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바닐라 어쿠스틱 - 나 요즘
그 일이 있고 난 후 삼일이 지난 오늘.
그 뒤로 정전국씨를 보지 못 했다.
솔직히 말하면 보지 않으려고 내가 피했다.
눈을 감으면 그때 잡은 손의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지고...
아,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아니, 정말로.
그냥 이대로 내가 이사 갈 때까지 정전국씨와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하늘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성이름 학생?"
"네- 잠시만요-"
갑작스러운 주인집 아주머니의 방문에 이불을 둘러쓰고 핸드폰에 빠져있던 나는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쩐 일로 올라오셨지. 무슨 일 있나.
현관문 앞에 슬리퍼를 대충 신고 문을 여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집 앞에 서계셨다.
"안녕하세요-"
"내가 갑자기 와서 미안해요. 실례한 거 아닌가 몰라."
아주머니는 입을 가리고 호호호, 하는 소리를 내며 웃으시더니 내 뒤를 힐끔거리셨다.
"사는 데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네. 물도 잘 나오고, 보일러도 잘 되고, 다 좋아요."
아주머니는 다행이네, 라며 손에 들고 있던 걸 내미셨다.
이게 뭔가, 하며 받으니 한 남자의 얼굴이 찍힌 증명사진이었다.
왜 이걸 나한테 주시는 거지.
"이게... 누구... 에요?"
"아, 우리 아들인데. 학생 어머니한테 이름 학생 남자친구 없다고 들어서. 혹시 우리 아들 만나볼 생각 없어요?"
..... 네?
내가 잘못 들은 걸 거야. 에이, 내 귀가 이상했던 걸 거야.
"아드...님을요?"
"응- 우리 아들 생긴 것도 괜찮고 착한 애야. 어때요?"
아니 아주머니... 그게 문제가 아닌데요...
한 손은 문고리를 쥔 채, 한 손에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아드님 증명사진을 든 채 입을 떡 벌리고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사진을 보아하니 잘생기긴 했는데... 마음에 딱 하나가 걸렸다.
계속 벌리고 있어 이까지 시린 입을 닫고 입술을 꼭 문 채 슬쩍 곁눈질로 정전국씨네 집을 봤다.
평온. 그 자체다.
옆집에서 눈을 떼 다시 아주머니를 보니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시며 어때? 라고 물으신다.
거 참, 싫다고 할 수도 없고.
"뭐... 남자 친구가 없... 긴한데요..."
"어머- 잘 됐네. 우리 아들도 여자 못 만난 지 꽤 됐거든. 이참에 둘이 한번 잘 해봐요."
우리 아들 전화번호야, 라며 문고리를 잡고 있던 내 손에 명함을 쥐여 준 아주머니는 잘 해보라며 내 어깨를 톡톡 쳐주시고 그대로 내려가셨다.
얼떨결에 손에 들린 사진과 명함을 번갈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자를 한 번도 안 만나봐서 이럴 수도 있어. 내가 모태솔로라 갑자기 남자와 말을 많이 해서 이러는 걸 수도 있어.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
그래, 만나보자. 일단 만나보자.
그리고 나름대로 굳게 다짐했다고 생각될 즈음, 정전국씨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보라색 무지티에 무릎을 덮는 회색 바지를 입은 채 빨래 바구니를 양손 가득 들고 나오는 정전국씨가 보였다.
큰일 났다. 눈 마주치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지.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뒤를 돈 순간,
"성이름씨?"
그새 날 발견한 정전국씨가 내 이름을 불렀고 어느 지역 김 모 씨가 도박으로 백만 원을 잃었을 때 쉬었을 절망의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진짜 오늘만큼은 못 본 체해주길 바랐는데. 저 사람은 뭔 사람을 그렇게 잘 보는 거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못 들은 척 집에 들어갈까, 아니면 뒤돌아 인사라도 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성이름씨, 다 보이거든요."
빨래를 터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정전국씨의 목소리에 결국 누구보다 어색하게 뒤를 돌아 인사를 건넸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와, 나 방금 방탄남자단 깅찐따오 같았어. 미친 듯이 어색한 저 웃음. 누가 봐도 어색한 저 행동.
이런 내 행동에 정전국씨는 하얀 티셔츠를 탈탈 털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웬일로 밖에 나왔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것 같더니."
막 옷 하나를 집어 든 정전국씨가 내게 물었고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어색하게
"그, 글쎄요. 웬일로 제가 바, 밖을 나왔을까요."
말을 더듬었다.
나보다 어색하게 말 더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내 말에 정전국씨는 나를 한참 보더니 픽 웃으며 비웃듯 말했다.
"설마, 저번에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죠?"
