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 Take it slow
어두운 조명에 시끄러운 분위기.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말을 지껄이면서 결국은 마셔라 로 끝나는 선배들까지.
나는 멍한 표정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지금 내가 여기 왜 불려온 건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정말 절실하게 내가 집으로 가고 싶다는 것. 그것 만큼은 정말 확실했다.
연하랑 연애하는 법
12
w. 복숭아 향기
다음 중 개강을 했을 때 가장 짜증나는 것을 고르시오.
1)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
2)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
3) 보기 싫은 사람들 얼굴을 어쨌든 봐야 한다는 것
4) 그냥 삶이 귀찮아진다는 것
5) 짜증났던 선배가 복학하는 걸 봐야한다는 것
이 중에 고른다면 뭐가 정답일까.
나는 절대 고를 수 없었다. 특히 5번은 필수지. 지금 저 앞에서 지랄하고 있는 저 선배라고 부르기도 싫은 저 인간.
저 인간을 내가 다시 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휴학을 했다길래 군대가느라 휴학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보다.
그럼 뭐하고 다녔던 거야. 1년 동안.
저 작자는 지금 신나서 후배들에게 술을 먹이고 있었다.
다행히 너는 내 옆에 앉아있어서 저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식한 사람은 절대 취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나보다. 저 인간은 다 못났는데 그나마 잘난 것이 있다면 주량이었다.
주량 하나는 아주 끝내주지.
사람을 골로 가게 만드는 주량이니까 말이야.
젠장. 저 인간이랑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며 네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댔다. 윤기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너는 내 머리 무게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가로저었다. 제발 말 걸지 말아라. 말 걸지 마.
하지만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었지.
"이게 누구야?"
젠장.
"하도 조용히 있어서 있는지도 몰랐네."
그냥 끝까지 모르지 그랬어. 썅놈아.
"성이름."
망했다. 젠장.
-
그 인간과의 첫만남은 내가 1학년일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었지. 그 때 나는 딱히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막나가면 막나갔지 그렇게 성격이 좋지도 않고 사근사근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 내가 동아리에 든 이유는 딱 하나였다.
잘 곳이 필요해서. 솔직히 강의실이나 이런 곳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석진 선배가 동아리 홍보 나왔을 때 쇼파가 있다는 그 말 한 마디에 혹해서 신청하게 된 건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확실히 좋기는 했다. 공강 시간에 잠깐 짬내서 자기도 좋았고 독서실 꽉 찼을 때 동아리실 가서 공부할 수도 있었으니까.
특히 동아리 사람들도 딱히 나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나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누군가의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매우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기 선배와 석진 선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들이었다. 적당한 선에서 필요한 조언을 딱딱 해주지만 그 이상의 선은 넘지 않는.
정말 내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왔던 이상적인 그런 사람들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난 이후에도 연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그 인간은 달랐다.
"뭐해? 오늘 수업 끝나고."
"알바 있어요."
"알바 몇 시에 끝나는데?"
"11시요."
"너무 늦게 끝나는 거 아니야?"
어쩌라고...
여자 동기들에게는 모두 치근덕거리는 저 인간.
얼마나 짜증났으면 내가 이름까지 외웠을까. 김원민. 이름부터 원숭이 같고 짜증나는 사람이었다.
말을 걸어오는 이유도 다양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 거냐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몇 시에 잠에 들 예정이냐 까지 아주 일거수일투족을 다 물어보고 다녔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자신과 연관성이 있으면 별의별 의미를 다 부여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저 인간이 말을 걸어올 때마다 일부러 윤기 선배나 석진 선배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저 인간이 동아리 내에서 함부로 말을 걸지 못하는 단 두 사람. 그 사람들이 바로 석진 선배와 윤기 선배였다.
저런 인간의 사탕발림에도 넘어가는 여자는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씩이나. 하는 짓 만큼이나 머리도 가벼운 인간이었다.
어떻게 한 동아리 내에서 두 명의 여자를 만날 생각을 했던 걸까. 머리가 나쁜 걸까, 아니면 얼굴이 두꺼운 걸까.
그 때 정말 난리도 아니었었다. 두 명의 여자가 각각 커플 프사를 했는데 사진 속에 들어있는 남자의 얼굴은 똑같으니 이건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 두 명은 서로 머리채 잡으며 물고뜯고 싸웠지만 결국 한 명은 휴학하고 한 명은 동아리를 나가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가 되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 인간이 했던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였다.
'이래서 여자애들한테 함부로 잘해주면 안된다니까.'
지랄하지 말라고 전해라.
그 뒤로 저 인간도 휴학을 하고 동아리 내부는 한동안 잠잠했었다.
근데 지금 저 인간이 돌아오고 만 것이었다.
1년만에 더욱 뺀질거리는 얼굴을 들고.
