 특이한 아가씨네. 하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눈을 굴리고 있다가
내 눈에 잡힌 건 창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금수아파트 A동 901호 34평형 6억] 이라고.
처음엔 믿을 수 없어서 바짝 다가갔고, 진짜 6억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금수아파트라는 이름에 피식대며 웃었다.
촌스러운 게, 참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거 금수아파트 901호요... 진짜 6억이에요?”
“아~ 그거. 싸다고 혹하지 마. 나는 그거 아가씨한텐 저얼대 추천 못해. 여자 혼자는 못살지.”
아주머니는 손을 휘휘 저으며 나를 말린다.
소개해 주기도 싫고 사실 저기에 붙여 놓고 싶지도 않았는데 돈까지 주면서 해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돈까지 주면서 광고를 할까
“왜요? 저 집이 어떤데요?”
“아휴 말도 마요. 이런 저런 떠도는 소문이 진짜 많아요.
저 아파트가 한 동 전체가 완~전 터가 안 좋다는데.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 밤에 귀신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도 하고.”
그 소문이 뜬소문만은 아니라는 듯 저번에 입주한 신혼부부는 1년 만에 이혼까지 하면서 나갔고
그 다음에 입주한 가족에겐 어린 아이들이 있었는데
매일 자다가 동물을 봤네, 사람을 봤네 하면서 헛소리를 해서 결국 나가게 되었다고.
“그래도 저렇게 싼데... 괜찮지 않나요?”
“아휴. 아무튼 기운이 아니라니까! 산 바로 아랫자락에 있는데 그 산에서 뭐가 흐르는지 뭔지...”
산?
“산이요? 혹시 산 이름도 금수산이에요?”
“으응~ 에구머니나. 이런 거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면 안 돼요.
아가씨가 자꾸 그 아파트에 눈독 들이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거야. 알았지?”
아주머니의 당부는 이미 귀에 잘 들리지 않고 금수산이라는 단어가 귀에 쫀득하게 달라붙는다.
어쩜 좋지? 금수동에 금수 아파트에 금수산이라니.
더블 촌스러움 트리플 버거 같은 느낌이잖아?
너무 마음에 든다.
"구경할래요!"
결국 안 된다며, 그 집은 보여주러 들어가기도 싫다며 버티는 아주머니를 졸라 결국 그 집을 보러 가게 되었는데.
“와아.”
생각보다, 아니 너무나도 경치도 좋고 어디 하나 문제도 없는 집의 모습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들도 이 시골 (사실 그리 시골인 것은 아니다.) 아주머니들이 순박하셔서 믿으시는 이야기겠지 싶을 정도였다.
“빛도 잘 들고.. 괜찮은 것 같은데. 물도 잘 나오구요. 무엇보다 경치가... 와아... 최곤데요?”
외져서 아무도 안 올 것 같기도 하고요.
“끄응... 아가씨. 정말 내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 집이 지금 아가씨보고 사 달라고 홀리고 있는 거라니까?
저번에 어떤 부부가 와서 보러 왔을 땐, 물도 잘 안 나왔고 집 분위기도 우중충~ 했다고!”
“살게요!”
“뭐!?”
요즘 세상에 귀신이라니. 빌딩 하나 안 보이는 풍경도 너무 좋고,
게다가 차타고 10분만 나가면 번화가이니 위치도 참 좋았다.
“아휴... 나중에 날 원망하지 말아요, 응? 나는 말릴 만큼 말렸어.”
“안 그래요. 제가 이 집이 안전하다는 거 증명해 드릴게요.”
그래, 내 고집을 누가 꺾겠어.
그래도 고집은 세도 남 탓은 안하니까 걱정 마세요.
“좋네.”
결국 2주가 흐른 어느 화장한 날...
너무나도 화창해서 이 동네가, 이 집이, 뒷산이 날 반기고 있는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인 날.
나는 이삿짐을 풀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기대하면서.
==
안녕하세요. 홉수니 원벌슴니다(홉순아웃)
처음 글잡에 글 올려봐서 서툴고...서툴 것 같아요ㅠㅠ
서툰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깊이 미리 감사드릴게요!!
#감사해요 #주인공어디갔나요? #다음편에 나와요! #고칠부분있으면다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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