헐. 뭐지. 독심술사인가.
"에이 설마. 막 그 일 떠올리면서 혼자 막 부끄러워하고 막 그러는 거 아니죠?"
저 인간... 천잰가 봐.
저 사람은 그날 일이 하나도 안 신경 쓰이나 보네.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말을 걸고... 그렇다면,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지.
성이름 인생에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사실 그렇다고 인정할 순 없어.
"누, 누가 신경 쓴다 그래요! 저 그런 거 신경 쓰고 그러는 사람 아니에요!"
뭔가 굉장히 민망하게 큰 소리를 내며 말한 것 같지만 일단 아니라고는 했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다.
"뭐, 그럼 말고요."
정말 신경 안 쓰는 듯 빨래 널기에 열중하는 정전국씨를 보다 현관문을 닫고 정전국씨 쪽으로 걸어갔다.
벽 위에 손을 올리고 빨래를 너는 정전국씨를 가만히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이런 날씨에 빨래가 마를까요?"
내 말에 나를 가리던 파란색 무지티를 살짝 밀어낸 정전국씨는 하늘을 한번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뭐, 안 마르면 마를 때까지 여기 두면 되죠. 그럼 언젠간 마르지 않겠어요?"
아까 천재라는 말 취소. 이 사람, 인생 한 번 편하게 사시는 분이네.
하나둘씩 줄어드는 빨래를 보다 아직 손에 쥐고 있던 명함과 사진이 기억나 정전국씨를 부르니 노란색 무지티를 탈탈 털던 정전국씨가 내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우리 주인집 아주머니 아들이래요. 잘생겼죠."
내가 들고 있던 사진을 내미니 내 쪽으로 몇 걸음 걸어온 정전국씨가 내 손에서 사진을 받아들고 한참을 보더니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뭐. 그냥 그렇게 생겼네요. 근데 이걸 왜 성이름씨가 가지고 있어요?"
"아주머니가 한 번 만나보래요."
내 말에 정전국씨는 빨래를 널며 내 쪽을 힐끔 쳐다봤다.
"몇 살인데요?"
"그건 모르겠고, 명함 주셨어요. 한번 볼래요?"
막 마지막 빨래를 널은 정전국씨는 다시 내 앞으로 걸어와 내가 내민 명함을 받아들었다.
"토토... 컴퍼니... 영업 부장... 김석진? 영업 부장?"
정전국씨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뭐랄까... 네까짓 게 이런 사람을 만나겠다고? 하는 느낌이랄까...
"왜 그렇게 봐요?"
나는 영업 부장 만나면 안 된다는 거야, 뭐야.
왜 저렇게 보는 거야.
정전국씨에게서 명함을 빼앗듯 가져오며 물으니 정전국씨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 손에 들린 명함을 가리켰다.
"아니, 멀쩡하게 생긴데다 멀쩡한 직업까지 있는 사람이잖아요."
"근데요?"
"근데 안 멀쩡하게 생긴데다 직업까지 없는 성이름씨가 만나보겠다니까 놀라서요."
와, 방금 울컥했다.
진짜 내가 힘이 조금만 더 셌어도 저 빨래 건조대 엎어버리는 건데.
머릿속으로 저 무지티들을 다 찢어버릴까, 저 바지들 색을 물들여버릴까, 하며 온갖 상상을 하고 있으니
"만나봐요. 그쪽에서 성이름씨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까지 얄밉게 말을 끝낸 정전국씨는 텅 빈 빨래 바구니를 품에 안고 신나게 집으로 들어갔다.
"뭐, 뭐요? 이봐요! 정전국씨!"
막 닫히던 현관문이 다시 활짝 열리더니 해맑게 웃는 정전국씨의 얼굴이 보였고
"메-롱"
요즘 초등학생들도 안 할 유치의 끝판왕인 장난을 남긴 채 현관문은 다시 닫혔다.
내가 저 인간을 진짜...
명함과 사진을 쥔 손에 힘을 꽉 주며 이미 닫힌지 오래인 정전국씨네 집을 한참 노려봤다.
내가 꼭 이 사람이랑 잘 돼서 저 인간 말 한마디 못 하게 만들어버릴 거야.
두고 봐. 진짜 복수할 거야.
정국에 뷔온대 사담 |
뭔데 분홍 배경 엄청 오랜만이죠. 와 다음 편에 석진이 나와요. 토토 컴퍼니 영업부장 김석진 씨. 뭘로 할까 고민했는데 영업 잘 하게 생겨서 영업부장 만들어 버렸어요. 이대로 남주가 석진이가 돼버리면 어쩌죠. 하하하. 그럼 내일 11시에 만나요! 안녕!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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