-
"성이름. 왜 대답이 없어?"
그 인간은 어느새 내 쪽으로 다가와 빙글빙글 웃어대고 있었다.
진짜 낯짝도 두껍다.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대놓고 웃으면서 말을 걸 수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나한테. 바람 피다가 걸린 걸 바로 옆에서 듣고 보고 있던 사람인 나한테 말이야.
하긴. 생각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군대도 가지 않고 복학을 할 생각을 했겠냐만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런 인간에게는 무시도 통하지 않았다. 무시하면 무시할수록 이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소설책의 분량만 점점 늘어날 뿐이었다.
"죄송해요. 지금 좀 피곤해서..."
"나이도 젊은데 벌써부터 피곤하다는 말을 하면 쓰나."
"아... 네..."
"복학하니까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적적했는데 잘됐네. 한 잔 받아. 오랜만에 같이 대작이나 하자."
미친 놈.
우리가 어제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했다고.
지금 이 인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석진 선배와 윤기 선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 간 거야... 나는 울상을 지으며 네 쪽으로 점점 더 붙었다. 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저 인간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어? 못보던 얼굴이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다야?"
"네?"
"무슨 과 몇학번 누구인지 말을 해야할 거 아니야. 나 이번에 복학한 거 몰라?"
"아... 죄송합니다. 15학번 영어영문과 김남준 입니다."
"그래. 모름지기 후배는 선배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거다."
선배는 지랄.
나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다행히 저 인간은 내 표정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봤으면 선배 앞에서 지랄이네 뭐네 하면서 본인이 지랄을 떨었겠지.
적당히 기회 보고 집에 가던지 해야지. 평소처럼 동아리실에서 자고 있던게 화근이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끌려오지도 않았을테니까.
하여튼 나는 절대로 저 인간하고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 맞아."
"..."
"생각해보니 내가 우리 후배 번호가 없었네."
"네?"
"그래도 내가 아끼는 후밴데 번호도 없는게 말이 되겠어. 그치?"
"어..."
누가 아끼는 후배야.
진짜 못하는 소리가 없네. 미친 거 아니야?
나는 정말 경악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없는 척을 하는 걸까?
진짜 모르는 건가? 그렇게 멍청한 인간인가?
"번호."
"저..."
"빨리."
"선배."
"왜."
"저 삐삐 써요."
정말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진심을 다해서.
-
"그런 사람이 왜 선배한테 번호를 물어봐요?"
"낸들 아니. 나도 지금 머리 아파서 미칠 지경이다."
"..."
"왜?"
"아니요. 선배한테 치근덕거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나한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저 인간이 왜 나한테 치근덕거려."
"..."
결국 번호는 넘어가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왜 문자가 왔던 걸까. 그것도 쓸데없는 화장품 세일 광고 문자가.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네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를 올려보았다. 무슨 일이 있던걸까. 왜 기분이 안좋아진거지? 설마 번호 넘어간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가?
나는 애써 웃으며 네 등을 토닥여주었다. 너는 한숨을 내쉬다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너와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어보였다.
"괜찮아. 차단할거야."
"혹시 치근덕거리면 말해요. 꼭."
"알았어. 그리고 설마 나한테 무슨 짓 하겠니. 내가 봐온 게 있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에요."
"괜찮아. 괜찮아."
아. 그 때 네 말을 잘 들었어야 하는 건데.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번호가 넘어가는 일은 없게 하거나.
다시 한 번 슬픈 예감은 나를 그냥 지나쳐가는 일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 인간에게서 수도없는 문자와 카톡이 쏟아져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
"이름아."
"..."
"오늘 수업 끝나고 무슨 약속 있어?"
"남자친구랑 약속 있어요."
"그러지 말고 오늘 나랑 같이 술 한잔 어때?"
"싫어요."
"지금 선배가 말하는데 대놓고 싫다 말하는 거야?"
"싫으니까요."
그냥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만날 때마다 이러면 정말 답도 없었다. 내가 왜 지랑 술을 먹어야 하는 거며 내가 왜 지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빨리 네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빨리 와라. 빨리 와. 마음만 같아서는 동아리실에 있는 책상까지 모두 뒤엎고 싶었다.
"복학하니까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래. 아는 얼굴 있어서 반갑다고 그러는 건데 너 너무 매정하다."
"그럼 윤기 선배랑 먹어요."
"민윤기 걔는... 솔직히 남자랑 술 먹는게 무슨 맛이냐. 여자랑 먹어야지."
"선배. 소주 병이나 맥주 병 안에 있는 내용물은 여자의 손이 닿는다고 해서 맛이 변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누가 지금 그렇대?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분위기라는게."
"저는 그런 거 없어요."
지이이잉.
너에게서 카톡이 왔다. 수업 끝났나보네. 나는 네 카톡을 확인했다.
