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없는 거 맞아요.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서 포인트 걸지 않았습니다!
끝부분 제 공지 꼭 읽어주세요. 꼼꼼히 읽지 않았다가 생기는 손해는 책임져 드리지 않아요;ㅅ;)
"어, 후배님!"
아, 젠장. 반갑지 않은 얼굴이 저만치 앞에서 손을 붕붕 흔들었다. 옆에서 같이 걷고있던 수연이의 팔을 잡아끌어 곁에 딱 붙어서며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선배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한숨을 푹 내쉬는 내 등을 수연이가 툭툭 두드렸다. 힘내라는 뜻이었다.
"오늘 점심때 시간 괜찮아? 점심 사줄게."
"저 오늘 지민이랑,"
"걔는 친구가 너밖에 없대?"
"제가 먹자고 했어요. 같이."
"너 솔직히 말해봐. 남자친구 박지민 아니야?"
무례했다. 내가 남자친구가 있든 없든, 그게 박지민이든 아니든 그게 선배랑 무슨 상관이람.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박지민은 고등학교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었음에도 선배는 뻔뻔한 얼굴로 잘도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가 입학하던 해에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선배는 입대 전부터 동기나 후배들에게 집적대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입학하고 1년 반 정도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더니 작년 여름부터 선배는 어디서 내 번호를 알았는 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며 카톡을 보냈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며 제 일처럼 안타까워 해주던 동기들과 선배들이 눈에 선했다.
"지민이는 친구라고 몇 번을 말씀 드려요."
"그럼 누군데. 내가 너를 3년 가까이 봤는데 어떻게 코빼기 하나 안 비추냐."
"……."
"생사도 모르는 놈을 남자친구라고 붙들고 있으니,"
"아, 제가 봤어요. 얘 남자친구. 선배보다 훨씬 잘생겼고 젠틀하니까 그만 좀 하시죠?"
하필이면 이럴 때 박지민은 학교에 없었다. 뭐, 친구랑 약속이 있다나 뭐라나. 오늘 있는 수업도 전부 째고 갈 만큼 중요한 일이냐는 내 물음에 박지민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보다 못한 수연이가 내 편을 들고 나섰다. 같은 과 동기로 만난 수연이는 성격도 털털하고 얼굴도 예쁘장해 과에서 인기가 좋았다. 첫 개강날부터 늦게 온 수연이는 뒷문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내 곁에 반강제로 앉게 되어 그 때부터 나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박지민도 수연이를 마음에 들어했다.
수연이에게는 술김에 김태형의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았다. 영화같은 이야기 아니냐고 눈물짓던 수연이는 다음 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행동하며 그 이야기를 전부 잊어버린 척 했다. 나를 위한 배려였다. 그 내막을 전부 알고있는 수연이가 지금같은 상황에서 나서주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당찬 수연이의 말에 우물쭈물하던 선배는 그럼 나중에 카톡할게, 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하여튼 진상도 저런 진상이 없어."
"그러니까."
"너 근데 진짜 박지민이랑 점심약속 있어? 지금 점심땐데?"
"거짓말이야, 그거. 박지민 무슨 약속 있다고 학교도 째고 갔어."
"진짜? 학점 칼같이 챙기더니, 뭔 일이래."
박지민도 수연이와 마찬가지로 제 과에서 인기가 많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귀여운 박지민의 외모가 꽤 먹혀들었던 모양이었다. 거기에다 유들유들한 성격까지 한 몫 했으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1학년을 다 마치고 입대했던 박지민은 몇 달 전에 제대한 후 수연이에게 그간 내 일상을 낱낱이 보고받자마자 내게 하루종일 전화를 걸어댔다. 스토커같이 따라다니는 놈이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냐고, 그 새끼 얼굴 어디 가면 볼 수 있냐고. 우리 과 선배라는 말을 전해듣고서 박지민은 선배니까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저 내 곁을 맴돌았다. 선배가 말이라도 걸라 치면 나와 수연이를 데리고 가던 방향을 튼다던지 하는 식으로. 아까 선배가 내게 인사한 것도 곁에 박지민이 없으니 이때다 싶어 인사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우리끼리 밥 먹자. 박지민한테서 연락 없지?"
"응. 연락 올 때 되면 오겠지. 뭐 먹을래?"
요 앞에 새로 생긴 일식집이 있는데 거기가 그렇게 맛있다며 재잘대던 수연이는 나를 그 일식집으로 이끌었다. 너 백교수님 보고서 다 써가? 내게 팔짱을 껴오던 수연이가 문득 물었다. 보고서, 보고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수연이를 바라보자 수연이는 그걸 잊어버렸냐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너 미쳤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제출이잖아."
"나 기억 안 나…."
"나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냐. 그 교수님 가차 없는 거 너도 알잖아."
나 자료 정리되어 있는 거 있는데, 점심 먹고 같이 할래? 먼저 물어오는 수연이가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었다. 내가 커피 살게. 말꼬리를 늘리며 제 곁에 찰싹 달라붙는 나를 보며 수연이는 귀여운 듯 호탕하게 웃었다.
*
박지민은 뭐 하길래 아직까지 연락이 없냐.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다 기지개를 켜며 잠잠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어째 연락 한 통이 없냐. 내 앞에서 보고서를 마무리 하며 자료를 정리하던 수연이도 노트북 너머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까맣게 꺼진 내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구 만나러 갔는 지는 알아?"
"몰라. 얘기 안 해주더라."
"누구지…."
박지민 없으니까 심심하다. 풀 죽은 수연이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민이 분위기 하나는 제대로 띄우는데. 잠잠한 핸드폰의 홀드를 의미없이 한 번 풀었다가 다시 노트북 자판 위로 손을 올린 순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박지민이었다.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학교 앞에 카페. 너는 어딘데?"