수업 끝났으니 바로 동아리실에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빨리 와라. 늦어도 5분 정도 걸리겠지.
잠깐 화장실이라도 갔다오던지 해야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5분동안이라도 그 인간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어디가?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
물론 핸드폰과 지갑은 들고 나왔다. 혹시 모르거든. 저 인간이라면 내 핸드폰을 뒤지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딱히 뭐 하는 거 없이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다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인간과 대화를 하느라 오염된 귀를 정화하고 싶었다.
[선배.]
"나 지금 동아리실 앞에 있는 화장실이거든?"
[그래요? 나 지금 가고 있는데... 얼마 안걸려요.]
"응. 빨리 와. 나 배고프다."
[알았어요. 금방 가요.]
뛰어오려는 모양인지 너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평소라면 뛰어오지 말라 말을 했을 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남준아. 뛰어와라. 진짜 온 전력을 다해서 뛰어와.
네가 빨리 와야 저 인간이 나한테 뭐라고 지랄을 하는 걸 그만 둘 거 아니니.
정말 찌질하게도 저 인간은 내가 너와 있을 땐 절대 말을 걸거나 치근덕거리지 않았다.
양심이라는게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쫄아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네가 윤기 선배 그리고 석진 선배와 친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저 인간은 너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니까 찌질하다는 거지.
생긴게 반반하면 뭐하나.
기생 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여자들 등이나 처먹고 다니고 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왔다. 지금쯤이면 동아리실에 와있겠지. 동아리 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니나다를까 네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빨리 왔네."
"선배 배고프다고 해서요."
"... 저 인간은?"
"몰라요. 와보니까 없던데?"
"그래?"
어디 갔나 보군.
어차피 내 알바 아니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바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아. 배고프다. 아침도 안먹고 나와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허기가 졌다. 나는 네 팔에 팔짱을 꼈다.
오랜만에 데이트 다운 데이트 좀 해보자.
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푸스스 웃어보이고는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었다.
-
"이름아."
"어?"
"너 이거 못봤지?"
"뭘 못봐?"
"이거."
오늘도 지루했던 전공수업이 끝나고 갑자기 정호석이 말을 걸어왔다.
뭔데? 나는 멍한 표정으로 정호석이 보여주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탄소 대학교에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 북이었다. 나는 절대 귀찮아서 하지 못하는 그런 페이스북.
정호석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익명을 요구한 어떤 사람이 올린 게시글이었다.
그니까 이게 뭔데... 나는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 한 번 게시물을 읽어보았다. 뭔가 되게 낯이 익은 그런 게시물이었다.
----------------------------------------------------------------------------------------------------------------------------
저 오늘 수업 있어서요
수업 끝나고 만나자고
선배가 만나자는데 그것도 못해줘?
남자친구가 싫어해요
왜 싫어해?
그만큼 너를 못믿는 거 아니야?
그냥 잠깐 술이나 한 잔 하자는데 말이야
야
씹냐?
선배가 말하는데 읽씹이 말이되냐?
성이름
성이름
김남준 내가 가만 둘 거 같아?
똑바로 행동하자 우리
----------------------------------------------------------------------------------------------------------------------------
그 인간이 나에게 보냈던 카톡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올라왔지? 게시물 내용은 길지 않았다.
어떤 무개념 학생이 후배한테 치근덕거리는 걸 자랑스럽게 자기한테 보내줬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있으면 금방 나한테 넘어올 거라고. 이 상태로 자기한테 갈아타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말을 덧붙였단다.
진짜 미친 거 아닌가?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아. 짜증나.
게시물에 달려있는 댓글 역시 내 기분과 비슷했다.
이름이 나왔던 것도 아닌데 (내 이름이 나왔던 부분이나 네 이름이 나왔던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 되어있었으니까) 바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채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그 인간을 죽어라 욕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저 카톡을 받은 사람이 나라는 것도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능력자야... 저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대박."
"너 맞아?"
"..."
"맞나보네. 쓰레기라는 건 들어서 대충 알고있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난 알았어."
"그런 거 같아."
"이거 올린 사람이 누구래?"
"몰라. 익명 요구 했다는데."
네 남친 왔다.
강의실 앞에서 네가 손짓하는게 보였다.
나는 정호석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너는 환하게 웃어보이며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내 머리 위에 이마를 기대고 살짝 부비적거렸다.
학교에서 갑자기 왜 이래. 나는 푸스스 웃으며 네 두 볼을 양 손으로 감싸쥐었다. 너는 아직도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좋은 일 있어?"
"선배 이제 이상한 카톡 안받아도 되니까."
"시끄러워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이제 귀찮게 안하니까 좋잖아요."
"그건 그래."
설마 양심이 있으면 함부로 다시 나한테 지랄하지 않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차단도 해놔야지. 철면피라 언제 다시 나한테 치근덕거릴지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나저나 그거 올린 사람은 진짜 누구지? 누군지만 알아낸다면 내가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을 할텐데.
시끄러워지는 건 싫지만 결과젹으로 나한테 좋은 일을 했으니 고마운 사람이 맞았다.
"누군지만 알면 진짜 내가 별의별 짓을 다해서라도 고맙다고 말할거야."
"뭐가요?"
"그 페북에 글 쓴 사람 있잖아."
"아..."
내 말을 들은 너는 푸스스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어...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건 네 핸드폰이 분명했다.
너는 핸드폰 속의 갤러리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방금 전 내가 정호석의 핸드폰 화면으로 봤던 그 캡처본이었다.
그 인간이 나에게 카톡을 보내온 그 캡처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올려보았다. 너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테이블에 핸드폰도 두고 나갔더라고요."
"..."
"잠금이고 뭐고 패턴이 너무 쉬워서 풀었는데 선배한테 보낸 카톡도 제가 본 거 있죠."
"..."
"그거만 캡처했어요. 그리고 나한테 바로 보내고."
"언제?"
"지난번 동아리실에서요."
대박...
나는 벙찐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빙그레 웃으며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고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선배 무슨 짓을 다해서라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죠?
그럼 오빠 한 번만 더 해주면 안돼요?
설마 오빠라는 말 듣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네 모습은 뭐랄까...
나름 귀여웠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네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오빠. 수고했어요."
역시나 오빠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너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심지어는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너를 바라보았다.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가. 그럼 그까짓 오빠 몇 번이고 더 불러줘야지.
물론 입 밖으로 꺼내는 거 말고. 속으로만 몇 번.
-
[암호닉]
도널드 ㅈㅈㄱ 슙기 모찌 준이 쭈꾸미 보솜이 2젠4랑 슬비 뜌 라루나 씽씽 옥수수수염차 청퍼더 태블리 정전국 희망이♥ 인천 매혹 민윤기다리털
올림포스 구름 정꾸기냥 짱구기윤기 두둠칫 따슙 준준 침침참참 혬 민슈프림 침침 눈부신 종이심장 빠밤 베네 태꾹망개 꽥꽥 짐잼쿠 첼리 박력꾹
마녀님 융융 샤프 93 사이다 사스가민군주님 희망빠 몬슈가 마늘 에그타르트 유아교육과 산타 미름달 카라멜마끼야또 정희망 쟈몽 버블티 꾸꾸연꾸
꾸기쿠키 설날 목소리 힐링 초딩입맛 ♥ 릴리아 솨앙 2반 달님 트리케라슙쓰 낑깡 쀼 아침2 휘휘 복치 별나라 226 아야 에이취 환타 비림 미역
정실부인 마망 박력꾹(독자 43) 딩딩이 헤온 꾸뀨♥ 윤기나지 퍼플 요거프레소 마시마로 아쿠아 주네 찐슙홉몬침태꾹 넌봄 지블리 윤 맹공자 다블
윤기야 나랑 살자 매직핸드 돌핀이 빼꼼 이졔 아니슙아 0630 이졔 디즈니 호석아 봄봄 현 자몽에이드 꾸까 0910 어른공룡둘리 0103 쿠아 쉬림프
남준이보조개퐁당 지민이어디있니 꿍쿠딱 지니 닭키우는순영 만두짱 나니꺼 화양연화 혱짱 뿌꾸뿌꾸 0328 빙빙 비비빅 이스트팩 #공대생 베베쿠키
☆☆☆투기☆☆☆ 슙슙이 워더 뀨쓰 한들 자판기 에인젤 ☆★ 여보남준아 감자오빠 정쿠야 춍춍 2반♥ 아가야 복동 333 슈민트 맨드라미
브라우니 감자도리 슈가민천재 뽀야뽀야 청보리청 유기농 무리 다비듀 물꾸기 프레시 레인보우샤벳 샤워코롱 누네띠네 뱁새 모찜모찜해
헤헿헿 뽀로로심슨 꾸쮸뿌쮸 짐짐 융융 초코아이스크림 99941
대학가면 저런 선배 꼭 있습니다.
있고 말고요. 저도 몇 번 봤거든요. 무조건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실제로 삐삐 써요 라는 저 말 제가 직접 했던 말이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 안통했던 거짓말이지만 말이에요ㅠㅠㅠ 여러분 철벽은 열심히 세워야 하는 겁니다! 특히 저런 선배들 앞에서는 말이죠.
두 편으로 나눠서 쓸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짧은 거 같아서 한 편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잘 써졌는지는 모르겠네요ㅠ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랄게요ㅠㅠㅠ
감기 때문에 목이 넘나 아프네요ㅠㅠㅠ 몸상태도 마냥 좋지는 않고요ㅠㅠㅠㅠㅠㅠ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