-나 친구 만나고 집에 가는 길.
"너 여기로 올래? 나 수연이랑 같이 과제 하는데."
-커피 네가 사냐?
"살테니까 뛰어 와라. 수연이가 너 보고싶어 죽는다."
핸드폰 너머로 박지민의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야, 박지민! 너 없으니까 심심해! 수연이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알았어, 갈게. 전화가 뚝 끊겼다. 전화가 끊겼음에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수연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있지."
"응?"
"나 네 남자친구 얘기 조금만 해주면 안 돼?"
"…어?"
"아니, 그 때는 술김이었고. 맨정신에 얘기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
수연이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신중했다. 그게 뭐 어렵다고. 알았어. 생각하던 것 보다 더 가볍게 허락이 떨어졌는지 잠깐 멍하니 나를 보던 수연이는 이내 빠르게 노트북을 접어 가방에 넣고 의자를 내 쪽으로 당겨 앉았다.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는 자세였다.
수연이에게는 숨길 것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거쳐 고등학교 3년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들려주었다. 전부 풀어놓자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간단하게 추렸는데도 이야기는 꽤 길어졌다. 끝으로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이자 수연이의 눈시울은 잔뜩 붉어졌다. 다시 들어도 가슴 아프다며 내 손을 꼭 잡아쥐던 수연이는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뭐야, 나도 안 우는데 네가 왜 울어.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수연이에 잔뜩 당황해 가방에서 다급히 손수건을 찾느라 카페 문에 달려있는 종이 울리는 지도 몰랐다.
"저기, 있잖아."
"어, 수연아. 잠시만. 나 손수건 있어. 기다려 봐."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여기 어디 있었는데…."
"혹시 저기 박지민 옆에 있는 저 분이 네 남자친구야?"
어? 코맹맹이 소리로 말을 잇던 수연이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가방을 뒤지던 손놀림을 뚝 멈췄다. 야, 박수연. 너 울었어? 웃음 섞인 박지민의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 우리 테이블 옆으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두 개였다. 수연이 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소리, 나와 수연이 사이에 있는 의자를 빼는 소리, 그리고,
"공주야."
꿈에도 한 번 나타나지 않아 사무치게 그리웠던 네 목소리.
"이 분이 네가 말 했던 공주 과 동기?"
"어. 애가 착해. 그러니까 쟤 성질 다 받아주지."
"안녕하세요, 얘 남자친구 김태형 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수연이에요. 아, 지금 얼굴 되게 추한데. 어떡해."
수연이와 김태형이 통성명을 할 때까지 나는 김태형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공주야, 왜 내 얼굴 안 봐 줘.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김태형이 한 손으로 감싸쥐었다. 맞네. 내가 눈물나게 보고싶던 그 김태형, 맞네. 머릿속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수연이가 운다고 타박할 게 아니었다. 나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내 옆에 앉은 김태형의 허리를 감싸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김태형과 처음 만나던 날과 같은 봄이라 얇은 니트 위로 느껴지는 허리가 마냥 깡마르지 않았다. 얼굴을 묻은 가슴팍도 마지막으로 안겼을 때보다 단단해진게 느껴졌다. 그 지옥같던 날들 다 보냈구나, 너.
"왜 보자마자 울어. 나 가슴아프게."
"너 괜찮아? 괜찮은 거 맞아?"
"응. 나 다 나았어. 괜찮아."
"진짜? 진짜지?"
"그렇대도. 나 이제 뛰어도 괜찮대. 맵고 짠 거 먹어도 괜찮고, 술 마셔도 괜찮대."
"아, 어떡해….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내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쥔 김태형이 내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제야 오롯이 마주한 김태형의 얼굴은 마지막으로 본 겨울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볼살도 어느정도 오르고, 혈색도 좋아진 김태형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김태형의 왼쪽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일정하게 울리는 심장박동이 안정적이었다. 진짜, 다행이다.
"너 안 울리려고 악착같이 재활치료 했는데."
"……."
"울지 마. 응? 너 만나면서 울리기만 했던 거 생각하면 나 평생 가슴 아플 것 같아."
"……."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
"지민이한테 다 들었어. 앞으로 그 선배가 또 그러면 나한테 전화 해. 응?"
"……."
"솔직히 이렇게 잘생긴 남자친구 또 있어? 분명 그 선배보다 내가 더 잘생겼으니까 나 불러."
나는 바라보기만 해도 아까운 너를 어디서 감히. 나를 품에 안은 김태형이 작게 웃었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김태형의 심장박동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쿵, 쿵, 쿵. 일정한 간격, 일정한 속도. 나는 김태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김태형은 버거운 기색 없이 나를 품에 꼭 안았다. 사랑해, 공주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안녕하세요, 썸머비 입니다.
드디어 우행시가 끝났어요...!
드리고 싶은 말이 많지만 모든 건 후기 글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했어요!
이 글 댓글로 메일링 신청 받습니다. 메일링은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만 가능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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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주세요. 기억에 남았던 장면까지는 꼭 써주셨으면 좋겠고 저한테 하고싶은 말이나 궁금한 점은 꼭 쓰지 않으셔도 좋아요.
혹시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후기 글에 모아서 QnA로 가져올 예정이에요!
너무 사적인 질문만 아니라면 웬만한 질문은 전부 답 해드립니다. 저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ㅋㅋㅋ
아무튼! 저와 함께 달려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암호닉♥
자몽사탕 짐잼쿠 뿡뿡이 8개월 사이다 설레임 태태 잘난태태 비비빅 짜근 두글 ♥사랑둥이♥ 이프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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